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의 역사와 정의
1. 유럽 유기농업의 계보
1)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
◦ 인지학(人智學)을 제창한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 슈타이너는 괴테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공업문명의 물질주의적 경향을 비판하면서 1899년 미국에서 설립된 ‘신지학(神智學)협회’에 가입하지만, 협회의 과도한 신령적(神靈的) 경향과 반 기독교적 경향에 반발해 1913년 신지학협회를 탈퇴하고 ‘인지학’을 제창
◦ 인지학은 생명의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한 정신과학을 확립하기 위해 초감성적 사상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하고, 이를 위한 진정한 과학적 방법론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 슈타이너는 인지학의 견지에서 독특한 농업논리를 전개
- 1924년 폴란드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농업에 관해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 ‘지구상의 모든 현상은 생명현상을 포함해 우주의 법칙에 지배되어지고 있다’는 지구적 상황을 전제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육체적인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농업이다’라고 주장
- 즉 조화로운 사회의 기초는 농업에 있다고 주장
◦ 슈타이너의 농법은 인지학의 원칙이 존중되어야만 하며, 화학비료의 대량투입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인 토양’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생각하는 등 화학비료의 사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음
◦ 또한 화학비료를 대신에 바이오 촉매기능을 갖는 식물성 물질로 만든 퇴비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
◦ 슈타이너의 사상은 에르헨프리드 파이퍼(Erhenfrid Pfeiffer)로 이어져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체계화 되어 유럽과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실천되고 있음
2) 하워드(A. G. Howard, 1873~1947)와 로데일(J. I. Rodale, 1899~1971)
◦ 하워드는 영국의 식물병리. 미생물학자
◦ 1840년 유스타스 폰 리비히(Justas Von Liebig)가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무기염뿐이라고 ‘무기양분설’을 주장
◦ 이에 대해 하워드는 A. 테어의 ‘부식설(腐植說)에 찬성하며, 화학합성비료 특히 무기비료의 사용에 비판적 견해를 갖고 ‘독립농민적 농업’ 즉 유축복합 경영에 있어서의 유기물의 순환이야말로 안정적 농업생산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
◦ 그는 인도에 오랜 기간 체재하면서 인도의 전통적인 경작과 목축을 조합한 농업 연구에 힘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성전』(Agricultural Testament, 1940)을 집필함
◦ 이 저서에서 그는 지력유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지력은 자연계의 순환작용, 생명 회전(순환)의 질서 있는 윤회 및 농업의 제1원칙의 채택과 충실한 실행에서 오는 상태이며, 거기에는 항상 생장작용과 부식작용의 완전한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상태의 필연적 결과가 살아있는 토양이며, 양질의 다수확 작물이며, 건강이 넘치는 가축이다’라고 서술
◦ 즉 하워드는 비옥한 토양과 지속적 농업발전의 열쇠는 부식(腐植)에 있다는 지력 유지에 있어서의 부식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유기 잔사나 가축분뇨의 퇴비화 기술인 ‘안도르 방식’을 완성
◦ 하워드의 퇴비화 기술은 미국의 유기농업실천가인 J.
◦ 로데일은 1930년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가뭄과 토양황폐화 등에 따른 토양보전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된 시기에 생명에 관한 것들(특히 먹을 거리, 농업, 원예, 건강, 환경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하던 중 토양관리에 대한 혁명이 필요하다고 인식, 시비와 기타 농법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하기 위해 『유기농법』(Pay Dirt)을 저술
◦ 그는 지력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토양생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기질 퇴비의 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
◦ 또한 ‘농장은 밸런스가 잘 맞는 농업단위이어야 하며, 비료성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가축을 길러야 한다. 대체적으로 농장의 규모는 너무 커서는 안 된다. 장소와 토지생산성의 차이는 있어도 일정 면적 이상의 농지 소유는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광대한 면적에서 분업화 된 단작 농장은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 비옥도 유지를 위해 강력한 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퇴비 공급을 위한 유축복합 경영과 소규모 다 품목 생산의 경작방식을 권하고 있음
3) 한스 뮬러(Hans Mueller, 1891-1988)
◦ 스위스의 정치가로 유기. 생물학적 농업을 제창
◦ 그는 정치가로서 경제. 사회정책학적 견지에서 농민의 자급자족 상태를 이상으로 생각하고, 자급자족이 무리한 경우에도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유통 거리를 가능한 한 짧게 해야 한다고 주장
◦ 그의 주장은 독일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유럽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푸드 마일즈(또는 푸드 마일리지)운동의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음
◦ 뮬러의 사상은 1960년대에 오스트리아의 의사인 한스 피터 루쉬(Hans Peter Rusch, 1906-1977)에 이어져 유기. 생물학적 농법으로 확립 됨
◦ 루쉬는 뮬러의 영향을 받아 식품 안전성과 함께 환경보호를 중시하고,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개발에 노력
◦ 한편 그는 인류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낭비나 환경오염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기술의 진보를 부정하지 않고, 반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농업의 기초를 닦으려 노력하였음
. 자급에 대해서도 개개의 농업경영에 있어서의 완전한 자급달성이 어려운 경우, 유기질비료와 석회질비료 등의 외부로부터의 조달이 가능하다면 반드시 경종과 축산의 유축복합 경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도 주장함
◦ 이러한 뮬러와 루쉬의 주장은 유기농업을 개개의 농가 내부에 있어서의 실천에 제한하지 않고, 지역적 전개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짐
2. 유기농업의 배경 및 기술적 차이
1) 유기농업의 배경
가. 유럽과 북미
◦ 화학비료의 대량 투입에 따른 토양과 부식토의 황폐화에 대한 위기감
◦ 화학자재의 대량 사용에 따른 자연생태계 파괴에 대한 환경보호문제
◦ 지력의 유기. 보전문제와 환경보호가 중심적 배경
나. 동양(일본과 한국)
◦ 일본의 경우,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고도경제성장기의 심각한 공해문제와 농업근대화가 초래한 식품 안전성 문제, 건강문제에 대한 위기감
◦ 한국의 경우, 반 군사독재, 민주화 운동 진영의 운동방향 전환에 따른 생명운동의 태동
2) 유기농업 기술의 차이
가. 유럽과 북미
◦ 잡초억제나 병해충 방제를 위해 생태학, 토양학,
◦ 즉 윤작은 물론이고 생물학적 관리와 영양보급, 가축복지를 고려한 가축 사양 등의 기술이 유기농업 기술에 포함
◦ 모든 수단을 통해 농지(=자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도 환경과 경관의 보전, 또는 지속적 농업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농업기술
나. 동양(일본과 한국)
◦ 한국과 일본은 농지면적이 협소하기 때문에 토지의 집약적 이용을 전제로 하는 유기농업기술이 발달
◦ 예를 들어 윤작과 혼작, 논밭 전환 등의 경종적 방법과 함께 화학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미생물, 천연광석, 효소 등의 다양한 천연자재를 적극적으로 개발. 이용하고 있음
◦ 유럽과 마찬가지로 모든 수단을 이용하려고 하지만, 새로운 자재 개발에 있어서도 농지(=자연)나 인간에게 피해가 없는 천연자재를 중요시 하고, 안전한 먹을 거리의 생산을 제1의 목표로 하는 기술
3. 유기농업의 정의
1) 자연생태계와 자원. 생명순환적 개념에 의한 정의
본래 농업이란 자연생태계에 의존하는 물질순환시스템에 인간이 개입해 인위적으로 농업생태계를 창출하고, 그 농업생태계를 기반으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먹을 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자연생태계의 일부를 파괴, (개발이라는 명목에서의)변형해 인간이 목적으로 하는 순화(馴化)된 생물(동식물)을 재배. 사육하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연생태계에서는 그 내부의 물질순환시스템에 의한 생물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지만, 농업생태계에서는 생물의 다양성보다는 인위적인 제어에 의한 단순화, 균질화한 구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농업생태계는 자연생태계 안에서 존재하고 있고, 자연생태계의 일부로 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격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농업생태계를 만들어 낸 인간도 자연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자연생태계와 인간, 농업생태계와 인간은 끊임없이 공생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자연생태계와 농업생태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연생태계는 언제나 농업생태계에 있어서 위협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인간은 농업생태계를 인간이 목적하는 바대로 관리하면서, 자연생태계를 지배, 정복, 또는 개발을 통해 파괴하며 인간의 욕망을 채워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근대농업과 같이 자연생태계에는 없었던 새로운 화학합성물질의 투입을 통하여 자연생태계를 제어하려고 하는 논리는 자연과의 공존, 상생관계에 있는 자연생태계의 사슬을 파괴하고, 자연과의 대립, 적대관계로 발전해 가면서 인간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생태계와 자원. 생명순환적인 유기농업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근대적 화학농업에 대한 자기성찰이라는 윤리. 철학적 반성과 공생공존을 통한 농업생태계의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농업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자연생태계를 중시하는 가장 대표적인 농업사상으로는 자연농법(자연농업)이 있다.
자연농법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세계구세교(世界救世敎)라는 종교단체의 종교적 이론을 바탕으로 실천되어 오고 있다. 자연농법에 대한 기술적. 철학적 기반을 정립한 것은 후쿠오카 마사노부(福岡 正信)였다. 후쿠오카는 유기농업을 서양철학을 근본으로 한 화학농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유축복합 경영에 의한 퇴비의 사용을 비판했다. 그가 주창하는 자연농법은 무 경운(또는 無中耕), 무 비료, 무 농약, 무 제초 등의 4대 원칙에 근거한 농법으로, 인지(人智), 인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을 살리고 그 질서에 따르는 농법이다. 가능한 한 외부로부터의 자재의 투입이나, 농업생태계에 대한 인위적 간섭을 피하는 등의 자연생태계를 배려한 농법인 것이다. 이에 대해 유기 농업을 학문적 경지로 이끌어 온 농업경제학자 야수다 시게루(保田茂)는 ‘그(후쿠오카)가 말하는 자연농법은 자연이 지니고 있는 생산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인지의 개입은 오히려 장해가 되고, 가능한 한 자연의 생산력에 맡겨야만 하는 무(無)의 철학에 그 특징이 있다’고 하면서도, ‘자연농법과 유기농업의 커다란 차이는 축산분뇨의 사용에 있으며, 둘 다 유기물의 토지 환원을 통해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작물자체를 건강하게 생육시킴으로써 화학비료나 농약 등 생명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자재의 사용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하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고 있다. 야수다는 ‘종전 후 일본 농업의 근대화에 따라 물질순환의 최종 결합부분인 「유기물-토지」라는 과정이 거의 단절되어 각지에서 자연생태계의 오염을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유기농업의 원리라는 것은 「토지-작물(-가축)-인간」의 관계에 있어서의 4단계의 재생산 과정을 합리적으로 결합시켜 그 재생산 과정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기술체계가 유기농업이다’라고 생각하고, ‘유기농업이란 근대농업이 내포하고 있는 환경·생명파괴 촉진적인 성격을 지양하고, 「토지-작물(-가축)-인간」의 관계에 있어서의 물질순환 원리에 입각하면서, 생산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농업의 총칭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일본유기농업연구회의 창립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찌라쿠 테루오(一. 照雄)는 유기농업에 대해서 명확한 정의는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근대농업의 모순을 지양할 수 있는 대체적 농법을 형상화 한 농업을 유기농업으로 보고 있다. 즉 무기적인 농업기술체계(농업기술에 있어서의 과도한 기계화, 시설화, 화학화)를 특징으로 하는 근대농업에 대치할 수 있는 농업, 바꾸어 말하면 생물적인 순환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으로 토지에서 생성된 유기물의 환원과 가능한 한 화학자재 사용을 자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환경파괴나 먹을 거리의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일본유기농업연구회의 또 다른 발기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토양학자인 요코이 토시나오(.井 利直)는 유기물의 토양환원을 기본으로 한 지력 증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기물의 토양환원이라는 농지를 둘러싼 물질순환을 중시하고, 이를 통한 지력의 유지.
배양으로 인간의 생존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즉 풍요로운 토양-풍요로운 작물-풍요로운 인간의 관계를 확립하려고 하는 농업을 유기농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생태적 농법으로서의 유기농업을 주장한 후루사와 고우유(古祐)는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생태계를 불안정한 것으로 만드는 방향이 아닌, 보다 자연과 밀착한 농업의 모습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필요하며, 유기농업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고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연계의 생물은 그 자체가 단독적이지 못하다. 생물개체는 나름대로 독립해서 존재하고는 있지만, 반드시 상호의존적인 관계의 그물과 같이 성립하고 있다(예를 들어 먹이사슬, 생태계, 진화 등). 자연계의 순환성, 상호관련성을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법칙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인간과 자연(경지)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농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자연 순환의 논리를 접목시켜, 생태적으로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의 농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원시림에 비유해 생태학적 윤회사상에 근거한 완숙퇴비농법의 중요성을 역설한 야나세 기료(梁. 義亮)의 정의 등이 자연생태계와 자원. 생명순환적 개념의 유기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2) 생산기술적 개념에 의한 정의
생산기술적 개념에서 본 유기농업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자와 유기농업관계자들이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그 내용은 화학비료와 화학합성농약(제초제, 살균제, 살충제, 생장 조절제 등), 가축사료첨가물 등의 화학합성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천연광석, 미생물 등 천연 및 자연적 자재만을 사용하는 농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산기술적 개념은 화학합성물질의 사용 제한과 유기물의 환원, 또는 윤작이나 혼작 등의 작부체계 등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그러나 농약이나 화학비료 등의 화학합성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업생산을 하는 것만이 유기농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카하시 타이치(高橋太一)는 ‘유기농업에 대한 오해 가운데 하나가 단순히 과거 농법으로의 회귀가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업을 운동론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반 과학, 반 문명이라는 측면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유기농업기술의 가능성이나 사회적 의의를 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유기농업과 그 생산기술은 화학적 농법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이 되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최소한도의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품종개량이나 재배관리기술의 현대적 성과를 이용해 농업 생산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유기질비료를 사용한 생산의 과학적 해명과 기계화에 의한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유기농업 생산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그 성과를 유기농업생산에 보급. 이용함으로써 유기농업 자체가 의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유기농업 자체가 비과학적이라든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농약이 갖는 방제. 생력화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유기농업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생산기술적 측면에서의 유기농업에 대해 ‘생산과정에 있어서 가능한 한 화학합성에 의한 인공적인 생산자재(화학자재)의 사용을 줄이면서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농업을 유기농업, 그 생산기술을 유기농법, 유기농업을 통해 생산된 생산물을 유기농산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유기농업은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갖고 있는 생력화 효과를 배제하는 만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농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유기농업에 있어서의 지력관리나 병해충의 방제, 제초 등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생물이나 천적, 천연광석, 천연농약의 개발, 방충망을 이용한 해충방제, 분해 성 자재를 이용한 멀칭 재배, 제초기계의 개발 및 개량, 오리나 왕우렁이 등의 소 동물을 이용한 제초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이처럼 유기농업은 옛날 농법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농법이 아니라 최신 농업기술까지도 이용하는 생명과학기술 응용 형 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1980년도에 미국 농무성이 발표한 보고서 「미국의 유기농업」에서의 유기농업의 개념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유기농업이란 화학합성비료. 농약. 성장
3) 사회. 경제적 개념에 의한 정의
사회적 개념의 유기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대량사용 등에 따른 식품(먹을 거리)의 안전성 문제나 건강문제, 전 지구규모의 환경파괴. 오염문제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는 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운동론적 관점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여기에는 근대농업의 반생명적 윤리관과 자본주의 시장논리의 왜곡에 대한 비판 등이 근저에 깔려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산소제휴(産消提携)을 중심으로 한 유기농업운동이나 한국의 생협 운동, 미국의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운동 등은 대표적인 사회적 개념을 포함하는 유기농업이다. 이 개념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의도하고 있는 점은 매우 명료하다. 야수다(保田)는 유기농업운동은 생산자의 농업복권운동과 소비자의 생명을 지키는 운동이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전에는 농업에 관한 운동은 생산자만이 조직을 했으며, 소비자 문제에 관해서 생산자가 그렇게 강한 관심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 한편 소비자 역시 농업문제에 관해서는 농산물 가격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유기농업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계해서 실천하고 있는 지극히 새로운 운동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개념의 유기농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의 연계를 토대로 앞서 말한 사회적 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농업형태의 총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적 개념에서의 유기농업은 건전한 농업 생산활동을 통해서 농업생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보전해 농업경영을 영속적으로 안정화하는 농업이라는 관점과, 고부가가치 농산물 혹은 차별화 상품으로서의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법체계의 한 가지라는 관점 등 두 가지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전자의 관점에 의한 개념이다. 이것은 기술적 개념에도 관련성을 갖는다. 농가가 지속적으로 농업을 경영해 가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지력의 유지. 보전이다. 화학자재의 투입을 최대한 줄여 지력저하나 황폐화, 표토의 유실 등을 막을 수 있고, 건전·건강한 농지를 기반으로 하는 농업이야 말로 농업경영을 영속적으로 안정화 시킬 수 있는 길이다. 근대농업에 있어서 농약과 화학비료 등과 같은 화학자재 투입은 속효 성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식량증산에 크게 공헌해 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화학비료 사용에 따른 지력저하는 작물의 생명력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대량의 농약사용을 필요로 하게 하는 등 지력저하나 경지 내 생태계의 파괴라고 하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즉 근대농업의 커다란 목표인 생력화와 생산비용 절감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반면 부의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화학자재의 사용은 단기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농업경영의 지속성을 해치는 것으로 더욱 더 비용을 필요로 하는 농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 후자의 관점에서 본 개념이다. 최근 유기농산물의 시장유통이 증가하면서 생산 측에서는 고품질의 팔리는 상품으로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농가의 경영 안정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유기농산물 시장의 확대에 따라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일본유기농업연구회는 종래의 관행농업에 대해 유기농업을 ‘본래의 농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연구회 출발 당시부터 운동론적 자세가 강했다. 그리고 이 운동 과정에 있어서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이 보이는 관계’로 직접 연결된 이른바 ‘산소제휴’라는 독창적인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산소제휴를 중심으로 한 유기농업운동에서는 자본주의의 시장논리, 특히 왜곡된 농산물 시장(농산물 시장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손을 잡고 농산물 유통단계의 간소화와 상호 신뢰관계를 공고히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산소제휴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생산자가 재생산 가능한 적정한 가격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어 영속적인 농업생산이 가능해 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유기농업의 경제학적 접근으로 유명한 아다찌 교이치로(足立 恭一.)는 「유기농업의 저력」이라는 글에서 산소제휴와 직거래(産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직거래는 농축산물을 통해 화폐를 얻기 위한 단순한 물건=상품이라고 보고, 가능한 한 재화를 값싸게 구입하려고 하는 소비자와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하는 생산자가 직접 결합하여 양 측의 공통의 적인 유통업자=중간마진을 배제함으로써 쌍방의 화폐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소제휴는 이러한 화폐적 가치의 향상보다도 사용가치의 향상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소제휴운동의 정체와 일반시장에서의 유기농산물 유통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쌍방의 화폐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외식산업이나 가공산업에 있어서 유기식품의 소비량 증가에 따른 수입유기농산물의 증가는 국내 유기농산물시장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산지간 경쟁도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경쟁체제 하에서는 어떻게 생산비용과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인가가 커다란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 경제적 개념에서의 유기농업은 도시와 농촌의 연계를 통해 건전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지력의 유지. 보전, 환경에 부하를 주지 않는 농어기술의 개발 및 정착, 재생산 가능한 농업경영의 보장 등을 통한 농업의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농법 또는 농업 형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4) 정책. 제도적 개념에 의한 정의
정책. 재도적 개념의 유기농업은 정책의 기본이념인 국민의 복지향상에 관련된 개념과, 법제화 된 기준에 따른 규격적인 개념 등 두 가지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 식량증산과 경제성, 효율성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고도경제성장기의 농업정책 하에서는 유기농업을 비효율적인 농업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심각한 환경오염과 자연파괴 문제, 자연자원의 고갈, 농업자원의 오염, 먹을 거리의 오염 등에 대한 국민(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업 및 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농업정책에 있어서도 유기농업의 추진이 농정의 큰 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목표는 국민 또는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에 있으며, 행정은 국민에게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윤택한 생활공간, 안전한 먹을 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기농업은 마땅히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는 농업으로서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에 대한 공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가 발표한 「환경 보전형 농업의 기본 방침」에서는 유기농업을 환경 보전형 농업 가운데 가장 상위의 농업형태로 보고 있으며, 환경부하의 경감과 함께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 기본적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재배방법이라고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효고현(兵庫.)에서 추진하고 있는 환경 창조형 농업에 있어서도 유기농업에 대해 정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환경 창조형 농업에 있어서의 유기농업은 소비자의 식품에 대한 건강.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유통이나 산소제휴활동 등 교류 형 농업, 고부가가치 형 농업, 환경보전 등 사회적 요구에 대응 할 수 있는 농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정책 안에서의 유기농업은 건전한 농업생산 활동에 의해 근대농업이 초래하는 환경과 식품안전성에 대한 악영향을 배제하고, 국민에게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 및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농업형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규격적 측면에서의 개념은, 유기농산물 인증제도와 같이 재배방법이나 사용자재 등에 대한 기준(규격)을 제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표시의 신뢰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규약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의 개정JAS법 (유기농산물의 일본농림규격, 농림수산성 고시 제59호,
이러한 정책·제도적 개념에 의한 유기농업은 시대나 사회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유기농업기술의 발전이나 새로운 자재의 개발 등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리
이상 유기농업의 정의 혹은 개념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개념이나 정의를 종합해 보면 유기농업은 ‘가능한 한 화학자재의 사용을 피함으로써 자연생태계와 농업생태계 간의 마찰을 없애고, 농업 본래의 모습을 찾아 가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생. 공존, 생산자(농촌)와 소비자(도시)의 연계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농업’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유기농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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