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젠지南禅寺, 한국말로 남선사. 가면서는 뭐 그저 그런 절이겠지 했다. 도착해서는 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일본도 이런 규모의 절이 있구나. 아기자기함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구나.'


그도 그럴 것이 이 절은 일본에서 최초로 천황의 칙령에 의해 세워진 절이라고 한다. 그렇구나 웅장한 건물을 통하여 자신의 권세와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의 속성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미카도, 한국말로 삼문三門이라고 하는 건물이 떡 하니 그 위용도 당당히 서 있다. 


삼문에도 올라갈 수 있는데,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이곳 일본은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돈을 낸다. 모두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려고 그러는 목적으로 걷는 것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입구에서만 입장료를 내면 안에서 맘껏 다닐 수 있는 데에 익숙해진 나에게 너무 짠돌이 같았다고나 할까. 신발을 벗고 비닐봉지에 담아서 올라간다. 나가면서 비닐봉지는 반납.




삼문에 오르면 이러한 교토의 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 이 맛에 돈을 내고 오르지.



더욱 멋진 건 난젠지의 단풍. 마침 일본도 단풍놀이철이었던 것일까? 가는 곳마다 사람이 북적거린다. 늘 이렇지는 않겠지? 내가 너무 철을 잘 맞춰서 왔던 것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것이야... 라며 위안을.




이쪽을 보아도, 저쪽을 보아도 단풍, 단풍, 단풍! 너무 아름답다.



경치가 너무 멋져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내려갔다. 



1895년 불이 나서 타버린 걸 1909년 재건했다는 법당. 



법당 앞에는 이렇게 커다란 무쇠 향로가 놓여 있고,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합장을 하며 안녕을 기원한다. 재미난 건 향 연기를 손으로 자신의 몸에 닿게 하는 행위다. 우린 그냥 향만 피우고 합장하면 끝인데 재밌었다. 



비와코 호수의 물을 교토 시내로 흐르게 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했다는 수로. 1차 수로는 1890년에, 2차 수로는 1912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벽돌로 쌓아올린 수로가 난젠지 경내를 지나고 있었다. 여기를 참고(http://goo.gl/N8ulm).



그 독특한 양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 머리 위로 나도 한장 찍느라 이런 구도밖에... 제길.



수로를 흐르는 물은 생각보다 더럽다. 물비린내도 심하고 꾸릿꾸릿한 냄새가 풍긴다. 제대로 유수를 시키지 않는 걸까?



일본의 전통 기와지붕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양식을 보여준다.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저 구조,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걸 다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비가 오는 걸 피하는 것과 상관이 있을런지...



한국인은 절에 가며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무언가를 바라듯이, 일본인은 절에 가면 운세를 뽑아 이렇게 달아매달면서 무언가를 기원한다. 인간은 절대자에게 기대고 기원하며 사는 존재일런지.




지붕의 양식이 참으로 화려하다. 역시 천황의 명으로 지은 절다운 것인가. 



일본의 유적지를 다니면서 참으로 궁금했던 건, 도대체 왜 풀이 자라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난젠지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관리인이 풀을 하나하나 이 잡듯이 뽑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일본인의 힘이 아닐까? 




난젠지를 나와 버스 정거장을 찾아 걷다가 만난 철로. 안산에 있는 협궤열차의 철로도 좁은데 이건 더 좁은 것 같다. 어디서 어디까지 무엇을 위해서 다니던 열차였을까? 안산 협궤열차는 소금을 싣고 인천에서 수원을 거쳐 여주까지 가던 철로라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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