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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법

한가하여 떠오른 아이템

by 石基 2016.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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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철환 선생님이 전에 말씀해주신 '달과 농사'에 대한 인물을 찾아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Nicholas Kollerstrom라는 영국인이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다음과 같이 뜬다.  https://en.wikipedia.org/wiki/Nicholas_Kollerstrom


이를 보면 달과 농사, 그 두 주제와 관련하여 세 가지 책을 출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ardening and Planting by the Moon (an annual series beginning in 1980): 이건 1980년부터 매년 나오는 시리즈. 정농회에서 번역 출간하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 달력과 같은 종류. 해마다 올해의 천문은 어떠하니 언제 어떤 작물을 심는 게 좋다 하는 지침서. 한국에서 내놓아야 별 매력 없을 것 같음.


Newton's Forgotten Lunar Theory (2000): 이건 제목처럼 그냥 그런, 농사와 크게 관련 없는 책 같다. 달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내용 같음.


Crop Circles(2002): 이건 미스터리 써클이라고 밭에 생기는 문양에 관한 책. 농사와 상관없는 것 같음.



아무튼 이 사람에 대한 관심은 접는 게 나을 듯하다. 책으로 낼 만한 꺼리가 없다.

참고로 이런 강의도 있다. "달과 농사"를 주제로 한 1시간짜리 강의. 그냥 틀어놓고 보면 재밌다.



https://www.youtube.com/watch?v=ut5XWJY60IQ



나는 이 사람 대신 김준권 선생님께서 그동안 실천해 오신 "한국판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김준권 선생님을 햄과 베이컨에만 가두어 놓기에는 그 능력이 너무 크시니, 또 이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면 그동안 쌓으신 경험과 자료가 꽤 많을 듯하니 한번 만나뵙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나도 한 3가지 정도의 아이템이 떠올랐다.


하나는 "할머니의 텃밭 달력"이다.

요즘 전주시에서 하는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들으며 생각한 것인데, 아직도 농사에 서툰 사람들에게는 재배력이 꽤 재미난 주제 같았다. 그 부분에서 흥미롭게 듣는 걸 볼 수 있었다. 현재 재배법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어서 더이상 매력이 없을 테지만, 재배력은 그 내용 가운데 일부로 조금 다루었지 이에 집중한 책은 없는 것 같다. 농사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야 알아서 척척척, 그게 뭐 어려워 하겠지만 초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문제이다. 

재배력의 세부사항으로는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행하는 돌려짓기, 사이짓기, 섞어짓기가 핵심이 될 듯하다. 농사 제대로 짓는 할머니들의 텃밭은 늘 놀라움의 대상이다. 그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하고 꼼꼼하고 세밀하며 뛰어난 효율성과 합리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예전에 안철환 선생님이 전여농에서 의뢰를 받아 할머니들 취재를 다니자고 이야기하신 것의 연장선이 될 것 같다. 적당한 할머니들만 확보된다면... 해볼만 한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다음 둘은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 ,그후 80년"이란 주제이다.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이란 원고는 이미 보셨으니 어떤 내용인지 잘 아실 것이다. 그걸 그대로 출간해야 이제는별 의미도 없고 상품성도 없지만, 그걸 바탕으로 무언가 만들어내면 꽤 괜찮은 게 나오지 않을까 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일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 그 자료에 기록되어 있는 일제강점기의 농사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직접 찾아가 비교하고 돌아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걸 그려내는 일도 재밌겠다.



마지막으로 "손바닥 텃밭"이다.

올해부터 짬이 나서 다시 텃밭 농사를 시작하려 한다. 그런데 멀리 가거나 크게 할 엄두는 나지 않고, 집 옆에 아직 건물이 들어오지 않은 빈땅이 있어 그냥 무단점거형 텃밭을 조그맣게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나와 비슷한 사정일 것 같다. 주말농장 같은 곳에 가기에는 먼 거리와 이동수단 등 때문에 귀찮거나 부담스럽고, 농사는 해보고 싶고, 집 안에서 베란다나 상자 등을 이용하기에도 마땅치 않고, 그냥 집 주변에 널려 있는 조그마한 빈땅에서 무언가 심고 키워서 먹는 일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 또는 실용서 개념으로 가볍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재배서야 박원만 선생님의 <텃밭백과>부터 시작하여 이제 서점에 가면 아주 다양하게 나와 있으니 그런 내용 말고 무언가 틈새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내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니 이런 아이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작은 자투리 공간을 확보하여 농사 도구의 준비부터 무얼 심을지 정하고 씨앗이나 모종을 구하는 일, 그리고 실제로 심고 키우면서 겪는 사건들, 마지막으로 그걸 수확하여 먹는 일까지... 거창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이렇게 이렇게 하여 이렇게도 할 수 있다. 그냥 재밌지 않냐? 뭐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떨까 한다. 새로운 수요층인 젊은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내용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그동안 출간된 귀농총서들을 쭈욱 돌아보니... 솔직히 너무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완텃밭 가꾸기 이외에 새로운 세대의 취향을 충족시킬 만 한 무언가가 없었다. 2000년대 초중반의 사회적 요구에는 응답하고 있으나 2010년대의 요구에는, 심하게 말하면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 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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