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백색가전제품으로 일컬어지는 것 가운데 하나인 냉장고. 이것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처음 양문형 냉장고가 나왔을 때의 충격이란, 이제 어지간한 음식은 냉장고에 잔뜩 쟁여놓을 수 있어 시장을 덜 봐도 되겠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왠걸? 시장을 덜 봐도 되는 게 아니라 그 큰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시장을 더 많이 봐야 하고, 그 안에 든 걸 다 해치우지 못해 썩어나오는 것들이 많아져 더 자주 시장을 보게 되었다. 또한 전기효율이 1등급이라 하지만 덩치에 비해 효율이 좋은 것이지 작은 냉장고에 비해 전기를 덜 먹는 것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는 것이다. 지구 환경을 좀 먹는 물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제 김치냉장고도 그러한 길을 걷고 있다. 처음 김치냉장고가 나왔을 때, 김장독을 땅에다 묻을 수 없게 된 주택구조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이제 쉬어 터질 걱정없이 일년 열두달 사각거리는 맛좋은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러했고, 김치냉장고는 한국에서 21세기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것도 집집마다 하나씩 들여놓게 되자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선 고민이 생겼다. 새로운 걸 만들어서 계속 소비욕을 자극해야지만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스탠드형이 나오며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된다고 선전하더니, 이제는 그 크기를 배 가까이 키운 김치냉장고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가히 사람도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다.

 

과연 이렇게 큰 게 필요한가? 이제 점점 핵가족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한 집에 많아야 3명이 살고, 심지어 1인가구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런데 이렇게 큰 김치냉장고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또 예전처럼 집에서 밥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그에 따라 김치 소비량도 줄었고, 그러니 당연히 김장을 담그는 양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김치냉장고가 필요하단 말인가?

 

딱지엔 에너지효율 1등급이 딱 붙혀 있는데 그것 자체가 필요한 살림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할 일이다.

 

냉장고를 보통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 안에서 어떻게 쓰레기가 발생하는지 조사한 환경부의 기사는 여기를 참조. http://blog.daum.net/stonehinge/8726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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