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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가 가뜩이나 동력을 잃어가는 글로벌 경제에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우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56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은 연일 기록적인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예년보다 고온건조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지의 이상기후도 세계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도 경제는 몬순기 강우량이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올해 5% 성장도 위태롭게 됐고 200만명의 수해민이 발생한 마닐라 등 필리핀 북부의 홍수도 올해 필리핀 경제성장률을 최소 0.1%포인트 이상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기상이변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곡물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이다. 9일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 6%나 상승, 2009년 11월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중서부를 뒤덮은 최악의 가뭄에 러시아ㆍ우크라이나ㆍ발칸반도ㆍ칠레 등지의 고온현상과 인도 가뭄, 중국 홍수 등 세계 각지에 기상이변이 엄습하면서 옥수수 가격은 5월 말 이후에 47%, 콩은 같은 기간 26%나 상승했다. 소맥 가격 상승률도 50%에 달한다. 커피 원두와 설탕 가격도 약 20%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곡물, 특히 옥수수 가격 상승은 사료값 인상으로 인한 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며 자연스레 전세계 소비자들의 식탁물가를 끌어올린다. CNN머니는 금융정보서비스 업체 세이즈웍스의 분석을 인용, "(옥수수값 폭등이) 소비자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기야 유엔은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에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에탄올 생산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이 옥수수 수확량의 40%를 대체에너지인 에탄올 생산에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 곡물가 안정을 위해 내린 조치다. 다만 미국이 유엔의 요구를 받아들여 에탄올 생산을 줄일 경우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의 상승을 부추기면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물가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속출하는 기상이변은 각지의 전력난과도 직결되고 있다.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지역 곳곳에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여름철 전력 부족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타임지는 인도의 불볕더위를 식혀야 하는 몬순기후 이상이 지난달 인도를 암흑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정전 사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루마니아에서는 다뉴브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대형 수력발전 업체 하이드로일렉트리카가 전력산출량을 25% 이상 줄이기도 했다.

지구촌을 강타한 기상이변의 이 같은 파장은 선진국에도 큰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세게 잡아당길 것으로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식량 가격 상승이 "브라질ㆍ중국ㆍ인도 등 이미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신흥 경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의 경우 이상기후가 경제성장률과 국가 신용도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도 연간 강우량의 70%가 집중되는 몬순기에 예년보다 강우량이 17%가량 급감하자 씨티그룹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이 4.9%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건조한 몬순기후가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면 인도중앙은행이 경기부양책을 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블룸버그는 재정적자와 경기둔화 등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 사정에 가뭄까지 겹쳐 이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 등급 전망이 제시된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필리핀은 마닐라 등 북부의 집중호우로 200만명이 수해를 입고 25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태평양대의 경제학자인 시드 테로사는 "조업 중단과 농작물 피해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홍수로 경제성장률이 최소 0.1%포인트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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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하여 콩과작물의 수확이 부진했다. 콩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서리태의 경우 한 가마에 12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기까지 했다. 그 여파는 올해까지 미치고 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콩농사도 잦은 폭우와 흐린 날 때문에 쉽지 않다. 이는 콩의 흉작으로 이어질 터이고, 가격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또한 외국의 콩, 특히 가격이 싼 유전자조작 콩을 수입하는 일로 이어질지 모르는 노릇이다. 현재 국내 식당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소고기가 미국산이듯이, 장사는 싼 재료를 찾기에 마련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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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신모 씨(38·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오랜만에 대형마트에 콩나물을 사러 갔다 콩나물 덤 상품이 없어진 것을 보고 의아했다. 신 씨는 평소 한 봉지에 1000∼1200원짜리 콩나물을 사면 한 봉지를 덤으로 얹어주는 기획 상품을 주로 사곤 했다. 신 씨가 판매사원에게 콩나물 덤이 없어졌냐고 묻자 "콩 가격이 너무 올라 덤 상품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 씨는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콩나물 한 봉지 가격이 자세히 봤더니 전보다 200∼300원 올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콩값이 연일 오름세다. 16일 이마트에 따르면 밥을 짓거나 두부를 만들 때 주로 쓰는 백태(누런 콩)의 판매가격은 지난해 8월 100g당 896원에서 올해 8월 현재 1256원으로 40.2% 올랐다. 요즘 닭고기 소매가격이 100g당 713원이고 삼겹살은 100g당 1290원이니 콩값이 고기값만큼 비싼 셈이다. 

팥이나 녹두와 같은 콩과 작물의 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팥의 도매가격은 지난해 100g에 445원 하던 것이 요즘 839원으로 88.6% 치솟았다. 녹두 역시 지난해 100g당 700원에서 올해는 1195원으로 70.7% 뛰었다. 콩나물콩은 지난해 100g당 400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700원대로 70% 이상 올랐다. 

연일 치솟는 콩값에 콩 관련 제품의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두부 가격은 평균 27%가량 올랐고 콩나물도 올 6월에 평균 20% 인상됐다. 식당에서도 콩 관련 메뉴가 오름세다. 콩국수가 대표메뉴인 서울 중구 서소문동 진주회관도 올해 3월 들어 여름메뉴인 콩국수를 팔기 시작하면서 가격을 8500원에서 95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이처럼 콩값이 급등한 이유는 지난해 태풍 '곤파스'와 '말로' 등의 영향으로 콩의 생육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콩은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작물로 수확 전 날씨가 중요한데 지난해 수확을 앞두고 비와 태풍 등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급감했다. 특히 콩나물콩은 주산지인 제주 지역에서 농가들이 콩나물콩 대신 메밀이나 감자 등으로 작목을 바꾸면서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 작년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30% 이상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한 대형마트 콩 담당 바이어는 "올해도 이달 말 본격적인 콩 수확을 앞두고 비가 많이 내린 데다 태풍의 영향도 있어 수확량이 줄 것으로 보인다"며 "콩값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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