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농경사 권1



제3장 

자연과학에서 본 벼의 기원    이시카와 류지石川隆二



벼의 기원과 분류


일본에 퍼진 벼


일본인인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먹고 있는 쌀은 벼, 학명으로는 오리자 사티바Oryza sativa를 재배하여 수확한 것이다. 세계에서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즉 고위도 지대부터 적도 바로 아래까지 널리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재배 벼는 처음부터 이처럼 전 세계에서 재배되던 게 아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에서 불과 120년 전에야 간신히 늘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오모리현의 이나카다테田舍館 유적에서는 2000년 전의 논터가 발굴되어, 일본 벼농사 역사의 매우 초기에 본국 최북단에 논벼농사를 가지고 들어왔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도 논의 아래를 파서 야요이, 고대, 중세와 단속적이자만 논터를 발굴하고 있다(그림 3-1). 곧, 벼는 1900년 정도에 걸쳐서 쓰가루津軽 지방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던 것이다. 초기에 아오모리현으로 건너와 있던 벼는 열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던 흔적이 식물 유체에서 발견되었다. 지금의 도호쿠 재래종에 그와 같은 성질이 없기 때문에, 서일본에서 여러 번 벼를 가지고 들어온 뒤에야 간신히 홋카이도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벼가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림3-1 아오모리현 마에가와前川 유적의 논터. 야요이, 고대, 중세의 복합 유적이며, 중세의 논터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일본에서 논벼농사를 가지고 들어온 연대는 아직도 논쟁거리이지만, 일반적으로 지금으로부터 2900년에서 2500년 전이라 한다. 벼가 북진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중에서 홋카이도에 가지고 들어와 정착할 수 있었던 벼 품종은 꽃이 피는 시기에 까락이 붉어져서 '아카게(赤毛)'라고 불렀다. '아카게'는 자연 돌연변이가 자주 발생하여, 다양한 형질을 가진 계통을 만들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재배에 도움이 되는 돌연변이로는 알곡의 끝에 있는 돌기인 까락이 사라진 '방주妨主'가 유명하다. 이 경우는 두 가지 유전자를 잃어서 '털'이 없는 벼가 되었다(그림3-2) 이와 같은 특수한 벼도 포함해 일본 재래종의 대부분은 일본형(자포니카)라는 품종군으로 분류된다.



그림3-2 벼의 북진에 도움이 된 재래종 '아카게'(좌)와 '방주'(우)



 

두 가지 품종군


재배 벼 전체를 보았을 때, 일본형과 대치되는 것이 인도형(인디카)이다. 이들 집단은 다양한 성질에서 다른 것이 알려져 있다. '왕겨털(稃毛)'이라는 알곡의 끝에 생기는 털의 길이를 비교했을 때 인도형은 짧은 부모를 가지는 특징이 있다(그림3-3). 일본형에서는 북상할 만큼 왕겨털이 길어지는 경향도 볼 수 있다.



그림3-3 알곡의 표면에 생기는 왕겨털. 북으로 가는 만큼 길어진다. 왼쪽은 일본형 품종, 오른쪽은 인도형 품종.




또한 화학약품인 페놀 용액(1.5%)에 알곡을 3시간 정도 담그어 보면, 품종에 따라 알곡과 용액이 검게 변색하는 것이 있다(그림3-4). 이 반응을 '페놀 반응'이라 하며, 어떠한 반응을 나타내는지는 Ph라고 이름을 붙인 유전자가 제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검어지는 경우는 우성 유전자가 작용하고, 인도형 품종에 많이 보인다. 착색하지 않는 경우가 일본형이다. 다만 반드시 모든 일본형이 착색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카 히코이치岡彦一 박사(1916-1996)는 페놀 반응에 더하여 왕겨털 길이와 다음에 기술하는 새싹의 염소산칼륨 감수성 정도라는 세 가지 형질을 조합하여 품종군을 식별하는 방법을 찾아냈다(Oka 1988). 



그림3-4 알곡의 페놀 반응. 왼쪽의 알곡을 페놀액에 담그면 +형의 대립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품종은 검어진다(오른쪽 위).



염소산칼륨 용액은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산화제이다. 벼의 새싹을 염소산칼륨 용액을 써서 기르면 곧 죽어 버리지만, 일본형 품종은 죽기까지 시간이 길고 '감수성이 약한' 경향을 나타낸다. 피해도(감수성)이 높은 쪽이 인도형인 경향이 강하다(그림3-5).



그림3-5 새싹의 염소산칼륨 반응. 일본형(좌)은 감수성이 약하기에 인도형(우)보다 죽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외의 형질에 대해서도 인도형과 일본형 두 가지 품종군으로 나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재배 벼에서 왜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일까? 지금까지 행한 연구에서는 (1)하나의 모집단에서 재배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다른 집단으로 나뉘었다, (2)같은 야생종 집단 안에서 다른 형질을 가지고 있던 계통에서 각각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이 재배화되었다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설을 생각하고 있다. 


벼농사 유적의 현상을 보는 한, 동아시아(현재의 장강 유역)에서 재배화된 일본형이 그 뒤 남하한 민족에 의하여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어 현지의 야생종과 만나면서 인도형의 재배화에 관여한 것이 추측된다. 이와 같은 사건은 다양한 유전자의 계보를 추적하여 밝힐 수 있다.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의 차이를 밝히는 일은 재배 벼의 기원을 해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야생 벼에서는 앞에서 서술했듯이 형질의 변이가 명료하지 않고, 동질효소라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의 변이에서나 겨우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에서 보이듯이 유전적으로 달랐던 계통임이 보고되었다(Morishima and Gadrinab 1987).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상세히 기술하겠다.



야생 벼의 생식 영역


재배 벼와 비교해 야생 벼는 어디가 다른 것일까? 벼는 오리자속이라 불리는 식물종의 집합(분류)에 속한다. 오리자속을 구성하는 식물종은 세계에 분포한다. 그 가운데 아시아의 재배 벼는 사티바라고 불리는 종에 속하고, 세계의 재배 벼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사티바종에 근연한 루퓌포곤종rufipogon이라 불리는 야생 벼(이하 루퓌포곤)는 열대 도서부(인도네시아), 오세아니아부터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식물종의 분류는 새로운 유전정보가 더해져 변경된다. 오세아니아에 생식하는 메리디오나리스meridionalis, 아메리카에 생식하는 글루매파투라glumaepatula, 아프리카에 생식하는 바르시barthii 및 롱기스타미나longistaminata는 일찍이 페렌니스perennis라는 종 안의 오세아니아형, 아메리카형, 아프리카형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루퓌포곤은 꽤 높은 임성稔性(꽃가루가 기능하는 것)을 나타내 자손을 만든다고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사티바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이 밝혀져 재배종의 직접 선조가 되는 야생종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이들의 상세한 내용도 Oka(1988)에 정리되어 있다.


야생종의 분류는 어렵고, 분류체계 그것이 연구자마다 다른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많은 연구자의 의견이 일치하여 지금까지 이어진 종명이 변경되기도 한다. 루퓌포곤의 분류에서도 마찬가지 사례가 있었다.


아시아형의 루퓌포곤에는 두 종류의 생태형이 알려져 있다. 한해살이와 여러해살이이다. 한해살이는 종자를 남기고 자신은 죽는다. 여러해살이는 종자도 남기지만, 자신에게 그 에너지를 축적해 놓으며 영양번식을 할 수 있는 생활사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해살이는 니바라nivara라는 종으로, 여러해살이 야생 벼인 루퓌포곤과 식별되기도 한다. 한해살이 야생 벼는 우기에 개화하고, 종자를 맺는다(그림3-6). 재배 벼라면 하나의 이삭에서 개화하는 '꽃'(벼에서는 이삭꽃이란)은 1주일 이내에 피고 지며, 모든 이삭꽃은 거의 같은 시기에 등숙한다. 이것을 '생육의 균일화'라 하며, 재배에 필요해지는 현상의 하나이다. 한편, 야생 벼에서는 하나의 이삭 안에 최후의 이삭꽃이 개화할 무렵에는 끝쪽의 종자가 완숙해서 탈립해 버린다(그림3-7). 익은 이삭꽃이 이삭에서 지면으로 떨어지고 후세를 남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건기에는 식물 개체 그것은 죽어 버리지만, 지상에 떨어진 종자는 휴면성을 보이기 때문에 다음 우기가 되기까지 발아하지 않고 '동면' 상태로 살아 남는다.



그림3-6 라오스에서 발견한 한해살이 야생 벼(가운데). 건기에는 종자를 남기고, 자신은 죽는다.




그림3-7 야생 벼의 탈립성과 생육의 불균일화. 야생 벼의 알곡은 익은 무렵에 탈립하기 때문에, 조사하면서 공책에 올리기만 해도 탈립하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



  

한해살이와 비교해 여러해살이는 종자를 만들지만 그 생산성이 한해살이에 비해 떨어진다. 그 대신 남은 종자 생산 에너지를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 이용한다. 벼 개체는 한해살이의 재배종이라도 '움돋이'를 뻗어 온갖 마디에서 싹과 뿌리를 뻗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부가 죽어도 똑같은 유전자형을 지닌 조직이 살아 남는다. 이와 같은 번식 방법을 영양번식이라고도 한다. 똑같은 번식 방법을 딸기와 감자에서도 볼 수 있다. 여러해살이 벼는 몇 해에 걸쳐 식물 그것이 살아 남기 때문에 건기에도 물을 얻을 수 있는 연못의 중심부 등에 적응한다. 당연히 우기에는 연못의 수량이 늘어난다. 이 자극으로, 예를 들면 뜬벼는 짚(줄기)의 마디 사이를 늘린다. 그 결과 수면 위로 잎을 내밀고, 우기에 늘어난 수량에 견딜 수 있다(그림3-8).



그림3-8 캄보디아 씨엠립 교외의 반데이 스레이에서 학생이 손에 들고 있는 건 여러해살이 야생 벼. 마디에서 새로운 싹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뒷쪽의 연못은 수심 1미터 이상.



발굴 자료와 문서에 의하면, 재배종의 선조종인 루퓌포곤은 장강 유역보다 약간 고위도 지대에서도 생식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현재 루퓌포곤의 생식 영역은 중국에서는 하이난섬, 광시 치완족 자치구성, 광둥성, 후이난성, 장시성, 윈난성 등으로 한정된다. 개발과 몇 천 년 단위의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 생각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지금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루퓌포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개발이 진행된 태국에서는 생식 영역이 꽤나 감소했다. 한편, 일본에서 야생 벼가 생식하고 있었단 기록은 없으며 재배 벼만 대륙과 남쪽에서 섬으로 옮겨져 전파하는 등 여러 경로로 전해져 왔던 것 같다.


루퓌포곤의 남방한계는 남반구의 오세아니아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는 여러해살이 루퓌포곤과 한해살이 메리디오나리스가 생식하며, 지금까지 여러 계통이 수확되어 연구에 이용되어 왔다(그림3-9).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 주립 하버리움(식물표본관)에서는 그들의 표본을 보관하며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데 분류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로 메리디오나리스를 루퓌포곤이라 잘못 표기해 놓기도 했다. 형태학적으로는 이삭꽃 꽃밥(수술의 꽃가루를 가지고 있는 부분)의 길이가 2mm 이하라면 메리디오나리스, 4mm 이상이라면 루퓌포곤이라 규정하고 있는데, 게놈 수준에서도 기준을 정해 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림3-9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해살이 야생 벼. 유칼립투스가 살고 있는 연못에서 생식하고 있다.




재배 벼와 야생 벼를 구별하다


여러해살이 야생 벼에서 발견되는 '뜬벼' 성질은 아시아 갠지스강, 이라와디강, 챠오프라야강, 메콩강 등의 큰 강 삼각주 지대의 재배 벼에서도 볼 수 있다. 이들 삼각주 지대는 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 그러한 지역에 대응한 뜬벼 재배가 행해진다. 그럼 재배종에는 없고, 야생 벼에서만 볼 수 있는 형질은 무엇일까?


재배종과 야생종에서 서로 다른 형질의 하나로 종자의 크기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야생종은 재배식물에 비하여 수확 대상이 되는 종자와 식용부가 작은 경향이 있다. 이것은 사람이 재배, 수확하면서 서서히 큰 것을 선발하여 재배식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야생 사과와 재배 사과에서는 10배 정도 크기에서 차이가 나는 걸 볼 수 있다.


야생 벼의 종자도 재배 벼에 비하여 작은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루퓌포곤과 사티바를 비교하면 사과처럼 극단적인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그림3-10). 중국의 강소성 농업과학원의 탕릉화湯陵華 교수는 이 이유를 야생 벼도 재배 벼와 공존하여 종자가 대형화되는 유전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실제로 재배 과정에서 벼의 종자는 어떠한 변화를 나타내 왔을까? 지금도 그것을 조사하는 방법이 있는 것일까?



그림3-10 야생종과 재배종 알곡의 크기. 왼쪽부터 루퓌포곤, 재배 벼인 인도형, 재배 벼인 열대 일본형. 야생 벼의 크기는 극단적으로 작지 않다.



중국의 유적에서는 연속적인 퇴적층에서 방대한 양의 볍씨를 얻을 수 있다(그림3-11, 3-12). 그와 같은 유물과 현재의 재래 야생종의 종자에 기초하여 탕 교수는 대략 7000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종자의 크기 변천을 조사했다. 그 결과, 볍씨는 재배화 과정을 거치며 세로 4mm, 가로 2mm 정도 대형화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세로의 크기만 비교하면, 중국 재래 야생 벼는 700년 전에 이용되었던 '고대의 벼'보다 오히려 현대의 재배 품종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다. 7000년 전의 유물 중에는 야생 벼와 재배 벼가 혼재해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재배화와 평행하게 야생 벼의 종자가 대형화하며 살아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림3-11 강소성 고우高郵, 용교장龍蛟莊 유적에서 출토된 7000년 전의 탄화미. 탕릉화 교수 제공.



그림3-12 강소성 고우, 용교장 유적에서 출토된 5000년 전의 탄화미. 현재의 야생 벼보다도 작다. 탕릉화 교수 제공.




종자의 색과 재배화


종자의 색은 어떨까? 볍씨의 색은 바깥의 세포층(자세히 말하면, '열매껍질'이라고 부르는 표면의 세포층과 그 안쪽에 있는 배젖을 보호하고 있는 '씨껍질'이라고 부르는 세포층)에 착색이 있는 유형과 착색이 없는 유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야생 벼의 종자는 모두 붉은색인데, 재배종에서는 붉은색과 흰색 두 가지이다. 이 형질의 차이는 착색에 관한 우성 Rc 유전자에 의하여 지배된다. Rc 유전자가 Rd 유전자와 상호작용하면, 종자 표면에 균일한 착색을 가져와 한결같은 붉은색 겉모습을 나타낸다. 또 Rc 유전자는 단독으로도 작동한다. 현미가 부분적으로 붉은 반점을 나타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그림3-13).



그림3-13 현미에서 보이는 쌀알 색의 변이. 왼쪽부터 RcRd형의 붉은쌀인 대당미大唐米(가고시마 토종) 및 아오모리현의 토종 적제赤諸. RcRd형의 붉은 반점 및 Rc형의 흰쌀(일본청日本晴)



흰쌀은 이들 착색층에 색소가 없어져서 생긴다. 요즘 연구에서 착색의 원인인 Rc 유전자 자체의 분자구조를 해명해(Sweeney 외 2006, Furukawa 외 2007) 흰쌀은 Rc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한 열성의 Rc 유전자로 변화한 것이며, 그 분자구조를 붉은쌀 계통의 그것과 비교하면 Rc 유전자 내부의 염기배열의 일부가 결실欠失되어 흰쌀이 된다는 것을 밝혔다. 게다가 인도형, 일본형의 품종을 막론하고 흰쌀은 똑같이 결실을 가지고 있었다. 야생 벼는 모두 붉은쌀만 있기 때문에, 재배 과정에서 흰쌀의 재배가 일원적으로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 붉은쌀의 성질을 지배하는 유전자의 내부 배열을 바탕으로 재배종 가운데 붉은쌀을 비교한 바, 두 종류의 집단(A 및 B)으로 나뉘었다(그림3-14). A집단은 인도형의 붉은쌀과 모든 흰쌀로 구성되어 있다. B집단에는 일본, 한국 및 중국의 붉은쌀 품종이 포함된다.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붉은쌀에는 A집단도 있지만, 그들은 중세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인도형 품종(대당미)이다.



그림3-14 Rc 유전자 내부의 SSR 다형. A집단은 흰쌀 및 인도형의 붉은쌀, B집단은 일본형의 붉은쌀이 나타내는 유전자형이다.  



대당미는 애초 점성도占城稻라고 하여 11세기에 점성국占城國에서 복건성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가지고 들어온 벼와 계보를 같이한다. 문헌에 의하면 송나라의 진종眞宗 대중상부大中祥符 5년(1012년)에 작물의 다양화를 위하여 가뭄 저항성이 있는 조생종으로 황무지에 도입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 중국의 메벼 계통이 되었다(寶月 1993). 이와 관련하여 점성국은 힌두교를 믿으며 지금의 베트남 중부를 중심으로 번영했던 고대국가인데, 갠지스강 유역과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된다. 


중세에 일본에 가지고 들어온 대당미의 대부분은 붉은쌀로서, 밭벼로도 논벼로도 심어서 재배할 수 있는 특수한 형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유전적 형질은 인도형과 일본형의 교잡을 보이고 있다(Ishikawa 외 2002). 대당미는 동아시아 독자의 품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부터, 

(1) 야생 벼는 원래 모두 붉은쌀이며, 재배 과정에서 흰쌀이 되는 돌연변이가 한 계열만 발생했다.

(2) 재배 벼에는 흰쌀과 두 종류의 붉은쌀이 포함되어 있었다.

(3) 흰쌀과 A집단의 붉은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남하하여, 인도형이 성립하는 데에 관여하여 흰쌀 유전자를 후세의 벼에 건네주었다. 

(4) A집단의 인도형 붉은쌀인 점성도가 중국에 도입되어, 이윽고 일본에도 대당미로 건너왔다.

라고 할 수 있다. B집단에 속하는 일본형 붉은쌀과 인도형 붉은쌀이 같은 붉은쌀 유전자에서 파생되었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유전자 전체에 걸친 염기배열에 따른 부분상동성을 밝히는 것으로 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야생 벼에만 A 및 B 집단의 붉은쌀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힐 수 있다면 붉은쌀의 성립이 다원적이었다는 점, 중국을 기존으로 두 방향으로 벼가 전파되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가 말하는 벼의 기원


인도형과 일본형은 같은 기원에서 성립한 것인가?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배열은 일정 비율로 돌연변이를 발생시켜, 유전암호로 정보를 담당하는 네 종류의 염기(아데닌, 시토신, 구아닌, 티민)가 자리를 옮겨 다닌다. 선조가 똑같은 두 가지 자손에서 같은 유전자의 염기배열을 비교하여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이 40만 년 전에 분화했다고 산출한 연구자가 있다(Zhu and Ge 2005). 유적 등에서 추정되듯이 벼의 재배가 시작된 것이 빨라도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으로, 40만 년 전에 재배 품종이 유전적으로 분화되어 있었다고 하는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또한 게놈 안의 네 가지 유전자만으로 얻은 자료이기 때문에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앞에서 기술했듯이 다양한 형질로 식별되는 인도형과 일본형은 유전적으로도 고도로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특수한 영역의 염기배열로부터 산출된 분기 연대라고 한다면 타당한 분기 연대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예는 DNA의 분화와 품종 분화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의 전형적인 예일지도 모른다. 


SSR이란 염기의 단순 반복 배열은 벼 게놈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될 수 있다. ACGT로 구성된 염기배열 안에는 예를 들어 ATATATAT 등이란 2염기부터 4염기의 배열로 이루어진 반복은 근연 품종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반복수를 나타내는 것이 많다. SSR은 유전자의 위치를 밝히는 연쇄 해석과 품종 식별 등에 이용된다. 그래서 이 SSR을 사용하여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군 사이의 염색체 구성이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해 보았다.


벼 게놈은 12번의 염색체로 구성되어 있어, 그들 염색체의 몇 가지를 횡단하듯이 SSR을 설정하고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군 사이의 반복수 조합이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해 보았다(그림3-15). 그래프의 끝에서 끝까지가 제12염색체를 나타내고, 각각의 점이 SSR 표지자의 위치이다. 세로축의 1은 인도형, 일본형 품종에 똑같은 반복수를 나타내는 SSR을 공유하고 있는 것. 0은 같은 품종군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반복수밖에 안 보이는 것을 나타낸다. 그 결과, 염색체 수준에서 보는 한, 두 품종군은 같은 영역과 다른 영역이 혼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3-15 제12염색체에서 볼 수 있는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군 사이에 분화된 염색체 영역. X축은 염색체 위치, Y축은 유전적인 분화 정도를 나타낸다.



이 설명으로 인도형은 일찍이 일본형과 교잡하여 유전적 조성의 일부를 교환했지만, 일본형 벼와는 다른 영역을 게놈에 지닌 채로 재배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전적으로 다른 영역은 재배화 이전의 야생 벼 집단이 가지고 있던 차이를 나타내고, 40만 년이란 연대도 추정치의 하나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군에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흰쌀의 유전자)는 인도형과 일본형 사이에 서로 교환한 염색체 영역에 실려 있다. 또한 공유하고 있지 않은(분화한) 염색체 영역에는 앞에서 언급한 페놀 반응의 유전자를 시작으로, 두 품종군을 특징짓는 유전자가 실려 있다. 그림에 보이는 가장 분화한 영역에서는 지금까지 두 품종군을 식별하는 지표로 이용되어 온 동질효소 유전자 Acp1이 실려 있다. 동질효소는 전기영동이란 실험방법에 의하여 비로소 분리,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각 품종군에게 필요한 형질을 지배하는 유전자는 생존 능력에 관하여 중립이라고 생각되는 동질효소 유전자와 함께 실려 있다고 할 것이다.


품종군에서 서로 다른 염색체 영역에 보이는 유전자로 페놀 유전자를 들 수 있다. 같은 유전자의 실려 있는 후보 영역을 위에 언급한 방법으로 조사하면, 페놀 유전자 후보로 폴리페놀 산화효소 유전자가 적어도 세 가지 이상 실려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가운데 PPO1이라 불리는 유전자는 인도형에서는 정상인 유전자 배열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형에서는 그 유전자 배열 안에 트랜스포존이라 불리는 게놈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전이인자가 삽입되어 있었다(그림3-16). 그 때문에 유전자 기능은 손상되어 있다. 단, 일본형에서도 삽입되지 않은 품종이 있었다. 이것은 이른바 열대 일본형으로, 일찍이 오카 히코이치 박사가 열대도형으로 분류한 품종이다. 페놀 반응은 어디까지나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트랜스포존이란 다른 원인에 의해 기능을 상실했다고 추정된다. 유전자 내부를 보면 염기배열에 다양한 치환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유전자가 알곡의 페놀 반응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상세하게 조사해야 하겠지만, 긴밀하게 연쇄하는 것은 연쇄 분석의 결과에서도 밝혀진다. 재래종에서 염기배열에 의한 계통수를 작성해 보면(그림3-17)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이 별도의 유전자 유래를 가지고 있으며, 열대 일본형은 더욱 다르기 때문에 페놀 유전자에는 다원적인 계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림3-16 PPO1에 보이는 트랜스포존의 삽입.



그림3-17 PPO1의 염기배열로부터 작성한 계통수.



이상과 같이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은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간 유전자를 무수히 게놈 안에 가지고 있으며, 일본형으로 분류되는 품종군에도 서로 다른 기원에서 성립된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칼리로 녹인 쌀!?


일본형 쌀은 알칼리액에 담그면 팽윤하여 '붕괴'한다. 쌀은 대부분이 녹말이다. 그 녹말은 아밀로오스,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글루코오스의 결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아밀로오스가 없어지면 찹쌀이 되고, 아밀로오스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퍼석퍼석한 멥쌀이 된다. 이와 같은 성질도 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밀로펙틴 사슬의 길이를 조절하는 유전자는 수용성 녹말 합성효소 IIa(SSIIa)라고 불린다. 실은 이 유전자가 알칼리 붕괴의 정도를 결정하는 유전자이고, 열성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경우 쌀이 붕괴하기 쉽다(그림3-18). 인도형, 열대 일본형 및 야생 벼에서는 우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알칼리 붕괴가 어려운 표현형을 나타낸다. 알칼리 붕괴의 유무는 맛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유전자의 배열 자료까지 연구가 진행되어 있다. 그 결과, 붕괴하기 어려운 유전자라도 서로 다른 염기배열을 나타내는 품종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기에도 복수의 야생 벼가 재배화되어 각각의 지역에서 특징이 있는 재래 품종군이 선택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이 경우는 맛과 관련되어서 각 표현형이 선발된 뒤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현재 어느 재래종의 재배지역이 그대로 기원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편 야생종은 맛으로 선발되지 않기 때문에 각 지역 야생 벼의 유전자 염기배열을 조사함으로써 서로 다른 맛의 쌀이 기원한 지역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3-18 배젖의 알칼리 붕괴성. 왼쪽이 인도형, 오른쪽이 일본형 품종의 배젖을 알칼리액에 담근 것.




엄마는 '하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벼도 세포질의 유전조성(미토콘드리아 게놈, 벼에서는 엽록체 게놈도 포함됨)은 엄마에게서 유래한다. 벼로 말하면, 꽃가루를 제공하는 부분이 아니라 난세포를 제공하는 부분에서 유래한다. 그 때문에 엽록체 게놈을 조사하여 모계열을 밝힐 수 있다.


PS-ID 배열과 ORF100은 엽록체 게놈의 일부로, 치바 대학의 나카무라 이쿠로中村郁郞 박사(이 책의 기고 3 담당)의 연구에 의하여 인도형 품종과 일본형 품종의 식별에 이용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PS-ID 배열은 시토신(C)과 아데닌(A)의 반복을 포함하는 350염기 정도의 배열이다. 이 mCnA(m, n은 C 및 A의 반복수)의 배열에 인도형은 8C8A 유형, 온대 일본형은 6C7A 유형, 열대 일본형은 7C6A 유형이 각각 특징적으로 발견된다. 이로부터 다원적인 모계열의 존재가 지적된다(그림3-19). 또한 ORF100 근방의 69염기의 결실도 인도형에서 특징적이며, 일본형에서는 볼 수 없다. 일부 야생 벼에서 이 결실을 지닌 것이 있다. 이런 점에서도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군은 별개의 모계열에서 재배화되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카와카미 외(Kawakami 외 2007)는 엽록체 DNA에서 보이는 복수의 결실에 주목하여, 그 가운데 57k 영역의 분자적 다형에서 재배 벼에는 여섯 유형의 모계열이 존재한다고 보고한다. 



그림3-19 PS-ID 영역을 포함한 RPL16 유전자의 염기 다형.




탈립성은 하나의 기원


벼에는 이삭꽃을 다는 이삭이 있고, 하나의 이삭꽃 안에 하나의 현미가 생긴다. 이삭꽃 기관에 해당하는 부분이 알곡인데, 알곡이 자연히 이삭에서 탈리脫離하는 형질을 '탈립성'이라고 한다. 재배 벼는 수확할 때까지 탈립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이 탈립성을 지배하는 유전자도 재배화에 따라 변화한 유전자이다. 탈립성을 지배하는 유전자는 여럿 존재한다. 그 가운데 야생종과 재배종 사이에 다른 유전자가 최근 발견되었다. 제4염색체에 실려 있는 탈립성의 유전자 SH3=SHA는 연구자마다 다른 유전자 이름으로 불러왔는데, 야생종에서 재배종으로 변하는 단계에서 돌연변이한 유전자임이 밝혀졌다(Li 외 2006).


수확할 때까지 탈립하면 곤란한 재배종에서는 비탈립성이란 '재배에 적합한 변이'가 선호되어 남아 있다. 이 과정을 인위 선택이라 한다. 인도형 품종과 일본형 품종은 앞에서 기술한 탈립성 유전자 내부에 똑같은 염기 변화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 이 변이에 의해 비탈립성이 된 것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우연이었을까? 지금까지 둘은 동일한 변이에 의해 생긴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유전자는 어디에서 변이한 것일까? 가장 오래된 벼농사 유적은 현대의 중국 장강 유역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예를 들어 대략 1만 년 전의 벼농사 유구라고 생각되는 상산 유적 등) 중국에서 초기의 재배 과정에 비탈립성이 획득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신뢰성이 높은 결론이다.



태풍에서 선발된 일본형?


탈립성의 정도에 대해서는 인도형과 일본형에 차이가 발견된다. 인도형 쪽이 일본형보다 탈립하기 쉽다. 이 점에서는 인도형은 야생 벼와 같은 qSH1이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자 이름 안의 q는 양적 형질을 지배하는 유전자 자리(QTL)을 표시하는 기호이며, 탈립성(SHATTERING)의 제1염색체에 실린 유전자로서 그와 같이 이름이 붙여졌다(Konishi 외 2006). 인도형에도 일본형에도 각각 복수의 탈립성에 관련된 유전자 자리가 있는데, 인도형 쪽이 더 탈립하기 쉬운 건 그들 유전자가 지닌 탈립성 효과의 총계에 의한 것임이 발견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효과를 나타내는 유전자 자리로 알려진 것이 qSH1이다. qSH1은 인도형에서는 우성유전조차 탈립성 효과를 나타내는 데 반해, 일본형에서는 열성유전으로 탈립이 어려운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일본형에서는 알곡을 이삭에서 떼어낼 때 이삭의 일부인 이삭가지에서 떨어져 알곡에 붙은 채로 있는 것을 빈번하게 볼 수 있다(그림3-20).



그림3-20 탈립성이 다른 일본형과 인도형 알곡의 아래쪽. 왼쪽 일본형에서는 이삭가지의 일부가 달려 있지만, 인도형은 떨켜가 발달해 있기에 이삭가지가 남지 않는다.




그림3-21 야생 벼 떨켜의 전자현미경 사진. 떨켜가 발달해서 알곡 아래쪽은 세포가 골고루 늘어서 있다.




야생 벼에는 야생 벼에 특이적으로 볼 수 있는 제4염색체의 탈립성 유전자와 인도형에 많이 보이는 제1염색체의 qSH1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알곡이 탈립하는 부분(떨켜)을 보면 알곡이 이삭가지와 잘라져 떨어지는 걸 알 수 있다(그림3-21). 이에 대하여 인도형은 qSH1을 가지고 있지만 수확까지는 탈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탈곡하려 할 때 쉽게 알곡을 이삭에서 떨어뜨릴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qSH1은 '안이한 탈곡형' 유전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3-22는 인도 시킴주의 탈곡 풍경이다. 수확한 벼를 땅바닥에서 건조하고, 원형으로 소를 걷게 하면서 알곡을 탈곡한다. 옆의 대나무 끝에는 천수국이 걸려 있다. 논의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도 있지만, 꽃이 마를 때쯤이면 벼도 마른 알곡을 떨기 쉬워지기 때문에 탈곡의 적기를 가늠하는 데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캄보디아의 남부에서는 소녀가 이삭을 밟아서 알곡을 떨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탈곡하는 건 일본의 벼에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림3-22 인도 시킴 지방의 탈곡 풍경




그 이유는 일본형 벼가 열성대립유전자로 작동하는 qSH1을 가지고 있어 '탈립이 어려운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알곡을 이삭에서 떨어뜨리는 데에는 옛날부터 홀태 등의 전용 탈곡기가 이용되었다(그림3-23). 동아시아의 수확 시기는 마침 태풍이 빈발하는 때이다. 태풍의 강풍으로 수확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탈립이 어려운 성질'이 빼놓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3-23 일본의 농기구, 탈곡기.




인도형의 기원


인도형은 한편으로는 야생 벼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형과 같은 재배화에 관련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결과의 일면을 보면, 마치 인도형 재배종은 야생 벼에서 재배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것을 고고학의 자료와 결부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재배화가 동아시아에서 발생하고, 같은 지역에서 선발된 유전자(탈립성 SH3=SHA, 흰쌀 rc)가 일원적으로 생겼다. 그들은 일본형이었다. 그 사이, 비탈립성과 함께 흰쌀 유전자를 가진 계통이 남하하여, 동남아시아 어딘가의 지역에서 '인도형'의 성질을 가진 야생 벼와 교잡되어 인도형 재배종이 성립되었다(佐藤 1996, Dorian and Sato 2008).


인도형 품종으로 생긴 유전적으로 다양한 품종군에는 늦벼와 올벼, 뜬벼 성질과 천둥지기에서 재배할 수 있는 밭벼 등으로 재배되었다. 이와 같은 품종의 일부는 앞에서 기술했듯이 11세기에는 중국에 도입되었다. 그 계통에서 중세에 일본으로 대당미로 전파된 점성도는 서일본에서 재배되었다. 그러나 내한성 등의 문제로 동일본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한편, 따로 븕은쌀 계통은 재배화의 유전자인 비탈립성을 가지거나, 다른 계열의 일본형 붉은쌀로 중국, 일본, 한국에 전파되었다. 


이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와타나베 타다요渡部忠世 박사가 연와煉瓦 유적에서 발견한 알곡 모형에서 볼 수 있다(渡部 1977). 동남아시아의 사원 유적은 햇볕에 말린 벽돌을 소재의 하나로 건축되었다. 이와 같은 유적이 인도부터 중국까지 인지된다. 벽돌에 섞인 알곡의 크기를 측정하고, 유적의 연대를 역사적으로 밝혀서 벼 알곡 크기의 변천을 추적할 수 있다. 알곡의 크기에는 인도형과 대응하는 가늘고 긴 알곡(늘씬한 유형), 밭벼와 열대 일본형과 대응하는 큰 알곡(큰 크기) 및 일본형에 대응하는 둥근 알곡(둥근 유형)의 세 종류로 크게 나눌 수 있다(松尾 1952). 이들 세 종류 알곡 모형의 벼가 10세기에 태국 차오프라야강 유역에서 혼재하며, 시대와 함께 늘씬한 유형이 평야부, 큰 유형과 둥근 유형은 태국 북부와 동북부에 한정된다는 걸 보여주었다. 이것은 인도형 재배종의 성립과 그 뒤 일본형과 재배 적지가 분화되는 모습을 알려주기에 매우 유의미한 자료이다.



인도형 야생 벼


인도형이 재배 벼와 야생 벼의 교잡으로 생겼다면, 인도형 재배종의 기원지는 인도형의 야생 벼가 생식하는 지역, 혹은 일찍이 생식했던 지역이 된다. 이와 같은 야생 벼는 어디에 존재했을까?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처럼 뚜렷한 유전적 형질의 분화는 야생 벼에서는 볼 수 없다. 다만, 엽록체의 DNA에 변이가 생기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야생 벼에서도 인도형의 염기배열을 발견할 수 있다. 앞에서 서술한 PS-ID 배열에 대하여 43계통의 루퓌포곤 변이를 조사했고, 인도형에서 특유한 유형의 배열을 보여주는 것은 4계통(태국 2계통, 인도네시아 1계통, 파푸아뉴기니 1계통)이었다. 이 4계통이 직접적인 선조종이란 건 아니고, 이와 같은 계통의 분포 지역과 유전자 배열을 상세하게 비교하여 기원지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진화하는 벼 -교잡에 의한 유전자 변환



인도형 야생종과 일본형 재배종은 교잡했을까?


지금까지 재배 형질에 관여하는 탈립성과 흰쌀은 일원적으로 발생했다는 걸 기술했다. 그럼 게놈이 다른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은 공통의 유전자를 어떻게 하여 가지게 된 것일까?


타다오 씨가 벽돌 안의 알곡 모형의 변천을 자세히 조사했을 때, 한 시기 태국 평야부에서는 다양한 알곡 모형의 벼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공존 상태는 나중에 해소된다. 적어도 그 시기에는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이 근접하여 공존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해외 학술조사에서는 야생 벼만이 아니라 재래종도 조사의 대상으로 삼는다. 현지의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재래종의 변이를 조사하기도 한다. 캄보디아도 그러한 나라의 하나이다. 이 나라에 흥미를 가지게 된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뜬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뜬벼가 존재하는 곳에는 수확을 위하여 올벼가 함께 재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벼 품종이 존재하는 것을 '생태 품종(같은 곳의 다른 생활사 습성을 가진 품종군)'으로 분화되어 있다고 한다. 


생태 품종의 대표 사례는 갠지스강 유역의 벵골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아우스aus 품종군과 아만aman 품종군이다. 또한 똑같은 생태 품종을 캄보디아 똔레샵 호수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캄보디아의 우기는 5월 말에 시작해 8월에 소강되었다가 9월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다. 10월부터는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가장 건조함이 격심한 때가 3월부터 5월 무렵이다. 재배종인 뜬벼를 필자가 처음으로 본 건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씨엠립이었다(그림3-24).



그림3-24 앙코르와트



이 마을에는 각종 저수시설과 사원이 앙코르 유적군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가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해자의 한 변은 1킬로미터 이상이다. 이 유명한 유적을 지나면 거대한 돌로 만든 불상이 서 있는 바이용 사원이 있다. 여기도 주변에 해자를 판 앙코르와트보다 거대한 복합 시설을 포함한 사원이다. 차가 통과할 수 없는 서문을 지나서 30분 정도 걸으면 서바라이라는 인공 저수시설이 보인다. 1020년에 완성된 서바라이는 동서 8킬로미터, 남북 2킬로미터의 제방을 가진 인조 호수이다. 그 동쪽 끝에 가까워질 때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온 건 물소였다. 좁은 모래흙의 길을 지나면 벼들이 호수의 주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다. 농가의 사람은 어디에 있지 하고 생각하면, 물에 허리까지 잠기어 벼의 윗부분을 베는 일을 하고 있느라 정신없었다. 근처에 떠 있는 배에는 베어낸 벼의 이삭이 실려 있으며 언덕에 올려 말리고 있었다. 말린 뒤에야 물소의 차례가 되어, 농가까지 운반할 것이다(그림3-25, 3-26).



그림3-25 1월에 서바라이에서 볼 수 있는 뜬벼 수확 풍경. 깊은 연못은 뜬벼의 논이며, 농부가 허리까지 잠긴 상태로 윗부분을 베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림3-26 서바라이의 수확 풍경에서는 물소의 활약을 볼 수 있다. 사진은 물소에게 지우는 수레.




이처럼 깊은 물 지대에서는 5월에 파종하여 9월까지는 물을 빼는 논 같은 곳에서 모를 기른다. 그 사이에도 재배 벼는 야생 벼와 공존하고 있다. 9월부터 급속히 수량이 늘고, 그 다음에는 물에 잠긴 상태에서 재배가 이루어진다. 물이 적은 때에는 다른 품종을 사용해 거의 같은 장소에서 여러 가지 품종을 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종자는 자가채종이 기본이다. 12월에 방문했을 때 벼는 아직 대부분 물에 잠겨 있었다. 새해 무렵부터 차차 이삭이 나와, 꽃이 피고 익으며 수확이 이루어질 것이다. 9개월이나 기르는 뜽벼는 수확효율이 나쁘기 때문인지 현재는 홍수가 일어나는 곳에서만 재배한다. 


이 뜬벼의 특징은 세포질(엄마 게놈)이 일본형이면서 핵 게놈은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꾸로 세포질이 인도형이면서 핵은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의 중간인 특징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뜬벼 재배 품종의 유전적 성질은 갠지스강 유역의 벵골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뜬벼 성질은 원래 여러해살이 야생 벼에서 유래하는 성질이기 때문에, 야생 벼에서 재배 벼에 도입되어 그 후대의 유전적 분리에 의해 다양한 품종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서바라이의 뜬벼를 재배하고 있는 곳에서는 야생 벼와 재배 벼가 혼재해 있는 상태를 볼 수 있다(그림3-27). 이와 같은 환경에서 둘의 교잡으로 새로운 성질을 가진 재배 품종이 생겼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조생 인도형 품종의 출현도 이처럼 다양한 품종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조생 아우스 품종군은 대당미와 유전적으로 유사하며, 둘도 인도형과 일본형 벼가 교잡하여 생겼음을 알 수 있다(Ishikawa 외 2002). 앞에서 서술했듯이 대당미의 원산지는 점성국인데, 이 나라는 힌두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종교국가였다. 벵골 지역도 당연히 종교와 깊은 관계가 있었던 곳이다. 이러한 관계를 고려하면, 똑같은 재배 벼가 두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었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림3-27 8월의 서바라이. 위: 논. 아래: 이미 물에 잠겨 있는 논에서는 연꽃과 섞여 있는 야생 벼를 볼 수 있다.



아우스 품종군과 같은 유전적 성질은 캄보디아의 재래종 조사에서도 밝혀졌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어느 쪽, 혹은 두 지역에서 인도형과 일본형의 교잡 후대에서 다양한 형질 조합을 지닌 개체가 생겨서 인간이 이동할 때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옮겼을 것이다.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은 어디에나 정착하는가


벽돌의 알곡 크기 조사에서 인도형 품종과 일본형 품종은 한 시기에 태국 중앙 평야의 거의 같은 장소에 존재했는데, 이윽고 몇 세기를 거치며 각지로 확산되어 갔음을 알았다. 그 뒤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이라 생각되는 벼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운남성, 부탄 및 네팔 등 표고차가 있는 지역에서 재배되는 벼는 고지대에 일본형, 저지대에 인도형, 또 그들의 중간지대에는 둘이 혼재해 있음이 알려져 있다(松尾 1992, 佐藤 1992, Sano and Morishima 1992). 자연식생에는 없는 재배식물이 이처럼 나뉘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필시 표고차에 대한 적응으로 생긴 결과라고 생각한다. 농민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토지에서 얻을 수 있는 작물을 심어 보는 일이 많기 때문에, 타지에서 가지고 돌아온 재배식물을 재배하여 최종적으로 그 땅에 적응한 것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 사례가 일본에서도 발견된다. 청일전쟁이 끝난 뒤, 귀환자가 가지고 돌아와 재배된 벼 품종으로 '개선凱旋'과 '전첩戰捷' 등이 알려져 있는데, 벼의 질병인 도열병에 강하기 때문에 이들은 일본에 정착했다. 일본에 건너온 대당미도 마찬가지의 경위를 더듬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 대당미의 사례에서는 큐슈, 시코쿠 등을 중심으로 서일본에서는 농사지었지만 동일본 칸토우보다 북에 정착한 사례는 없었다(嵐 1974). 이것도 품종이 지닌 적응성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벼는 자연에서 교잡하는가


인도형과 일본형이란 두 가지 품종군의 기원이 교잡에 의한 것이라면, 그러한 교잡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일까? 그 선명한 실마리를 주는 것이 '잡초 벼'이다. 야생 벼와 재배 벼가 혼재하는 조건에서는 높은 빈도로 둘의 교잡이 발생하고, 그 후대는 탈립성 등에서 통상의 재배종과는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벼에는 있지만 야생 벼에도 재배 벼에도 없다. 이것을 '잡초 벼(weedy rice)'라고 한다. 동남아시아의 재배 농가에는 잘 알려져 있다.


미얀마를 조사했을 때에도 야생 벼가 재배 벼의 근처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볼 기회가 있었다. 북부의 번화한 거리, 미치나에서 남으로 내려가면 논 지대가 펼쳐져 있다. 논이 열려 있는 곳은 예전의 습지대를 개간했던 곳인 듯했다. 11월은 벼베기의 게절이라서 말라 있을 거라 생각했더니 논과 그 주변은 아직도 축축하여 아침이슬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 안을 벼베기를 하려는 것 같은 농민과 그를 돕는 젊은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같이 가서 논에 모였다. 그때 우연히 논에서 눈에 들어온 이상한 것이 황금색의 이삭들 사이에 섞여 있는 걸 보았다. 검은색을 띠고 알곡의 끝에 가늘고 긴 '털'이 달린 야생 벼였다(그림3-28). 논 옆의 둠벙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야생 벼와 재배 벼가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공존하고 있는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림3-28 미얀마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벼. 논 안에 살고 있다. 뒤쪽에 보이는 건 공동 수확 작업을 하러 가는 현지의 여성들.



현지 사람은 야생 벼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을까? 들어 보면 되돌아 왔던 건, 지금으로서는 왠지 운치 있는 말 아닌가? 야생 벼를 '신의 벼'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납득했다. 여기는 불교의 나라, 신이라 해도 부처님이다. 파고다(절)이 있으면 맨발로 참배를 한다. 농민들은 '스스로 심지 않았는데 자라 온 벼는 신이 심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처럼 야생 벼를 받아들이고 있기에, 도처에 재배 벼와도 혼재하며 자연히 교잡할 기회가 늘어났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장소에서는 재배종에 유사하면서도 탈립성을 나타내는 잡초 벼를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잡초 벼는 미얀마를 시작으로 부탄과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발견된다. 또 중국과 한국, 일본, 미국 등 온갖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미국 등에는 야생 벼가 없기 때문에,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군 사이의 교잡에서 잡초 벼가 생겼음이 알려져 왔다. 잡초 벼는 야생종과 재배종이 근접하여 생육하고 있는 지역과 인도형과 일본형 품종이 근접하여 재배되는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재래종에서 보이는 교잡 후대의 자손들


일본의 재래종에도 다양한 교잡의 '흔적'이 있다. 분자표지(단백질과 DNA에 의해 개체를 식별하는 지표)의 개발에 따라 일본의 재래품종의 독자성이 밝혀져, 바뀐 벼가 있다는 것이 점차 알게 되었다. 


초기에 활용딘 분자표지는 단백질의 전하성질 특성으로 동일한지 확인된 동질효소라는 유전자 연구였다. 일본 재래종 중에는 유전적 다양성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래 논벼 450 가운데 5계통, 재래 밭벼 200 가운데 5계통에서는 다른 것과는 다른 유전적인 성질이 나타났다. 아시아의 벼와 비교하니, 특수한 벼는 인도형에 대응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다른 형질도 포함하면 일본의 재래품종은 크게 다음 네 가지로 구별됨이 밝혀졌다.


(1) 전형적인 논벼 품종군=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부족함

(2) 논벼에 가까운 형질을 나타내는 밭벼

(3) 논벼와 유전적으로 분화된 밭벼

(4) 논벼와 밭벼에 공통되는 인도형 품종(대당미)


특히 세 가지 밭벼는 제11염색체에 실린 동질효소 유전자인 Pgd1 유전자형 이외에는 논벼에 매우 유사했다. Pgd1에는 복수의 대립유전자가 알려져 있어, 인도형이라고 판별된 대당미는 논벼 및 밭벼의 주요 품종군과도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형질을 보면, 인도형은 왕겨털이 짧고 가늘고 긴 알곡을 가지며 알곡의 페놀 반응은 +형을 나타냈다(표3-1). 한편 DNA 배열 단편의 장다형 패턴(RFLP)의 해석과 알칼리 붕괴성, 중배축 길이의 해석에서는 밭벼의 주요 품종군은 열대 일본형과 온대 일본형의 중간적인 성질을 나타냄이 밝혀졌다. 세포질의 다양성을 PS-ID에서 보았을 때도 온대 일본형에서 특징적인 6C7A형과 열대 일본형에서 특징적인 7C6A 두 종류가 발견되었다.



집단

품종군

Pgd1

공식수

왕겨털 길이

알곡의 길이-너비 비율

페놀 반응

 +

-

논벼

일본형

인도형

1

3

445

5

0.72±0.19

0.37±0.12

2.09±0.34

2.79±0.16

32

4

413

1

밭벼

일본형

일본형

인도형

1

2

3

26

169

5

0.65±0.12

0.44±0.14

0.34±0.13

2.14±0.16

2.38±0.21

2.93±0.09

5

131

4

21

38

1

표3-1 일본 재래 벼의 형태와 생리형질의 특성과 인도형(I)·일본형(J)으로 분류



이상에서 일본의 밭벼는 열대 일본형이 고위도 지대에 전파되었을 때 온대 일본형과 교잡을 일으키고, 적응형질에는 도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선택되지 않았던 세포질에 대해서는 두 종류가 혼합되어 오늘날에 이르렀음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재래 논벼의 PS-ID는 6C7A형이 점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인도형 품종 특이적인 8C8A형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 세포질을 가진 계통의 핵 안 유전자형은 완전히 일본형이었기 때문에, 인도형과 일본형의 교잡이 발생한 뒤에 핵형이 일본형이 된 계통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뜻 보기에 동일하게 보이는 재래종에도 꽤 복잡한 과거의 교잡과 유전적인 분리를 거쳐 집단의 구성원이 된 재래종이 있는 듯하다. 


형태와 생리적인 형질로 인도형이라 판별된 집단 안에는 '당법사唐法師' 등 대당미에 속한 품종 이름을 볼 수 있다. 대당미는 황폐한 땅에 강하고, 그 때문에 논벼와 밭벼로 겸용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특징으로 가늘고 긴 알곡, 붉은쌀, 올벼 등을 볼 수 있다. 다만, 붉은쌀이란 성질은 봉납미로 이용되었던 것으로 인해 선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재래 논벼와 밭벼에서 발견되는 대당미 관련 품종군의 특성을 보기 위하여, PS-ID와 ORF100 영역의 결실 유무를 조사했다. 인도형 품종군에서는 ORF100의 유전자 주변 영역에서 결실형을 나타내고, 일본형에서는 비결실형을 나타내는 것이 밝혀졌다. 게다가 결실형의 엽록체는 8C8A형의 PS-ID를 함께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당미 품종군이라 밝혀진 논벼와 밭벼의 계통에는 ORF100 비결실형의 세포질을 가진 계통이 혼재해 있었다. 비결실형(일본형)이었던 세 계통의 핵 유전자형은 인도형이고, 핵과 세포질의 이질적 조합이 확인되었다(표3-2).



페놀 반응

공식수

ORF100

인도형(결실)

일본형(비결실)

+형

17

6

11

-형

19

14

5

표3-2 아우스 품종군에서 발견한 핵과 세포질 유전자형의 불일치성

  


아시아 재래종 벼의 특성과 비교조사한 결과, 대당미는 갠지스강 하류 삼각주 지대(벵골 지역)의 아우스 품종군과 같은 특성을 나타냈다. 똑같은 특징이 캄보디아의 재래종에서도 발견된다. 이것으로 대당미, 아우스 품종군은 인도형과 일본형의 교잡 후대에서 이삭이 패는 특성으로 조생이라 선발된 품종이란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다만, 야생 벼에서도 두 세포질형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기에 잡종 형성이 야생 벼와 재배 벼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같은 곳에서 적응 분화한 강한 감광성을 지닌 뜬벼는 야생 벼에서도 볼 수 있는 특성이기 때문에 앞으로 조사가 기대된다.



잡초 벼의 보편성


 일반적으로 재배품종은 인도형과 일본형 두 가지로 크게 나뉘는 게 사실이지만, 앞에서 기술했듯이 교잡한 계통에서 유래한다고 생각되는 품종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많이 보이는 건 벵골 지역과 캄보디아이다. 재배종이지만 잡초 벼의 유전적 특성도 공통으로 있는 특징이다. 이들 벼의 유전적 특성과 과거에 교잡이 발생한 지역을 특정할 수 있다면 인도형의 기원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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