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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농장은 이주농업노동자를 쥐어짜며 돈을 벌고, 

대기업 농장은 비정규직 농업노동자를 쥐어짜며 돈을 번다. 


누군가의 희생과 착취라는 점에서는 하나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 반대만이 아니라, 농업계 스스로도 정당한 노동환경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기사가 연달아 2개나 보여 함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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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캄보디아 여성은 왜 농장에서 도망쳤나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스탑 크랙다운'이라는 밴드가 있었다. 서울역 앞 가설 무대에서 '스탑, 스탑, 스탑, 크랙다운'(단속 추방 중단)을 경쾌한 펑크 사운드에 실어 외치던 이 밴드의 멤버들은 모두 이주노동자들이었다. 밴드의 보컬로 '단속 추방 중단'을 외치며 인기를 끌었던 미누(미노드목탄) 씨는 자신의 노랫말과 정반대로 지난 2009년, 네팔로 단속 추방 당했다.

88올림픽 이후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각국의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이주노동자 역사는 얼추 25년이 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착각이다. 한국인들의 형, 누나, 부모는 과거에 이주노동자였다. 중국으로, 독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일거리를 찾아다니던 한국인들의 역사까지 합하면 한국의 이주노동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긴다.

그러나 2013년, 한국 내 이주노동자 현실은 처참하다. 2007년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로 이주노동자 10명이 사망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그뿐이었다. 노동 환경은 통제돼 있고, 이를 악용한 '인종·인권 차별'은 전국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을 뿐이다.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오히려 '강제 추방'을 실적화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미누'들이 말 못할 통제 속에서 인권 침해에 시달리다 해외로 추방되고 있다.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한 이후 편법 활용과 인권 침해 문제 등이 야기되면서 고용 허가제가 이를 대체했다. 고용 허가제가 시행된 지, 오는 8월 17일이면 9년이 된다. 연수생 신분으로 각종 불이익을 감내하던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은 다소 개선됐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파리 목숨이다. 회사를 마음대로 옮길 수도 없고, 회사에서 잘리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다. 심지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회사 상황에 따라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현행 고용 허가제의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과 <프레시안>은 고용 허가제 시행 9년을 되짚는 기획을 마련했다.

공동행동은 민주노총, 서울경인이주노조, 한국이주인권센터,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전국학생행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민변 노동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아시아의창, 아시아의친구들, 지구인의정류장 등 30여 개 이주, 노동, 사회 단체들이 함께하는 연대체다. <편집자>

고용 허가제 9년
 '일회용 인간'에게 강제 노동시키는 한국…언제까지?
② 이주노동자의 한탄 "노예시장에서 노예 고르듯…"
③ 사장은 "야!개X끼"라 부르고, 맞아도 직장 못 바꾸고

지난 6월 15일 저녁 7시 30분, 두 명의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가 전라남도 담양의 한 농장에서 고용주의 눈을 피해 몰래 숙소를 빠져나왔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다녔다. 자신들이 사라진 걸 알아챈 고용주가 언제 버스 정류장으로 잡으러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마음은 급해졌다. 무턱대고 도로에 나가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손짓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시골길을 달리는 차들은 두 사람을 무심하게 지나쳐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미친 듯이 손을 흔들어 대고 있던 두 사람 앞에서 시외버스 한 대가 속도를 늦췄다. 두 사람은 커다란 짐 가방을 끌고 저 앞에서 후미등을 깜박이고 있는 시외버스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니 후들거리던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눈물이 났다. 한국에 온 지 1년, 사시사철 하루도 빠짐없이 비닐하우스에 쭈그려 앉아 딸기와 토마토를 따고, 포장을 하고, 농약을 치던 고된 노동의 나날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2012년 6월 4일,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 2박 3일 동안 수원에 있는 농협 교육장에서 간단한 한국어와 기능 교육, 안전 교육 등을 받았다. 교육이 끝나고 바로 계약을 체결했던 전라남도 담양의 농장으로 보내졌다. 다음 날 새벽, 해도 뜨지 않은 5시에 일은 시작되었다. 다섯 시간 동안 꼬박 딸기를 따고 나서야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나서 채 한숨 돌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토마토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여름의 하우스는 더웠고 농약이 묻은 딸기와 토마토 잎사귀들은 사정없이 팔뚝과 종아리를 찔러댔다. 하루 만에 피부가 벌겋게 일어났다.

이튿날부터는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했다. 중간에 두 번, 아침과 점심을 먹는 동안 30분씩 쉬는 것을 제외하고 하루 14시간 가까이 일을 하면서 한 달이 지났다. 계약서에는 월 103만5000원을 주겠다고 되어 있었지만, 고용주는 수습 기간이라는 이유로 90만 원을 임금으로 지급했다. 계약서에는 한 달에 휴일이 이틀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고용주는 지금은 바쁘니 휴일 없이 일하고 가을이 되면 매주 휴일을 주겠다며 참으라고 했다.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부풀어 오른 피부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두 달 동안 기회만 있으면 고용주에게 병원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8월이 되어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무언지도 모르는 주사를 맞았다. 의료보험이 없던 두 사람이 주사 한 대를 맞고 내야 했던 돈은 7만 원이었다. 함께 갔던 고용주가 병원비를 내주었다. 대신 8월 월급은 83만 원이었다.


 경기도 이천시 부추 비닐하우스에서 부추를 수확하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들. ⓒ김사강

여름이 지나니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조금 늦춰졌다. 오전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12시간을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약속했던 휴일은 오지 않았다.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놓고 약속했던 휴일에도 고용주는 아침이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나와서 일을 하라고 했다. 아침도 점심도 거르고 꼬박 여덟 시간을 일하면 그때부터 쉬라고 했다. 그게 휴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휴일 같지 않은 휴일을 한 달에 네 번씩 주면서 고용주는 계약보다 이틀이나 휴일을 더 준다고 생색을 냈다.

해가 바뀌고 2013년이 되니 고용주는 이제부터 11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3월에 또다시 새벽 3~4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14시간이 넘는 노동이 시작되었다. 고용주는 일이 많아졌으니 월급을 10만 원씩 더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딱 2개월이었다. 딸기와 토마토가 가장 바쁜 5월, 새벽마다 코피를 쏟고 일하는 내내 속쓰림에 시달리며 한 달을 보낸 뒤 받은 월급은 다시 110만 원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6월 15일, 일을 마치고 고용주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이제 1년 지났어요. 우리 농장 바꾸고 싶어요. 3시, 4시 일 시작해요. 우리는 힘들어요."

고용주는 화를 버럭 냈다.

"어디 다른 데 가면 딸기밭에서 3시에 안 일어나는 데가 있는 줄 알아? 원래 시골에서는 다 그런 거야. 이거는 노동법에도 다 나와 있어. 여기서 일하기 싫어? 그럼 캄보디아로 가. 나는 다른 데 가는 거는 사인 못 해줘. 니들이 어디 다른 데서 일자리 구할 수 있을 줄 알아? 이제 딸기 다 땄으니까 마음대로 해. 캄보디아 가고 싶으면 가."

그때였다. 도망을 치더라도, 불법이 되더라도 이곳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열악한 노동 조건, 유일한 탈출구는 이탈?

지난 5월 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농가를 방문해 고용주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고용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접어야 할 상황이라며 현재 농촌이 겪고 있는 인력난을 호소했다. 용역 회사를 통해 사람을 쓰면 일당이 8만 원에서 10만 원인데 그나마 요즘 사람들이 농업을 기피해서 구하기 쉽지 않고, 예전에는 쉽게 구할 수 있던 동네 할머니들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일을 못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구한 이주노동자들을 상전 모시듯 떠받들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주들이 '상전'이라고 표현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생활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10시간이 넘는데 임금은 노동 시간과는 무관하게 주 44시간 기준 최저임금인 월 110만 원(법정 최저임금 109만8360원에서 1000원 단위 올린 금액)이 기본이다. 일이 바쁠 때는 10만~20만 원을 더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고용주 마음이다. 130만~140만 원을 준다고 한 고용주들은 알고 보니 20만~30만 원씩을 숙박비로 제하고 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은 검은 차양막을 친 비닐하우스 안에 패널로 지은 숙소나, 노지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한다. 분뇨를 퍼내지 않아서 아예 쓸 수도 없는 재래식 화장실에 물도 빠지지 않는 간이 샤워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미나리 농장에서 만난 네팔 노동자는 밤이면 문틈으로 뱀이 들어온다고 했고, 양돈 농장에서 만난 베트남 노동자는 파리가 너무 많아서 자기 전에 휴지로 귀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숙소를 서너 명이 같이 쓰게 하면서 1인당 20만 원씩 받는다는 고용주들을 보면 상전은커녕 머슴도 그렇게는 대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용주들은 이탈하는 이주노동자들을 강하게 비난한다. 기껏 힘들게 고용 허가를 받아 데리고 왔는데 1년도 못 채우고 가겠다고 하고, 자식처럼 정을 줬는데 다른 농장에서 5만 원, 10만 원만 더 준다고 하면 옮겨 달라고 하니 못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비자 기간 3년 동안 세 번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현행 고용 허가 제도를 바꿔 아예 한 번이라도 옮기면 바로 출국시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고용주들도 인정하듯 "한국 젊은이들은 일주일도 못 버티는" 농촌에서 그나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견디며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의 농장을 찾아 떠나는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충청남도 홍성군 양돈 농가의 벽에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써놓은 글. 돼지들에게 주사할 약의 이름과 용량 아래 "배트남 사람입니다", "베트남 사람 좋아요"라는 낙서가 보인다. ⓒ김사강

근로기준법도 보호하지 않는 농축산업 노동자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는 법은 근로기준법이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이주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몇 가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63조가 근로 시간, 휴게, 휴일에 대한 동법의 규정들이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의 대상이 자연물이고 업무가 기상이나 계절 등 자연적 조건에 강하게 좌우되는 원시적인 산업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3년으로부터 60년이 지난 2013년의 농업은 더 이상 원시적인 산업이 아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겨울에도 채소를 키워내고, 양계나 양돈, 버섯 농가는 아예 공장 같은 시설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다. 기상과 계절에 좌우되는 곳은 일부 노지 채소 농장일 뿐이다. 고용주들은 농업이 제조업과 달리 하루 8시간, 주중에만 일해서는 유지될 수 없다고 한다. 한창 제철인 채소들은 반나절만 지나도 쑥쑥 자라기 때문에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김을 매고 거둬줘야 하고 닭과 돼지를 일요일이라고 굶길 수는 없으니 휴일 없는 장시간 노동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주고, 번갈아 가면서라도 휴일을 쓰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긴 농한기는 없더라도 수확이 끝나고 다시 파종하기까지 며칠이 빌 수 있는데, 그 기간마저 노동자들을 이웃 농가에 꾸어줘 가며 기계처럼 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 규정은 때때로 농축산업 노동자에게는 아예 노동 관계법 전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일부 고용주들은 시간외수당은 물론이고 건강보험도, 산재보험도, 심지어 최저임금도 농축산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들은 다들 젊기 때문에 아프지도 않고, 농장 일은 공장 일과 달라 사고 위험도 없으며, 심지어 물 맑고 공기 좋은 데서 일하니 더 건강해지지 않겠느냐고 한다. 이들에게는 만성적인 근육통, 위장병, 피부병,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거나 농기계와 농기구 사고로 산재를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주노동자 발목 잡는 고용 허가제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고용 허가제가 이전의 산업연수생 제도보다 나아진 점은 이주노동자를 연수생이 아닌 노동자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반쪽짜리 권리밖에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용 허가제의 업종 변경 금지와 사업장 이동 제한, 고용주의 일방적인 이탈 신고 등으로 더 나은 노동 조건과 환경을 찾아갈 자유마저 제약당하고 있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은 권리이기 이전에 생존과 생활의 문제이다. 노동자는 사람이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수십 년 넘게 외쳐온 이 명제가 농축산업에서는 아직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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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기업 유리온실 농장, 직접 가보니 ‘농장 아닌 공장’


화옹 유리온실 단지. 뒤로 보이는 하얀 터널처럼 생긴 부분이 유리 온실로 가로 길이만 712m에 달한다.

동부팜화옹이 운영하고 있는 화옹 유리온실 단지의 전경이다.ⓒ민중의소리




대기업인 동부그룹의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이 운영하는 화옹유리온실단지는 농민들이 땀 흘리며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장의 모습이 아닌 기계로 물건을 찍어내는 공장의 모습이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화옹 유리온실단지는 2009년 발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농어업 선진화 정책’에 의한 사업 중 하나다. 농어업 선진화 정책의 일환인 기업농 육성의 시범기업으로 선정된 동부그룹은 총 매립면적 약 1,879만평(6,212ha)의 화옹 간척지에 약 232만여평(768ha)의 대규모 농산물 생산 및 체험 단지인 에코팜랜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일부로 화옹 유리온실단지를 먼저 착공해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대기업인 동부그룹이 대규모 유리온실 단지를 만들어 토마토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농민들은 반발했다.

농민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농산물 생산에 뛰어들면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일반 가족농가는 붕괴되고 나아가 식량안보까지 위협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부그룹의 농산물 생산을 반대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동부그룹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저항했다.

이에 동부그룹은 지난 3월 26일 화옹 유리온실 사업을 중단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4개월 가까이 지난 뒤에도 화옹 유리온실은 전체의 절반인 1만5천평에서 토마토가 올해 첫 수확물을 내고 있었다.

논란이 된 화옹 유리온실단지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화옹 간척지에 위치하고 있다. 화옹 간척지에서 유일하게 완성된 건조물인 화옹 유리온실은 보통 유리보다 투과율이 높다는 디아망(Diamant) 유리가 사용돼 하얗게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면적 4만5천평, 길이만 해도 712m에 달하는 축구장 두 개 크기의 화옹 유리온실단지는 카메라로 한 번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수확량은 계획대로라면 1년에 평당 165kg, 전체 면적으로 따지면 연간 약 5천톤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토마토가 연간 2천톤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다. 

유리온실 내부는 자동화된 공장과 다름없었다. 무인 운반차량이 토마토를 온실과 연결된 선별장으로 가지고 오면, 거대한 로봇 팔이 토마토를 선별기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쏟아 넣고 있었다. 그 이외의 수확이나 포장 같은 일은 사람이 하고 있지만 단순한 토마토를 따서 바구니에 넣는 단순한 작업뿐이었다. 유리온실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들은 농민이라기보다 자동화 기계의 일부처럼 보였다.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 진출은 식량안보 위협을 불러올 것




화옹 유리온실단지 내부에서 무인 운반차량이 수확한 토마토를 실어가고 있다.ⓒ민중의소리




단지를 둘러본 농민들은 끝없이 이어진 유리온실에 놀라고 온실 내 설치된 무인 자동화 설비를 신기해 하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유리온싱을 찾은 가톨릭 농민회 이상식 회장은 “이런 최고급 시설을 갖춘 대기업의 유리온실이 들어서면 가족농업이 붕괴되고 농민들은 농업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초국적 농업 기업이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대기업을 농업에 손을 뗄지도 모르고 결국 식량안보가 위험해 진다”고 걱정했다.

전농 위두환 사무총장도 “규모는 자료로 봐서 짐작하고 있었지만, 자동화 시설에 신경이 쓰였다”며 “자동화가 될수록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하는 것인데 여기서 일할 농민조차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유리온실 답사를 허용한 것이 동부팜한농이 농업생산을 포기했다는 점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예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리온실은 계속 가동되고 있었지만, 운영 유지만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동부팜화옹 직원은 약 3만평의 유리온실에 1만5천평만 경작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한 농산물의 1/3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1/3은 푸드뱅크 등을 통해 소외 이웃에게 무상으로 제공, 나머지는 파쇄‧폐기처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폐기되는 토마토를 본 충남지역 토마토생산자협의회 이은혁 사무국장은 “1/3이 폐기되는 양치고는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며 “여기서 생산된 토마토가 국내시장에 흘러들어가지 않는 것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화옹 유리온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용직으로 고용됐으며,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라고 동부팜화옹 직원은 전했다.ⓒ민중의소리


화옹 유리온실은 대기업 농산물 생산 진출의 시작일 뿐

현재 농식품부의 제안으로 화성시 농민단체가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화옹 유리온실단지를 동부팜화옹으로부터 인수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영농법인이 화옹 유리온실 지분 51%를 인수하여 경영권을 행사하고, 동부팜한농이 49%의 지분을 갖고 생산·유통을 맡아서 운영한다는 조건이다.

농식품부는 화옹 유리온실의 총 인수금액 500여억원의 51%인 275억원의 대부분을 농협에서 부담하고 각 농민단체가 5억씩을 출자하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옹 유리온실단지 답사에 앞서 전농과 가톨릭농민회는 유리온실을 인수하려는 화성시 농민단체들과 짧은 간담회를 가졌다.

화성시 농민단체 중 하나인 HS영농조합법인 윤통일 대표는 “화성시 농민단체들이 온실단지를 인수해서 지역의 농민들과 상생할 수 있게 경영하려고 한다”며 “동부팜화옹은 지분을 하나도 안 들이기 원했지만, 기술과 운영 등의 어려움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익힐 때 까지 동부가 참여하도록 제안한 것”이라고 인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위 총장은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동부그룹을 화옹 유리온실의 운영의 계속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격”이라며 “또 기존 유리온실은 평당 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화옹 단지는 평당 150만원 정도로 인수비용을 책정해 농민들의 돈을 동부그룹에 퍼주는 셈”이라며 우려했다.

이어 “화성시 농민단체가 화옹 유리온실을 인수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동부그룹이 참여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며 “토마토 생산을 포기하겠다고 한 대기업을 이런 식으로 끌어들여 여지를 남겨둔다면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화성시 농민단체 중 일부는 전농이 “농어업 선진화 정책으로 이곳 화옹 간척지뿐 아니라 새만금‧고흥 간척지에도 각각 1천만평, 7백만평에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 단지가 들어설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놀라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전농, 가톨릭농민회, 전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 등은 향후 동부그룹이 농산물 생산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출하 저지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

동부팜화옹 직원과 이야기 중인 전농 위두환 사무총장

7월16일 화옹 유리온실 답사를 한 전농 위두환 사무총장이 동부팜화옹 직원에게 폐기예정 토마토 처리에 대해 묻고 있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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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기업들은 집에서 날마다 보거나 들은 적 있는 기업들일 것이다. 


세계에는 5000만에서 1억 개의 농장 이 있다(축구장 3개 정도의 크기보다 작은 농장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농장에서 생산하는 작물의 절반은 겨우 십여 개의 기업이 제공하는 종자와 비료, 농약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작물의 대부분이 판매, 거래되어 세계로 운송된다. 그렇다. 이 행성의 작물 가운데 절반은 20여 개가 안 되는 기업에서 재배, 가공, 선적된다. 그리고 농업 제품이 상점으로 가공되어 분산될 때 또 다른 10여 개의 기업이나 앞에서 언급한 기업들에 의해 취급된다. 

그 기업들의 일부는  아처 다니엘스 미들랜드(ADM), 몬산토, 네슬레, 펩시처럼 잘 알려져 있다. 번기(Bunge)나 포타쉬(PotashCorp), 카길이나 윌마(Wilmar)와 같은 나머지는 아직 대중의 눈 밖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들의 상표 —Dentyne, Grey Poupon, Jell-O, Toblerone— 는 알고 있을 테지만, 아마 그것들이 Kraft라는 하나의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식품 대기업의 대부분은 그 뿌리가 1세기 이상으로 거슬러올라가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복잡한 대형 농업의 세계는 처음이지?

Big Six라 불리는 기업부터 시작해보자. 몬산토와 신젠타, 다우 농과학, 듀폰, 바이엘, 바스프는 세계에서 사용되는 농약의 약 3/4을 생산한다. 또한 앞의 다섯 기업은 그들이 판매하는 농약에 저항성을 갖도록 변형된 품종을 포함하여 새로운 상표의 종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을 농민에게 판매한다. 한편 농민이 화학비료를 원한다면, 다른 기업 목록에 나오는 세계 시장의 2/3를 장악한 포타쉬(PotashCorp)에서 구매하게 된다. 

쟁기질, 파종, 관리, 수확이 끝나면, 주요 작물의 약 80%가 4개의무역업체 -ADM, 번기, 카길, 루이 드레퓌스- 에게 넘어간다. 물론 이 기업들은 금융업만이 아니라, 예를 들어 카길은 동물사료와 기타 여러 제품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육류의 1/5 이상을 공급한다. 

이런 대기업들을 피해서 채식주의자가 되고자 한다면 꿈을 깨라. ADM 은 미국에서 재배하는 모든 콩의 1/3과 세계의 콩 가운데 1/6을 가공한다. 또한 1년에 56억 리터 이상의 바이오에탄올과 200만 메트릭톤 이상의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만든다. 그리고 세계의 초콜릿 가운데 1/6을 생산한다. 

많은 상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먹을거리가 소비자에게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그러나 그 소유자는 소수이다. 음료수만 볼까. 십여 개의 기업이 식료품점의 탄산음료수를 지배하는데, 거의 모두를 단 2개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바로 코카콜라와 펩시코이다.


왜 이것이 문제인가? 

과점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 농업은 오랫동안 의심에 싸인 채 운영되어 왔다. 연구자와 활동가 들은 특정 농약과 화학비료, 동물호르몬, 식품첨가물의 사용 등 대형 농업이 행하고 있는 일의 안정성 또는 장기적 영향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또한 환경 약탈과 동물학대에 대한 비난만이 아니라, 가격 담합과 기타 범죄 혐의에 대해 최고경영자들이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최근 책과 뉴스에서는 맛있지만 건강에 해로운 식품에 대한 식품 거인들의 끊임없는 판촉에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요즘 일어나는 기타 특정 불만에는 산림파괴와 무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 1990년 이후 대두 생산이 3배로 늘리면서 아마존 유역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잘못 관리되는 공장식 축산과 가공공장이 해마다 반복하여 식품 관련 질병 발생에 기여해 왔다. 물론 이런 사고가 모두 식품 대기업에서 기인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관련법규가 사태가 악화되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되어 왔다. 그러나 대형 농업의 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그들의 시설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농민에게 과점은 농자재 공급자에 대한 선택지가 줄어들고, 다른 누군가에게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길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추세가 바로 계약재배로 나타나고 있다. 농민들은 계약을 받아들이면 기업에서 지정한 대로 재배하고, 기업에게서 모든 자재를 공급받으며, 생산물은 계약대로 구매된다. 인도의 서벵골에서 펩시코는 1만 명 이상의 농민을 고용하여 과자를 생산하기 위해 감자와 기타 작물들을 공급해 왔다. 그 방법으로 수확량이 상당히 증가했고, 공개시장의 가격변동에서 농민들을 분리시켰다. 그러나 미국에서 계약양계는 현대판 소작농으로 특징을 나타냈다. 타이슨 푸드 같은 대기업이 거대한 양계장을 지어 운영하는 농민에게 닭과 사료를 공급한다(닭들은 자신의 몸보다 조금 큰 닭장에서 사육됨). 농민들은 닭이 충분히 자라지 않거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대로 양계장을 변경시키지 않으면 최소 2개월 전의 통지로 계약을 끝낼 수 있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러한 집중된 권력은 대형 농업이 세계를 먹여살린다는 더 큰 맥락에서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뜻한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대형 농업은 세계를 먹여살리는 데에서 비켜나 있다. 그들은 식량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ADM과 다른 대형 생산자들이 2006~2008년 사이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2배로 늘렸을 때, 그 경쟁 요소인 식량에서는 손실이 발생했다.

결론: 먹이사슬의 상단에 있는 소수 기업들의 엄청난 능력이 식량의 유용성, 안전성, 건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도록 장려책을 그 목표에 더 부합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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