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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시랑’을 돌려주세요”
김석기의 <노거수>를 찾아서 ③ 흐드러지게 핀 ‘목련나무’
수암으로 가는 길에 그동안 계속 맘에 걸렸던 시랑초등학교를 둘러보려고 한다. 안산 부곡동에 자리한 시랑초등학교의 이름은 정정옹주의 남편이었던 유적이 이부시랑이란 벼슬까지 오른 걸 기념하려고 부르던 동네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시랑초등학교를 빼고는 모조리 다 시낭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 로마자로 Sinang이라 표기하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밑도 끝도 없이 시낭이란 이름을 쓸 것이 아니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할 일이다.

교통표지 판부터 시작하여 시낭운동장(옛 양궁경기장)의 이름이며 각종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이름까지 하면 만만한 작업은 아닐 테다.

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 이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양궁경기장은 지나만 다녔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어떤 곳인지 들어가 보았다.

운동장에서는 경기도 교육감 선거를 하면서 졸지에 쉬는 날을 맞은 학생들이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인조잔디를 깔은 듯한 운동장 바닥은 다 닳아서 반들반들하고, 더구나 그 위에는 모래까지 쫙 깔려 있다.

한 학생을 붙들고 이야기하니 여기서 넘어지면 죽음이란다. 오랜만에 노는 날이지만 놀 만한 곳이 없는 우리나라의 청소년의 모습에, 새로 짓는 것만 좋아하지 정작 원래부터 있는 건 잘 관리하고 활용할 줄 모르는 이 나라 어른의 행태에 슬프다. 저런 데서 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얼마나 아플까?

 

씁쓸한 마음을 털어내며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수암까지 가는 길에 들를 곳이 많으니 서둘러야겠다. 정재초등학교를 지나 벌터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지났다.

바로 이곳, 가끔 신도림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멀리 보이는 버드나무의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 곳이다. 이런 나무가 아직은 보호수로 지정되어 특별한 보호를 받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보호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나이테를 이루면 보호수가 되겠지.

 

지난 가을에 심어 놓은 밀이 퍼렇게 올라와 눈을 시원하게 닦아준다. 처음 들어선 길을 조심히 걸었다. 입구에서 사유지이니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입간판을 보았기 때문이다. 밀을 심어 놓은 것은 소를 키우려고 그런 것인데, 축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장도 몇 개 있다. 아무튼 근교에는 작은 공장들이 즐비하다. 도시가 발전(?)하는 전형적인 수순인가 보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집에서 여기 사신다는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여기서 일하지는 않고 그냥 오가며 돈벌이하며 산다고 하시는 말씀에 자세한 건 여쭈어 보지 않았다. 그저 여기 자리 잡은 집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만 여쭈었다. 1960년대부터 있던 집이라고 하시는 말씀으로 미루어, 흐드러지게 핀 목련나무도 벚나무 길도 입구의 버드나무도 40~50년 정도 살았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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