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벙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던 것은 6~7년 전쯤이었다. 논에 붙어 있거나 논 안의 한 귀퉁이에 있는 웅덩이에서 물고기나 개구리를 잡아서 먹었던 기억 속에서나 존재하던 것이 비로소 제 이름을 얻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역마다 덤벙(경북), 둠뱅·툼벙(전남), 둠벙(경기, 충청, 경남)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둠벙은 논이나 그 주변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물웅덩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둠벙은 원래 농업용으로 만들어져 중요하게 활용되었다. 수리시설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논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물,’ 즉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긴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논에 물이 좀 난다 싶은 곳에는 꼭 둠벙을 팠다. 이에 대해 전남 담양군 시목마을의 신현만 이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샘(관정)이 없으니까 물 쓰려고 논마다 팠지. 지금은 저수지가 안골 하고 쇳대에 2개나 있고, 샘을 파서 참 발전했지. 그전에는 물 땀시 농사 못 지었어요. 물 없어 논 못하는 곳은 서숙(조) 갈고 메물(메밀) 심고 그랐어요.”


과거 수리시설이 부족했을 때에는 가능한 곳에서는 그렇게 둠벙을 팠기에 거의 모든 논에 둠벙이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둠벙을 파 놓으면 그나마 물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 둠벙의 물을 모내기에 맞추어 농업용수로 활용하려면 맞두레를 이용해 논바닥으로 퍼야 했는데, 그 일은 손이 잘 맞는 사람끼리 해야 했다.


그러다가 관정을 뚫기 시작하면서 양수기로 지하수를 마음껏 퍼 쓰고, 커다란 저수지가 생기며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근대적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둠벙의 효용가치는 크게 떨어졌고, 쓸모를 잃은 둠벙은 결국 경지정리와 함께 농촌의 경관에서 거의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쓸모없는 둠벙을 유지하기보다는 논을 조금이라도 늘려 벼 한 포기라도 더 심어 먹는 것이 훨씬 이롭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래서 현재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둠벙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라남도의 친환경농업과에서도 이 사업의 초기에는 애를 많이 먹었다. 전라남도 친환경농업과의 이춘봉 계장의 말을 들으면, “전남에서는 생명식품생산 2차 5개년 계획(2010~2014년)을 실시하여 무농약과 유기농을 전체 농업의 45%까지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중 공약의 하나로 생태둠벙을 2014년까지 500개 조성하려고 합니다. … 처음에는 주민들이 파려고 안 했습니다. 둠벙 하나에 30평쯤 할애하는데, 그걸 싫어해서 동네 땅에나 하지 내 땅에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담양군 시목마을의 둠벙. 2004년에 전남도의 지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마을에 오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하며 생긴 마을땅에 만들어졌다.



둠벙이 기르던 생명들


그런데 둠벙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둠벙이 논을 둘러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풍부히 하는 동시에, 농민들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의 역할도 했다는 사실이다. 둠벙이 단순히 농업용수만 확보하는 곳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분이라면 크게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들 수 있다. 탄수화물이야 곡식을 통해서 구한다지만, 단백질은 콩이나 고기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헌데 그 옛날 고기 한 번 구경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서 농사를 지으며 단백질을 공급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다야 조금만 나가면 물고기며 어패류 등이 널려 있어 흉년이 와도 굶어죽는 일은 없었고, 산간 지역에서는 그래도 덫이나 올무를 놓든 사냥을 하면 고기 냄새라도 맡을 수 있었다.


내륙의 농업지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콩이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은, 사실 어디 동물성 단백질에 비하랴. 남의 살인 고기의 그 짜릿한 맛에 콩이 비할 바가 못 된다. 애기들한테 콩과 고기를 놓고 먹여보면 대번에 고기에만 입을 뻐끔뻐끔 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한 고기에 대한 갈증을 그나마 해소시켜주었던 것이 둠벙이다. 다양한 생물들 ㅡ미꾸라지를 필두로 붕어, 새우, 심지어 민물장어까지ㅡ 이 깃들어 살던 둠벙에 대한 기억을 시목마을의 노농들에게서 들어보자.


“둠벙에는 미꾸라지가 그렇게 많았어. 가을에 벼갈이(벼베기)하고 잡아서 추어탕 끓여놓으면 그렇게 겁나 맛있어. 미꾸라지는 찬바람이 나야 제맛이 나. 샘(둠벙) 밑에 물을 조금만 푸면 한 빡께쓰씩 잡았어. 붕어, 피리(피래미), 중태기도 있고, 자라에 장어까지 살았지. 새우도 겁나 많고. 그걸 산태미(삼태기)를 대고 풀을 질근질근 밟아서 확 들어 잡고 했지.”


농민들은 둠벙이 품어 키운 물고기며 새우 등으로 고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중국의 남부 지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벼논양어’라는 형태로 논에서 벼와 함께 물고기를 키워 먹는 문화가 남아 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노농들이 기억하고 있는 일과 하나도 다름없이 꼭 들어맞는다. 하지만 이제는 도처에 널린 게 고기이고, 그것도 너무 값싸게 생산되어 고기 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없으니 둠벙의 그런 가치도 사라져 버렸다. 둠벙이 제공하던 단백질도 쓸모없어졌다는 말이다. 결국 둠벙은 대대적인 경지정리 사업과 함께 그 생명을 잃어버리게 된다.



경지정리 사업으로 논이 반듯하고 커지며 농기계를 이용한 작업이 수월해졌다. 그로 인해 생산성은 급증했으나 논의 다양한 기능은 사라지게 되었다.



논에 사는 긴꼬리투구새우. 논에서 농약의 사용이 많아지면서 사라졌다가 최근 친환경농업이 확산되면서 다시 논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때는 멸종위기종으로까지 지정되었으나 다시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해제되기도 했다. 이놈들이 아침이면 분주하게 논바닥을 훑고 다녀 흙탕물을 일으키는데, 그 덕에 풀이 덜 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들의 똥은 좋은 거름이 되었을 테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둠벙, 생태계의 연결고리


둠벙이 사라지면서 논의 생물다양성은 감소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둠벙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둠벙의 역할 중에는 벼를 심고 한 달 반쯤 지나 실시하는 중간물떼기 때, 논에서 살던 수생생물들이 잠시 피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도 있다. 이제는 그런 수생생물이 혹여 논에서 살더라도 어디로 도망가 있을 수 있겠는가. 또한 농약과 화학비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점점 친환경농업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부분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무엇보다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파괴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시멘트로 발라버린 농수로에서는 수초도 살지 못하고, 그러니 자연히 수초에 꼬이는 플랑크톤 등도 사라지고, 그를 먹이로 삼는 물고기 등도 사라진 지 오래이다. 또한 물고기들이 오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만들어진 저수지와 하천의 둑도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무참히 끊어놓았다.


“지금은 미꾸라지를 구경도 못해. 이 미꾸라지가 개울에서부터 올라와요. 지금은 다 막아 버려서 올라올 수가 없어, 물만 내려가지. 쬐까 뛰어봐야 벼룩이여. 장마철에 비가 오면 막 뛰어올라서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했어. 길가에 막 튀어오르고, 집 앞마당까지 막 떨어졌다니께.”


장마철이면 하늘에서 미꾸라지가 쏟아지기라도 한 듯 펄떡펄떡 뛰는 미꾸라지들이 앞마당까지 떨어졌다는 노농들의 추억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당시에는 인간이 사는 집도 철저히 고립된 인공의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일부였다는 말일 것이다. 하늘이 비를 내리면 이를 숲이 머금었다가 샘과 계곡으로 내뿜고, 이를 인간이 집 안으로 끌어들여 생활용수로 활용한 다음 농수로와 개울로 내보내면 수생식물이 이를 정화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수생동물들이 모여 살았다. 이렇듯 인간의 집도 자연생태계의 일부였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막히거나 끊이지 않고 하나로 이어졌다. 논이나 둠벙은 그 연결고리 안에 존재하던 하나의 요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연결고리가 거의 모두 끊어져 버렸다. 집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는 오폐수처리시설로, 사람과 가축의 똥오줌은 정화조로 들어가 격리되어 처리된 뒤 버려진다. 농수로는 시멘트로 발라져 숲과 집과 논을 연결하고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 기능을 잃고 물만 전달한다. 이처럼 각개격파 당한 듯 곳곳에 끊어져버린 물의 생태체계로 인해 둠벙을 조성하더라도 하나의 고립된 섬으로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관정과 농수로 현대화. 이로 인해 논과 그를 둘러싼 생태계는 고립된 섬으로 남게 되었다.



둠벙은 죽었다?


물론 둠벙에 대해 낭만적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현재 농민 인구는 29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8%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 둠벙이 논마다 존재하던 시절의 농민 인구는 전체의 60~70% 정도에 이르렀다. 더구나 지금의 농민들 가운데 35% 정도는 고령층이다. 즉 그때만큼 일손이 많지도 않은데 둠벙처럼 관리에 품이 필요한 또 다른 일을 벌이기가 어렵다. 또한 조금이라도 생산량을 늘려야 했던 시대의 요구가 있었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런 상황에서 둠벙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새로운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일까? 물론 관광자원의 역할도 현재의 농촌을 생각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사실 그것이 현재로서는 둠벙의 가장 주요한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2012년의 봄가뭄은 둠벙의 잃어버린 가치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수리시설이 취약한 산간, 도서 지역의 경우 둠벙 덕에 가뭄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보고가 이루어지며 전남에서는 현재 그러한 지역을 중심으로 둠벙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늦었지만 둠벙이 수질을 정화하며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연구들이 하나둘 발표되고 있다. 문명의 이기의 등장, 농촌사회와 농업 생산환경의 변화 등으로 둠벙의 실용적 가치는 현재 그 쓰임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둠벙의 완벽한 죽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다시 그 가치가 주목받을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둠벙은 죽지 않았다. 다만 사라졌을 뿐이다.”



경지정리된 마을의 논을 바라보며 옛일을 회상하는 시목마을의 어르신들.




함께 보면 좋을 글


<논 중간 낙수기에 미꾸라지 피난처로서 둠벙의 기능 평가>, 김재옥 외

“고맙다, 둠벙”, 농민신문, 이승환·임현우

민물새우 사는 생태연못 둠벙을 아십니까?”, 과학동아, 윤신영

논 생태계의 보물창고, 둠벙”,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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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 논과 그 주변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물웅덩이를 가리키는 사투리.

 

이러한 둠벙이 예전에는 농업용 목적으로 만들어져 중요하게 활용되었다. 바로 수리시설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논농사에 필수적인 물, 즉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주 긴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논에 물이 좀 난다 싶은 곳에 꼭 둠벙을 팠다. 어지간한 곳에는 그렇게 둠벙을 파서 거의 모든 논마다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둠벙을 파 놓으면 그나마 물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고 한다.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둠벙에 고여 있는 물을 맞두레를 이용해 논바닥에 퍼올렸는데, 그 일은 손이 잘 맞는 사람 둘이 해야 했다.

 

그러다가 관정(지역에선 샘이라 표현)을 뚫어 양수기로 지하수를 마음대로 퍼 쓰는 등의 근대적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둠벙의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결정적으로 쓸모를 잃은 둠벙은 경지정리와 함께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둠벙이 있던 자리에 벼 한 포기라도 더 심어 먹는 것이 훨씬 이로웠던 것이다.

 

농업용 목적 이외에 둠벙이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둠벙이 논을 둘러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풍부히 할 뿐만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하여 사람들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는 점이다. 그 옛날 고기 한 번 제대로 먹지 못하던 사람들이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서 농사를 지으며 단백질을 공급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다야 나가면 물고기며 어패류 등이 널려 있어 흉년이 와도 먹을 것이 있었고, 산간 지역이야 덫이나 올무를 놓든 사냥을 하면 고기 냄새라도 맡을 수 있었다.

내륙의 농업지대에도 콩이라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있었다지만, 어디 동물성 단백질에 비하랴. 남의 살인 고기의 그 짜릿한 맛에 콩이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런데 그러한 고기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었던 것이 바로 둠벙이다. 다양한 생물들 ㅡ미꾸라지를 필두로 붕어, 새우, 심지어 민물장어까지ㅡ 이 기대어 살던 둠벙. 농민들은 이 둠벙이 품어 키운 물고기며 민물 새우 등으로 고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도처에 널린 게 고기이고, 너무 값싸게 생산되어 고기 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런 가치도 떨어져 버렸다. 둠벙이 제공하던 단백질도 무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어른들 기억 속에는 그때 둠벙에서 잡아서 먹었던 미꾸라지만큼 맛있는 것이 없었다며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둠벙을 통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지려면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그 주변 생태계의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시멘트로 발라버린 농수로에 수초도 살지 못하고, 그러니 자연히 수초에 꼬이는 동식물성 플랑크톤 등도 사라지고, 그를 먹이로 삼는 물고기 등도 사라진 지 오래이다. 또한 물고기들이 오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만들어진 저수지와 하천의 둑도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무참히 끊어놓고 있다. 장마철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늘에서 미꾸라지가 쏟아지기라도 한 듯 펄떡펄떡 뛰는 미꾸라지들이 집 앞마당까지 떨어졌다는 어른들의 추억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당시에는 인간이 사는 집들도 철저한 인공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집 주변의 샘에서 솟은 물이나 계곡 상류에서 흐르는 물을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끌어들여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다시 집 앞이나 동네의 연못으로 생활하수가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정화된 뒤 다시 개천과 논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집도 자연생태계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도 않다.

산이 머금은 물이 샘솟는 논에는 둠벙을 파고, 그렇지 않고 개울로 흐르는 곳에서는 물길을 내서 둠벙으로 붙잡아 논으로 물을 넣었다. 논물은 다시 지하수로 스며들거나 물꼬와 농수로를 통해 자연하천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막힘이나 끊김 없이 하나로 이어졌다. 논이나 둠벙은 그 연결고리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요소였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연결고리가 거의 모두 끊어져 버렸다. 집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는 오폐수처리시설로, 사람과 가축의 똥오줌은 정화조로 들어가 격리된다. 농수로는 시멘트로 발라져 관계망이 끊어졌고, 논물로는 양수기로 퍼올리는 지하수가 더 중요해졌다. 이처럼 각개격파 당한 듯 곳곳에 끊어져버린 하천 체계로 인해 이제는 다시 둠벙을 조성한다 하더라도 하나의 고립된 섬밖에 안 된다. 너무나 빈약한 모습이다.

 

이런 조건에서 둠벙을 조성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효과는 무엇일까?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일까? 둠벙의 새로운 가치인 관광자원의 역할도 농촌을 생각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둠벙을 새로 조성하는 주요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농사에서 갖는 둠벙의 실용적 가치는 여러 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그 쓰임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언젠가 그 가치가 다시 주목받을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여지는 남겨두어야 하리라.

 

최근 몇 년 사이 둠벙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한 전라남도에서 서서히 둠벙이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는 오늘 전남도청에 가서 그것을 확인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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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벼논양어 체계


중국의 오래된 전통농법인 벼논양어는 1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 중국에서 벼논양어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측면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1)토지 이용의 확대 (2)적은 투입재 (3)낮은 수확 (4)벼논양어 생산물의 자가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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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뒤, 정부는 농민을 조직하여 벼논양어 체계를 발전시키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1959년 벼논양어로 농사짓는 면적이 70만 헥타르에 달하였는데, 1960~1970년대 농약의 사용이 확산되고, 작부체계가 변화하며, 문화혁명(1966~1976) 기간의 호의적이지 않은 국가의 경제정책으로 인하여 급감하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광둥성에서 벼논양어를 실천하는 면적은 4만 헥타르에서 320헥타르로 떨어지고, 마찬가지로 후난성에서는 23만 헥타르에서 5300헥타르로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개혁"과 "개방" 시기 동안 정부는 다시 벼논양어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의 농민 지원사업과 함께 벼논양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남으로 광둥성에서 북으로 헤이룽장성에 이르고, 1986년 100만 헥타르 이상으로 퍼져 역사상 최고에 달했다. 쓰촨성, 후난성, 구어저우성, 푸젠성 네 곳은 중국 최고의 지역이다. 


벼논양어는 주로 양쯔강 유역과 여타 중국 남부의 구릉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일부는 중국의 북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전통적인 벼논양어 체계는 관개답 지역과 천수답 지역에서 모두 발견된다. 개선된 양식은 주로 관개답 조건에서 발견된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벼논양어 농민은 1500평방미터 이하를 소유한 소농들끼리 협력한다. 일반적인 둠벙의 크기는 보통 1000평방미터이다. 


중국에서 벼논양어 체계의 주요 기술적 구성요소를 이렇게 표현한다. 1무畝(1무= 0.67헥타르).





중국 후베이성의 벼논양어 체계

1. 적합한 논 만들기


· 도랑이 없는 전통적인 논

전통적인 논의 설계에는 논에 둠벙이나 도랑이 없어 물 저장력에 한계가 있다. 물고기 성장은 벼의 관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수확량이 낮고 불안정하다. 


· 벼논양어에 도랑-둠벙을 통합한 설계


“도랑-구덩이" 설계


이는 작고 얕은 구덩이(1~2평방미터)를 논 한가운데에 만드는 개량된 설계이다. 횡단 도랑은 모든 측면의 도랑으로 연결되도록 판다. 물 저장력이 증가하여 물고기에게 더 나은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이 설계는 벼 수확량이 10%까지 높아지고, 전통적 설계에 비하여 1~2번 더 물고기를 키울 수 있다. 




"도랑-둠벙" 설계


이 설계는 크고 깊은 둠벙을 논의 한쪽 귀퉁이에 만드는 더 개선된 것이다. 횡단 도랑은 또한 모든 측면으로 둠벙을 연결하기 위하여 판다. 이 설계에서는 물 저장력이 상당히 증가하여 물고기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 벼와 물고기 모두의 수확량이 높아지고 안정화된다. 




· "굴곡진 논" 벼-물개구리밥-물고기 모델

이 설계는 원래 토양을 개선하고 벼 수확량을 높일 목적으로 습지 지역에서 개발된 것이다. 나중에 점차 아졸라와 물고기를 통합시켰다. 벼는 두둑 위에 심고, 물고기는 물개구리밥과 생물비료와 녹비를 먹으며 도랑에서 산다. 

물개구리밥은 작은 수생식물(보통 1~5cm 크기)로서 축축한 흙에서 자랄 수 있다. 3~5일 만에 2배로 번성할 수 있다. 물개구리밥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데, 하루 1헥타르에 3~7kg의 질소를 고정시킬 수 있다. 그것을 말리면 4%의 질소를 함유하고, 훌륭한 질소거름으로 쓸 수 있다.



벼-물고기-물개구리밥 체계의 생산 자료(관개 저지대).

벼(1년 2모작)

FISH

물개구리밥(날것)

862 kg/무

50.21 kg/무

2,010 kg/무

12 916 kg/Ha

753 kg/Ha

30.150kg/Ha



2. 밑거름 주기


벼농사에서 사용하는 무기비료는 물고기에게 해를 끼치기에 벼논양어 체계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물고기에게 최소한으로 해를 주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조치 가운데 하나는 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전체 질소 가운데 약 80%, 인 가운데 100%로 밑거름의 양을 늘려서 주는 것이다.


밑거름 주는 모습




3. 모내기


굴곡진 논에서는 물고기를 위한 둠벙과 도랑 때문에 심을 수 있는 벼모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벼농양어 체계를 실천하는 농민에게 하나의 제약이다. 농민은 벼논양어 체계를 위한 도랑과 둠벙을 만드느라 10% 정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여 벼 수확량이 감소하는 걸 줄이기 위하여, 줄과 줄 사이의 간격(20~25cm)은 유지하면서 모와 모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방안이 있다. 일반적인 모와 모 사이의 간격은 15~20cm인데, 이를 그 절반인 7.5~10cm로 좁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랑의 옆두둑에 심는 모의 양을 2배로 할 수 있다. 



줄과 줄, 모와 모 사이의 간격




4. 벼논양어 체계에서 물고기를 넣을 때 고려할 사항


· 초어, 잉어, 역돔(Nile tilapia), 붕어는 중국의 벼논양어에서 네 가지 우세종이다. 그러한 체계에서 네 종을 포함한다. 초어(Cyen opharyngodon idellus), 역돔, 잉어(Cyprinus carpio), 붕어(carassius aurotus)인데, 처음 두 종이 주요 종이다. 2~3평방미터에 초어 25~45%, 역돔 25~45%(전체 합하여 70%)에 잉어와 붕어를 15% 정도(나머지 30%)로 구성하여 키우는 것을 권장한다. 종의 혼합은 벼와 물고기 모두 최적의 수확량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물고기 넣기

· 둠벙이나 논에 치어를 넣을 때, 운반하는 통의 물과 논의 물 사이의 온도차가 크면 물고기가 죽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통의 물에 논의 물을 섞으면서 천천히 온도에 적응하도록 권장한다. 






5. 웃거름 주기


웃거름은 이삭이 팰 때 준다. 논의 물이 적게 차 있는 곳은 비료를 줘야 하는데, 물고기에 해를 끼칠 위험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두 가지 대안이 존재한다.



도랑의 물고기: 거름주기

· 논에서 천천히 물을 빼서 치어들이 도랑이나 둠벙으로 피신하도록 한다. 두둑 부분의 물이 거의 마르면 웃거름을 줄 수 있고, 물고기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며 효율적으로 비료도 줄 수 있다. 비료를 주고 2~4일 뒤에 논에 다시 물을 댄다.

비료는 손이나 기계를 사용하여 깊숙한 곳에 줄 수도 있다. 비료는 8~10cm 깊이에 줘야 한다. 비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물고기에 끼칠 해를 줄인다(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논에서 물을 뺀 상태에서). 







6. 병해충 관리


· 풀



새로이 모를 내고 치어를 넣기



모가 자리를 잡은 뒤에 치어를 넣기


논에서 대부분의 풀은 초어의 좋은 먹이가 된다. 모를 내고 한 달 뒤 2~3평방미터에 치어(2~3cm 길이)를 넣으면 풀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다른 풀 방제기술의 필요가 줄어든다. 치어가 자라면서 하루에 풀 등을 추가 사료로 주어 물고기가 어린 벼를 먹는 피해를 막는다. 물고기에게 주는 풀은 벼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둠벙에다 준다. 한편 쌀겨와 기타 추가 사료는 논에서 직접적으로 물고기에게 먹일 수 있다. 


논의 물고기 



· 해충과 질병


물고기가 물속으로 다니면서 벼 사이에 있는 이화명충과 흥명나방 같은 벌레를 먹고, 벼에서 물로 떨어진 메뚜기 등을 잡아먹는다. 물고기는 살충제의 필요성을 줄인다. 또한 물에 떠 있거나 논바닥의 병원균(잎집무늬마름병과 같은)만이 아니라 병에 걸린 잎도 따 먹는다. 따라서 병원균도 줄여 벼의 건강을 개선시킨다. 이와 같이 살균제의 사용도 줄일 수 있다. 농약을 써야 한다면, 특정한 사항은 주의해야 한다. 전통적인 논에서는 논에 더 많은 물을 담아야 한다. 


벌레와 병원균, 병에 걸린 잎을 먹는 물고기






농약 살포는 한 번에 절반 정도만 하여 물고기들이 피신할 수 있게 한다.



농약 살포 

거름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고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살포할 수 있다. 그러나 물고기가 도랑이나 둠벙으로 돌아가도록 논에서 천천히 물을 빼는 것과 같은 간단한 기술을 사용하고 농약을 조심스럽게 살포한 뒤에 다시 논에 물을 대기까지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농약 중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한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랑/둠벙이 설계된 논에서 물은 도랑이나 둠벙으로 빼야 하고, 따라서 물고기가 농약을 살포하기 전에 피신처로 가게 된다. 

전통적인 논 설계에서는, 한 번에 절반에만 농약을 살포하여 물고기가 반대편으로 도망갈 수 있도록 한다. 동일한 절차를 다음날 반대편에서 또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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