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부여를 들러야 해 8시 반쯤 출발했습니다.
가다가 저수지를 만들어 놓은 논을 발견했습니다.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계곡으로 흘러갈 물을 모아 놓는 그 형태가 흥미롭습니다.
웅포대교에서 바라본 금강. 한강만큼 아니 그보다 넓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한강처럼 쓸데없이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살찌우니 말입니다.
도대체 한강은 누가 그 따우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금강 기슭의 물은 퍼렇게 수생식물이 자라는데, 왜 그럴까요? 부영양화 같은 건 아니겠죠.
드디어 비닐하우스에서 벼를 키우는 모습을 발견! 할머니께 들으니 이맘 때 심어서 7월 하순이면 수확한다고 하네요. 8월에는 먹기 시작한답니다.
앞그루는 부여의 유명한 수박이나 메롱이고, 그걸 걷자마자 이 모습처럼 벼를 심는답니다.
농촌지도소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논두렁에 앉아 쉬고 계신 할머니가 계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반남 2구에 사시는데, 이제 농사를 많이 지으시지는 않고 조금 지어 자식들에게 보내주는 게 낙이랍니다.
마침 논두렁에 콩을 심고 계셨습니다. 24에 시집 와서 꼭 50년을 심었답니다.
오늘은 하도 새들이 극성이라 약을 묻혀 마르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 콩이 뭐래요" 하며 만지려 하자 약 묻혔다고 큰일 난다며 건드리지 말라고 하십니다.
씨 좀 얻을 수 없겠냐니 저기 봉지에 있다 하셔 냉큼 달려가 가져왔습니다.
마침 담을 봉지가 없었는데 주머니가 터지도록 계속 넣어 주십니다.
김종순 할머니께서는 올해로 김유희(83) 할아버지와 50년을 사셨답니다.
이야기하시다가 아직 부여는 인심이 좋다며 언제 지나갈 일 있으면 다시 오라며 주소며 어떻게 찾아와야 하는지 일러주십니다.
청콩도 있고 팥도 있고 다 오래 전부터 씨를 받아 심은 것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게 아쉽다고 계속 되뇌이십니다. 할머니의 마음 때문에라도 언제 또 찾아가야겠습니다.
오늘 심는 콩은 밤콩이라 부른답니다. 꼭 보기에는 그냥 검은콩 같은데 할머니가 밤콩이라니 그런 줄 알아야지요.
한 입 깨물어 속을 보니 노랗습니다. 그래서 밤콩인가? 모르겠습니다.
그다지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할머니는 이걸 밥에 넣어 먹는다고 하십니다. 뜸을 한참 들여야 물러진다며 혹시 모르고 제대로 먹지 못할까 밥짓는 방법까지 일러주십니다.
떡에도 넣어 먹으면 안 되냐고 물으니, 그런 건 어머니한테 가져다 주면 다 아실 테니 걱정말라고 별 건 다 묻는다며 재밌어 하십니다.
이제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몸이 불편하셔 농사도 많이 줄이셨다고 하시는 말씀에 가슴 한켠이 헛헛해집니다.
도대체 이제 누가 이 씨앗과 농사땅을 지키며 살아갈까요?
뱀다리; 할머니는 논에 동진이란 벼를 심으셨습니다. 다른 논의 모보다 키가 크고 색이 짙어 이건 일찍 심어서 그런 거냐 물으니, 원래 종자가 틀린 거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키가 커서 비료를 많이 하면 안 되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하지만 애들 주고 나 먹으려고 그런 거라 이게 맛있어서 계속 심으신답니다. 그래서 약도 부러 많이 안 해서 논에는 우렁도 있다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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