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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肢.
나는 처음 "후지"라는 단어를 듣고 이거 일본말인가, 무얼 가리키는 말이지 하고 곰곰이 생각하곤 했다. 한자를 알고는 그제야 무엇을 가리키는 단어인지 비로소 잘 알게 되었다. 그냥 '뒷다리'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단박에 알 수 있는데 왜 후지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게 되었을까?
지난 한글날 언론과 각층에서 역시나 농사 속에 있는 일본말을 한국어로 다듬는 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나 요즘 반일 감정 때문인지 매년 나오던 주장인데 올해는 더 많이 보이더라. 아무튼 우리가 우리말로 농사짓지 않은지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돌아볼 일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을 만나 농사 이야기를 들으며 나오는 우리말에 저게 저런 뜻으로, 저렇게 쓰이는구나 싶던 순간이 많았다. 그게 10여 년 전이니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떤지 모르겠다. 부룩이나 대우 같은 단어도 그때 그렇게 배웠다. 부룩이 뭐고, 대우가 뭔지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해도 알 수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참고로 부룩은 "곡식이나 채소를 심은 밭두둑 사이나 빈틈에 다른 작물을 듬성듬성 심는 걸" 말하고, 대우는 "봄에 보리, 밀, 조 따위를 심은 밭에서 그 사이에 콩이나 팥 따위를 드문드문 심는 걸" 말한다. 즉, 사이짓기나 섞어짓기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그러니 사이짓기나 섞어짓기도 요즘 사람들이 알아듣기 좋게 간작과 혼작이란 일본말을 순화한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글날의 연례 행사 같은 우리말 농사 용어의 사용과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띈 건, 관에서도 이에 동참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충남도에서 매달 농사 용어 5개씩 선정해 사람들에게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http://www.farminsight.net/news/articleView.html?idxno=2886
그런데 말이란 게 어디 누가 보급하고 그렇게 쓰라고 해서 바뀌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 말이 바뀐다면 일제강점기에 일본놈들 말로 싹 바뀌어 한글이 없어졌겠지. 말이란 건 그렇게 바뀌는 게 아니다만 그래도 두 손 놓고 있는 것보다야 무어라도 노력해 본다니까 내심 기대는 해보고 싶다. 나는 일부러라도 어디 가서 이야기할 때, 그리고 글을 쓸 때 최대한 우리말로 농사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걸 사람들이 알아듣든지 아니든지 내가 쓰는 말이 이상하다고 느끼면 그게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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