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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쌀은 단순한 먹을거리의 차원을 넘어 신령스러운 존재로까지 여겨졌다. 신주단지나 조상단지에 신을 대신하여 담는 것도 바로 그해에 수확한 첫 햅쌀이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함은 물론 다음해의 풍년까지도 빌었다. 

쌀은 이삭을 거두어 알곡을 떨어서 껍질을 벗기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다. 5~6월의 모내기, 그리고 뙤약볕에서 김매기를 거쳐 가을에 누렇게 잘 익은 벼를 베어 이삭을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얻은 쌀을 사람이 먹고, 나머지 부분인 짚은 소에게 여물을 쑤어 주거나 외양간에 깃으로 깔아 퇴비로 활용하고, 또는 지붕을 새로 하거나 이엉을 이거나 다양한 생활도구를 만들어 쓰고, 새끼줄을 꼬고 가마니와 멍석을 쳐서 유용하게 활용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결국에는 거름이 되어 논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재 한국의 축산업은 전체 농업소득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그 가축, 특히 소는 막대한 양의 곡물사료로 사육된다. 그 곡물사료의 대부분은 물론 수입이다. 한국의 쌀 자급률이 90%가 넘지만 식량자급률이 20%대로 떨어지는 주요 원인은 사실 이러한 거대한 축산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는 곡물만 먹으면 장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병이 나 죽을 수 있다.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기에 풀을 꼭 먹여야 한다. 소가 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는가? 하지만 그 많은 소에게 모두 풀을 베어다가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주는 것이 논에서 수확하고 난 뒤의 볏짚이다. 요즘 농촌 들녘을 지나다보면 거대한 하얀색 덩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둘둘 말아놓은 볏짚인데, 그걸 가져다 소에게 먹이로 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벼가 논의 흙에서 양분을 빨아먹고 줄기와 잎을 키워 이삭을 맺는다. 그중에서 이삭 부분은 우리 인간이 가져다가 방아를 찧어 쌀로 밥을 해먹는다. 그럼 최소한 그 나머지 줄기와 잎을 흙으로 돌려주어야 벼가 빼먹은 양분을 그나마 보충할 수가 있다. 옛날에는 그러한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축산업의 조사료로 쓰이면서 그대로 빠져나가고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순환의 농사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뭐든지 직선으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산출해내는 세상에서 농사도 다르지 않다.

흙에 영양분이 빠지기만 하고 다시 채워지지 않으면 다음에 농사지을 때 땅이 척박해져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금은 화학비료나 퇴비 같은 걸 사다가 쓰기에 어떻게든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그건 마치 골골거리는 사람에게 온갖 약을 먹여가면서 억지로 살려놓는 모습과 똑같다. 근본적으로 흙이 건강해야, 곧 몸이 건강해야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는 법이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이러한 점 때문에 볏짚환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실효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 참 궁금한데,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아래의 기사에 나오는 부안군의 경우 현재 92% 이상의 볏짚이 축산업의 조사료로 쓰이는 실정이라고 한다. 당장은 불궈지지 않겠지만 이는 참 심각한 문제의 하나다. 




부안군은 30일 김호수 군수와 관내 농업 관련 단체 및 농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양을 살리기 위한 볏짚 환원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석자들 간 지역 내 볏짚환원 현황과 효과를 비롯해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교환됐다.

 군의 볏짚환원 추진 배경은 볏짚이 분해되면서 질소, 인, 칼륨, 규산 등 다양한 양분을 토양에 공급해 화학비료의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고 고품질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토양환경 조성에도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부안지역 내에서는 연간 15만6000t의 볏짚이 생산되며 이 중 92%이상이 사료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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