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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핫한 벼농사 방법인 SRI 농법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System of Rice Intensification"라 하여, 한국어로 옮기면 벼 강화 체계라고 하면 되겠죠?

이 농법은 1983년 프랑스의 예수회 신부인 앙리 뭐시기라는 사람이 개발해 마다가스카르에서 시험하여 크게 성공을 거둔 방법이지요. 핵심은 두 잎인 어린모를, 한 포기씩, 기존보다 듬성듬성 최소 25x25cm 이상의 간격으로 심어 이들이 마음껏 가지를 치고 뿌리를 뻗을 공간을 확보해주고, 논에 대는 물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신, 풀을 제거하는 노동력이 좀 들어가는 그런 방식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바로 물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점입니다. 물 관리법이 기존 벼농사와 다릅니다. 지금은 논에 물을 충분히 받아서 어느 정도 자란 모를 심는 방식이지요. 과거엔 이와 달리 물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웠으니 논에 최대한 물을 받아서 키가 큰 다 자란모를 꽂는 방식이었구요. 이건 아주 어린모를 심기 때문에 논에 물을 많이 받을 수 없습니다. 고작 1-2cm 정도 겨우 찰랑찰랑할 정도만 받아서 모내기를 한답니다. 그러고는 그냥 말려요. 논에 물을 더 댈 필요도 없이 논이 마를 때까지 놔둡니다. 그렇게 논이 마르면 다시 물을 살짝 1-2cm만 댑니다. 단, 벼꽃이 피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물을 유지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삭이 패면 또 물을 살짝 댔다가 말렸다가를 반복하다가, 수확하기 2-3주 전에는 아예 물을 떼어 버립니다. 그러니 기존에 가능하면 계속 물을 담아놓는 방식에 비해, 그리고 그 담는 양에서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나겠습니까. 물을 절약하는 벼농사 방식일 수밖에요. 허나, 물을 받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제초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건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튼 가뭄이 이제 주기적으로 더욱 강하게 찾아올 것이라 예견된 이 마당에, 농사방법을 좀 다르게 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 보았습니다.

사진은 SRI 농법을 실천하는 곳에서 촬영한 모내기 모습이랍니다. 물을 받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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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시아의 225만 평방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는 인도 갠지스 평원은 18억 인구의 쌀과 밀 창고이다. 지난 30년의 시간 동안, 주로 녹색혁명의 개량종과 기술 묶음 덕에 농민들은 여름철 몬순에 벼농사를 짓고 짧은 겨울철에 밀농사를 짓는 돌려짓기 체계를 발전시켰다.

   

  인도 북서부에서, 벼-밀 면적의 확장과 연간 3%의 수확량 증가로 밀 생산이 1970년 2000만 톤에서 1995년 6500만 톤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즈음 쌀과 밀 생산성이 투입재의 사용효율성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지하수가 고갈되며, 기온이 오르는 등 '토양의 약화'로 인하여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농업연구 시스템의 생태-지역 이니셔티브와 국제농업연구 자문단체가 꾸린 벼-밀 콘소시엄은 1995년부터 무경운, 작물의 부산물 돌려주기, 두둑 지어 재배하기, 마른논 파종 등을 포함하는 자원보존형 기술을 장려하고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밀 생산성의 주요 장애물은 늦은 파종이다. 벼 모내기는 7월에 시작하지만 비가 언제 오느냐에 따라 종종 8월 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지하수를 퍼올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노동력이 부족함도 그 원인이다. 이렇게 모내기가 늦어지면 벼의 수확도 늦어지고, 이에 따라 밀의 파종도늦어진다. 농민들이 수확이 끝난 논을 싹 갈아엎느라 귀중한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많은 지역에서 밀은 벼를 수확하고 별다른 경운 작업 없이 파종일에 곧뿌림을 한다. 무경운은 적기에 파종하고 더 잘 자라도록 돕기 때문에 6-10% 정도 밀 수확량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트랙터 운영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관개용수 생산성이 관행농법에 비해 65% 정도 향상되기도 했다. 관개용수 생산성은 무경운과 두둑을 지어 밀을 재배할 때 더욱 향상된다.


  밀 농사에서 무경운을 채택하면 농민은 헥타르당 20%까지 비용을 절감하고 순수익이 28%까지 높아지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킨다. 

 

  벼농사의 경우, 콘소시엄은 만생종을 조생종으로 대체하고, 마른논 곧뿌림으로 모내기를 생략하여 관개용수의 사용과 에너지 비용 및 노동력 수요를 줄이도록 장려했다.


  작물이 자라는 동안, 벼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하나는 논에 물을 가득 담았다가 다시 물을 떼서 말리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호기성 벼로서, 마른 흙에 곧뿌림한 다음 물을 댄다. 두 방식을 통해 30-50%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이 평원에 도입된 또 다른 자원보존형 기술은 레이저 수평기이다. 전통적으로 농민들은 나무로 만든 써레 등으로 논의 수평을 잡았다. 현재 민간 계약자가 운영하는 레이저를 활용한 트랙터는 소농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더 정밀하게 수평을 잡아준다. 이 기술은 물의 손실을 40% 이상 줄이고, 비료의 효율성을 높이며, 5-10% 정도 수확량을 향상시킨다. 


또한 농민들은 새로운 돌려짓기를 채택했다. 파키스탄 펀잡 지역의 소농들은 이집션클로버를 쌀과 돌려짓기하여 토양비옥도를 개선하고, 농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잡초를 억제한다. 일반적으로 밀을 수확하고 80일 동안 땅을 묵히는 동부의 평원에서는 여름철에 무경운 토양에 녹두를 재배해 헥타르당 1.45톤을 생산한다.


비료를 낭비하는 걸 줄이고자 벼-밀 콘소시엄은 가장 적절한 때 비료를 주도록 작물의 잎 색깔 차트를 도입하여 '수요에 기반한' 질소 관리를 장려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수확량의 감소 없이 비료의 사용을 25% 이상 줄일 수 있었다.


2009년 평원 전체에서 수행된 마을 조사는 농가 셋 중 하나는 적어도 하나의 자원보존형 기술을 채택했다는 것을 밝혔다. 인도 북서부에서 무경운 파종기는 트랙터 다음으로 가장 보편화된 농기구였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함께 민간 부문에서 개발한 파종기의 유효성 덕에 도입률이 높았던 것이다. 


  절약형 재배 기술의 충격은 최근 인도에서 밀 생산량의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펀잡 지역의 2003-2007년의 흉작을 기록한 뒤, 예를 들어 밀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2년에는 헥타르당 평균 5톤을 초과했다.




지금까지 주로 무경운은 벼-밀 작부체계 가운데 밀 농사에 도입되었다. 쌀에 도입하면 관개용수의 사용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경운, 마른논 곧뿌림의 수많은 시도가 물을 대는 게 굳이 다수확에 필수적인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벼농사를 보존농업으로 단호히 전환하는 일 -특히 볏짚을 논흙에 환원하는- 은 두 곡물의 생산에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많으 농민들이 볏짚이 덮여 있는 데다 파종기로 밀을 심는 방법을 채택했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야기시키며 벼를 수확한 뒤 볏짚을 태우고 있다. 


  볏짚 태우기를 줄이고 무경운에 기반한 덮개재배를 권장하고자 펀잡과 하리아나 지방정부는 현재 두터운 볏짚 덮개를 뚫고 밀을 파종할 수 있는 '행복한 파종기(Happy Seeder)'라는 새로운 기술을 확산시키고 있다.  


  자원보존형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는 일은 정책적 지원, 기술 지식, 인프라, 시장 접근성 등에 달려 있다. 노동력, 수자원, 에너지의 사용을 집약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게 만드는 상품 중심적 기술보다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입증된 기술들을 융합하는 것은 보존농업의 혜택을 완전히 활용하도록 도울 것이다.




출처 Save and Grow in practice: maize, rice, wheat. A guide to sustainable cereal production (FAO, 2016). 



뱀다리... 자료를 찾다가 북한에서 번역해 놓은 보존농업 관련 자료가 있어 첨부한다.


보존농업 -북한판.pdf


또한 한국에서도 벼농사와 관련하여 무경운 농법에 관하여 연구한 자료들이 최근 발간되고 있으니 찾아보면 유용하다.


보존농업 -북한판.pdf
2.01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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