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는 다혼의 speed p8. 작년 6월쯤 동네 자전거방에서 샀다.

그러니 어느덧 1년 동안 나와 함께했다. 그동안 한두 달에 하나씩 여행에 맞게 부품을 달았다.

페달을 바꾸고, 자물쇠를 사고, 물통걸이를 달고, 뒷짐받이를 달고, 패니어를 샀다. 참, 손잡이도 바꾸고, 가방도 샀다. 그렇게 여행용 speed p8로 만들었다.

 

 

 

주로 버스나 기차에 사진처럼 싣고 훌쩍 떠난다. 사는 곳이 안산인지라 여기서부터 타고 나가기가 어렵다.

수원으로 나가는 길은 죽음의 길. 정말 위험스럽다. 그렇게 위험하게 타고 나가고 싶지는 않다. 뭐니뭐니 해도 안전이 최고 아닌가!

그래서 난 타이어도 처음 달려 있던 빅애플 타이어를 그대로 쓴다. 얇은 걸 쓰면 더 빨라진다고는 하지만 속도에 목숨을 걸진 않는다.

 

기차 안에서 물을 담아온 포카리스웨트 병을 보니 재밌는 문구가 있다. "자리끼로 좋습니다."

자리끼, 새벽에 목이 탈 때 머리맡에 두고 마시는 물이 아닌가. 그걸로 좋다고 하는 말이 써 있어 재밌다.

뒤는 미국 인터넷 사이트 바이크백샵이라는 곳에서 산 오트리브의 bikepacker plus.

 

일단 논산역에 도착해 자전거를 조정했다. 택시기사 아저씨들의 신기한 눈초리. 이런 사람이 많으면 아저씨들 밥줄도 끊어지겠다.

얼른 조립해 출발해 가다가 기사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기사식당은 역시 싸고 푸짐하고 맛있다.

 

강경을 거쳐 익산 웅포로... 중간에 잠시 길을 잘못 들어갔지만 곧 제대로 찾아갔다. 웅포에서 토종 종자 모임을 가졌다.

 

다음날, 웅포에서 부여를 들러야 해 8시 반쯤 출발했다.

가다가 저수지를 만들어 놓은 논을 발견했다.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계곡으로 흘러갈 물을 모아 놓는 그 형태가 흥미롭다.

 

 

웅포대교에서 바라본 금강. 한강만큼 아니 그보다 넓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강처럼 쓸데없이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살찌우니 말dl다.

도대체 한강은 누가 그 따우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금강 기슭의 물은 퍼렇게 수생식물이 자라는데, 왜 그럴까요? 부영양화 같은 건 아니겠지.

 

 

드디어 비닐하우스에서 벼를 키우는 모습을 발견! 할머니께 들으니 이맘 때 심어서 7월 하순이면 수확한다고 한다. 8월에는 먹기 시작한단다.

앞그루는 부여의 유명한 수박이나 메롱이고, 그걸 걷자마자 이 모습처럼 벼를 심는다. 

농촌지도소의 작품이라고 한다.

 

 

논두렁에 앉아 쉬고 계신 할머니가 계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남 2구에 사시는데, 이제 농사를 많이 지으시지는 않고 조금 지어 자식들에게 보내주는 게 낙이란다.

마침 논두렁에 콩을 심고 계셨다. 스물넷에 시집 와서 꼭 50년을 심었다고 하신다.

오늘은 하도 새들이 극성이라 약을 묻혀 마르기를 기다리고 계셨다.

"이 콩이 뭐래요" 하며 만지려 하자 약 묻혔다고 큰일 난다며 건드리지 말라고 하셨다.

씨 좀 얻을 수 없겠냐니 저기 봉지에 있다 하셔 냉큼 달려가 가져왔다.

마침 담을 봉지가 없었는데 주머니가 터지도록 계속 넣어 주셨다.

 

 

김종순 할머니께서는 올해로 김유희(83) 할아버지와 50년을 사셨다.

이야기하시다가 아직 부여는 인심이 좋다며 언제 지나갈 일 있으면 다시 오라며 주소며 어떻게 찾아와야 하는지 일러주셨다.

청콩도 있고 팥도 있고 다 오래 전부터 씨를 받아 심은 것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게 아쉽다고 계속 되뇌이신다. 할머니의 마음 때문에라도 언제 또 찾아가야겠다.

오늘 심는 콩은 밤콩이라 부른단다. 꼭 보기에는 그냥 검은콩 같은데 할머니가 밤콩이라니 그런 줄 알아야지요.

한 입 깨물어 속을 보니 노랗습니다. 그래서 밤콩인가? 모르겠다.

그다지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할머니는 이걸 밥에 넣어 먹는다고 하신다. 뜸을 한참 들여야 물러진다며 혹시 모르고 제대로 먹지 못할까 밥짓는 방법까지 일러주셨다.

떡에도 넣어 먹으면 안 되냐고 물으니, 그런 건 어머니한테 가져다 주면 다 아실 테니 걱정말라고 별 건 다 묻는다며 재밌어 하신다.

이제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몸이 불편하셔 농사도 많이 줄이셨다고 하시는 말씀에 가슴 한켠이 헛헛해집니다.

도대체 이제 누가 이 씨앗과 농사땅을 지키며 살아갈까?

 

 

뱀다리; 할머니는 논에 동진이란 벼를 심으셨다. 다른 논의 모보다 키가 크고 색이 짙어 이건 일찍 심어서 그런 거냐 물으니, 원래 종자가 틀린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키가 커서 비료를 많이 하면 안 되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하지만 애들 주고 나 먹으려고 그런 거라 이게 맛있어서 계속 심으신단다. 그래서 약도 부러 많이 안 해서 논에는 우렁도 있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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