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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기사는 간척지에 볏짚을 넣으면 좋다는 기사이다. 그런데, 그것이 간척지만 그렇겠는가? 일반적인 논의 토양에도 볏짚을 되돌려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볏짚이 축산사료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것은 곧 점점 논 토양의 유기물 함량이 낮아진다는 뜻이고, 이는 토양의 악화로 이어진다. 결국은 생산성 하락이란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한 결과일까? 기사에서 한국 농지의 유기물 함량이 2%대라고 하는 놀라운 사실에 주목하자. 

석종욱 씨에 따르면, 한국 토양의 평균 유기물 함량은 5~6%대였는데 화학비료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것은 곧 건강한 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건강한 흙으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그의 책을 참고하면 좋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5276724




환경일보] 김영애 기자 =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토양 염농도가 0.1% 내외인 간척농지에 볏짚을 시용하면 토양에 부족한 양분을 보충시켜 작물의 양분 이용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간척지토양은 유기물 함량이 일반토양(2.6∼2.7 %)의 1/10로 매우 낮고 인산과 석회 성분이 적어 일반농경지보다 비료를 더 줘야 한다.

 

 또한 양분보유능력이 낮아 양분이 쉽게 유실돼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간척지에서 볏짚을 10a당 500kg정도 투입해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한 결과, 작물의 양분흡수량이 높아져 볏짚을 처리하지 않았을 때 보다 수량이 약 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간척지에 해마다 볏짚을 시용했을 때 토양 유기물 함량이 연간 0.11 % 증가해 무시용 대비 약 27 % 늘어났고, 특히 토양의 유효인산, 치환성칼리, 유효규산은 각각 14, 17, 19% 늘어났다.

 

 농촌진흥청 간척지농업과 이경보 과장은 “간척지는 유기물 함량이 적어 양분보유능력이 낮으므로 적정량의 유기자원을 시용해 지속적으로 토양비옥도를 증진시켜야 한다”라며 “앞으로 간척지의 토양 유기물 함량을 빠르게 증진시켜 간척지에서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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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옥수수 농사에서는 Striga라고 하는 기생식물 때문에 피해가 많다고 한다. 이 풀이 얼마나 지독한지 사람들은 '악마의 풀' '보랏빛 뱀파이어' 등으로 부른다. 이 풀이 발생하면 옥수수 등의 곡물 생산량이 30% 정도, 심할 경우에는 100% 감소한다고 하니 그 무시무시함을 가늠할 수 있다.



예쁜 꽃이 핀 Striga.



이 풀이 발생하면 하나에서 2만~5만 개의 씨앗이 생긴다니 씨앗을 맺기 전에 얼른 제거하는 것이 상책이겠다. 만약 씨앗이 맺혀서 흙속으로 들어가면 15년까지 휴면하다가 다른 식물이 자랄 때, 특히 다른 곡식을 심을 때 다시 자란다고 한다. 흐미 징한 것. 생긴 건 예쁘장한데 정말 징하구만. 


이 기생식물은 숙주의 뿌리에 자신의 뿌리를 박아 넣어 옆에서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는다. 그래서 작물이 키도 크지 않고 수확량도 급감하게 되는 것이다.


옥수수 옆에서 그 뿌리에서 양분을 쪽쪽 빨아먹고 있는 모습. 여기는 올해 농사 망했다.



이 풀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저항성을 갖춘 옥수수를 개발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옥수수 박사로 통하는 한국의 김순권 씨도 유명한 분이다(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60131).


그런데 또 다른 방법이 있으니, 바로 '밀땅 농법'이 그것이다. 영어로는 Push-Pull이라고 하니 우리말로는 밀땅이지 뭔가? 이 농법은 주로 아프리카 케냐 등지에서 활용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섞어짓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옥수수 사이에는 도둑놈의 갈고리라는 콩과식물을 심어서 다비성인 옥수수에 거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뿌리선충이 싫어하는 물질을 내뿜어 그 피해도 막아준다. 또한 Striga 같은 풀이 자라는 것도 억제한다니 참 장하다.

그리고 옥수수밭의 양 끝으로는 네이피어 그라스 같은 사료작물을 심는다. 그러면 도둑놈의 갈고리에서 나오는 물질 때문에 옥수수에서 쫓겨난 해충이 네이피어 그라스에 가서 알을 낳고, 그 알에서 나온 벌레가 네이피어 그라스에서 내뿜는 끈적끈적한 물질 때문에 끈끈이에 달라붙은 파리처럼 꼼짝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다.



밀땅 농법의 모든 것.




해충 피해도 줄이고, 선충의 피해도 줄이며, 수확량도 높이고, 토양도 개선하고, 섞어짓기한 식물들은 사료 등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이 농법이 지닌 장점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아마 대규모 기계화 농업에서는 귀찮아 할지도 모른다. 일단 손이 많이 가지 않는가.


하지만 중소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 값비싼 농약이나 신품종 옥수수를 사다가 심을 필요 없이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양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농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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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논양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논두렁도 기존의 두렁보다 좀 더 크고 튼튼히 만들어 물고기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하고, 물도 물고기들이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이 담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이를 적용하려면 문제는 벼의 키가 너무 작다는 데에 있습니다. 기껏해야 60~70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현재의 개량종 벼들은 벼논양어를 실천하기에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전에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며칠 전 이 생각이 퍼뜩 났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토종이구나... 토종 벼는 키가 크니까 그것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량종 벼는 농약과 화학비료와 한 묶음이 되어 논에서 벼만 자라는 것을 상정하고 개발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논은 벼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우린 논이란 공간을 자연에서 빌려 사용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었나 봅니다.


토종벼가 자라는 모습. 아는 분은 알겠지만, 키가 엄청 큰 편이다. 




토종벼를 수확해서 말리고 있는 모습. 볏짚이 얼마나 긴지 보라. 



버들벼. 버드나무 가지처럼 추욱 늘어지는 까락이 긴 메벼.



위 사진을 비롯하여 더 다양한 토종벼의 모습은 여기로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ctu211/1282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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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나고 좋은 농사법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농약에 의존하여 땅을 망가뜨리고, 생태계를 어지럽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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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eastempirecafe/64?viewType=pc



재배 역사가 오래되고 환경적응성이 뛰어난 피는 타가수분, 서식환경의 변화, 제초제 처리와 같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種間잡종과 種內變異가 심하고 다양한 생태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분류와 학명 사용에 학자간 견해차가 있는 등 다소 어려움이 있다. 고조선 시대부터 재배되어 오던 다양한 재래 식용피 품종들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소멸되고 지금은 잡초 또는 사료작물로써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식품으로서의 새로운 기능성, 간척지, 척박지 등 한계지에서의 토양 피복과 보호작물로서의 우수성,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여도 등 피에 대한 가치와 평가도 재조명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피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시도 되었는데, 외부형태적 변이(전 등, 1988), 잡초생태학적 분류(이 등, 2004), 종자의 제1포영의 형태(김 등, 1989) 등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또 일본의 Yabuno(藪野; 1975, 1983, 1996)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Norris(1996) 등도 피의 분류에 연구한 바 있다.


이 등(2004)이 전국 41개 지역 46종의 외부형태적 특성이 다른 피를 수집하여 분류를 시도한 결과 외부 형태적 특성(초형, 초장, 분얼형태 및 정도, 소수의 형태, 망의 유뮤, 엽장, 엽폭, 화서 형태 등) 만으로는 변이의 폭이 너무 커서 분류가 곤란하여 종자의 제1포영(苞潁)형태와 크기에 따라 분류한 결과 우리나라의 피는 식용 1종(E. utilis), 야생 3종(E. crus-galli var. crus-galli, E. crusgalli var. oryzicola, E. oryzoides) 등 총 4종으로 분류되며, 돌피와 물피의 변종과 일부 생태종들은 종자 제1포영의 형태와 크기로도 분류하기가 곤란하여 피의 분류는 아직도 미완성인 숙제로 남아있다.

 

식생활의 변화, 시대 및 지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피는 조선시대 까지만 하더라도 오곡(五穀)의 하나였고 재배면적만도 10만㏊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피는 벼가 잘 안되는 북쪽지방, 다른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땅이나 계절에 재배가 가능 했기 때문에 중요한 구황작물로 쓰였으며, '피아골(전남 구례)'이란 지명도 피를 많이 재배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 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재배되고 볼 수 있는 작물이었으나 1960년대 말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쌀 자급으로 인해 식용으로 소비는 거의 없어졌다.


일제 강점기에 개인적인 소신과 열정으로 타카하시노보루[高橋昇]가 집필한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에 의하면 제주도, 강원도, 평안도, 황해도, 함경도 등지에서 피의 재배와 이용이 일반화 되에 있고 북족으로 갈수록 피의 이용 비율이 높아지며, 일본으로 2천섬을 수출하고 만주 등지로부터 3천섬을 수입하였다는 기록으로 볼 때 피는 조ㆍ메밀ㆍ옥수수ㆍ귀리 등과 같이 중요한 잡곡(雜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피의 이용도 다양해서 피밥, 피떡(피가루+밭벼가루 1:3), 피엿 등으로 사용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중요한 식량자원 이었음을 알 수 있다. 며칠을 굶어 처량한 모양새를 설명하는 속담에 ‘사흘에 피죽 한그릇도 못 얻어먹은 듯하다’속담이 있을 정도로 피는 다른 식량작물에 비해 맛과 영양에 비해 천대받아 온 듯하고, 지금은 식용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논에서는 성가신 잡초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피가 생육기간이 짧고, 중산간지, 간척지, 척박한 저습지 등 토양을 가리는 성질이 적고 생육에 필요한 물 요구량도 적으며 특히 육종이 덜 이루어진 원종에 가까운 관계로 병충해에 강한 특징과 다른 작물이 가지지 못하는 일부 아미노산이나 광물질이 함량이 뛰어나 현대인의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도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또 일부 조류의 우수한 사료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료작물로서의 잠재성이다. 피는 벼보다 배수나 비옥도에 대한 적응성이 강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저습 한계지역이나 홍수 다발지역, 간척지 등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고 수량, 기호성 및 품질도 높기 때문에 벼 대체 사료작물로 매우 적합하다.

한편, 피는 잡초로 취급 받게 되는 순간부터 사람으로부터 괄시 당하고 보이는 데로 제거 당하는 신세로 전락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자가 빨리 성숙되고 익는 데로 탈립되어 물에 떠 다니며 적당한 장소를 만나면 아무조건에서나 발아되는 특성으로 무장하고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벼(japonica type)는 북방형 식물, C3)이고 피는 남방형 작물(C4) 임에도 불구하고 벼 재배 논에서 살아 남기 위해 벼를 생물계절학(phenology)적, 형태학적으로 모방하는 생리적 형태로 진화되어(Wilson, 1979), 전 세계에 걸쳐 논 벼 생산에 성가신 잡초로 살아 남았다(Holm 등, 1977).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도 발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논에서 벼와 경쟁하며 살아 남을 수 있었고, 메뚜기가 싫어하는 trans-Aconitic Acid 를 생산하여(Maki Katsuhara 등, 1993) 살아 남은 것을 보면 종족 보존을 위한 실로 눈물겨운 몸부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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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역자 후기가 새로 실리니, 나중에 여기로 가서 책을 삽니다. http://bit.ly/10gOzn5




농업이 문명을 움직인다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봄, 여름마다 농촌활동을 가곤 했다. 그때 우리가 내세운 구호 가운데 하나는 “먹어야 산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인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여,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은 먹을거리를 토대로 성립 수밖에 없고, 그것을 제대로 생산·공급하지 못하면 무너지게 되어 있다. 농업이 문명을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처음 전통농업에 관심을 계기는 귀농학교를 마치고 2003년에 주말농장을 시작하면서이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농사야말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업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런 방식으로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그렇다면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농사를 지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졌다.


그때 나에게 찾아온 자료가 다카하시 노보루高橋昇라는 일본 농학자의 <조선 반도의 농법과 농민>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고농서와 무척이나 달랐다. 조선시대의 농서보다 더 체계적으로 정리고, 현장을 중심으로 조사 현실감과 생동감을 갖추고 있었으며, 지금에라도 다시 활용해볼 만한 농법들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일본어라는 장벽은 너무나 높았다. 누군가 이 좋은 자료를 번역해 줄 것이라 믿으며 그냥 돌아섰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도저히 내용이 궁금하여 참을 수 없었다. 결국, 1,400쪽에 달하는 자료를 조금씩 복사해서 집으로 가지고 와서 일본어를 공부하며 번역을 시작했다. 다행히 한자가 많이 나와서 그나마 더듬더듬 진행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자료에 나오는 일본어는 옛날 일본말인지라 요즘 나오는 책과는 표현이 조금 다르다.


이 일을 마치기까지 거의 5년 정도가 걸렸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농업을 바라보는 나의 눈도 조금은 열리게 되었다. 내가 깨달은 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와 현재의 사회 구조가 변화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농업이 국가의 중심 산업이었지만 현재는 상공업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70% 이상이던 농민 인구가 지금은 6% 이하로 급감했다. 이렇게 농민이 줄어 요인은 과거처럼 많은 사람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그 이상의 생산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확 품종이 개발되고, 사람이 직접 손으로 씨앗을 심고 김을 매고 수확을 하던 일을 농기계가 대신한다. 집에서 자급을 위해 재배하던 다양한 작물들은 시장에 내다 팔 몇 가지 품목으로 줄어들고, 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를 통해서 과거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도록 생산량이 증가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도 존재한다.


먼저, 토종 종자가 사라졌다. ‘토종 종자’는 어느 지역에서 과거부터 재배해오던 작물로서,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한 종자를 가리킨다. 환경에 맞게 자란 토종 종자는 그것을 재배하던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다. 토종 종자는 같은 품종 안에서도 일찍 익는 것이 있는가 하면 늦게 익는 것도 있고, 또 가뭄에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높은 습도에 잘 견디는 것도 있다. 토종 종자들의 이렇게 다양한 특성 덕분에 나쁜 기후 조건이 찾아오더라도 최소한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또한, 토종 종자는 ‘수평저항성’이란 특징이 있다. 이는 다수확에 초점을 맞추어 개량한 종자보다 수확량 떨어지지만, 여러 가지 병해충에는 더 잘 버티는 특성이다. 이에 반하여 ‘수직저항성’을 갖는 개량종은 특정 병해충에는 강해서 수확량을 최대로 올릴 수 있으나, 의도하지 않았던 병해충이 발생하면 전멸할 위험도 안고 있다.


둘째, 다양한 농법이 사라졌다. 다양한 농법의 기초는 바로 종자의 다양성에 있다. 여러 가지 특성을 지닌 다양한 종자를 농사지으면서 그에 맞는 독특한 농법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여러 종자를 섞어 기르면서 각 종자의 특성을 이용해 노동력을 덜거나 작물이 더 잘 자라게 했다. 특히 콩을 활용한 농법이 많았다. 예를 들어 옥수수와 덩굴강낭콩을 같이 심어서 옥수숫대가 자연스럽게 덩굴강낭콩의 지주 역할을 하도록 하거나, 콩과 식물이 지닌 질소를 고정하는 기능을 이용해 콩밭에 옥수수나 수수처럼 다비성 작물을 심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밀·보리 같은 맥류의 뒷그루로 콩과 작물을 심으면, 맥류의 타감 작용으로 제초 노력을 덜면서 콩과의 능력 덕분에 땅심을 회복할 수 있다. 이밖에 마늘밭에 상추를 심어 싹이 잘 트고 잘 자라게 하는 것 역시 종자 간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농법이다. 이런 다양한 농법이 종자가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지게 되었다.


셋째, 논밭에서 작물과 함께 살아가던 많은 생물이 사라졌다. 농사를 지을 때 화학비료나 농약 같은 화학물질에 의존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논은 벼만 자라는 곳이 아니라 물방개, 잠자리라든지, 개구리, 드렁허리, 미꾸라지, 붕어 등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그러한 생명의 공간에 몇몇 해충을 잡기 위해서 농약을 살포하면서, 해충만이 아니라 익충도, 그리고 수많은 생물도 쫓겨나게 되었다. 논은 인간이 원하는 벼만 자라도록 허용된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밭도 원래는 재배하는 작물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많은 미생물부터 땅강아지, 두더지, 거미, 메뚜기 등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화학물질에 쫓겨서 밭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쫓겨난 생물들이 제공하던 생태 서비스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자세히 모를 뿐이다. 늙은 농부들을 만나러 다니며 “옛날에는 농약도 없는데 어떻게 병해충 문제를 해결했나요?”라고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하시는 말씀이, “옛날에는 지금처럼 병해충이 심하지 않았어”라는 대답이었다. 본인도 평생 농사지으면서도 요즘처럼 병해충이 심한 건 처음이라고 하신다.


넷째, 농민이 사라졌다. 농민이 사라지면 단순히 농민 한 사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지니고 있는 씨앗과 농법과 경험 등이 한꺼번에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나이 든 농부, 즉 ‘노농老農의 죽음은 박물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도 존재한다. 어찌 보면 늙은 농부는 경험 과학의 총체이다. 한 지역에 오랫동안 머물며 살면서 농사를 지었기에 그 지역 언제 날이 풀리는지, 어느 무렵 비가 자주 오는지, 태풍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흙 성질이 어떠한지, 어떤 농사가 적합한지 등에 빠삭하다. 종자를 받는 방법부터 저장하는 방법까지 농사와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한 경험을 앞서 한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그러나 과학 영농이 발전하면서 그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되었다. 이제 늙은 농부의 경험보다 해당 분야 전문가의 말이 더 신빙성을 갖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전문가는 교본에 적혀 있는 대로만 아는 사람일 뿐, 지역과 현장에서는 경험 많은 사람의 판단이 더 정확할 때가 많은 법이다.


마지막으로, 농촌이 사라지고 있다. 수많은 농민이 자신이 농사지으며 살던 터전을 떠나면서 농촌은 황량한 공간이 되었다. 이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이 허다하며, 농촌에 있는 학교들은 차례로 폐교가 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노인들만 사는 거대한 무덤과도 같은 공간이 되어 버렸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농촌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약 34% 정도로 전체 농민 인구의 1/3을 차지한다. 그리고 50대 이상이 약 88%로 장년층이 대부분인 현실이다. 농담 삼아, 농촌에 가면 60대도 청년회 회원으로 활동한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70대도 80대 눈치를 보며 경로당에 들어간다고 하는 이야기조차 들린다. 정확히 말하면, 농촌에 노인들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곧 농촌에 미래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농업은 살아 있어도 농촌은 사라진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농업 경영인은 중소도시에 살면서 한 번씩 농업 지역으로 출퇴근하고, 외국인 노동자나 일꾼들이 농업 지역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보인다.




전통농업은 고릿적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농업은 녹슬어서 쓸모없어져 버린 호미가 아니다. 녹슨 것 같은 호미도 다시 사용하거나 대장간에 가져가 다시 벼리기만 하면 잘 쓸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전통농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도 없으며, 또 무조건 옛날 방식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옛날을 조건 없이 답습하기보다는 그 안에 숨은 원리를 찾고, 그를 바탕으로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에서 다룬, 세계 각지의 사례들이 그 좋은 예이다.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라져서 주로 제3세계의 사례들만 다루고 있지만, 최근 한국에 부는 도시농업의 바람과 함께 전통농업이 지닌 잠재력에 새롭게 주목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 도시농업은 일차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농업이 아니라 집에서 먹을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만큼 돈에서 자유로우므로 수확량이 좀 적더라도 토종 종자를 심고,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농업의 방식을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비단 도시에서만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충분히 농촌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적극 추진하고 있는 농업의 6차 산업화와 함께, 지역마다 행해오던 독특한 전통 방식의 농업과 토종 종자를 활용한다면 좋은 지역개발 사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은 덤이다.


‘전통농업傳統農業’은 ‘전통全通 농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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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 씨가 끝내주는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풍경은 단지 숲이 불타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기후변화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라면을 튀기는 데 팜유를 쓰죠. 그 팜유는 이렇게 숲을 밀어버리고 생산됩니다.





예전에 보도가 된 사진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팜야자 농장의 일꾼들이 새끼를 꼭 끌어안고 있는 어미 오랑우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숲이 파괴되는 일은 숲의 사람이란 오랑우탄에게도 비극을 불러옵니다. 물론 그건 오랑우탄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과연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야만적이기에 벌이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그걸 요구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부터 이 고리를 어떻게 끊을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숲을 밀어버리는 일은 동남아시아 같은 곳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고사리. 이것이 주로 생산되는 남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한번 보시죠.


'고사리 재배' 위험천만…나무 밀어내다 산사태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171336&pcversion






또한 요즘 출사지로 각광받는 강원도 고랭지의 밭입니다. 

여기에 나무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요? 글쎄요... 원래부터 없었는지도 모르죠.






이러한 일이 남해와 강원도의 농민들은 무식하고 돈에 눈이 멀어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그들도 이 사회 안에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겁니다. 이들이 있어 그나마 도시민들이 고사리나 김장을 먹으며 삽니다. 이것은 개인이 아닌 바로 구조, 이른바 식량체계의 문제입니다.

단순히 비용과 효율성만 따지면 따질수록 이런 일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합니다. 비용과 효율을 계산할 때 환경과 생태, 공정성 등의 가치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가치의 기준을 바꾸지 않고서는 논리적으로도 절대 이기지도 바꾸지도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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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세계의 밀 가운데 5%를 재배하는데, 먹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밀 중에서 12~15%를 담당합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호주의 서부에서 재배되고 있지요. 우리 규모화된 밀농사를 지으러 호주 서부로 갑시다! 무슨 코딱지만 한 땅에서 우리밀을 재배하고 앉아 있습니까?


기회가 좋은 것이 호주도 농민이 줄어들고 있답니다. 1996년 24만6000명이었던 농민이 2010년에는 5만 명쯤 줄어서 19만2600명이 되었답니다. 그것은 곧 나머지 농민들이 더욱더 규모화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만.


아무튼 호주도 농가부채는 한국과 비슷한 문제네요. 호주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농가부채가 1965년 12억9천만 달러였는데 2012년 662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무슨 농업은 부채덩어리입니까? 땅 사고, 기계 사고, 자재 사고... 규모화를 이룰수록 부채는 늘어난다는 요상한 역설. 


농민 인구의 고령화도 한국과 비슷한 듯하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네요. 현재 호주 농민의 25%가 65세 이상이고, 농민의 평균 연령이 타 직종보다 13세 정도 높다고... 참고로 한국은 전체 농민의 65%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층이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차라리 한국의 농촌으로 갈까요?


자, 호주에서는 밀농사를 사진처럼 짓습니다. 좋은 스피커 하나 사다가 달고, 크게 음악을 틀으며 트랙터나 타고 다니면서 밀농사를 지으러 호주에 갑시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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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 낼 준비를 마침.



 


오줌거름발 덕인가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 덕인가 앉은뱅이밀이 무성해졌다. 참, 밟아주기도 했지.

아이를 혼낼 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한 번 크게 혼낼 때는 인정사정 없이 혼내야지, 괜히 이도저도 아니게 느슨했다간 뿌리가 제대로 붙지 못하고 앞으로 성장할 때도 힘있게 치고 나아가지 못한다.

 

실험적으로 고랑에 심은 밀은 확실히 두둑 위 헛골에 심은 것만 못하다. 역시 밀은 내습성이 약하다. 하지만 건조한 겨울-봄이 예상된다면 충분히 활용할 만하다.



 


겨울을 이기고 조선파가 앙증맞게 올라온다. 귀여워.



 


연풍이는 오늘도 밭에 와서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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