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전통농업 - 카헤테

 

 

 

2000년 전의 고대 농법

 

지난 글에서 멕시코의 농민들은 빗물로 옥수수, 콩, 호박을 기르는 밀파 농법을 시도해 왔다고 기술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농법을 성공시킨 데에는 극복해야 할 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그 하나가 토양침식이다. 멕시코시티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곳에 있는 틀라츠칼라주Tlaxcala州의 평균 고도는 2230m. 이곳의 대부분은 깊은 골짜기인 황량한 대지이다. 5~9월의 우기에 약 400㎜의 비가 오는데 겨울에는 30㎜밖에 내리지 않는다. 게다가 복잡한 지형 때문에 집중호우도 자주 발생한다. 가파른 비탈에서 작물을 재배하면 토양침식이 일어나 버린다. 하지만 이 과제를 해결하고자 멕시코의 선주민은 카헤테Cajete라고 하는 혁식적인 농법을 써 왔다.

 

 틀라츠칼라 지역 지도.

 

이 농법은 계단밭, 운하, 그리고 카헤테라고 부르는 흙구덩이로 구성된다. 호우가 내려도 물의 속도는 계단밭에 의해서 우선 약해진다. 그리고 완만하게 경사진 계단밭을 흘러 내려오던 물이 카헤테에 고인다. 비가 다 내리면 카헤테에 고였던 물이 천천히 주변 토양으로 스며든다. 이리하여 수자원의 보전과 함께 효율적인 관개가 가능해진다. 카헤테에는 밭에서 쓸려 내려온 흙과 밭에 심었던 식물에서 나온 영양도 모인다. 양분으로 기름진 흙은 다시 모아서 밭으로 돌려준다. 아래쪽에서 흙이 쓸려가는 것을 막는다. 카헤테에는 흐르는 물이 실어온 유기물도 쌓인다. 카헤테는 두엄을 만드는 구멍으로도 기능하여, 정기적으로 잘 만들어진 두엄으로 양분도 밭에 돌려주었다.

 

흙구덩이 카헤테. 

 

 

계단밭에서는 사이짓기·돌려짓기, 그리고 땅을 묵혀서 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농법이 행해졌다. 묵히는 땅은 땅심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밭의 경계에는 약용 식물, 과수, 연료나 사료용 나무가 자라 계단밭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방풍림으로 기능했다. 틀라츠칼라 지역에서는 정부의 근대화 프로젝트로 트렉터가 도입되어 곧바로 토양침식이 증가하고, 카헤테나 복잡한 수로망도 묻혀 버렸다. 한편 고고학 자료를 통해 카헤테는 기원전 1000년 전부터 쓰던 방식임을 밝혔다. 이로부터도 선주민이 완성한 전통농법이 물과 토양을 관리하는 데에 참으로 교묘하고 지속가능한 것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카헤테를 포함해 전통농법을 특징짓는 기본 원칙은 화석연료와 화학비료 등 외부에서 투입되는 자원에 의존하는 않는 것, 생물다양성, 유기물과 양분의 순환, 그리고 인력을 활용하여 내부 자원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 있다. 어느 유역 안에서 농업을 행하는 농민 모두는 비가 밭에서 수로로 흘러 들어가도록 수로와 카헤테를 유지하고, 고인 토사를 계단밭의 흙과 바꾸는 일에 참가하도록 요구되었다. 그런데 카헤테는 사회경제학적인 요인에 의해서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농민의 아이들 대부분이 많은 돈을 버는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로 나가 카헤테를 유지할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카헤테에서 가장 중대한 것은 공학도 농법도 아닌 바로 그 체계를 유지할 사회제도였던 것이다.

 

 

written by 吉田太郞, translated by 김서방

 

 

인용문헌

 (1) International Ag-Sieve, Elevating Agriculture to Old Heights, Rodale Institute, Ancient Farming, Volume V, Number 3, 1993.

 (2) Cajete Terracing Systems in Tlaxcala, Me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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