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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돈 안 쓰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산속 암자에 사는 스님이라도 입고 먹고 쓰는 걸 자기 손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그런 사람은 없을 게다. 하긴 요즘 돈은 아주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돈을 안 쓰기보다 잘 쓰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내가 직접 돈을 번 것은 대학을 마치고 나서이니 만 7년쯤 되었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글을 쓰려니 참 무안하지만, 몇 자 적어 보겠다.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무렵 내 앞에는 카드빚 1500만 원이 있었다. 이 암담한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어 계속 피하다가 큰맘 먹고 카드사에 찾아갔다. 그 결과 500만 원은 돈이 생기는 대로 갚고, 1000만 원은 4년에 걸쳐 원금만 갚기로 계약했다. 그리고 바로 월급 80만 원을 받는 일자리를 구했다. 한 달에 20만 원 이상은 빚을 갚는 데 쓰고, 나머지로는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렇게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돈을 쓰고 모으는 법을 자연스레 익혔고, 그렇게 살며 내 힘으로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나를 보면 나 자신도 참 신기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돈을 잘 쓰고 모으는 첫 번째는 빚을 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빚을 지지 않으려면 내 수준만큼 돈을 써야 한다. 절대 그 이상 무리하면 안 되는데, 요즘은 내 손안에 돈이 없어도 돈을 잘만 쓰면서 산다. 무슨 대출이니 리스니 어려운 용어까지 곁들여진 유혹이 도처에 널려 있다. 결혼하면서 단칸방에서 살림을 시작하는 건 옛말이고, 이제는 청약 통장을 만들어 당첨을 바라거나 융자를 받아서 아파트를 장만하든지 한다. 처음부터 다 갖추고 살기 어려우면 어쩔 수 없지만, 남의 돈으로 집을 얻는 건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를 사는 문제도 그렇다. 난 아직 운전면허도 없지만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는 텃밭을 시작하면서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림동에서 안산까지 자전거를 탔는데, 지하철과 연계하느라 접는 자전거를 샀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리 다녔나 믿기지 않는다. 삶에 지친 그 당시에는 밭에 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 행복했다. 아무튼 요즘은 집은 없어도 할부로 차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서 그런가, 차로 자기의 사회적 지위와 수준이 결정되어서 그런가 누구나 차를 끌고 다닌다. 그런데 꼭 필요한지 되묻는다면 난 잘 모르겠다. 참, 아이가 생기면 다들 차가 꼭 필요하다고들 하던데, 아직 아이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 확인해야지.

지금껏 내 수중에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산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돈이 없는데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시스템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도 한 장 있지만 나중에 결제되는 게 이상해서 카드를 쓰면 바로바로 결제하곤 한다. 빚이란 건 사람을 시지푸스처럼 만드는 것 같다. 다시 굴러 내려갈 바위를 끊임없이 언덕 위로 굴리는 것처럼, 하기 싫은 일을 단지 돈 때문에 계속하게 만드니 말이다.

또한 난 알지도 못하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쓸데없이 돈을 쓰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험이나 주식·재테크와 같은 첨단 금융 상품이다. 난 그런 금융 상품을 믿지 않는다. 그런 건 말이 좋아 금융 상품이지 사실은 돈 놓고 돈 먹기 같은 식이 아닌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좋은 건 돈이 돈을 벌기 때문일 것이다. 난 그런 테두리에 갇혀서 나의 삶과 꿈과 재미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건 일천한 경험에서 나온 나만의 생각일 뿐이다. 돈은 없어도 걱정이요, 많아도 걱정이요, 알맞은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 알맞음이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또 어디까지가 쓸모이고 어디까지가 욕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겠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걱정 말고 오지도 않은 미래로 골머리 싸매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이나, 중용을 따르라는 공자님 말씀처럼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면 그뿐이다. 더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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