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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미역취 잎벌레>
식물과 이야기를 나누면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요. 이완주 선생님의 <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는 책은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한국 속담에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겁니다. 상식적으로 따져도, 최소한 논밭을 관리하는 농부가 그만큼 자주 가서 작물을 들여다본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런데, 식물들이 수동적으로 소리만 듣고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하나둘 발표되고 있어 이목을 끕니다. 코넬 대학의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안드레 케슬러André Kessler 교수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진과 함께 지난 12년 동안 양미역취(Solidago altissima)라는 식물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지난 9월 23일 발표된 그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식물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사람처럼 언어를 소리를 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바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형태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실험한 내용을 이렇습니다. 양미역취라는 식물에 그들을 먹고 사는 미역취 잎벌레(goldenrod leaf beetle)라는 초식동물을 투입한 다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합니다. 미역취라는 식물은 데쳐서 먹으면 미역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요. 그만큼 독특한 냄새가 나는 걸로 유명한데, 각각의 식물체는 서로의 유전자형에 따라 조금씩 다른 냄새를 풍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미역취라는 식물이 잎벌레에게 공격을 당하자 서로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내뿜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냄새를 느낀 다른 양미역취들이 거리에 상관없이 자신들에게 해를 입히는 곤충이 다가옴을 알고 미리 대비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통해 연구진은 양미역취가 위기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서 똑같은 언어 또는 경고 신호를 내보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식물이 그런 초식동물을 방어하는 방법은 몇 가지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독특한 향이나 화학물질을 내뿜어 그들의 천적을 불러오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해충이 싫어하는 향이나 화학물질을 내뿜거나, 해충이 싫어하는 맛이 나는 물질을 체내에 가득 합성하는 등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 농법은 다양합니다. 흔히 고추밭 사이에 들깨나 대파 같은 향기가 같은 식물을 심어 해충을 막는다든지, 콩밭 둘레를 만수국이나 금잔화, 코스모스 등을 잔뜩 심어 노린재 피해를 예방하고자 한다든지 하는 방법은 잘 알려져 있는 사례입니다. 이전 기고에서 여러 번 소개한 해충의 천적을 유인하기 위한 여러해살이 식물 등의 밭도 그 일환이지요.
논밭에는 작물만 심는다는 생각을 바꾸어 여러 식물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꾸미면 여러 가지 농자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많은 혜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가 잃을 것은 작물을 심을 약간의 공간이요, 얻을 것은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건강한 생태계를 통한 여러 이득이지요.
<그림2 농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토마토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으로 활용하는 유인작물. 해바라기나 수수에서 내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식물체 또는 꽃의 색깔이 해충과 그 천적을 유인해 토마토의 피해를 줄이는 전략이다>
<그림3 그림2의 원리를 적용한 밭의 모습.>
안드레 케슬러 교수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pdfExtended/S0960-9822(19)31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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