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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법

자연재배 농법을 살펴보다

by 石基 2017.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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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떠돌다가 자연재배 채소는 썩지 않고 발효가 된다며 두 장의 일본 쪽 사진을 제시하며 자연재배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글을 읽었다. 이것이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국내에서 똑같이 실험해 본 사람은 없는가? 궁금해졌다.



궁금증은 궁금증이고,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자신의 농법을 설명하며 다른 농법을 무시하는 듯한 그 태도였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농법이길래? 유기농업이 상업화되면서 발생하는 한계와 문제점은 알겠다만, 그래서 자신의 농법만이 옳다는 식의 태도는 정말 아닌 것 같다. 그건 재배법에 따라 농산물의 수분과 양분(특히 질소), 섬유질 등의 차이에서 오는 것 아닌가? 과연 그걸 가지고 어느 농법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나?


그래서 관련 자료를 뒤지니 한 강의에서는 그 원리를 합리적으로 설명한 듯하다. http://m.blog.daum.net/hyangyu/12867664



지인이 알려주신 사이트에 들어가서 관련 농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곳에선 '무비료재배'라고 자신들의 농법을 정의한다. 가장 중요한 건 흙에 일체의 외부투입재 -무기질은 물론 유기질 비료도, 농약도, 그리고 작물 부산물도 넣지 않는다. 이는 아마 토양에 질소질이 적은 상태에서 미생물들이 이를 분해하기 위해 그나마 있는 토양의 질소를 몽땅 끌어다 쓸까봐 그런 것 같고, 또 혹시 모를 병충해 문제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함인듯- 를 넣지 않는다는 점. 하지만 농가의 경제를 위해 여러 농자재 -비닐, 하우스, 농기계 - 등은 그대로 사용한다.

흙에 양분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비독이라 하여 토양의 과잉 양분을 제거하는 일을 중요시 여긴다. 그와 함께 경운 등으로 토양의 물리성을 개선하며 -굳이 무경운을 중시하지 않고, 제초 등의 꾸준한 관리를 중요시 한다- 토양의 미생물과 여러 생물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그 상호작용으로 흙에서 작물도 잘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주안점이다. 그래서 종자가 중요하다고는 하지 않는다. 개량종이든 재래종이든 필요하고 적합한 걸 선택해서 심으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이 농법은 농사에 어느 정도 눈을 뜬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로서, 아무나 하고 싶다고 선뜻 성공하기 어렵다고 전제를 한다. 그리고 각자가 처한 환경과 조건이 다르니 일반화, 표준화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도 한다. 

물론 그렇게 농사를 지으니 관행농보다는 수확량이 30% 정도는 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작물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기존 농산물 대비 생산비 절감과 판매에서 오는 프리미엄 등으로 경제적 문제는 상쇄될 것 같다. 또 크기가 적은 대신 수분과 양분(특히 질소질)을 상대적으로 적게 함유하고 섬유질 등이 풍부하여 신선도가 더 오래가고 작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겠다. 장기 보관과 장거리 유통에도 적합하고, 이를 찾는 단골도 확보하기 좋기에 직거래 등으로 유통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한 내용이다. 20년 전 사진을 내보이며 다른 농법은 모두 답이 아니라는 어투의 글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본의 무비료재배자들은 그런 태도는 아니더라. 다른 농법도 있지만 자신들은 이 길을 선택해서 간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하더만. 그분의 글만 그러했으리라 믿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 발끈하여 얼마나 대단한 농법인지 찾아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이것도 나의 병이겠다.

아무튼 유기농업은 생산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환경에도 이로운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생산량이 줄어 떨어진 소득은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지 아마?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생산성 위주로 평가기준을 들이댔고 유기농도 그 기준을 맞추려고 변해 갔지? 농법과 관련하여 무엇이 더 옳고 바람직해서 섭취하고 소비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경제력 등을 고려해 선택하여 섭취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먹으면 흡수되는 영양성분 등은 모두 다 동일할 겁니다.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잔류농약 유무겠지. 내가 믿고 실천하고픈 생각이 있다면 그에 따라 선택하여 소비하면 되는 일이다. 별 것도 아니면서 비싸기만 하다는 식의 태도도, 환경을 파괴하며 생산된 저질의 먹을거리라는 식의 생각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차별과 혐오만 조장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의견에 대해 한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다.


제 밭의 모든 산물이 이른바 자연재배의 산물인데 과연 저러한지.. 솔직히 실험할 필요성도 이유도 못느낍니다. 나무에 달린채 미생물의 활동으로 썩어가는 열매와 탄저균으로 흘러내리는 고추는 무엇으로 설명할런지.. 나무에 달린채 썩어가는 사과는요.. 모든 유기물은 조건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변화하고 사라지는데 그 다양한 변화를 좋고 나쁜 것으로 저울질하며 오히려 반자연적인 삐뚤어진 관점으로 농사를 대하는 것 같아 참 답답합니다. 직접 해보고 모든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자연재배라는 것이 오늘날 왜곡되어 퍼진 유기농의 문제를 비판하며 나온 개념이란 건 이해되는데, 그것이 마치 신비의 명약인양 숭상하며 '반드시 그렇다'라는 똥고집을 부리니 저는 자연재배라는 용어를 '친환경'이란 말처럼 멀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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