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논 아트"를 봅니다.
이 정도면 정말 이제는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고 인정할 만합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일본에서는 논에 그림을 그려 관광 수입과 농산물 판매를 연결한다는 사실을 알고 역시 우리보다 좀 앞서 가는구나 싶었는데, 이건 뭐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나아갔네요. 1993년부터 했다고 하니 20년 넘게 쌓인 노하우이겠네요. 이 예술작품을 보러 아오모리현에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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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부르 형제라는 화가 삼형제가 있다. 각각의 이름은 헤르만(Hermann), 폴(Pol), 얀(Jan)이라 하는데, 조각가 아널드 반 랭부르(Arnold van Limbourg)의 아들로, 지금의 벨기에 중부 브라반트(Brabant) 주의 네이메겐(Nijmegen)에서 태어났다. 언제 태어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다가 갔는지 자세한 사항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부르고뉴 공국(Principality of Burgundy)의 궁정 화가였던 말루엘(Jean Malouel, 플랑드르의 화가. 1397~1415년에 활동)의 조카이기도 하여,  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그 삼촌 밑에서 자랐다.


1400년 무렵 파리에서 금세공인의 견습생이 되었고, 1402~1404년에는 폴과 얀이 파리에서 부르고뉴 공작을 위하여 일하면서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성서 교훈(Bible Moralisée)>에 삽화를 그린 것으로 짐작된다.

1404년 부르고뉴 공작이 죽고 얼마 뒤, 이들은 부르고뉴 공작의 형제인 베리(Berry) 공작의 화가로 채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1416년 당시의 유행병에 걸려 형제가 차례로 죽었다고 한다.

베리 공작을 위해서는 삽화가 많은 성무일과서(聖務日課書, 당시 널리 쓰인 개인 기도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작품으로는 "아름다운 시도서(時禱書)"(1403~1413년)와 "베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성무 일과(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1415~1416년)라는 두 작품만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베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성무 일과"는 15세기 프랑스 회화 중에서도 뛰어난 걸작으로 꼽힌다. 채식 사본 미술에서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작품의 하나로, 이른바 ‘국제 고딕 양식(Internatuonal Gothic Style)’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이 작품에는 12개월의 달력 그림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다달의 노동을 묘사한 세밀화가 곁들여져 있다. 이 그림들의 풍경 묘사가 보여주는 참신함은 회화사에 획기적인 것이라고... 


지금부터 그 그림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마치 우리의 농가월령가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이 그림을 통해 14~15세기 프랑스의 사람들은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엿보도록 하자.


먼저 1월. 베리 공작 집안의 신년맞이 행사 모습이다. 잔치를 벌이며 서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식기가 번쩍번쩍 금이라는 것에서 이 집안의 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상 위의 요리는 쥐인가? 뭐지? 



2월. 전형적인 겨울의 모습이다. 

여인들은 아궁이에 모여 앉아 불을 쬐고 있다. 그런데... 그녀들 속옷을 입지 않아서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당시 여자들은 속옷을 입지 않았던 것인가?

남자들은 숲에서 나무를 해서 장에다 내다팔고 있다. 겨울에 남자가 땔감을 하는 일은 동서를 막론하고 마찬가지구나. 

양들은 우리에 모여 추위를 이기고, 까마귀가 날아와 낟알을 주워먹고 있다.



3월. 농사가 시작된다. 

포도나무에는 거름을 준 뒤 지주를 세우고 있다. 밭에서는 바퀴가 달린 겨리쟁기로 땅을 갈고, 쟁기질이 끝난 곳에서는 봄밀인지를 뿌리려는 농부가 보인다. 쟁기질을 말이 아닌 소로 했다는 점에 주목.



4월. 서로 반지를 교환하는 젊은 연인의 모습. 그 배경은 샤또 드 두르당이다. 

정원에는 꽃이 피고, 강에서는 그물을 이용한 고기잡이가 한창이다. 



5월. 말을 탄 젊은 귀족들의 행렬. 배경에는 베리 공작의 파리 거주지인 넬 호텔이 보인다. 다들 월계수를 머리에 장식한 것인가?



6월. 목초 수확. 긴낫과 갈퀴, 거름대 같은 농기구가 이채롭다. 배경에는 생트 샤펠 성당과 씨테 궁전이 보인다.



7월. 양털을 깎고 밀을 수확한다. 밀을 베는 낫은 목초를 베는 것과 달리 짧고 둥근 날이 달려 있다. 아무래도 목초보다는 정교함이 요구되기에 차이가 있겠지. 배경은 푸아티에 성이다.



8월. 밀을 수확해 단을 묶어서 마차에 실어 나르는 농민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매사냥에 나선 귀족들의 한가로움이 대비된다. 농민은 그냥 냇가에서 발가벗고 멱이나 감는 것이다.



9월. 포도 수확으로 바쁜 농민들. 달구지에 당나귀까지 내다가 포도를 나른다. 배경에는 샤또 드 소뮈르.



10월. 밀 씨뿌리기로 바쁜 농민들. 써레로 밭을 고르면 그 주변으로 까마귀와 까치가 모여들어 벌레를 잡아먹는다. 트랙터로 논을 갈면 백로들이 그 뒤에서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과 똑같다. 아무튼 쟁기질하고 나서 농민이 밀씨를 뿌린다. 

밀을 다 뿌린 곳에는 새들의 피해를 막고자 허수아비와 끈을 쳐놓은 것을 볼 수 있다. 허수아비에게는 특별히 활을 들려주어 새에게 더 큰 위협을 가하려고 했나 보다. 배경은 루브르라고 한다.



11월. 도토리 줍기와 그를 주워먹는 돼지의 방목. 도토리를 우리는 묵으로 쑤어 양식으로 활용했는데, 여기서는 그저 돼지의 먹이였을 뿐인가? 돼지를 감시하는 개의 충직함이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12월. 멧돼지 사냥 모습. 




이 그림만으로 당시의 생활상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알 수는 없다. 물론 그 목적이 농민들의 한 해 살이를 알리거나 그들에게 농가월령가처럼 어떤 지침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작의 아름다운 기도서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렴풋하게나마 600년 전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으니, 소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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