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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업 전반

중학생에게 들려주는 텃밭 이야기

by 石基 201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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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도 언론에서 떠들어서 도시농업이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겁니다. 도시농업은 무엇일까요? 네, 말 그대로 도시에서 농사짓자는 것이지요. 먼저 그 역사를 돌아볼까요. 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있어야 하죠. 부모를 보면 그 자식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떠한 일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역사를 돌아보면 좋습니다.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널리 퍼진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입니다. 그러니까 아직 10년이 안 되는 나이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그 이전에도 도시에서 농사짓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집 근처 골목을 지나다니면서 유심히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화분이나 화단 등에 이런저런 작물을 심어서 가꾸어 먹는 분들이 있지요. 그것도 일종의 도시농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농업이 지금처럼 퍼지기 전에는 주말농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주5일 근무제 등이 조금씩 시작되면서 주말의 여가를 보낼 방법을 찾던 사람들이 주말에만 가서 농사짓고 돌아오는 주말농장이 도시농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여기 안산의 바람들이 농장도 처음에는 주말농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요. 처음 농촌으로 농사지으러 가려는 사람들의 교육 등을 하는 귀농운동본부라는 단체의 실습농장으로 역할을 하다가, 도시농업 운동을 펼치는 텃밭보급소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도시농업의 실현지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2000여 평의 규모에 10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바람들이 농장의 다른 주말농장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농사지을 때 농약, 화학비료, 비닐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나요? 모두 농사를 더 잘 짓기 위해서, 아니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농자재들입니다. 작물에 찾아오는 병해충은 작물의 수확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병해충을 죽이고 쫓아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농약입니다. 그리고 식물이 성장하는 데에는 필수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그걸 공급해 주는 것이 화학비료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농약과 화학비료는 참 필요한 물질이고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문제는 농약을 뿌리게 되면 우리가 의도하는 병해충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농사에 유용한 익충과 지렁이, 그리고 미생물들까지 죽는다는 점입니다.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흙을 잡아서 들어올리는 걸 자밤이라고 합니다. 그 흙 한 자밤 속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억 마리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미생물들이 식물과 함께 공생하면서 식물이 살아가는 데 이로운 물질과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렁이는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관심을 가지고 책을 썼을 정도인데, 땅속의 농부라고도 불립니다. 지렁이가 흙을 먹고 싸는 똥인 분변토는 최고의 거름이라고 하지요. 또 지렁이가 꿈틀꿈틀거리며 흙속을 뚫고 다니는 굴은 흙에 공기와 물이 잘 통하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식물이 더 잘 자랄 수 있지요. 익충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해충을 잡아먹어서 식물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농사에 도움이 되는 지렁이나 미생물, 익충들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네, 식물들은 더욱 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합니다. 자신들을 도와주는 생물들이 없으니 위험에 그대로 노출이 된 상태이지요. 그런 상태의 식물들은 더욱더 병해충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욱더 많은 양의, 더욱더 독한 농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화학비료는 식물에게 꼭 필요한 질소, 인, 칼륨을 주요 성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걸 흙에다 주면 화학비료가 물기에 녹으면서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이온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그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비료를 주고 나면 금방 식물들이 쑥쑥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농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너무 많은 양의 화학비료가 흙속에 들어가면 흙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지렁이의 경우 화학비료 성분이 몸에 닿으면 따가워서 견딜 수 없어 몸부림을 친다고 합니다. 덩치 큰 지렁이가 이 정도인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흙에는 생물들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 흙을 우리는 척박하다고 표현합니다. 심할 경우 흙이 죽어버려 사막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닐은, 그걸 사용하면 풀이 덜 자라고 작물이 더 잘 자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닐을 자꾸 쓰면 그걸 만드는 데 들어가는 석유가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석유는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는 자원이지요. 지금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필기도구, 책상 등등 석유로 만들지 않은 물건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석유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세계의 강대국들은 그래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도 일으켜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닐은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흙속을 한증막처럼 만들어서 흙에 사는 생물들을 쫓아내곤 하지요. 당장은 작물이 잘 자라는 것 같아도 결국은 흙을 나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됩니다.



그러면 농약과 비료 등이 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그걸 유기농업이라고 합니다. 농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보기는 했을 겁니다. 유기농업에서는 농약도 쓰지 않고, 화학비료도 없이 농사를 짓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화학물질로 만드는 농약 대신 미생물이나 은행잎, 담배 등과 같은 천연물질을 이용한 농약을 만들어서 병해충을 쫓아내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화학비료 대신 직접 퇴비를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화학비료에는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만 들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비타민 영양제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사람이 영양제만 먹고 살 수 있나요?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지요. 그런데 화학비료만 주는 건 식물에게 영양제만 먹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식물이 건강하게 잘 살려면 흙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흙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퇴비입니다.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어렵습니다. 낙엽이나 풀과 같은 재료에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와 오줌, 그리고 똥이 섞이면 최고로 좋습니다. 우리가 집이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양변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한 번 누는 오줌의 양은 대략 1리터 정도가 됩니다. 그 1리터의 오줌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린 10리터가 넘는 물을 그냥 변기에 버리고 있습니다. 물 부족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겠지요. 물이 부족하다면서 물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또 똥은 어떤가요? 냄새나고 더럽다고만 생각하는 똥은 똥차가 와서 퍼가지요. 그렇게 퍼간 똥은 처리를 거쳐 바다에 버려집니다. 바다가 워낙 넓어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그렇게 버리면 바다라고 오염이 안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버려지는 똥오줌을 모아서 거름을 만들면, 물과 같은 자원도 절약하고 작물도 건강하게 잘 키우며 돈도 아낄 수 있는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직하게 제대로 짓는 농사야말로 가장 환경에 유익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농사가 그렇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여전히 농약과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해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일이 존재하니까 잘 구분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면 무엇이 좋을까요? 네, 건강한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하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즘은 대형마트나 시장에 가면 먹을거리가 넘쳐나서 사람들이 농사짓는 일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지요. 그런데 마트에 있는 농산물들은 어디에서 온 것들일까요? 저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올라온 것도 있는가 하면, 강원도에서 온 것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바다 건너 필리핀이나 미국 등지에서 온 것들도 있지요. 이렇게 멀리서 오는 것들은 배나 비행기, 자동차를 이용해서 운송된 것입니다. 그러한 교통수단은 무엇을 사용해서 움직이나요? 바로 석유를 사용합니다. 석유는 참으로 놀라운 연료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에는 대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온실가스입니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온실가스의 배출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지요. 기후변화 문제는 이제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서 해결해야 될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면 그러한 운송거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즉 온실가스의 배출이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농사 방법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도 먹으면서 지구의 환경도 지킬 수 있는 일이 바로 도시농업인 것이지요.


바람들이 농장은 1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농사짓는 회원들 모두 환경과 먹을거리, 농업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도시농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러한 점일지 모릅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려는 노력 말이죠.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도시를 버리고 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앞으로도 도시농업의 바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점점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 심각해질수록 도시에서 농사지어서 먹고 사는 일은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입니다. 혹시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손에 흙을 묻히고 퇴비를 만지는 일이 더럽고 힘들어서 싫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앞으로 가장 소중한 일로 대우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 바로 농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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