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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유기농업

 

 

 

몇 천 년이나 농촌에서 하던 일

 

1996년에 개최된 ‘세계 식량 정상회담(World Food Summit)’에서는 2015년까지 기아로 고통 받는 인구를 반감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개발도상국에서는 8억 2000만 명이나 굶주리고 있다. 이는 1996년보다도 늘어난 수이다. FAO의 ‘2006년 세계 식량안전 보장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환국의 2500만 명과 선진국의 900만 명을 합하면 실제로는 8억 5400만 명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아 인구는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400만 명씩 늘고 있다.

그런데 희망이 되는 사례가 있다. 2005년 10월 세계 식량 정상회담 10주년을 기념하는 회의에서, 에티오피아의 환경보호성 장관 테올데 베르한 게브레 에그지아브헬Tewolde Berhan Gebre Egziabher 박사가 공개한 에티오피아의 티그레이Tigray주州에서 행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성과가 그것이다. NGO와 정부의 농업국이 10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실험한 결과, 유기농업으로 화학비료를 쓰던 관행 농장의 배가 되는 수확량을 생산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테올데 박사는 UNEP에서 지구의 옹호자 상(Champion of the Earth Award)과 생계권 상(Right Livelihood Award) 등 많은 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유기농업으로 근대 농업과 똑같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냐고 묻는 말에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테올데 박사.

 

 

 

“저는 유기농법으로 세계의 인구를 먹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와 함께 유기농업이 확대되지 않으면 세계의 인구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확신합니다.”

 

테올데 박사는 ‘티그레이 프로젝트’를 낳은 부모로서, 프로젝트의 목표는 농장과 농사땅 주변의 야생종이 수분受粉, 병충해 조절, 물과 양분의 순환이라는 기능을 발휘하도록 농사땅이 아닌 곳을 포함해 생태계의 자연 순환 기능을 전체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정말로 할수 있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테올데 박사는 다만 이렇게 답한다.

“옛날부터 농촌 지역사회는 몇 천 년 동안 이렇게 해 왔습니다. 우리의 지식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하던 것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티그레이 프로젝트

 

박사의 프로젝트가 행해진 티그레이주는 에티오피아의 가장 북쪽에 있는데 주민의 85%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토지가 매우 나빠져서 농업 생산성이 낮고 매우 가난하다. 유아 사망률이 높고, 교육·의료·평균 수명이 모두 참혹하게 낮은 수준으로 에티오피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의 하나이다.

 

 

에티오피아의 티그레이 지역.

 

 

처음에 티그레이 농업사무소(Tigray Agriculture Bureau)가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채택한 방식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도록 권장하는 ‘사사코와Sasakowa Global 2000’이었다. 그런데 세계의 농사땅 대부분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농산물 가공품과 공업적으로 가축을 길러 팔고자 농약과 화학비료에 기반을 둔 집약적인 대규모 단작으로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녹색혁명은 그 이름처럼 ‘녹색’이 아니다.

“공업적인 농업으로 앞으로 1만 년 이후에도 세계의 인구를 먹일 수 있을까요?”

이 지역의 몇몇이 이렇게 묻기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테올데 박사가 통솔하는 수도 아디스 아베바에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 연구소(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도 협력 관계로 참가하여, 1995년 퇴비 만들기와 토양과 물 보전하기 등 생태적으로 토지를 경영한다는 독특하고 대안적인 실험이 시작되었다.

티그레이주를 대표하는 곳으로 약 50㏊씩 네 곳의 지구가 시험지로 선택되었다. 세 지구는 산악과 그에 인접해 인구밀도가 낮다. 땅심은 한 곳은 비교적 좋은데 나머지는 척박한데, 빗물에 의한 쓸림과 토양침식으로 식생이 사라지는 문제는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농장이 빗물에 쓸리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네 번째 지구는 비교적 비옥하고, 인구밀도도 높으며, 소도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이 지구는 티그레이주 안에서 유일하게 호수에 접하고 있어서 선택되었다. 이 호수는 많은 물고기가 살아 들새도 많이 찾아오는데, 밖으로 흘러 나가는 하천이 없는 폐쇄 유역으로서 집약적인 농업을 하면서 사용하는 화학 자재 때문에 생태계와 생산성에 영향이 있을까 염려하여 선택되었다.

 

 

 

퇴비의 힘

 

프로젝트가 성공한 주안점은 퇴비를 활용한 것이었다. 티그레이에서는 퇴비를 쓰는 전통이 거의 없어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퇴비 쓰기를 주저했다. 하지만 몇몇 마을 사람이 실험하여 성공하자, 그걸 보고서 다른 마을 사람들도 뒤따르기 시작했다. 퇴비로 쓸 원재료가 부족하여 대부분이 현지의 잡초와 가정에서 나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퇴비 원료를 늘리려고 풀씨를 언덕에서 모아와 흩뿌리기도 했다. 또 퇴비의 원료를 만들려고 소량의 질소비료를 줘서 잡초가 잘 자라도록 했다. 이 결과 모든 마을에서 수확량이 높아져 재배할 수 있는 품목도 늘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2년 뒤인 1998년, 퇴비를 쓰는 농장은 화학비료를 쓰는 곳과 똑같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2002년, 2003년, 2004년의 자료를 보면 화학비료를 쓰는 곳보다 퇴비를 쓰는 농장의 수확량이 평균적으로 더 높고, 때로는 배의 수확량을 올리는 곳까지 있었다. 그들이 쓴 퇴비의 양은 아직 권장량의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수확량이 화학비료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또한 농민들은 퇴비의 효과가 4년이나 이어진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화학비료는 해마다 또 줘야 했는데, 퇴비는 해마다 줄 필요가 없었다. 또 토양의 보수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퇴비를 준 곳의 작물은 토양의 보수력이 높아 잘 자란다는 것도 알았다. 에티오피아의 많은 지역에서 가뭄이 문제인 만큼 이는 매우 중요하다. 또 화학비료를 사지 않아도 되기에 경비를 절감할 수 있어 농민의 수입이 올라 빚의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개발 연구소의 간부들은 퇴비를 쓰면 다음과 같은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생물 다양성이 증가함

김을 매는 노동력이 경감됨

가뭄 피해가 감소됨

해충에 내성이 증가함

화학비료를 살 때보다 낮은 비용을 씀

 

그런데 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은 퇴비만이 아니었다. 물을 보전하고, 토양침식을 막으며, 작물 품목을 다양하게 하는 한편, 여러 목적으로 나무 심기도 진행되었다. 예를 들면 빗물에 의한 침식이 진행된 곳에서는 흙막이 댐을 구축하고, 그 배후에도 작은 댐을 만들었다. 그 덕에 빗물에 쓸리던 골짜기 주변 토양의 보수력이 높아져 골짜기의 바로 옆에도 작물을 심을 수 있게 식생이 재생되었다. 또 토양침식을 막고자 돌로 된 장벽과 퇴비를 섞은 구덩이 제방도 만들었다. 더욱 흙을 안정시키는 효과와 함께 가축의 먹이도 하려고 질소를 고정시키는 나무인 Sesbania sesban도 심었다. 그 결과 지하수의 물높이가 높아지고, 지속적인 관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 8개의 성과는 아래와 같다.

 

 

콩과 식물인 세스바니아 세스반. 

 

 

작물 수확량과 생산성의 증가함

가뭄/해충에 대한 위험이 감소함

화석연료 투입 자재에 의존하던 것이 감소

지하수가 많아짐

땅심이 좋아짐

나빠진 흙이 수복됨

수입이 증가함

여성의 힘과 지위가 높아짐

 

 

 

지역사회의 힘

 

환경과 조화된 기술이 위력을 발휘하는 곳에서는 지역사회의 힘도 크다. 지속가능한 개발 연구소가 추진한 것은 농민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였

다. 토지 등 지역 자원의 관리를 개선하려면 지역사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미리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방법을 의론하고자 위원회가 만들어져 거듭 회의가 열렸다. 과제와 그걸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해결할 방법을 정하기 위하여 마을마다 집회가 열려, 그 안에서 마을 사람들 스스로 집약적인 유기농업 프로그램을 세웠다. 프로젝트에서도 경험을 쌓은 보급원을 조정자로서 배치해 후원했다. 프로젝트는 농민이 서로 교류하도록 하고, 페달 펌프 등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기술도 지원했다. 그와 함께 프로젝트를 경영하기 위한 현지 위원회도 설립해, 현지의 사회적인 법 습관도 개정했다. 그리고 협동 작업은 변경의 마을이 쉽다는 점도 알았다. 가령 실험이 잘 기능하지 않아도 보장이 되기에 잃을 것이 별로 없는 만큼 농민들이 열심히 실험에 참가하여, 어느 마을에서는 협동으로 퇴비를 만들 때 쓸 굴을 파기도 했다. 이러한 개혁의 와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여성들이 힘을 길렀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의 조직을 소생시키지 않고 이러한 경영 개혁은 할 수 없겠죠.”

지속가능한 개발 연구소의 소장인 슈 에드워즈Sue Edwards 씨는 말한다. 에드워즈 씨는 원래 식물학자로 본업은 교사 겸 과학 기자인데, 프로젝트의 중심인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녀는 프로젝트가 성공한 주안점으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지역은 몇 년이나 내전을 겪어서 여성이 세대주인 가족이 많은데, 전통적으로 여성이 자기 밭을 쟁기질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성인 이웃이나 친척이 수소로 쟁기질을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것이 파종 시기를 늦추고, 재배 기간을 단축시키는 장애가 되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에서는 여성들을 격려해, 재배 기간이 길어지도록 조, 수수, 옥수수를 모종으로 기르도록 장려했다. 기후변동으로 제때 우기가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많은 장점이 있는 일이다.

 

 

테올데 박사와 함께한 슈 에드워즈 씨. 

 

 

식량 안전 보장을 담보하는 소농의 유기농업

 

네 지구에서 거둔 성공으로 에티오피아의 다른 지역에도 유기농업이 퍼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로 가장 성과가 있었던 지구의 하나인 워레다Woreda에서는 2100호의 농가로 구성된 열여섯 지구 전체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지속가능한 개발 연구소와 마흔 두 곳의 지역사회가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데까지 확대되었다. 이 때문에 정부도 프로젝트 지구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에 바탕을 둔 ‘사사코와 Global 2000’을 촉진하지 않기로 동의했다. 토지가 나빠지는 것과 빈곤, 전쟁 때문에 전략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 되었다.

현재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개발 연구소와 지방행정 당국에 더해 농업천연자원국(Bureau of Agriculture and Natural Resources) 및 메켈레Mekelle대학도 참가하고 있다. 2003년 에티오피아 정부는 유기농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작물·축산 제품·식품 가공·마케팅 부문을 담당하는 국내의 유기농산물 기준을 만들고자 태스크포스를 조직했다. 유기 제품은 급성장하고 있는 특정 시장으로, 남부와 남서부의 지역사회에서는 공정무역으로 유기농 아라비카 커피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만이 아니라, 수도 아디스 아베바의 중산층 사이에서는 건강한 과실과 채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완전한 유기농으로 채소, 과실, 관엽식물을 재배하는 유축 복합의 ‘창세기 농장(Genesis Farm)’은 해외에서도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현지 시장에서도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값은 다른 곳에서 생산한 현지 농산물보다 비싸지 않고, 심지어 싸기조차 하다. 이 때문에 현장의 노동자들도 농장의 상점에서 채소를 사고 있다. 그런 경제적인 장점만이 아니라, 유기농업으로 식량 안전과 건강한 음식이 확보된다는 지역사회에서의 장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농을 생산에서부터 제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소농으로 유기농업을 하는 것은 대규모 농업보다 훨씬 세련됩니다.”

슈 에드워즈 씨는 말한다.

‘세계 식량 안전 보장 상황 보고서’는 소농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부분의 농민, 특히 변경의 가난한 농민 대다수는 외부의 투입 자재를 거의 얻을 수 없다. 그렇지만 티그레이 프로젝트는 열악해진 산악 환경에서도 유기농업으로 화학에 기반을 두는 농업보다 높은 수확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곧 티그레이 프로젝트의 원칙과 접근법은 빈곤에서 빠져나오고, 식량 안전 보장을 얻기 위한 현실적으로 적합한 수단인 것이다.

 

 

 

written by 吉田太郞,  translated by김서방

 

 

인용문헌

 (1) Nicholas Parrott &Terry Marsden, The Real Green Revolution, Organic and agroecological farming in the South, Greenpeace Environmental Trust February 2002.

 (2) Organic Production for Ethiopia, ISIS Report 25/06/2004.

 (3) Lim Li Ching, Organic farming 'improving Ethiopian yields', South-North Development Monitor, 6 Nov,2006.

 (4) Fredrik Moberg, Jakob Lundberg, Ecosystem Services-Based Farming in Ethiopia Increases Crop Yields & Empowers Women, Sustainable Development Update, Issue 6, 2007.

 (5) Admin,Ecosystem Services-Based Farming in Ethiopia Increases Crop Yields & Empowers Women, 21 April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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