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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마이다. 장마의 양상이 여느 해와 달라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마른 장마가 찾아오더니, 장마가 끝날 무렵이 된 지금도 계속 흐리고 습한 날씨와 간헐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예전 수리시설과 관정 등이 충분하지 않았을 시절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장마를 중심으로 모내기가 이루어지던 당시 그야말로 굶어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형 댐과 양수기에 감사를 해야 할까?

아무튼 작년에는 장마가 요상해지며 가을 날씨까지 영향을 미쳐 쌀 생산량이 심각하게 감소하기까지 했다. 그 덕에 쌀 자급률이 80%대까지 떨어졌고, 정부는 부랴부랴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 논에 대체작물을 심도록 유도하던 농업정책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당분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는 계속될 것 같고, 이는 농업 생산에 큰 타격을 입힐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식료품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모르지, 수입산으로 그걸 메우려고 할지도 말이다.


아래의 글은 인도의 사례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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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나갈랜드 주의 북동쪽 디마푸르 외곽에 있는 논에서 농민들이 모내기하고 있다. 


지난 겨울 Vikas Chaudhary 씨의 밀밭은 이상한 쓰레기들로 어지러워졌다. 20년 이상 여기 뉴델리에서 북쪽으로 3시간 떨어진 Taraori의 농업지대에 사는 농민들은 겨울에 밀을 재배하고, 확실히 비가 내리는 여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수확량을 보여주는 남아시아 고유의 향기롭고 길쭉한 basmati 벼를 농사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벼 대신 옥수수 자루와 그 낟알이 땅에 분쇄되어 있다. 


기후변화는 인도 대륙 전역에서 계절풍의 양상을 바꾸어 놓으며 너무 절실히 필요한 강우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세계의 식량 공급에 대한 영향은 중대하다. 인도는 해마다 1억 톤의 벼와 곡물을 재배하는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벼를 재배하는 데 쓰이는 농지가 많다. 그리고 Taraori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basmati 벼로 유명한 곳이다. 


아마 오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름철 장마 —여름의 바람이 바다에서 비구름을 몰고와 한달 넘게 한바탕 폭우를 쏟으며 땅을 휩쓴다— 는 6월부터 9월 사이 인도의 농장과 강, 저수지를 풍요롭게 해 왔다. 그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늦게 도착하고, 또 주춤거리고 있다. 늦어진 비가 늦여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작물에 해를 끼치고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


“계절풍이 생명줄입니다”라고 Chaudhary 씨는 말한다. “그러나 지난 몇 번의 계절에는 우리가 비를 바랄 때 내리지 않았습니다.”




계절풍이 시작되면 나가족의 농민들이 인도 마니푸르 주의 동쪽에 있는 Senapati 지구에서 모를 심는다. 




이는 길게 늘어선 벼에겐 나쁜 소식이다. 진짜 basmati 벼는 진품 포도주가 프랑스의 포도밭에서만 나오는 것처럼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만 수확된다. Taraori 지역은 하리아나(Haryana) 주를 포함하여 인도의 주요한 basmati 벼의 재배지역이다. 인도 벼수출협회(India Rice Exporters Association)의 수치에서는 연간 basmati 벼의 수확량 가운데 1/3이 하리아나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그 주요한 basmati 재배지역의 논이 계절풍의 변화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래서 Chaudhary 씨와 그의 친척 중 한 명은 지난해 논의 일부를 옥수수밭으로 바꾸었다. 지난해에는 여름 계절풍이 몰고 오는 비가 2달이나 늦은 8월에 내렸다. 


Chaudhary 씨의 옥수수 농사라는 발상이 뿌리를 내리고, 인도의 장마가 계속 늦게 온다면 벼 대신 옥수수를 심는 곳이 널리 퍼질 것이다. 이는 농민들이 자급하기도 하고 수출하기도 하는 basmati 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일부 농촌공동체의 식단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만 변화하는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인도 전역의 농민들은 여름철 강우량의 부족으로 피해를 받아, 부채를 안고 있는 빈곤한 소작인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강우량이 부족해지면서 수력발전이 제대로 되지 않아 12억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름에 블랙아웃을 겪으며 고통을 받았다. 가뭄은 양파와 기타 채소를 시들게 하는 원인이 되어, 식품 물가를 상승시켰다.



인도의 나르마다 계곡에서 장마철 달구지를 타고 농지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모습.




인도의 고통은 다른 많은 나라의 지역들과 공유된다. 계절풍은 인도 대륙과 미국의 남서부, 동남아시아, 호주, 아프리카의 넓은 면적을 흠뻑 적신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는 지역에 살고 있다. 그들은 음용수와 관개용수의 연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이 장대한 우기의 비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과학자들은 강우량 기록을 연구하고, 지난 세기 중반으로 돌아가 인도 계절풍의 평균 강수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추적했다. 그러나 최근에야 많은 인도인들이 지구온난화의 괴멸적인 결과와 파괴적인 가뭄의 현실을 깨달았다. Krishnan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물이 증발하여 더 많은 습기가 생겨 여름철의 바람이 축축해지고 계절풍은 조용히 죽음의 종소리를 울리게 될 것이라 한다. 


“대기가 매우 안정될 것입니다”라고 계절풍을 연구하는 인도의 열대기상학 연구소의 과학자 Raghavan Krishnan 씨는 말한다. “대기에 수분이 더 많아지겠지만 비가 내리는 건 아닙니다.”


그 변화는 결국 이곳 하리아나 주의 마을 사람들이 전통적인 벼에 기반한 요리에서 옥수수를 결합시킨 식단으로 바꾸도록 만들 것이다. Chaudhary 씨는 “우린 옥수수는 먹지 않습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기후가 변하면서 인간도 따라서 변하고 있어요.”



http://goo.gl/HUy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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