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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동남아인지 인도인지 모르겠으나 논에서 써레질을 하는 모습의 사진을 보았다.




이러한 작업을 우리말로는 '삶다'라고 표현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논밭의 흙을 써레로 썰고 나래로 골라 노글노글하게 만들다"라고 나온다.

위의 과정은 정확히는 써레로 써린 다음 나래로 흙을 고르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논을 삶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써레질과 나래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땅을 뒤엎는 쟁기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땅을 펀펀하게 고르는 과정이다. 

솔직히 뒤집어 엎는 일은 아무렇게나 막 해도 상관이 없지만, 땅을 고르게 만드는 일은 잘못하면 논에 대는 물의 깊이가 달라지게 된다.

그러하면 벼가 고르게 자라지 못할 뿐만 아니라 풀이 번성할 수도 있고, 우렁이를 넣을 경우 물이 깊지 않은 곳은 그들의 발길이 닿지도 못하게 된다. 한마디로 농사 망치게 되는 지름길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일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번 뒤집어 엎는 일은 쉬우나, 울퉁불퉁한 것을 고르게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다. 

정작 더 중요한 일이 고르게 다스리는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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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벼농사 모습을 보자.


먼저 지난해 잘 갈무리해 놓은 볍씨를 꺼내 못자리를 만든다.





못자리에서 모가 어느 정도 크면 물을 떼서 말린 뒤 모내기를 위해 모를 찐다.

적당한 크기로 모를 쪄서 단을 묶어 놓으면 됨. 

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뿌리가 쫙 흙을 붙들고 있어서 잘 안 떨어진다는 것이 힘듦.

바랭이나 피 같은 풀을 뽑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모를 쪄서 단으로 묶어 놓으면 그걸 모내기하는 논으로 나른다. 

논 여기저기에 적당한 간격으로 던져 놓음. 그것은 모내기 할 때 동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이다.





모내기를 하기 전에는 이렇게 논에 거름도 좀 내다가 펼치고...





논도 쟁기질로 갈아엎은 뒤 물을 담아 잘 나라시(물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바닥을 고르게 만드는 일) 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나라시라는 말이 널리 퍼져서 아직도 쓰는 분들이 많다. 나부터라도 안 써야지.

네팔의 이 지역에서는 겨리 써레로 바닥을 고르게 써린다.





그러고 나면 모내기에 들어간다. 

논 옆에 있는 소쿠리에 쪄 놓은 못단을 담아서 옮겼나 보다.





조선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본 조선의 모내기도 이러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못줄을 잡고 모내기하는 걸 옛날 방식의 농사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못줄을 이용한 줄모 내는 방식은 일제강점기 근대 농업이 들어오면서 퍼진 농법이다.

예전에는 못줄을 띄우지 않고 막모라는 걸 냈다.

그건 오로지 경험이 많은 농부의 감에 의존하는 농법이다.

어찌 보면 규격화되지 않은 낙후된 농법이라 할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아주 효율적인 농법이라 할 수 있다.

전적으로 모를 내는 사람의 연륜과 경험, 기술에 의존하기에 그렇다. 사람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말이다.

근대 농법은 사람보다 체계와 규격 등이 더 중요해진다. 체계와 규격에 맞추어 교본대로 농사를 짓기만 하면 된다. 더하고 말고도 없다. 딱 그대로 따르면 예상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

근대 기술이란 것이 모두 그렇지 않은가.





벼를 수확해서 마당에서 잘 말린다. 

벼의 건조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밥맛이 달라진다.

일본의 밥맛이 좋은 이유는 이걸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최고의 밥맛을 내는 조건을 잘 맞추기 때문이다.





잘 말린 벼는 방아를 찧어 쌀로 만든다.

거기에서 검불과 싸라기 등을 분리해 내야 하는데...





이렇게 키질을 하면 된다.

보기에는 간단해도 막상 해보면 정말 어려운 기술이다.

채소 농사는 심어서 재배하는 과정이 어렵다. 수확해서 먹는 과정은 정말 간단하다.

반대로 곡식 농사는 심어서 재배하는 과정이 쉽다. 하지만 수확해서 먹는 과정이 정말 까다롭다.





마지막으로 오이밭에서 참을 준비하는 모습.

이것은! 한국의 토종 오이랑 똑같다. 네팔의 오이도 조선오이와 같은 계통이었어.

마운틴 듀가 인상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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