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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내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이야기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 정부에서는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부에서 지급하라 명령하고 자신들은 모른 척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리과정 예산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으니 당연히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애초에 유치원은 교육부 소속이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누리과정이란 것이 원래 유치원을 전제로 시행된 것인데, 유치원이 모자라 다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니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어린이집에서 유치원과 똑같이 누리과정이라는 것을 시행하도록 허용한 것 아닐까. 그러니까 유치원에는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게 맞는데, 어린이집까지 왜 교육부에서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니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이집에서도 누리과정을 시행하려면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통해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정부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국공립 유치원을 유아들 인구에 맞추어 새로 건립해야 한다. 그건 더더욱 하지 않겠지. 예산이 더 많이 드는 일이니 그냥 포기하고, 그 부담을 전국에 산재한 어린이집으로 떠넘긴 것이다. 여기서부터 불행의 씨앗이 심어진 것 같다.


수많은 사립 어린이집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지 모른다. 이제 유치원에 갈 이유는 없다. 보통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이 중심이라 생각하는데 어린이집에서도 누리과정을 통해 유치원과 똑같은 기능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국공립 어린이집-국공립 유치원-국공립 초중고-국공립 대학이란 체계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지만 한국은 예산 부족 등을 핑계로 정부에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만 이행하고 나머지를 모두 민간에 떠넘겼다. 이것이 교육사업을 진행하려는 사람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민간의 사립 교육기관들이 마구 생긴 원인이 아니던가.


린짱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직장어린이집이라 운영위원회라는 걸 한다. 학부모-어린이집-직장의 담당자 들이 모여 논의를 하는 장이 마련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자리조차 없다고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하지.


물론 운영위원회가 어린이집이 어떻게 하면 잘 운영될지 논의하는 건설적인 자리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학부모의 이기심과 민낯, 직장의 현실 인식 부족과 무책임, 어린이집의 운영상 난맥 등이 터져나오긴 한다. 그래도 그걸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를 파악하고 다가갈 수 있는 여지라도 열린다. 그런데 이러한 자리조차 없는 수많은 곳들은 제왕 같은 누군가가 수많은 구성원들 위에 군림하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운영위원회가 개떡 같아도 서로 견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내년부터 린짱이 유치원에 갈 수 있어 우선순위란 좋은 조건도 있겠다 심각히 고려하다가, 이곳은 그래도 이러한 장점이 있으니 괜히 유치원에 가서 질질 끌려다니느니 치고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자고 아내와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교육문제는 결국 사회문제이기에 나 개인이 어떻게 결정한다고 해서 속시원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스템을 바꾸려 노력하든지, 그에 순응하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면 값비싼 교육을 받게 하든지 하는 선택지만 있을 뿐이다. 아, 시스템 밖으로 아예 나가버리든지 하는 길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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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농사 자료.hwp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배추를 심는다고 하여 도와주기로 한 김에 자료를 좀 만들어 보았다.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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