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게 된다. 이후 탈옥을 시도하다 걸려 19년까지 형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왜, 장발장은 빵을 훔친 것일까?

1789년 7월 14일, 프랑스의 인민은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여 점령해 버린다. 그들은 왜 목숨을 걸고 그와 같은 무모한 짓을 감행한 것일까?

마리 앙투아네트를 천하의 나쁜년으로 만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돼지?"라는 날조된 말은 왜 나온 것일까? 이런 류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유층이 빈곤층의 형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껄이는 말이라 언급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기후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좋다. 17세기는 기온 저하가 극에 달했던 이른바 '소빙기 또는 소빙하기'의 시기였다. 기온 저하와 함께 잦아진 기상이변으로 당연히 농사가 망하게 되었고, 이는 기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말 배가 고플 때는 반항할 힘도,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그때는 모든 신경이 먹고 살아남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 사람들이 손에 낫과 쇠스랑을 들고 일어나는 건 굶주려 죽기 직전이 아니라,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데 절망과 공포가 엄습할 때이다. 프랑스에서는 그런 상황이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혁명이 일어난 것 아닐까 싶다. 프랑스는 유일하게 스스로의 손으로 왕의 목을 친 국가인가?

같은 시기 동아시아에서는 청나라에서도 여러 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1800년대에 들어서 아편전쟁과 함께 쇠락해 버리고, 일본에서는 계속되는 대기근에 검약령을 내리며, 조선은 영조와 정조가 등장해 정치와 경제를 안정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노력은 그러한 배경 때문에 더 돋보였던 것 아닐까?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를 보면 17세기 조선의 기상이변과 식량난, 그리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당시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7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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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인류사의 물줄기를 바꾼 주요 원인이었다. 당장 경제적으로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삶을 지탱하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현생 인류의 등장,고대문명의 멸망,왕조의 정권 교체,체제 변혁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는 자연환경 변화가 도사리고 있었다. 


고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해 도태된 이유 중 하나로 빙하기의 충격을 꼽는다. 크리스 스트링거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연구위원은 "빙하기가 닥치면서 자원을 놓고 경쟁하게 됐는데 지능이 더 높은 현생 인류에게 네안데르탈인이 밀려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빙하기 환경에 '지나치게' 적응했던 네안데르탈인이 빙하기가 끝나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다. 

남미 안데스 산맥 해안지대에서 문명을 꽃피웠던 고대 모체문명이 멸망한 것은 엘니뇨에 의한 자연재해 때문이란 설이 유력하다. 모체문명이 절정을 이뤘던 550~600년께 이들이 살던 해안지대에 30년 동안 '메가 엘니뇨'로 알려진 폭풍우와 홍수가 발생하면서 문명이 파괴됐다는 설명이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족의 팽창과 쇠퇴도 기후변화의 결과란 분석이 있다. 조지프 플레처 하버드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중앙아시아 초원지대가 확장과 감축을 맥박처럼 반복하면서 그때마다 유목민의 운명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흉노족,몽골족의 번성과 위축은 유목사회를 둘러싼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17세기 글로벌 기후가 급격히 떨어진 '소빙기(小氷期)'를 맞이해 인류가 살아갈 환경 조건이 악화되면서 각 나라에 대변화가 일어났다는 '17세기 위기론'은 글로벌 역사학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이 시기에 유럽에선 30년전쟁과 청교도혁명,러시아 대기근 및 로마노프 왕조의 등장 같은 정치적 혼란이 빚어지고 중국에선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됐다. 이와 함께 1707년 이탈리아 베수비오화산과 그리스 산토리니섬,일본 후지산,인도양 레위니옹섬 등 네 개 화산 폭발에서 발생한 재로 인해 그 다음해 닥친 혹한은 루이14세 시대 절대왕정의 기반을 흔들어댔다. 이 같은 상황에서 1789~1793년의 대엘니뇨로 유럽 전역이 흉작에 시달리면서 프랑스혁명이 발발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밖에 1845년 아일랜드를 덮친 한파로 발생한 '감자 대기근'은 200만명 이상의 아일랜드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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