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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정신이 팔려 우리 것을 우리 스스로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을 때, 꼭 우리 것의 중요함에 대해선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에 의해서 지적이 된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라는 사람이 한국의 전통농업과 생활문화가 지닌 친환경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런 지적을 듣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것을 좀 꼼꼼히 살필 수는 없을까? 아쉽다. 




요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의 관심은 한국의 선비정신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관점이 독특하다. 날이 갈수록 유동성이 강해지는 인터넷 시대에 법률이 규제할 수 있는 분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


그는 "예(禮)의 본질과 옳고 그름을 탐구하는 예학이 이같은 딜레마에 의미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예학은 개인들과의 관계는 물론 정부 기구 간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잠재적 규범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보다 예리하게 옛 전통의 가치를 찾아냈고 이를 소셜네트워크 시대의 적합한 윤리관이라고 적시했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경복궁에서 “포퓰리즘, 빈부격차 등 한국의 여러 사회문제가 국제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그는 한국의 많은 환경운동가나 시민들이 해외 생태 도시 순방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의 전통가옥과 농가에서 친환경적인 해법과 일상기술이 많이 있습니다. 100년 전의 한양도 환경도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정교한 관개(灌漑) 시스템과 유기농업 기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통조리법 등이 있었는데 이것을 다시 찾아내야 합니다."

그는 조선의 풍수 사상도 미신이 아니라 생태계를 고려하고 자연을 보전하는 소중한 유산이었다고 새롭게 해석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선비 정신도 한국인을 위한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책임감 없는 엘리트인데 그 해결책을 선비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며 "예컨대 아프리카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위대한 선비 정신, 독서, 도덕, 실천의 전통을 삶의 신조로 삼게 된다면 선비정신의 국제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단기적 수익에만 치중하는 한국 기업의 DNA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전통에 인간다운 기업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정신적 모델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선비정신을 재조명하면서 지식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그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를 내리갈기는 '죽비소리'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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