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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지저분한 공터엔
해바라기가 자라고 있었다.

하늘에 계신 님만 바라보던 그 해바라기는
오늘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몇 일째 내리는 비에
밤이면 가득했던 복권방의 손님들도
발길이 뜸해졌다.

오늘도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던
옥탑방 김씨의 눈에는
줄지어 늘어선 노란 물탱크들의 행렬이
마침내 하늘로 올랐다.

그날 가리봉 해바라기는
십자가 떠 있는 하늘을 외면한 채
고개를 떨구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엊그제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고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무엇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일까? 의문에 대한 답은 자명합니다. 도시의 외형이 빛나는 만큼 개개인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이면 차를 타고 서부간선도로를 지나게 됩니다. 그 길에서 지금은 구로디지탈단지라고 이름이 바뀐 구로공단을 보게 됩니다. 회색빛의 케케한 공장들이 사라진 자리에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아마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겠지요.

 

이런 일은 비단 구로공단이나 가리봉만의 것이 아닐 겁니다. 길을 가다 흔하게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안산도 마찬가지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지금은 그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사람들은 어두운 면을 보기 싫어하여 그런 사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그런 일들은 조그맣게 다루어 집니다.

다른 지표는 제쳐두더라도 출생률 저하에 자살률 1위, 이것이 현재 우리의 주소입니다. 국민소득 2만불을 외치고 있는 나라에서 엄연히 공존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이런 것이 발전이라면 그 딴 발전은 집어치워도 좋습니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폭주기관차는 멈춰야 합니다. 폭주기관차가 어디로 가는지 뻔히 알지만 쉽게 내릴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관차를 멈추거나 내리기 힘들다면 조금 천천히 인간다운 속도로 달릴 수는 없을까요.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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