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욕타임즈에는 현재 플로리다에 감귤류에 감염되는 세균성 녹병이 퍼지면서 오렌지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그로 인해 세계에서 브라질 다음인 플로리다의 오렌지 산업이 다 죽게 생겼다면서 유전자변형 오렌지의 개발과 상업화가 중요하다는 논지의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그로 인해 유전자변형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시끄러워졌다. 공공연히 유전자변형 기술을 옹호하고 제3세계에 퍼뜨리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는 빌 게이츠 씨도 이에 대해서 언급하며 나서기까지 했다.
글쓴이가 영어 문장을 어렵게 구사하는 바람에 더듬더듬 중간까지 읽다가 때려치우긴 했지만, 중간까지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플로리다처럼 오렌지가 대규모 사업이 되면서 몇 억 평씩 오렌지 나무만 심어서 농사를 지으니 병이 생기지 말라고 해도 창궐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산업이란 명목으로 당연시되는 그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그걸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그에 대한 답으로 유전공학만이 답이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전자변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육종법을 통해 기능을 알지도 못하는 단백질로 위험이 생기는 현상보다 이 방법은 기능이 잘 알려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사람이 먹기에도 더 안전하다 주장한다. 그런데 그건 방사선을 쬐어서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육종법에만 해당하지 않나? 자연교배를 통해서 육종하는 방법까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교배를 통한 육종보다 방사선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며, 그보다는 유전자변형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공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방식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참 고민스럽다. 과연 과학은 윤리보다 우위에 있는가?
아무튼 중요한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 유전자변형을 행하는 것까지는 좋다고 인정하자. 하지만 그 대신 철저하게 유전자변형 식품 표시제를 시행했으면 좋겠다. 산업적 측면에서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자는 논리이다. 정보를 잘 아는 대중이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기술과 정보 독점이란 비판에서 유전자변형 식품도 자유로워지지 않을 것인가? 대중은 과학을 모르고 미신 같은 믿음에 빠져 있기에 그럴 수 없다는 논리는 비겁한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유전자변형 식품을 먹고 있는데 아무 문제 없지 않느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각을 끄적이는데 농학을 전공한 @JuneNyanko 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방사선 육종은 하다하다 안 될 때 안 먹는 꽃에나 써요.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돈 많이 깨지거든요. 육종해서 모르는 단백질 드립은 정말... 모르는 유전자가 들어갔을 때 다른 유전자랑 조합되는게 더 무섭죠.
작동되는 유전자 수 보다 만들어지는 단백질 수가 더 많아서 몇 몇 유전자끼리는 조합을 이루어 단백질을 만든다고 예상하고 있죠. 그 상황에서 다른 생물 유전자를 넣으면 어캐 될지 모르죠. 차라리 전통 육종법이 안전한거죠.
오랜지는 아무리 조합해도 오랜지 범위 안이니까요. 요즘은 유전자 분석기술과 유전자 지도 기술이 발달해서 예측도 가능하고 쭉 조합해서 원하는 조합을 가진 애를 뽑으면 빠르게 육종도 가능하죠.
그리고 발빠르게 아래와 같은 기사가 떴다. 핵심은 나의 생각과 비슷한 것 같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규모 단작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플로리다의 오렌지 산업에 있지 않는가. 빠른 해결책을 찾고자 유전공학의 방법을 빌리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이외의 육종법을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만약 유전자변형 오렌지 나무를 개발하더라도 그 이면에 놓인 복잡다단한 역학관계로 인해 사람들이 믿고 안심하며 먹을 것인가.
미국에서는 2005년 무렵 몬산토가 유전자변형 밀을 상업적으로 재배하려고 시험재배하다가 소비자들의 전국적인 반대로 포기했던 경험이 있으니 섣불리 유전자변형 오렌지를 상업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계속해서 연구개발을 진행할 것임이 분명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상업적 재배는 허용되지 않지만, 연구기관에서는 끊임없이 계속 연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마치 무기와 같다. 저들이 무기를 연구개발하는데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며 가만히 있다가는 언젠가 총 앞에서 낫을 들고 싸우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불안함처럼, 유전자변형 작물들이 마구 개발되는데 우리는 손을 놓고 있으면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식이라고 할까.
어쨌든 난, 미국산 오렌지 주스를 마시지 못할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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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 식품을 먹어 개인적으로 이득을 봤다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이번주 뉴욕타임즈에는Amy Harmon 씨가 유전자변형 오렌지의 장점을 명시한 긴 기사가 실렸다.
그 장점은? 오렌지에 대한 것이 전혀 아니다. 오렌지를 녹화하고 시게 만드는 질병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하몬 씨는 한 과학자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들은 유전자변형 오렌지 주스를 마시려고 하거나, 그냥 사과 주스를 마시려고 할 것이다.
그건 과장일 수도 있다. 오렌지 과수원은 빠르게 쓰러지고 있지만, 재배자들은 다시 싸우고 있다.
플로리다의 재배자들은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법적 한도 내이긴 하나 박테리아가 옮기는 나무이를 죽이기 위해 업계에서 농약 살포를 3배로 늘린 일은 비용도 늘리고 골치 아픈 일이 되고 있다. 널리 사용되는 농약의 하나는 나무이가 내성을 가지면서 제대로 먹히지 않으며, 플로리다의 감귤류 재배자협회는 어떤 기업에게 어린 나무에 농약을 살포하는 건 한 계절에 2번으로 제한해 달라고 청원했다. 점점 감염되지 않은 걸 수확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
Southern Gardens Citrus 대표 Ricke Kress 씨는 또 다른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질병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변형 오렌지 나무가 그것이다. 그는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크레스 씨는 아무도 이 유전자변형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싶어 하지 않을 가능성에 근심하고 있다.
“사람들이 우릴 믿을까?” 처음에는 스스로 이렇게 물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화학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이렇게 하고, 우리가 그걸 더 확실히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고 믿을까? 또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그것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인가?’라고 말할 것인가.”
적어도 한 독자는 그것을 믿었다. Ancient Astronaut를 다룬 뉴욕의 논설가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유전자변형 식품을 염려하지만, 내 인생에 주어진 어느 하루 농약에 쩔은 식품보다야 시험을 거친 GM 식품을 선호한다고 말해야 한다. 유전자는 결국 화학물질이 아니라 자연에서 온다.
사실, 화학물질이 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 자연에서 온다 —자연의 모든 것은 화학물질로 구성된다!— 는 말은 적절한 예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문제에 직면하고, 유전자변형이 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몇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때, 우린 단지 그걸 선택할 수 있다. 선택지가 없을 때 그건 삼키기 훨씬 더 어렵고, 우리가 보는 유일한 혜택은 농기업의 수익에 있다.
물론, 많은, 대다수의 다른 논설자들은 확신하지 않았다. 읽으면서 난 반대의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질병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크레스 씨는 빠른 해결책을 찾아 자신의 사업을 구하려고 몰두하고 있지만, 나머지 우리에겐 그런 의무가 전혀 없다. 물론 감귤류 녹병의 근접한 원인은 박테리아이고, 그걸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의 궁극적 근원이 무엇인지 천천히 충분히 오랫동안 묻고 더 좋은 해결책은 없는지 찾는 일은 가치가 있다.
더 큰 문제를 보려면, 오랜지가 인간이 변형한 순수한 산물임을 이해해야 한다. 하몬 씨는 이렇게 적는다.
인간이 이주하면서 열대에서 자몽 크기의 포멜론과 수천 년 전 온대 지역인 중국에서 작은 귤을 함께 가져오지 않았다면 오렌지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 상인들이 그걸 전 세계로 운송하지 않았다면 오렌지는 가장 널리 심는 과실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렌지는 철저히 길들여진 과일이다. 그건 새로운 유전적 변화에 활용할 수 있는 야생 오렌지가 없다는 걸 뜻한다. 오렌지 씨앗은 보통 그 모계와 유전적으로 동일하여, 육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재배자들은 과수원을 튼튼한 대목에 접목을 시킨 복제물로 가득 채운다. 그것이 질병에 더욱 적절한 체계를 설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한 친구가 지적했듯이, 유전공학에 손을 뻗는 충동은 “게으름” 때문인 것 같다. 과학자인 이 친구는 대규모 단작(하나의 종만 거듭 재배하는)보다 섞어짓기나 사이짓기 같은 체계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에, 오렌지의 유전적 계통이 너무 좁기 때문에 어떠한 종류의 농업에서든 생존하는 오렌지를 얻기 위해 유전공학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요점은 그것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불가능한 농업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저항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한 인식은 거의 정확했다. Paul Voosen 씨가 쓴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예외가 있긴 하다.
하몬 씨의 기사에 대한 또 다른 큰 반대는 사람들이 이 기술을 다루는 농기업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논설자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나는 이것이 기득권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제대로 시험되었다면 유전자변형 식품이 훨씬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사에서 설명하고 있는 시험은 꽤 광범위하긴 하다.
그리고 미국 환경보호청이 2012년 6월 (크레스 씨에게) (오렌지 나무의 유전자변형에 쓰인) 대량의 시금치 단백질이 꿀벌과 쥐 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시험 결과를 보기 위해 필요하다고 통보하자, 그는 기꺼이 30만 달러의 수표에 서명을 했다.
그건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쓴 500만 달러 이상의 비용 가운데 가장 큰 일부였다. 만약 이번 시험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그는 유전자변형 오렌지꽃의 꽃가루에 나타나는 단백질을 시험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기관에서는 그 주스를 시험하고자 할 것이다.
내 소박한 견해로도, 많은 시험과정을 거치긴 한다. 그럼에도 그건 신뢰성을 높이지 않는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즉, 예전에 썼듯이 담당 기업들이 혼란스럽게 말하고 있다).
Harmon 씨는 이 기사에서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항하는 세련되지 않은 논쟁의 대부분을 해결하는(해체하는) 데에 좋은 일을 한다. 행간을 읽어도 정당한 문제제기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비용과 혜택의 무게를 감당하기를 바라고, 그들은 지속불가능한 체계의 버팀목이 아닌 작물을 바라며, 그들은 독립적인 규제기구를 바란다. 원초적인 두려움보다 이를 더 바라는 것이다.
http://grist.org/food/orange-you-ready-for-a-tall-glass-of-g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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