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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전통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다

 

 

 

 

 

 

가우제Gause의 법칙을 넘어서

 

 

생태학에는 ‘가우제의 법칙’으로 알려진 법칙이 있다. 러시아의 생태학자 게오르기 가우제가 같은 자원을 이용하는 두 종류의 짚신벌레로 실험하여, 같은 생태적 지위에 있는 복수의 종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고 주장한 법칙이다. 그렇지만 실제 생태계에서는 한정된 자원만 있는 바다 속에서도 수많은 플랑크톤 종이 살고 있다. 이 ‘플랑크톤의 역설’처럼 가우제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사례는 많다. 그것은 시간적인 어긋남이나 먹이 등에 의하여 경쟁을 배제한 채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글에서 인도의 발라수브라마니안A.V.Balasubramanian 박사가 전통농업의 지혜를 부활시키고자 인도 지식체계 센터(Centre for Indian Knowledge Systems)를 세웠다고 적은 바 있다. 박사는 생화학과 생물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1982년 이후 인도의 전통 과학기술을 이해·연구하고,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심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건강법에 관심을 가진 많은 기관 및 조직과 연대하고 있다. 요가, 아유르베다, 전통적인 관개, 선주민의 연금술과 전통적인 과학의 방법론에 대해서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2003년 8월에 케랄라주Kerala州의 코치Kochi에서 Bharathaaya Vichara Kendram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인도의 전통적인 관습이 얼마나 가우제의 법칙을 회피하여 왔는지를 강연했다. 그 요지를 소개하겠다.

 

 

 

 

자원을 지나치게 개발하지 않는다

 

 

인도는 야생 동식물 자원의 난개발을 억제하는 전통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수많은 인도의 마을에서는 공유지로 마을숲을 유지해 왔다. 지역사회는 마을숲을 보호하며 신중히 활용해 왔다. 이러한 숲에서 땔감 들을 수확하는 데에는 특정한 규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우타라칸드주Uttarakhand州의 차몰리현Chamoli縣의 고페슈워Gopeshwar의 마을숲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각 가정에서 한 사람만 땔감을 모을 수 있다. 그 결과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완전히 숲이 벌채되었지만, 이 마을의 숲은 아직 잘 보전되어 있다.

 

 

자원 이용에는 계절적인 규제도 있다. 예를 들면 힌두교의 달, 사라바나Sravana(8월 중순~9월 중순)는 인도 전 지역에서 우기의 최고조인데, 많은 카스트가 물고기·가금류·육류의 소비를 완전히 삼가여 모든 사냥이 멈추는 기간이기도 하다. 곧 어느 특정한 야생 식물의 수렵은 1년의 어느 시기에 의식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히말라야의 우타라칸드주 우타르카시현Uttarkashi縣의 주콜 파나가리Jhukol Panagari 지역에서는 종교 제의의 시기에만 나크두르Nakhdur로 알려진 식물의 덩이줄기를 일부 수확한다. 이 시기는 인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히말라야의 난다데비Nandadevi 근처 고산의 꽃밭이 만발하는 때이다.

 

 

우타라칸드주의 테흐리-가르왈현Tehri-Garhwal縣의 야무나천Yamuna川의 담수어는 독과 그물을 써서 잡는다. 그리고 독살된 물고기는 육식 카스트가 소비하는데, 그물로 하는 어업은 1년 내내 허용되지만 독은 하천의 유량이 많고 또 독의 영향이 시간적으로 꽤 한정된 축제가 열리는 며칠만 허용된다.

 

 

 

 

카스트마다 분야를 특화하다

 

 

인도의 부족사회는 저마다 수렵 구역이 있는 수렵채집민족으로 구성되는데, 이 수렵 구역은 최근까지 카스트제도에 의해서 계승되어 왔다. 그곳에서는 이용되는 동식물에 대한 개발압이 균등히 분산되어 왔고, 각 카스트는 미래세대를 위하여 자원을 계승할 필요성을 의식하며 생활자원을 지나치게 개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그 하나가 이용하는 자원의 분산이다.

 

 

각 카스트는 좁은 지리적 영역 안에서 살고 있는데, 이용하는 천연자원을 구분하고 있다. 각 카스트는 아주 한정된 자원으로 특화되어, 그것은 같은 영역에 있는 다른 카스트의 그것과 거의 겹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의 특정 자원이 오랫동안 계속 유지되어 온 것이다. 생태적 지위 다양화의 두 예를 들겠다.

 

 

먼저 마하라슈트라주Maharashtra州 서쪽 가트Ghats의 크레스틀라인현Crestline縣에서는 주요 카스트로 쿤비스Kunbis와 가블리스Gavlis가 산다. 쿤비스는 계곡과 구릉 비탈의 아래쪽에서만 벼농사를 짓는다. 한편 가블리스는 구릉 비탈 위쪽의 계단밭에서 농사를 짓고, 물소와 소를 기르며, 부대밭 농업을 조금만 한다. 쿤비스는 야생 동물을 수렵하는데, 가축은 운반용으로 소 몇 마리만 기른다. 한편 가블리스는 놓아먹이는 가축에게서 탈지유를 얻어 그것을 단백질원으로 삼으며 수렵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탈지유를 쿤비스의 곡물과 교환한다.

 

 

마하라슈트라주 서부의 반 건조지대의 유목수렵민 난디발라스Nandivallas, 파세파라디스Phaseparadhis, 바이두스Vaidus 부족에서도 이러한 분산을 볼 수 있다. 난디발라스는 수렵을 전문으로 하는 부족으로 개를 써서 돼지, 산미치광이(porcupine), 왕도마뱀 등을 대규모로 수렵한다. 파세파라디스는 인도 검은산양·사슴·새의 수렵에 특화되었고, 바이두스는 몽구스·사향·재칼·고양이 등의 소형 육식동물을 덫을 놓아서 잡는다. 곧 세 카스트는 서로 다른 수렵 기술을 써서 서로 다른 종을 잡는 것이다.

 

 

 

 

야생동물을 종으로서 보호하다

 

 

인도의 유명한 서사시 라마야나에는 수렵 부족의 시인 발미키Valmiki가 교미하는 한 쌍의 학 가운데 하나를 죽이는 모습을 목격하고 영감을 받아 시를 짓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살해는 엄밀히 보편적인 윤리에 반한다. 사실 황새, 해오라기, 왜갖, 따오기, 갤우지, 펠리컨 등의 거류지인 헤로나리heronaries는 둥지에 가장 가까운 마을에 의해 지속적으로 완전히 보호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도 남부의 카르나타카주Karnataka州의 반다라Bhandara 지역에서 전통적인 어업 카스트는 구릉지 하천의 담수어를 결코 해코지하지 않는다. 마하라슈트라주 아메드나가르현Ahmednagar縣 파세파라디스의 수렵 부족이 주로 잡는 것은 인도 검은산양인데, 새끼나 임신한 암컷이 덫에 걸리면 예전부터 풀어 준다고 한다.

 

 

 

 

성스러운 동식물을 지킨다

 

 

인도에서는 다양한 동식물이 신성시되어 절멸을 면해 왔다. 예를 들면 가장 널리 보호되는 것이 인도 보리수이다. 기원전 2000년 전의 모헨조다로에서도 부조에 무화과가 표현되어 있는데, 무화과도 신성시하였다. 무화과속은 열대의 생물다양성을 종합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요점’이 되는 식물로, 이를 보존한 까닭은 과실을 먹는 조류, 특히 비둘기를 보전하는 데에 있었을 것이다.

 

 

그 밖의 동식물은 각 지역과 특정 카스트마다 ‘신성시’하며 보편적으로 보호하였다. 예를 들면 공작새는 시바신의 둘째 아이, 카르티게야Kartikeya에 의해서 신성시되어서 수렵되지 않아 타밀나두주의 카르티게야의 사원에는 무수하게 있다. 공작새는 구자라트주Gujarat州 서부와 라자스탄주Rajasthan州 전역에서도 널리 보호되었다. 푸른 집비둘기도 성자 샤 자랄(Hazrat Shah Jalal)에 의해서 신성시되어 보호되는데, 방글라데시의 농촌에서는 인공으로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장려하고 있다. 쥐조차 보호하여 라자스탄주의 유명한 카르니마타Karnimata를 모시는 사원에 많이 있다.

 

 

또 각 카스트와 그 제도 안의 수많은 씨족도 어떤 종의 동식물을 토템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것을 파괴하는 일은 없고, 남이 파괴하지 못하게 지키고 있다. 예를 들면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이전에 마라타Maratha가 공통어였는데 이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카스트가 있다. 이 마하타 카스트의 모레스Mores와 고르파데스Ghorpades는 그 일족의 이름이 토템의 동물로서 공작새와 왕도마뱀에서 유래하였기에 다른 부족은 잡아먹어도 그들은 이것들을 보호한다.

 

 

라자스탄 사막의 주민 비슈노이Bishnoi 교도는 힌두교의 일파로서 1485년에 설립되었는데, 녹색 잎이 달린 나무는 결코 자르지 않고, 모든 동물도 죽이지 않는다. 또 지역에서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콩과의 나무를 가장 신성시하였다. 1630년 조드푸르Jodhpur 왕이 새로운 궁전을 짓는 데에 연료용으로 이 나무를 베어 버리려고 할 무렵, 363명의 비슈노이 신도가 나무를 지키고자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비슈노이 교도도 검은산양과 가젤의 일종인 친카라Chinkara 등의 야생 동물을 보호하였다. 이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어, 비슈노이 교도의 마을은 인도의 사막에서도 가장 야생 생물과 녹색이 풍부한 곳이다.

 

 

 

 

성스러운 나무숲과 못이나 늪이 공간을 보호한다

 

 

가우제의 고전적인 실험이 보여주듯이, ‘포식자와 피식자’로 구성되는 체계에서 먹히는 쪽의 절멸을 막는 데에 특히 효과적인 방법은 포식자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그러한 전통적인 공간으로 유역에 자리한 나무숲, 못이나 늪의 연결망을 만들어 왔다. 인도 전역에는 어떠한 신과 이어진다며 현지 마을에서 특별히 보호하는 식생지와 신성한 나무숲이 있다. 그러한 곳은 몇 백 제곱미터부터 50헥타르 이상의 토지와 수역으로 이루어지는데, 신들에게 바치려고 동식물이 개발로 위험에 처해지는 일 없이 전통적으로 전혀 개발되지 않았다.

 

 

서 인도의 아라발리Aravalli 구릉에서는 조그마야Jogmaya라는 신과 관련된 오란스Orans로 알려진 나무숲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금속을 써서 땔감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또 인도 남부 서해안의 카르나타카주 우타라 칸나다현Uttara Kannada縣, 우두피현Udupi縣, 다크시나 칸나다현Dakshina Kannada縣으로 구성된 카나라Kanara 지역에는 최근까지 신성한 나무숲의 연결망이 예전 모습 그대로 작은 수풀부터 1헥타르에 이르는 극상식생의 섬을 이루어 지역의 약 5%나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열대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데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금도 이러한 신성한 나무숲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절멸된 식물종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면 덩굴성 woody climber(Kunstleria keralensis)가 그것이다.

 

덩굴성 식물 '우디 클림버'

 

 

 

방글라데시의 모든 사원에는 적어도 하나의 못이 있고, 그러한 못에 사는 동물은 침해하지 않는다. 2개의 성스러운 못은 절멸위험종을 보전하고 있는 곳이라 생물학적으로 흥미롭다. 칸 자한 알리Khan Jahan Ali는 악어가 사육되고, 바야지드 보스타미Byazid Bostami 사원에도 박묵자라(Trionyx nigricans)가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자라의 서식지이다. 서기 300년에 초기 불교의 사원이 세워진 장소에 이슬람교인 바야지드 보스타미 사원이 건설되었는데, 자라와 신성한 못을 보호하는 전통이 이슬람교에도 동화된 고대의 전통인 듯하다.

 

 

 

 

농업생물다양성을 유지하다

 

 

인도는 재배 작물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주요 작물의 한 예로 콩을 들자면, 베다 시대에는 약 40만 품종이 있었다고 벼 전문가 리차리아R. H. Richaria 박사는 평가한다. 박사는 2만 종의 콩을 마드야 프라데슈주Madhya Pradesh州와 차티스가르주Chhattisgarh州에서 모아 특정하고 있다. 쌀은 해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데, 재배 표고는 해발 3m 이하부터 2100m 이상까지 이른다. 강우량도 연간 500밀리미터인 지역에서 자라는 콩 품종이 있다. 수많은 농업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연관된 문화적인 관습이 있다.

 

 

예를 들겠다. 오리사주Orissa州 푸리Puri의 자간나트Jagannath 사원에서는 날마다 새로 수확한 쌀을 요리로 내는 관습이 있다. 이것은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는 수많은 쌀 품종이 있었다는 뜻이다. 카르나타카주Karnataka州와 안드라 프라데슈주Andhra Pradesh州에서는 해마다 정월에 우가디Ugadhi라는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서는 알맞은 품종을 선발하려고 다양한 종자의 발아력을 시험하는 의식이 열린다. 타밀나두주에서도 무라이파리Mulaippari 축제가 있는데, 똑같은 기능을 하는 듯하다. 다양한 곡물 품종의 특성을 관찰·이해하고서 용도와 상태에 따라 심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타밀나두주에서는 모래나 먼지가 날리는 건기에 심는 데 알맞은 벼 품종이 있다.

 

 

 

 

종교와 문화로서 사회에 엮어 넣은 생태적 삶

 

 

현재 환경에 우수한 과학기술과 개발 모델을 온 세계에서 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대부분은 과거 몇 세기 동안 환경을 파괴한 공업화에 대한 사후 약방문일 뿐이다. ‘더욱 자연에 좋은 것’이란 요구는 널리 논의되고 있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는 자연과 대립하는 철학의 ‘조정책’일 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도에는 명확히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보전과 관련 있는 전통이 있었다. 과거 200년 동안 인도 사회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는데, 많은 전통과 관습이 남아 왔고, 그 전통을 보면 인도 사회가 그것을 기본 개념으로 하여 본질적으로 ‘생태적으로 자연에 우수함’을 알 수 있다. 모든 사회적·문화적·종교적 관습과 전통이 생태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것은 사회의 핵심에까지 스며들어가 엮여 있었다.

 

 

<참고문헌>

A.V.Balasubramanian, Traditional Indian Agriculture and Natural Resourced Management : Current Relevance and Future Potential bulletin - article on traditional indian agriculture, August 2003.

 

written by 吉田太郞, translated by 김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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