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농사짓는 사람에게 중국에서 벌레들이 바람을 타고 건너온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한 벌레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낙하하는 자연의 현상 때문에 해마다 작물의 해충들이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기후변화와 더하여 더욱 빈번하고 극심해진다는 데에 있다. 특히나 따뜻해진 날씨 덕에 이러한 해충들이 더 일찍 날아와 더 오랫동안 피해를 주며, 심할 경우 한국의 겨울 날씨에서도 월동이 가능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중국 남부의 농사 지역을 조사하여 그 지역에 이러한 벌레들에 강한 종자가 있으면 가져다가 저항성이 있는 작물을 육종하는 건 어떨까? 그냥 농약만 치는 걸 해답으로 여기기보다는 말이다...

  



중국 벌레들이 몰려오고 있다.


서해안 일대에서 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애멸구가 출현하고, 제주에선 멸강나방이 발견되는 등 중국에서 날아든 해충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벌레들의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

3일 농촌진흥청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전북 군산과 부안, 충남 서산ㆍ보령 등 서해안 일대에서 애멸구가 공중포충망에 대량으로 채집돼 이들 지역에 병해충 발생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졌다. 애멸구 출현은 지난해(5월 31~6월 2일)보다 약간 빠른 것으로 부안에서 105마리, 군산에선 36마리가 채집됐다. 애멸구는 치명적 바이러스인 벼줄무늬잎마름병을 옮긴 뒤 말라 죽여 '벼 에이즈'로 불린다. 초기에는 잎에 황화 증상과 줄무늬가 생기고 심하면 벼가 말라 죽고 이삭이 기형으로 나온다. 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애멸구가 많이 날아온 2007년, 2009년에 부안ㆍ김제 등 서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줄무늬잎마름병이 대량 발생했다. 이번에 채집된 애멸구의 보독충률(줄무늬잎마름병 바이러스 보유 비율)은 태안지역은 5.0 %, 부안은 1.1 %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애멸구에 의한 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논이나 논 주변에 애멸구가 어느 정도 있는지 지속적인 예찰활동을 하고 애멸구가 많은 지역은 적용 약제로 초기 방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이앙 전 애멸구 방제전용 입제를 육묘상에 처리해야 한다. 만약 약제처리를 하지 않고 이앙한 논에서 애멸구 발생하면 즉시 유제ㆍ수화제 등 방제전용 약제를 반드시 살포해야 한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벼줄무늬잎마름병은 일단 발생되면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을 매개하는 애멸구를 초기에 철저히 방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멸강나방이 나타났다. 제주도 동부농업기술센터는 지난 1일 오후 2시께 예찰활동을 벌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ㆍ신산리 옥수수밭 8필지 2.5㏊에서 올해 들어 제주에서 처음으로 멸강나방을 발견했다. 지난해는 이보다 6일이나 빠른 것이다.

동부농업기술센터는 최근 중국과 제주 사이에 형성된 기압골 기류를 타고 멸강나방이 일찍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멸강나방은 주로 중국에서 해마다 5월 하순~6월 중순, 7월 중순~하순에 기압골을 타고 제주로 날아오는 해충이다. 성충은 10~25일 만에 700여개의 알을 낳으며, 4~5일 만에 부화된 알은 초지를 비롯해 벼, 보리, 수수, 옥수수, 귀리 등 볏과 작물의 잎을 순식간에 갉아먹어 상당한 피해를 준다.

동부농업기술센터는 농업기술원 등 관련기관과 농가에 이런 사실을 통보, 예찰활동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멸강나방이 발견되면 즉시 방제작업을 벌이도록 당부했다.

이처럼 중국으로부터 해충 유입 시기가 빨라지고 개체 수도 늘어나는 데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철 온도가 상승하면서 추운 날씨에 맥을못추던 벌레들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뭄이 길어지는 기후변화도 벌레가 늘어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