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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이지만 농사를 짓게 되면서 날씨와 기후에 매우 예민해졌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일기예보 확인으로 시작해서 마무리를 다음날의 일기예보를 챙기는 일로 마무리하게 되었지요. 도시에서 날씨와 크게 상관없이 살 때는 비나 눈이 오는지만 중요했는데, 농사를 지으니 비가 오면 언제 얼마나 오는지 눈은 얼마나 내릴지 등 더 세세하게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 가운데 역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태풍입니다. 그 위력이 어머어마하지요.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아닌지 확답을 내리기는 아직 어렵지만 -내가 나서서 할일은 아니지만-, 농사를 짓고 난 뒤 확인하게 된 태풍의 양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찾아보니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가 행해진 바 있네요.
 
내용은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자료를 확인한 결과, 미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의 갯수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발생일수의 가변성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들어가서 한번 보셔요.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6/6207/349



그럼 한국에서 태풍은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상청에 들어가 과거 <기상연보>를 확인했습니다.


http://www.kma.go.kr/weather/climate/data_sfc_ann_mon.jsp


그 결과, 한국의 기상청에서도 1970년 자료부터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태풍에 관련된 기록은 1981년도 <기상연보>에서부터 나타나 1991~2004년까지는 누락되었고, 다시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네요.

아무튼 이 자료를 확인하니, 태풍은 1년에 적게는 1~2개가, 많게는 5~6개가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80년대에는 한국에 서해상을 통과하거나 한반도를 관통하며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1년에 1개 정도였는데 2006년 이후로는 그 갯수가 조금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걸로 무언가를 일반화하기에는 축적된 관측자료가 워낙 적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2010년의 곤파스를 기억하시나요? 비는 많이 오지 않았지만 서해상을 통과하는 바람에 강한 바람이 불어 유리창이 깨지고, 옥상 위의 물건들이 다 날아가 전깃줄이 걸리는 바람에 정전이 되고 그랬지요. 그때 논밭에서는 벼가 다 쓰러져 버리고 밭의 작물들도 기울고 부러지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2010년, 2011년, 2012년 연달아서 태풍이 한국에 큰 영향을 주었고 농사가 폭삭 망하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이런 기사가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9060300115


그 바람에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부랴부랴 쌀 생산정책을 다시 짜기에 이릅니다. 그전까지는 쌀이 너무 많이 생산된다면서 농민들에게 논에다 벼 대신 콩 같은 작물을 심으라고 유도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3년 연속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무언지 모르겠지만 여러 태풍의 직접적 영향으로 농사, 특히 벼농사가 큰 타격을 입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쌀 자급률이 80%대로 폭락하게 되었습니다. 식량안보가 위태로워졌다며 안팎에서 수근거리니 정부 입장에서도 기존 농업정책을 고수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최근 몇 년은 다시 태풍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쌀 생산량이 늘어 예전 정책으로 -쌀 시장개방과 맞물려- 은근슬쩍 돌아가고 있더군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강한 태풍이 또 여러 개 찾아와 벼농사가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까 하는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선 안 되겠죠?

태풍으로 농사가 망해봐야 요즘은 워낙 수입하는 농산물의 양이 많으니 가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물론 국산 쌀을 사서 먹는 분들에게는 가계에 심대한까지는 아니어도 타격을 입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수입산 쌀을 쓰는 식당이나 가공업체 등에서는 별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입니다. 요즘 껌보다 싼 것이 밥이니까요. 가격이 싼 밥집이나 쌀 관련 제품은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쪼록 올해도 호돌이가 신나서 뛰어다니던 1988년처럼, 그리고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2009년처럼 평안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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