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리의 농업이 이러한 방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이리로 간다. 환금작물이 아니라 식량작물 중심, 수출과 상업농 위주가 아닌 자급과 지역 먹을거리 중심의 농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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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새로운 가치 창출 산업이고 첨단 융·복합 산업(첨단기술·건강·관광·에너지)의 중심이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최근 식량 위기, 먹을거리 안전성, 건강 등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첨단 융·복합 산업으로서 농업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젊은 귀농 층을 중심으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견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형태가 많이 늘고 있다.

이들은 생태적 가치를 지향하며 자연 농법, 태평 농법, 삼무(三無) 농법, 탄소 순환 농법 등 새로운 농법의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해 보고 있다. 또한 정보기술(IT) 활용 능력과 도시 네트워크를 통해 생산자 주도형 농산물 직거래라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도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 기법의 도입과 함께 특화 작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부가가치형 농산물을 재배해 억대 연봉을 창출하는 '강소농'도 속속 등장하게 됐다. 다양한 기능성을 갖춘 작물과 부가가치가 높은 농작물을 선택하는 것은 성공적인 귀농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등 관계 기관 및 연구소 등에서도 유망 작물을 적극 발굴·개발하고 농업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남미 고산 작물, 국내 고랭지 재배 가능

최근 떠오르고 있는 유망 작물을 살펴보면, 남미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아마란스·퀴노아·야콘·아피오스 등이 있다. 이들 고산식물들은 특유의 탁월한 기능성이 있어 상품성이 높다. 농촌진흥청은 이들 작물들의 국내 고랭지 적응성과 실용성 등을 검토한 결과 고부가가치 식품 소재, 경관용 소재 등 다양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야콘은 안데스 원산의 국화과 식물로 고구마 모양의 덩이뿌리(괴근) 형태다. 씹으면 아삭아삭하면서 배 맛이 나는 특성을 지녀 '땅속의 과일'이라고 부른다. 농진청 연구 결과 야콘 덩이뿌리는 건강 기능성 성분인 프락토올리고당이 많이 들어 있고 잎에는 만병의 근원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생리 활성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콘은 병해충의 피해가 크지 않고 화학비료 없이 유기 재배도 가능하다고 밝혀지면서 재배 면적이 급속히 늘고 있다. 야콘은 2010년 전국적으로 166ha 정도 재배돼 10년 전에 비해 재배 면적이 약 20배나 증가했고 단위면적당 소득도 높은 유망 작물로 꼽힌다.

또한 '아마란스'는 비름과에 속하는 1년생 식물로 과거 잉카시대부터 '신이 내린 작물'로 불렸다. 단백질 함량이 15.7%로 매우 높고 라이신·타우린 등 균형 잡힌 아미노산 구성으로 영양학적 관점에서 완전식품에 가깝다는 평가다. 국내 고랭지에서 시험 결과 10a당 300kg 이상의 다수확이 가능해 새로운 식품 작물로 유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능성 곡물류인 '퀴노아', 땅속에서 열리는 콩 '아피오스', 형형색색의 덩이뿌리 작물인 '올루코' 등도 개발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약용식물도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로 알려져 있다. 장뇌삼은 가장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작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뇌삼은 숲속에 한 번 심어 놓으면 수확할 때까지 손볼 필요가 없어 노동력이 들지 않고 비료나 농약을 줄 필요가 없는 데다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년간 장뇌삼을 연구해 온 상주대 이동섭 교수는 서울시립대 우수영 교수, 의성군청 김택동 씨와 함께 연구팀을 만들어 산속에 직접 씨를 뿌리고 싹이 나는 것을 조사했다. 이 교수는 "숲은 그 자체가 적당한 그늘과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물 빠짐이 좋은 활엽수림이나 혼유림에서는 어디에서든 장뇌삼이 잘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에서 자란 장뇌삼은 7년이 지나면 강한 향을 내는데 이때부터 약효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농민들이 장뇌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축적된 장뇌삼 재배 기술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은 제주에 적합한 10대 약용작물을 선정했다. 선정된 약용작물은 백수오·백도라지·방풍·석창포·반하·황금·우슬·작약·하수오·백출 등이다. 약용작물 선정 협의회의 학계·한약계·유통업체·농업인 등은 "국내 생산 농가가 거의 없는 반하, 국내 수요가 높고 제주 지역 재배가 가능한 작약이 소득원으로 유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해 아열대식물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강릉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2009년부터 구아바·무화과·감귤 등 아열대식물 생산력 검증 시험을 벌이고 있다. 무화과는 우량 품종 지역 적응 선발을 마치고 현재 사천면 사기막리, 구정면 금광1리 등 3개 농가에 묘목 1000그루를 보급했다. 또 감귤과 왜성 바나나는 지역 적응 시험 중이며 올리브와 석류, 커피나무를 기후변화 대응 유망 과종으로 선발했다. 또한 블루베리 묘목을 일시에 대량으로 증식할 수 있는 조직 배양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대량 증식 체계가 확립됐다.

제주 망고, 수입산보다 3배 비싸게 거래돼

우리나라 온난화 최전선 지역인 제주에서는 이미 열대·아열대 과수 재배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제주에서는 95농가가 35.8㏊의 농지에서 바나나·파인애플·망고·용과·파파야·아보카도·구아바·아테모야 등 다양한 열대·아열대 과일을 재배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제주 망고는 특히 뛰어난 품질로 수입산보다 3배 이상 비싼 값에 거래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과일과 함께 아티초크·오크라·차요테·인디언시금치 등 열대 및 아열대 채소류도 농진청 온난화대응센터에서 적응성을 연구 중이다. 이 가운데 아티초크와 인디언시금치는 소규모지만 일부 농가가 재배를 시작해 새로운 소득 작물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수출을 겨냥한 고품질 농산물 재배도 수익 확보에 좋은 방법이다.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일본·중국·러시아 등 인접 국가에 약 2억 명에 걸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농산물 시장인 유럽까지도 한국 농산물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도에서 생산된 백합 절화 한 품목만으로도 연간 200억 원 규모로 일본에 수출하고 있고 파프리카·장미·밤호박·토마토·양배추·브로콜리·칼라·리시언더스 등도 대일 수출에 유망한 작물로 꼽히고 있다.

난류는 우리나라의 수출 화훼 산업을 선도하는 수출 효자 품목으로 수출액은 2000년 4422달러에서 2009년 1만6518달러로, 약 3.7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난류 중 팔레놉시스는 수출 유망 작물로 각광받고 있다. 농진청은 2009년 팔레놉시스 품종 1000주를 미국에 시범 수출했으며 올해 미국 수출량이 급증하게 됐다. 팔레놉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분화류 중 소비량이 가장 많은 품목이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전략 작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진청 귀농귀촌종합센터 김부성 지도관은 "작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농사 방법에는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재배할 작물로 어떤 게 좋다고 권하기는 힘들다"며 "최근 새 귀농 층이 새롭고 특이한 작물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모험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우선 귀농 희망하는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배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기술적 조언, 판매 경로 확보 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3~4년 정도 주요 작물의 재배 경험을 가진 후 새로운 작물에 도전해 보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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