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용인의 경계지역에 있는 흥덕 나눔텃밭을 다녀왔다.

이곳은 아래와 같은 내력을 지닌 곳이다.



그 내용인즉, 토지주택공사에서 전국 곳곳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개발사업을 벌이는데 요즘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땅을 놀리게 되면서 그 땅을 그냥 놀리느니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도시농업'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곳 흥덕지구는 전체 5000평의 규모로, 텃밭보급소에서 의뢰를 받아 텃밭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여느 주말농장과 달리 매우 본이 되도록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나눔텃밭의 전체 모습. 교육장은 물론 생태뒷간도 있고, 토종 종자를 재배하는 곳에 논과 둠벙까지 조성되어 있다. 또 장애인텃밭과 텃밭정원의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아무튼 엄청 아기자기하고 알차다.

물론 올해 막 개간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한 곳이라 흙의 상태가 좋지는 않다. 

그런데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퇴비만 활용하며 농사짓고 있으니 2~3년 뒤에는 정말 좋은 흙으로 변해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허수아비가 사람들을 반긴다.




여느 텃밭에서 보기 힘든 논의 모습. 여기에 심은 벼는 모두 다섯 가지로, 토종 벼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그래서 벼 이삭이나 벼의 줄기가 일반적인 논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오며 가며, 그리고 텃밭 회원들이 논을 보면서 모두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아니, 이런 곳에서도 논농사가 되네?" "여기 무슨 시골 같네."

그들이 마음속에 느끼는 바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마 가슴 속에 자연과 환경, 그리고 농업을 담아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도시농업이야말로 가장 좋은 환경운동이면서 농촌의 든든한 지지자들을 기르는 장이 될 수 있다.



토종 벼의 하나인 북흑조. 몇몇 줄기는 이미 수확하여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요즘 외국에서 뜨고 있는 퍼머컬쳐의 방식으로 조성한 텃밭. 

한국에서는 이런 형태가 텃밭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텃밭정원>이라는 책들도 얼마 전에 출간되었으니 참고하면 좋다.

텃밭이라는 공간에서 단지 먹을거리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심미적, 정서적으로도 즐긴다는 것이 텃밭정원의 핵심이다.



이것이 장애인용으로 조성한 텃밭. 그런데 올해 처음 시도한 것이라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일단 높이가 너무 낮아서 휠체어 등을 탄 장애인이 농사짓기에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높이를 더 높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냥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고 그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땅과 기반시설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 이러한 교육활동이란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져야 한다. 둘 중 하나만 왕성하면 언젠가 기울어 망하기 십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곳은 두 가지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나아가고 있다.

역시 텃밭보급소의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잘 집대성되어 있는 곳이다.




흥덕 나눔텃밭이라는 이름은 이곳을 통해 '나눔'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지역 공동체가 이 공간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어울리는 장이 열리고 있다. 

공동으로 농사짓는 곳의 농산물이나 사람들이 농사지은 수확물 중의 일부를 기부하고, 운영진은 그걸 모아 지역의 소외된 계층이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한다. 이를 통해서 공동체의 일원들이 서로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말이라도 한 번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공동체의 복원과 활성화가 텃밭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만 사는 동네에 홀로 지낸다는 생각과 한 번이라도 말을 나누고 인사를 한 사람들과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아무래도 언행에 더 조심하고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공동체가 지나치게 폐쇄적이 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곳보다 무서운 곳이 없지만, 잘 운영이 되면 그곳보다 즐거운 곳이 없다. 


흥덕 나눔텃밭, 앞으로도 덕을 일으켜 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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