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농경사 권1


기고 3. 어디까지 쓰이는가? DNA        나카무라 이쿠오中村郁郞




이 기고문에 주어진 제목 "어디까지 쓰이는가? DNA"는 농경사를 연구하기 위하여 DNA 해석이 어디까지 쓰이는지 하는 것이다. 농경사에 관한 생물학적인 측면은 인류가 농경을 개시한 이래 어떤 생물(식물, 동물, 곤충, 미생물)을 생활을 위하여 이용해 왔느냐는 것이다. 이 기고문에서는 농경사 연구에서 DNA 해석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인간은 수렵채집을 영위했던 시대부터 여러 가지 생물을 생활에 이용해 왔다. 먹을거리, 약초, 의복, 건축재, 파수를 보는 개 등이다. 그 뒤 농경 정주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작물의 재배화 및 야생동물의 가축화이다. 작물의 재배와 가축의 사육으로 먹을거리가 안정되었던 것이 인구의 증가를 가져오고, 농경 문명사회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각의 농경 문명을 반영한 작물 및 가축의 품종개량이 행해져 왔다. 즉, 작물 및 가축의 시대 변천을 조사하는 건 농경사를 해명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인간이 어떠한 재배 식물 및 가축을 이용해 왔는지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생물 유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가장 좋은 증거이다. 생물 유체의 형태 해석, 원소 분석 및 연대측정은 중요한 해석 수단인데, DNA 해석도 유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DNA는 생체를 구성하는 물질 안에서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기에 보존상태가 좋은 생물 유체를 찾아낼 수 있으면, 그 DNA를 추출할 수 있다. 미량의 DNA에서 다량의 DNA를 증폭시킬 수 있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방법의 등장으로(Saiki 외, 1985) 생물 유체의 특정 DNA 단편을 증폭하여 염기배열을 해독할 수 있다.


최근 뉴잉글랜드 바이오사에서 PreCR Repair Mix라는 시약이 판매되고 있다. 이 시약에는 미생물 DNA 수복효소의 혼합물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중 가닥 DNA의 패인 곳(상처)을 수복할 수 있다. 생물 유체의 이중 가닥 DNA에는 산화에 의하여 다수의 패인 곳이 들어 있기 때문에, PCR 방법으로 긴 DNA 단편을 증폭할 수 없어서 이 시약은 앞으로 DNA 해석을 행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대 생물 유체의 DNA 해석을 행하려면, 현생 생물과는 다른 문제점이 있다. 현생 생물의 DNA를 해석할 경우에는 다수의 DNA 표지자를 해석하거나 긴 염기배열을 해석하거나 할 수 있는데, 고대의 생물 유체에서 추출할 수 있는 DNA는 매우 미량이며 단편화되어 있어서 어떤 염기배열을 목표로 해석해야 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즉, 소수이며 짧은 염기배열을 해석하는 것으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Nakamura 외(1997)는 엽록체 DNA의 rpl16 유전자와 rpl14 유전자 사이의 염기배열을 해석하는 것으로 고등식물의 종을 추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plastid subtype identity(PSID) 배열이라 명명했다(그림1). PSID배열은 100-300 염기로 짧고, 식물의 조직에는 다수의 엽록체 DNA가 포함되어 있어서 고대의 식물 유체 및 종자의 DNA 해석에 적합하다. 실제로 벼와 돌콩, 메론 등의 고대 종자의 DNA 해석에 이용되고 있다. 또한 범죄 수사에서 식물 증거물 및 식물 원료의 종을 감정하는 등에도 응용되고 있다.



그림1 엽록체 DNA의 PSID(plastid subtype identity) 배열. PSID 배열은 rpl16 유전자의 마지막 코돈의 T에서 rpl114 유전자의 바로앞까지. 한 대의 프라이머(rpl5P 및 rpl3P)를 써서 염기배열을 증폭, 해독한다.



그러나 PSID 배열은 엽록체 DNA의 염기배열이기에 식물에서 많이 인지되는 배수체와 종간 잡종 등의 판정을 할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약 3000년 전의 소하묘 유적에서는 다량의 밀 종자가 발굴되었는데(그림2), 엽록체의 PSID 배열의 해석에서는 몇 배체의 밀인지 해명할 수 없다. 밀에는 2배체와 4배체, 6배체의 재배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종자의 크기를 통해 어느 정도의 배수성인지 예측할 수 있지만, 혹시 핵 DNA의 해석으로 게놈 구성을 해석할 수 있다면 훨씬 유익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그림2 신장 위구르 소하묘 유적에서 출토된 미이라와 밀 종자



생물의 진화는 미토콘드리아 및 엽록체 DNA보다도 핵 DNA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밝혀졌기에, 핵 DNA(게놈)을 특정할 수 있는 염기배열을 발견할 수 있다면 생물고고학에 매우 유익한 도구가 된다. 세균 분야와 고세균에서는 16S rRNA 유전자의 염기배열을 이용한 분류가 실용화되고 있다. 또한 진핵생물에서도 18S 및 28S rRNA 유전자를 이용한 분류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핵 안에 다수의 rRNA 유전자가 늘어서 있거나 또는 군데군데 존재하여, 얼마 안 되지만 염기배열의 변화가 인지된다고 엄밀한 의미에서 rRNA 유전자의 염기배열을 추정할 수는 없다. 


그럼 생물 유체에서 어떤 핵 DNA 배열을 해석하면 좋을까? 이 문제는 현재의 생물학이 안고 있는 난제 "종이란 무엇인가?"와 동일한 문제이다. 린네는 생물 형태의 차이에 기반을 하여 종을 구분하고, 이명법으로 체계화했다. 이 경우 종이란 형태가 유사한 집단이다. 또 이밖에도 교잡친화성에 기반을 한 생물학적 종 개념, 지리적인 격리에 기반을 한 지리적 종 개념 등이 있다.


한편 최근 DNA 해석기술의 진전에 따라, 대량으로 집적된 DNA 배열 정보를 사용하여 종을 식별하려는 연구가 성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 -예를 들면, 분자계통수에 기반한 Phylocode(Gauthier and Queiroz 1990)와 미토콘드리아의 COI 유전자 배열에 기반한 DNA barcoding(Herbert 외 2003)은 기존의 분류체계와는 독립된 개념이라, 린네 이후 250년 동안 방대해진 자료와의 관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특히 식물에는 동물과 진균류에는 몇 안 되는 종간 교잡 및 복이배체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Phylocode와 DNA barcoding으로는 분류가 곤란한 경우가 있다. 


현재 생물 유체의 DNA 해석에 장벽이 되는 건 린네의 형태적인 종 개념과 대응하는 핵 DNA 표지자가 발견되지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몇몇 군데의 짧은(50-200bp) 염기배열을 해석하여 생물의 종(아종)과 게놈 구성을 특정할 수 있다면, 농경이 기원한 이후 1만년 동안의 생물 유체 DNA 해석은 알맞은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생물 유체는 그 형태를 가지고 속 정도는 판정할 수 있는데, DNA 해석으로 종과 게놈 구성을 해명할 수 있다면 더욱 상세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앞에 기술한 소하묘 유적에서는 밀 종자가 세 종류의 벼과식물로 짠 바구니 안에 담겨 있었다(그림3). 이 세 종의 벼과식물의 종명을 특정할 수 있다면, 소하묘 유적 주변의 당시 환경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재배되었던 밀의 게놈 구성을 알 수 있으면, 밀의 생산량과 용도를 밝힐 수 있다. 게다가 소하묘 유적에서는 다수의 소 머리뼈가 출토되었는데, 어떤 소인지를 특정하여 소하묘 유적을 남긴 민족이 어느 지역에서 이동해 왔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그림3 출토된 밀 종자가 담겨 있던 3종류의 벼과 풀로 짠 바구니



최근 DNA 해석을 쉽게 행할 수 있게 되면서 종과 아종을 구별하지 않고 유전자형만 해석하는 연구가 여럿 인정된다. 예를 들면, 재배 벼는 자포니카와 인디카라는 생태형으로 분화되는데 둘에 찰 유전자자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만일 인디카와 자포니카를 구별하지 않고 찰 유전자자리의 유전자형만 조사하는 연구를 행한다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것은 민족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형만 조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기고문의 '어디까지 쓰이는가? DNA'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종과 게놈을 특정할 수 있는 핵 DNA 배열을 찾아낼 수 있다"는 걸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야 하는데, 생물 유체의 DNA 해석은 농경사를 해명하기 위하여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해석 수단이 된다고 답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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