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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의 식물 과학 2 - 브르크쉬 아유르베다Vrksh ayurveda

 

 

 

아유르베다와 만나다

 

인도 지식체계 센터(Centre for Indian Knowledge Systems)를 설립한 비자야락시미Vijayalakshmi 박사는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와 처음 만났던 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비자야락시미 박사.

 

 

“어렸을 때부터 저는 원예를 매우 좋아해서 집에 작은 텃밭이 있었어요. 그래서 많은 꽃이 피곤 했는데, 어느 날 동아(ash gourd)가 하나도 여물지 않고 꽃도 시들어 버렸지요. 원예를 도와주던 한 노인이 이렇게 말했어요. ‘아, 이걸 살리는 건 매우 간단하지.’ 그는 뿌리 근처에 구멍을 파고 갈바눔(Ferula gummosa, 건조지에서 자라는 미나리과 식물)을 넣었어요. 그러자 2주일쯤 되어 꽃이 되살아나고 작은 열매를 맺었지요. 더 놀라운 건 그해에는 한 포기의 덩굴에서 동아가 100개나 달렸다는 점이에다. 이 일의 원리를 이해한 건, 15년이나 지나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의 문헌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예요. 갈바눔은 산스크리트어로 힌구hingu라고 하는데, 도샤dosha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꽃이 과실이 되는 과정에서는 바타Vaatha가 지배합니다. 바타란 높고, 가늘고 길며, 경량이고, 표면이 엉성하고, 약간의 태양열로도 시들어 버리는 잎을 가진 식물에 할당될 수 있는 분류로, 이 바타의 균형이 무너지면 꽃은 시들어 버리지요. 그렇지만 뿌리에 갈바눔을 적용하면 이 불균형이 줄어서 체계가 정상으로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대풍작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비자야락시미 박사는 이렇게 주장한다. 농약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으며, 환경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의 연구는 생태학의 원칙에 바탕을 둔 건강한 해충 방제의 정보를 준다. 화학비료도 비싼데, 브르크쉬 아유르베다는 그 대체 수단으로 쓸 수 있다. 우리는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토양·물·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인도의 전통농법을 공부하는 일은 그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고도 높은 수확량을 올리는 농업을 실시하는 방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대농업의 기술이 지속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고 있는 지금, 이 점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고대 농업의 전통을 공부해 내용을 풍부하게 하면 우리는 세계를 풍족하게 만들 수 있다.

 

 

과학이라 할 수 있는 아유르베다

 

도샤와 바타라는 개념은 근대 과학과는 너무 괴리되어 있다. 브르크쉬 아유르베다가 정말로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비자야락시미 박사는 과거, 현재, 미래에도 한결같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브르크쉬 아유르베다가 과학이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대 문헌이 파묻혀 있어 정확한 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최대 3억 개의 문헌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고대부터 지식과 경험을 종합시켜 왔다. 고대의 경전 냐야 사스트라Nyaya Sastra에는 의미 있는 지식을 얻는 방법이 명확히 설명되어 있다. 사스트라는 지식에는 3개의 근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직접 관찰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문헌에 있는 축적된 지식이고, 세 번째는 관찰과 경험을 통해 타당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의료로 유명한 아유르베다도 이러한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고대 인도의 문헌은 의료와 철학과 종교만이 아닌 농축산업과 강우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식물 과학 브르크쉬 아유르베다는 높이 평가되며, 내용도 상세하고 폭넓고, 씨앗의 수집과 선발법, 발아와 파종, 심는 법, 육묘, 경작, 토양과 거름, 농업기상, 병충해 방제 등 근대 농학이 다루는 주제의 대부분을 망라하고 있다.

 

 

연구를 시작하다

 

1980년대 인도에서는 발라수브라마니안A. V. Balasubramanian 박사에 의해서 인도의 전통 과학기술을 탐구하는 ‘애국과 인민을 지향하는 과학기술(Patriotic and People Oriented Science and Technology)’ 운동이 전개되었다. 운동의 배경에는 인도 농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크나큰 문제를 남긴 ‘녹색혁명’이 있다. 센터가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에 주목한 것도 이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이후 센터는 민간에 남아 있는 속담과 전승으로부터 전통농법을 연구하고, 고전 문헌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일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센터에서 직접 남새밭에서 초기 실험을 시작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발라수브라마니안 박사. 

 

 

그 계기가 된 것은 신지학 협회(Theosophical Society) 첸나이 본부에 있는 50그루 이상의 망고가 망고잎 가루이에게 큰 피해를 입은 일이었다. 신지학 협회는 화학 농약을 쓰고 싶지 않아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센터는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에 기초하여 피해가 큰 부분은 없애고 가벼운 부분에는 님Neem과 폰그람pongam(Pongamia pinnata) 기름, 카란쟈Karanja(Derris indica)를 2.5% 섞은 비눗물을 10일 간격으로 3번 뿌리고, 다음으로 비당가Vidanga(Embelia ribes)와 울금(Kasturi manjal= Curcuma aromatica)의 씨앗 가루를 4:1로 섞어서 훈증했다. 그 결과 새로운 잎이 움트고, 그해에 꽤 괜찮은 수확을 올렸다. 이 방법이 성공한 덕분에 센터는 신용을 얻었다. 또 이와 함께 센터는 브르크쉬 아유르베다를 소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간행물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실제로 브르크쉬 아유르베다를 시험하든지 센터에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생겼다.

 

님 나무의 꽃, 잎, 열매. 

 

 

폰그람 나무. 

 

 

카란쟈. 

 

 

현지의 주요 농작물은 벼이다. 그래서 센터는 1997년부터 발아의 개선, 병해충 내성, 자람새를 자극하는 효과를 확인하고자 논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쓰인 것은 토종 벼 품종인 쿨라카르Kullakar로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에 바탕을 두고 4가지 발아 시험이 행해졌다. ① 24시간 물에 담근다. ② 소의 오줌과 창포의 가루를 섞은 데에 24시간 담근다. ③ 24시간 우유에 담그고, 그 뒤 물에 씻어 소똥을 겉에다 바른다. ④ 24시간, 물과 섞은 소똥에 담근다. 그리고 7일 뒤 아무 처리를 하지 않은 대조 구역과 발아율 및 자람새를 비교·측정했다.

 

성장 촉진 실험도 행해졌다. 토양, 외양간두엄, 나무재를 섞어 넣은 포트에 모종을 기르고, 아주심기를 하기 전에 ① 물에 희석한 소의 오줌, ② 소의 오줌, ③ 우유와 빤짜가브야panchagavya라고 불리는 성장 촉진제에 담근다. ④ 물과 기Ghee를 섞어서 거기에 담근다. 그리고 45일 뒤에 다시 산양 고기의 추출물, 검은녹두의 가루, 그리고 참깨로 만든 성장 촉진제를 전체에 흩뿌리고 그 7일 뒤에 모종의 길이와 잎의 수를 측정했다. 또 수확한 뒤의 알곡의 무게와 병의 발생 상황도 조사했다. 이 실험으로 종자를 물에 담그면 발아율이 높아진다는 점, 성장 촉진제를 적용하면 쌀의 수확량이 거의 배나 늘어난다는 점을 알았다. 타밀-나두 농과대학이 1986년에 육종한 폰니벼(ponni rice)에 성장 촉진 물질을 쓰는 실험도 진행되었다.

 

인도에서는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지는 암소의 다섯 가지 생산물인 젖, 다히Dahi, 기Ghee, 똥, 오줌을 빤짜가브야라고 한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생소한 다히는 인도식 요구르트이고, 기는 인도의 정제 버터이다. 위의 사진은 빤짜가브야를 상징하는 신의 모습이다.

 

 

파종하기 전에 희석한 소의 오줌에 볍씨를 담그면, 반점병이나 도열병의 발생이 훨씬 줄어든다는 점도 알았다. 볍씨를 우유에 담그면 바이러스, 특히 퉁그로tungro 바이러스병, 그라시 스턴트 바이러스grassy stunt virus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알았다. 가까이에 있는 논이 병에 걸렸을 때조차 이런 처리를 한 볍씨에는 내병성이 있었다.

센터는 채소에도 내병성, 병해충 방제, 식물 성장에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렇게 개발된 농법은 오크라, 아프리카 가지, 고추, 토마토의 수확량 개선과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었고, 허브 가루를 활용한 종자 소독법도 개발되었다.

 

 

농민과 힘을 모아 연구하여 만든 농법

 

그런데 동시에 문제점도 깨달았다. 고대의 인도 문헌은 찬가, 기도, 만트라와 같은 고대의 처방전을 포함하고 있다.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의 처방전도 일반적이라 사용 비율을 알 수 없었다. 현지의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던 학생들이 파종 전에 씨앗을 우유에 담그는 실험을 행한 적이 있다.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에 발아와 성장 촉진의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한 결과는 발아율이 높아진 경우도 있지만, 그런 효과가 없는 사례도 있었다. 우유에 담근다고 해도 어느 가축의 젖인지, 얼마나 희석하는지, 담그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몰랐다. 전통 의료의 분야에는 수많은 전문의가 있는데, 전통농업에는 도무지 실천자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농민들이 방법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농민들은 피해 방제를 위하여 칼로트로피스 기간테아Calotropis gigantea가 만드는 라텍스Latex를 쓰고 있었다. 고대 문헌에는 그저 언어로만 언급되어 있는데, 농민들은 실제로 이 식물의 살충 효과를 활용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고 있었다. 푸른 잎을 포대에 담아서 물꼬에다 가라앉혀 놓으면, 잡초나 진디가 방제되었다. 또 잎을 하루 정도 물에 담그고 필터로 거른 뒤 흰개미가 창궐한 흙에 뿌리면 흰개미가 사라진다.

대개 농민들의 행동은 서양의 과학기술에 의해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전통농법을 강화하는 데에는 이어지지 않는다. 서양 과학이 유효하다고 선언하기까지는 대체로 무시되고, 과학의 하나로 편입시키는 경우에도 전통적인 실천은 따로 격리되어 단편화되어 버린다. 이 때문에 센터는 브르크쉬 아유르베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실천을 이해하려고 시도했다. 농민의 실천과 고대 경전의 지혜를 결합하는 것으로 농업을 되살릴 수 있었다.

 

칼로트로피스 기간테아. 

 

 

인용문헌

 (1) K. Vijayalakshmi, First Encounters with Vrkshayurveda, Centre for Indian Knowledge Systems

 (2) Vegetable Vrkshayurveda, Centre for Indian Knowledge Systems

 (3) Successful Vrkshayurveda Experiments at CIKS, Centre for Indian Knowledge Systems

 (4) A.V. Balasubramanian, K. Vijayalakshmi, Subhashini Sridhar and S. Arumugasamy,Vrkshayurveda experiments, Linking ancient texts and farmers’ practices, COMPAS magazine,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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