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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주권(主權)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국산 농·수·축산물 비중이 점점 낮아지는 반면 그 자리를 외국산(産)이 점령한 데 따른 결과다.
된장찌개·청국장·콩조림·간장 등으로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콩의 국내 자급률은 8.7% 수준. 매년 100만t 이상을 중국·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다. 우리 식탁의 콩은 외국산이 대부분이다.
고기 반찬과 과일에선 외국산 식품의 공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2001년 롯데마트 외국산 과일 비중은 19%였지만, 2005년 26%, 2010년 32%, 올해는 37%로 매년 수직상승 중이다. 쇠고기 역시 2001년 31%였던 외국산이 올해는 45%로 늘었다. 국산 비중이 외국산을 능가하는 것은 배추·콩나물 등 채소류와 채소를 재료로 하는 국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식탁에서 '국산'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 식량안보에 빨간불
올해는 거의 유일하게 자급하던 한국인의 주식 쌀마저 생산량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태풍과 재배면적 감소가 겹친 탓이다. 통계청은 19일 올해 쌀 생산량이 400만6000t으로 작년(422만4000t)보다 21만8000t(5.2%) 줄었다고 밝혔다. 냉해 때문에 수확이 급감한 1980년(355만t) 이래 가장 적은 생산량이다.
쌀 생산량 감소가 올해만의 일도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2%. 전년도(2010년 27%)보다 1년 사이에 5%포인트나 떨어졌다. 농협경제연구소 황성혁 부연구위원은 "2010년 대비 작년 한 해 동안 줄어든 쌀 생산량은 62만t으로,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국민 한 명당 64일치 소비하는 쌀이 줄어든 셈"이라고 했다.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이사(고려대 농경제 명예교수)는 "쌀 자급률마저 낮아졌다는 것은 식량 무기화(武器化)가 확실시되는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낮은 식량자급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넘어온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가뭄 때문에 미국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자 밀가루·콩·옥수수를 원재료로 하는 국내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엔 두부가 올해 같은 기간 대비 5.7%, 국수 4.4%, 빵·과자는 2.9%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쌀 역시 현재 국내 주요 쌀 산지(産地)인 전남 지역에서 20㎏ 한 포대가 최근 7년간 가장 높은 가격대인 4만3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밥상 주권 회복 대책 마련 서둘러야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면서 한국인의 밥상엔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아직 정부의 위기의식은 부족하다. 곡물자급률이 27% 수준이던 2010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2015년까지 자급률을 25%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급률 하락을 방치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이후 식량위기론이 제기되자, 작년 7월 "자급률을 30%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전문가들은 곡물의 경우,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콩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콩 수매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철호 명예교수는 "쌀은 양곡관리법에 의해 60만~70만t 비축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콩·밀·옥수수 등도 의무적으로 비축량을 늘리도록 법제화시켜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수산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양식산업을 강화하고, 남획을 줄여 국내 수산 어종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국과의 수산 협력을 통한 합작 어업으로 연안국에서 조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해외에도 새우·넙치 등의 양식장을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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