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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생각이 담겨 있다.

영어로 된 자료를 볼 때마다 한번씩 마주치는 단어가 있다. 바로 agricultural extension service이다. 단어만 놓고 보면, 농업의+연장+서비스 인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한번씩 찾아보는데, 그럴 때마다 한국의 사회와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agricultural extension service를 한국어로는 농촌지도(農村指導) 또는 농업지도라고 풀어놓고 있다. 그러니까 농민은 지도의 대상으로서, 무언가를 가르치고 깨우치게 해야 할 존재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의 계몽사상이 그대로 담겨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옮기면 더 적합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고민하다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것이 농업 지원 서비스이다. 이 단어도 쏙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와 "지원"이 갖는 의미의 차이에서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누굴 가르치고 지도하는지 모르겠다.


아, 그런 단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근로자이다. 무슨 뼈 빠지게 일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이런 말이 다 있는가? 이번 정부에서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꾼다고 발표는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일반적으로는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고 한다. 이 말이 바뀌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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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과

사람과 밥쌀과 떡쌀

1
오곡은 우리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는 귀중한 물품이올시다. 그 가운데도 쌀이라는 것은 우리 동양 사람의 피가 되며 살이 되며 또 뼈를 굵게 하는 물품입니다. 일시도 없어서는 안 될 긴요한 것이올시다.
쌀에는 메벼쌀과 찰벼쌀이 있으며 또 같은 메벼쌀에도 논에서 나는 것과 밭에서 나는 것과의 두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 어느 것을 물을 것 없이 메벼쌀이라면 다 우리 동양 사람들이 상식으로 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2
그런데 우리 사람들이 왜 '쌀'이 아니면 살지 못한다 할까?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그 목숨을 이여갈 만한 건강을 암보하여야 되며 건강을 암보하는 데에는 담백질이라는 것, 전분이라는 것과 같은 영양분을 날마다 가지지 아니하면 살지 못한다는 데 '쌀'은 이러한 영양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쌀을 먹는 것이오. 또 이것을 먹지 아니면 죽게 되는 것이올시다.

3
먹는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 그러면 밥 먹는 밖에도 '반찬'이라는 것은 왜 먹어야 될까? 이것은 사람이 그 몸의 건강을 충실하게 암보하는 데는 영양분이 필요함과 동시에 그 영양분은 아무렇게나 가지면 되는 것이 아니고 그 '분량'이 서로 '배합'이 잘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령 사람의 겅강에는 담백질을 하나를 가지게 되는 때에 전분은 넷이나 다섯쯤을 가져야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쌀'이 가지고 있는 성분 가운데는 담백질보다 전분이 너무도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쌀밥 먹는 사람은 그 영양분의 배합을 적당히 취하기 위하여 쌀밥을 먹는 밖에 또 장국 김채 깍둑이 콩나물 찌개 물고기 즘생고기 닭의알 두부와 같은 담백질이 많은 것을 부식물로서 먹지 않으면 안 될 필요가 생기는 것이올시다.
문명한 나라 사람들이 '소젖'을 먹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라 합니다.

4
쌀을 좋은 쌀이라 좋지 못한 쌀이라 하는 것은 무엇을 가르켜서 하는 말인가? 이것도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쌀' 그것을 놓고 볼 때 그 쌀의 바탕이 딴딴할지언정 연하지 아니하여야 되며, 그 다음은 무게가 무거울수룩 좋으며, 셋째로 그 빛깔이 반남아 투명하여 광택이 잘 나는 것이래야 좋으며, 넷째로는 그 생긴 모양이 똑바르고 쌀알이 고른 것일수록 좋으며, 다섯째로는 잘 마른 쌀이래야 좋다 합니다. 그러고 이 위에 말한 것과 반대되는 것은 다 좋지 못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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