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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공병이자 수학자, 그리고 탐험가이자 스파이이기도 했던 아메데 프랑수아 프레지에Amedee-Francois Frezier. 그가 1712년 프랑스 정부의 지령을 받고 페루와 칠레의 해안선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남아메리카로 파병이 된다. 당시 그 지역은 스페인의 식민지였기에 대놓고 다닐 수가 없어 그는 상인으로 위장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남아메리카 대륙에 자생하던 여러 식물을 채집하기도 한다. 그 하나가 바로 칠레의 해변에서 자라는 한 딸기 품종이었다. 당시 유럽에도 야생 딸기가 존재했지만 이 칠레의 딸기만큼 과실이 크지는 않았다고 한다.


칠레 딸기 품종.


하지만 그가 채집해 간 칠레의 딸기 품종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암꽃과 수꽃이 다른 그루에서 피는데, 그는 암꽃 그루만 가져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여러 수꽃의 꽃가루를 수정시켜 결과물을 비교하다가 북아메리카의 버지니아 품종과 교배한 것이 가장 낫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육종한 딸기가 1750년 무렵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고 하며, 그것이 현재 우리가 먹는 딸기의 모태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생물해적질(bio-piracy)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딸기의 여정을 지도 한 장에 담았다. 수백만 년 전 동아시아에서 2배체(2x)인 흰땃딸기(F. nipponica. 이하 직계조상을 의미)와 F.iinumae 사이에서 4배체(4x) 자손이 나왔다. 그 뒤 이 4배체와 2배체인 F.viridis 사이에서 6배체(6x) 자손(사향딸기(F. moschata)이 나왔다. 북미로 건너간 사향딸기가 2배체인 숲딸기(F. vesca ssp. bracheata)를 만나 8배체(8x) 자손이 나왔고 북미 동부의 버지니아딸기(F. virginiana)와 남미의 칠레딸기(F. chiloensis)로 진화했다. 각각 16세기와 18세기 유럽으로 건너간 두 종으로 프랑스 육종가들이 만든 파인애플딸기(F. x ananassa)는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소개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네이처 유전학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7464




국에는 일제강점기인 1920-1930년대에 처음 도입되었으리라 추정되는데, 문헌 기록으로는 1960년대 수원 일대에서 대학 1호라는 품종을 재배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마 수원의 '푸른지대'를 기억하는 어른들이 꽤 있을 것이다. 당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이 수원에 있었고, 푸른지대 딸기밭이 그에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수원 서둔동의 딸기밭 풍경



그래서인지 1980년대까지 밭에서 과일로 재배하는 딸기를 "양딸기"라는 명칭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산과 들에 자생하는 딸기는 조선 딸기라 부르며 구분했다. 그러다가 밭에서 재배하는 양딸기가 딸기의 대명사가 되고, 자생 딸기는 산딸기라는 이름으로 고정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딸기의 재배가 노지의 밭에서 이루어졌지만, 1980년대 한국의 농업을 180도 뒤바꾼 '백색혁명'과 함께 자연스럽게 점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게 되어, 현재는 전체 딸기 재배의 95% 이상이 시설에서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겨울이 제철인 양 되어 버렸지.


점점 겨울철 딸기의 생산량이 늘며 겨울 과일의 대명사였던 감귤과 경쟁하기에 이르렀고, 올해는 감귤의 생산량까지 증가하며 값이 폭락해 제주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이게 올해만의 현상은 아닐 것 같아 걱정스럽다. 감귤은 '대학 나무'라 불리며 대접을 받았는데...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9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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