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래 농기구 연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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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김동섭 씨의 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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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쟁기

 

1.  쟁기의 기원

 

 

 

쟁기의 기원에 대해서는 괭이가 기원인지 가래가 기원인지 세계적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가래 안에는 (그림1-A)①처럼 가래에 부착한 끈을 도우미가 당겨서 경운을 돕는 것이 있고, 그것을 ②처럼 사람이 앞쪽으로 끌어서 인걸이가 생기며, ③처럼 소에 멍에를 지워 소갈이 쟁기가 발생한다는 설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보습의 변화에 주목하면, B그림처럼 괭이는 콱 찍어 넣어 흙을 일으키고 찍어 넣어 일으키는 걸 반복하고, 가래도 밟아 넣어 흙을 일으키고 밟아 넣어 일으키는 걸 반복하여, 날끝은 공중-땅속을 왕복하는 "간헐 경운"인데 반해 쟁기의 보습은 C그림처럼 소가 끌어서 땅속을 잠수함처럼 잠항하는 "연속 경운"이라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계통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쟁기는 괭이나 가래와는 전혀 관계없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림2 쟁기의 기원

 

 

"인걸이 쟁기 → 소갈이 쟁기"라는 전개에는 한 가지 큰 오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걸이 쟁기는 그림2의 AB와 같이 일본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 점재해 있는데, 그것들은 호리쟁기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이 무언가 사정이 생겨 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할 수 없이 사람이 끌기 시작했다고 생각되며, 이는 소가 끄는 쟁기의 '파생형'으로 '원형'은 아닙니다.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라는 발전 패턴이 예상되지만, 간단한 것에는 퇴행적인 파생형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초의 형은 D그림 같이 겨리쟁기로 긴 성에를 2마리 소의 머리에 걸쳐놓은 멍에에 묶어서 당기게 했습니다. 그런데 2마리 소의 머리에 걸친 멍에와 긴 성에는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달구지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달구지는 C그림처럼 큰 바퀴를 갖춘 이륜차로서, 이 달구지가 주행하는 걸 바라보던 사람들 가운데 차체 대신 철제 날을 부착한 자루를 부착하면 소의 힘으로 연속해 경운할 수 있겠다는 발상을 떠올려 D그림 같은 겨리쟁기가 탄생했다고 생각됩니다.  

 

 

2. 겨리쟁기에서 호리쟁기로

 

 

 

<그림3>처럼 서아시아, 인도 서북부에서 발생한 겨리쟁기는 서쪽으로 나아가 이집트와 로마 등 지중해 주변으로 퍼졌습니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 북쪽으로 들어간 쟁기는 게르만 민족의 손에 의해 중후한 바퀴쟁기로 개량되어 4마리가 끄는 쟁기도 나타나며 중세 유럽 사회를 뒷받침했습니다. 

중앙아시아부터 실크로드를 경유해 중국 화북지방으로 들어간 겨리쟁기는 진과 한의 중국 통일을 생산력 면에서 뒷받침하고, 또 동쪽으로 나아가 조선 북부의 고구려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유라시아, 북아프리카는 겨리쟁기권이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무렵부터 호리쟁기가 출현했습니다. 3세기 초에 황하 유역은 유목민에게 점령되어 진晉나라가 멸망하고, 화북에서 쫓겨난 한족은 장강 유역으로 달아나 남조를 건설하는데, 이 과정에서 화북의 밭농사 용구는 강남 지방의 논에서 논농사용으로 개조되어 호리쟁기의 굽은성에긴바닥(曲轅長床) 쟁기가 태어났습니다. 조선반도에서는 고구려에서 남쪽의 백제와 신라로 전해지는 과정에 호리쟁기의 곧은성에삼각틀바닥없는(直轅三角枠無床) 쟁기가 태어났습니다. 이리하여 동아시아는 호리쟁기권이 되고, 여기에서 일본으로 호리쟁기가 전해졌습니다. 

 

 

3. 쟁기의 형태와 분류

 

호펜의 다섯 분류

 

그림4 호펜의 다섯 분류

 

 

H. J. 호펜은 FAO(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발행한 책에서 쟁기의 골격구조를 기준으로 다섯 분류를 제시했습니다. 별로 알려져 있지 않기에 <그림4>에서 소개해보겠습니다.

(A) 성에 쟁기는 소를 향해 쭉 뻗은 성에(beam)가 기본 골격=본체가 되고, 거기에 쟁기날을 붙인 쟁기술이 끼워진 쟁기.

(B) 술 쟁기는 쟁기날을 붙인 쟁기술(body)가 본체가 되고, 거기에 성에가 끼워진 쟁기.

(C) 바닥 쟁기는 쟁기바닥(sole)이 본체가 되고, 성에와 쟁기날이 붙은 쟁기술이 따로따로 끼워진 쟁기. 바닥은 신발바닥의 sole과 동어로 일본에서는 쟁기바닥이라 부르는데, '바닥(床)'은 원래 사각의 침상을 가리키는 한자이기에 '쟁기바닥'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농학에서도 쟁기바닥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세 형태는 인도,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중해 지역 등에서 쓰여 왔던 겨리쟁기입니다.

(D) 사각틀 쟁기는 성에, 쟁기바닥, 한마루, 자부지라는 네 부재가 사각틀을 구성하는 쟁기.

(E) 삼각틀 쟁기는 한마루와 쟁기자루가 교차하여 삼각틀을 만드는 유형으로, 모두 중국에서 발생한 호리쟁기입니다. 다만 삼각틀 쟁기는 동아시아에서는 F에 나오는 역삼각틀을 갖춘 조선반도의 삼각틀바닥없는 쟁기(三角枠無床犁)가 주류로 E 유형은 소수파입니다.

일본에서는 조선반도에서 F의 삼각틀 쟁기를 5세기 후반 이후에 도래인이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또한 타이카大化 개신改新 정부는 견당사遣唐使에게서 D의 사각틀 쟁기를 손에 넣어 전국에 모형을 배포해 재래 쟁기가 되었습니다.  

 

 

 

4. 유전자의 발견

일본의 농기구가 각지에서 모양이 다른 건 예전부터 알려져 있어, 대대로 농민들이 그 토지의 지형이나 토질에 맞추어 개량한 결과 다양한 형태로 부화했다는 "지형, 토질 결정론"이 믿어져 왔습니다. 쟁기의 기원에 대해서도 농학자들은 "도구는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한다"는 생각에 바탕하여 <그림 5A> <그림 5B>와 같이 일본 국내의 발달계통도가 몇 가지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이들은 현지조사를 행하지 않고 그린 계통도로서 근거가 희박하고, 거의 상상의 산물입니다.

그림5 농학자에 의한 쟁기의 일본 국내 발달계통도

 

그런데 쟁기는 "카라스키からすき"라는 호칭으로 보아도 일본의 발명이 아니라 카라(당나라, 한국), 즉 중국이나 한반도에서 전해진 것이며, 일본 국내에서 간단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각지의 재래 쟁기를 조사해 보면, <그림6>에서 보는 것처럼 후쿠오카현의 안아 쥐고 조종하는 쟁기(抱持立犁)는 조선계의 삼각틀바닥없는 쟁기, 간사이 지방의 굽은술긴바닥 쟁기는 중국계의 사각틀긴바닥 쟁기로, 전래의 계보에 의하여 각지의 재래 쟁기의 모양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림6 후쿠오카현 쟁기는 조선계, 나라현 쟁기는 중국계

  

 

전통적인 농촌사회에서 농기구는 파손되는 것과 똑같은 형태로 복사됩니다. 가령 쟁기의 내용년수를 20년이라 한다면 100년에 5번, 1000년에 50번 갱신되는데, 똑같은 형태로 복사된 결과 개체는 교체되어도 형태는 1000년을 넘어서 계승되기 때문에, 그 땅에 조선계 도래인이 와 있었는지 어떤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민간의 도구에도 유전자가 있던 것입니다. <고사기> <일본서기>에는 지방 서민의 사정은 써 있지 않지만, 재래 쟁기의 전국 조사를 하면 발굴하지 않아도 시정촌들의 고대사가 복원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민간의 도구를 통한 역사학"이라 명명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 민간의 도구 조사에서 본 쟁기의 일본 전래

민간 도구의 조사로부터 일본으로 쟁기가 전래된 것을 알아봤습니다. <그림7>을 보러 가지요.

 

삼각틀 쟁기는 도래인이 가지고 옴 ; 조선반도에서 온 도래인은 4세기 말-5세기 초의 제1기, 5세기 후바부터 6세기에 걸쳐 제2기, 7세기 후반의 제3기로 분류되는데, 조선반도 남부의 호리쟁기의 성립이 늦었기 때문에 소와 쟁기를 가지고 온 것은 제2기 이후의 도래인이라 생각됩니다.

타이카大化 개신 정부가 중국계 긴바닥 쟁기를 도입함 ; 중국계 긴바닥쟁기는 큐슈부터 간토우까지 확인할 수 있고, <와묘루이쥬쇼和名類聚抄>에 인용된 8세기 초두의 "양씨楊氏 한어초漢語抄"라는 고사서에는 쟁기바닥의 기술이 있기에 7세기에는 전해졌단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는 아직 중국과 일본 사이의 민간 교류가 없어 견수사, 견당사의 외교 시대이기에 정부에 의한 기술 도입이라 생각됩니다. 일본의 긴바닥쟁기는 쟁기들의 형태로 보아 강남계이고, 7세기 후반에 강남 지방에 갔던 견당사는 661년 하카다에 되돌아왔던 제4차 견당사뿐이라 이때 중국계 긴바닥쟁기를 가지고 돌아와 그것을 기본으로 다이카 개신 정부는 500대 정도의 정부 모델 쟁기를 만들어 각지의 코오리노카미評督(이후의 군지郡司)에게 보내 복제하게 하여 보급을 시도했다고 생각됩니다.

혼혈형 쟁기의 탄생 ; 이미 쟁기를 사용하고 있던 마을에서는 중국계 긴바닥쟁기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왔기에 손에 익은 조선계 쟁기와의 혼혈이 일어납니다. 조선-중국 혼혈형 쟁기는 각지에서 검출되고 있습니다. 

조선계 그대로인 난민 쟁기 ; 663년의 백제 멸망, 669년의 고구려 멸망 시기에는 많은 난민이 일본으로 왔습니다. 정부의 모델 쟁기 배부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난민들이 제작한 쟁기는 혼혈형이 되지 않고 조선계 그대로입니다. 난민의 쟁기는 키타큐슈나 시가현滋賀県, 야마나시현山梨県에서 검출되고 있습니다. 

7세기 후반에 성립된 다양한 쟁기는 망가져도 동일한 형태로 갱신되어 민간 도구에까지 계승되었습니다. 

 

그림7 민간 도구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 쟁기의 전래 연표

 

 

6. 쟁기 농학자의 3분법과 지역사를 읽고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3분법

일본의 농학에서는 메이지 이래 <그림8A>처럼 쟁기바닥의 유무, 장단에 의하여 "바닥없는쟁기(無床犁)" "짧은바닥쟁기(短床犁)" "긴바닥쟁기(長床犁)"라는 3분법이 널리 쓰여 왔습니다. 안아 쥐고 조종하는 쟁기로 대표되는 바닥없는쟁기는 안정성이 나쁘고 다루기 어렵지만 깊이갈이가 가능한 데 반해, 긴바닥쟁기는 안정성은 좋지만 얕이갈이밖에 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짐. 이 양자의 장단을 취합한 것이 근대 짧은바닥 쟁기라는 분류입니다. 이 분류법에서는 깊이갈이가 가능한지 어떤지를 결정짓는 것은 소와 말의 견인력이라는 중요한 점이 누락되어 있는데, 농업의 생산력 향상에서 근대 일본을 뒷받침했던 농학계의 불타는 의욕을 반영한 분류법으로 이제는 문화재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쟁기는 1950년대 중엽부터 경운기로 교체가 진행되어, 지금은 박물관이나 자료관의 수장고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들 제1선을 은퇴한 도구류는 '민간 도구'라 부르고 있으며, 민간 도구가 된 쟁기의 역할은 토지를 경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후세에게 전하는 이야기꾼으로 보관되어 있는 것입니다. 쟁기의 역할이 지역 역사의 이야기꾼이라면 그것에 상응하는 분류법이 있을 터입니다. 그리 생각해 제기한 것이 <그림8B>에 나오는 '조선계 삼각틀 쟁기' '중국계 사각틀 쟁기' '조선, 중국 혼혈형 쟁기'라는 "새로운 3분법"입니다. 이들은 6-7세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것이기에 재래 쟁기의 형태를 알 수 있다면 그 지역의 6-7세기 역사를 복원할 수 있고, 다음과 같은 "쟁기 형태로부터 지역 고대사를 복원하는 공식"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조선계 삼각틀 쟁기가 사용되고 있던 지역 ...... 백제, 고구려 난민이 건너와 개척한 땅과 그 주변

중국계 사각틀 쟁기가 사용되고 있던 지역 ...... 정권을 지지하는 지역 또는 도래인이 오지 않았던 지역

한중 혼혈형 쟁기가 사용되고 있던 지역 ...... 5-6세기 제2기 도래인이 건너와 개척한 땅과 그 주변

 

그림8 쟁기의 3분법

 

다음 장에서는 이 공식을 단서로 도쿄 농업대학이 수집한 쟁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7. 도쿄 농업대학이 수집한 쟁기

도쿄 농업대학의 민간 도구는 이른 시기에 전국 규모로 수집했기 때문에 좋은 자료가 모여 있습니다. 그 뒤 시정촌 합병이 진행되었는데, 수집지를 세밀하게 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옛 시정촌으로 표기하겠습니다.

 

● 나라, 교토, 와가야마의 중국계 사각틀 쟁기

 <그림9>에 게재된 나라, 교토, 와가야마의 쟁기는 성에, 한마루, 자부지, 쟁기바닥의 4부재로 구성된 사각틀긴바닥 쟁기로 E의 강남 쟁기가 모델입니다. 강남 쟁기의 특징인 무지개 같이 구부러진 굽은성에는 F그림처럼 소의 목과 쟁기 끝을 연결한 힘의 작용선까지 견인점을 낮추어 안정된 자세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한 고안입니다. 

나라현 쟁기의 성에, 손잡이의 교점에 4개의 쐐기가 겹쳐 보이는 건 D그림의 경운 깊이의 조절장치로, 현상에서 4개의 쐐기는 성에의 윗쪽에 박아 넣기 떄문에 성에 끝쪽의 견인점은 올라가 소가 끌게 하면 쟁기 끝은 내려가서 깊이갈이하는 경향이 되고, 그 반대로 쐐기를 아랫쪽에 박아 바꾸면 얕이갈이하는 경향이 되는 이치입니다. 

나라, 교토, 와가야마의 쟁기에서 서로 다른 것이 손잡이의 모양. 나라현 쟁기는 T자형 손잡이로 타카이 개신 정부가 보급한 키나이畿内의 정부 모델 쟁기의 충실한 복제로서, 정권 측근의 정권 지지율이 높았던 걸 반영합니다. 교토 쟁기의 손잡이가 위로 늘어난 것은 조선계 삼각틀 쟁기의 자부지를 모방한 것. 아마 이 주변에는 도래인이 와 있어서 삼각틀바닥없는쟁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손에 익은 조선계 손잡이를 남긴 것으로, 중국계 90%, 조선계 10%의 혼혈형입니다. 와가야마현 쟁기는 별도의 자재로 손잡이를 붙였는데, 이것도 자부지의 뒤에서 잡는 방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중국계 90%, 조선계 10%의 혼혈형입니다.

90%가 중국계, 즉 정부 모델 쟁기 계통이란 것은 정권 지지율이 높다는 반영으로, 탄바丹波도 키이紀伊도 키나이 주변 지역으로 7세기 아스카飛鳥 정권의 지지자들이 있었던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9 나라, 교토, 와가야마의 중국계 사각틀 쟁기

 

 

●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徳之島의 사각틀긴바닥쟁기

<그림10A>은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의 쟁기로, 사탕수수밭의 사이갈이 김매기용으로 1950년 무렵까지 사용되던 것. 전장 131cm의 작은 것으로, 위의 나라현 쟁기의 전장은 281.5cm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작습니다. 이 유형의 쟁기는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부터 오키나와沖縄 본섬, 사키시마先島 제도까지 널리 쓰였으며 "남쪽 섬(南島) 쟁기"라고 불렸습니다. 그럼 이 쟁기는 어떤 사정으로 생겼던 것일까?

남도 쟁기는 성에, 한마루, 자부지, 쟁기바닥의 네 부재로 구성된 사각틀 쟁기로서, 이것은 중국계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남도의 사람들이 중국에 나갔다면 보았을 쟁기가 <그림10B>의 강남 쟁기로 똑같은 쟁기가 가고시마현의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었는데, 남도 쟁기와는 상당히 형태가 다릅니다. 중국 쟁기는 무지개 같이 구부러진 성에를 가지고 있는데 남도 쟁기는 비스듬히 상향한 곧은성에입니다. 상향한 곧은성에는 C그림처럼 소의 멍에를 겨냥한 각도로, 남도 쟁기의 제작자는 중국 쟁기의 실물 견본이 수중에 없이 막연한 이미지에 바탕해 재현 제작한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상향한 곧은쟁기를 소에게 끌게 하면 C그림 같이 쟁기 몸체는 앞으로 젖혀지게 되고,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자부지를 앞으로 당겨야 하며, 그에 적응한 자부지가 ②의 앞으로 기운 자부지입니다. B그림의 강남 쟁기에서는 흙덩이를 오른쪽으로 넘기는 볏이 달려 있는데, 남도 쟁기에는 볏이 없습니다. 

⑥은 펜촉형 보습으로 중국 쟁기는 주물의 껍질이 붙은 삼각판이지만, 남도 쟁기는 단조품으로 모양도 다릅니다. 쟁기 제작제가 중국 보습의 견본을 보지 않고 대장간에서 두드렸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상을 종합하면, 남도에서는 소가 먼저 부려졌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는 소로 논밭을 갈고 있으니 이것에 쟁기를 끌게 하자"라고 생각해, 어슴푸레한 기억에 기반하여 재현 제작한 쟁기가 이 남도 쟁기로서, 그것이 아마미오시마부터 오키나와 본섬과 사키시마 제도까지 퍼졌던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림10 가고시마 도쿠노지마의 사각틀 쟁기

 

 

카가와현香川県의 외다리바닥있는쟁기

<그림11A>는 카가와현 미토요군三豊郡 오노하라쵸大野原町(현 칸논지시観音寺市)에서 사용되던 쟁기로 호칭은 소괭이. 이 쟁기는 윗부분은 성에, 자부지, 한마루의 삼각틀로서 조선계 삼각틀 쟁기 그것입니다. 그런데 아랫부분에는 길이 93.7cm의 완전한 쟁기바닥이 붙어 있어, 이 쟁기바닥은 중국계 사각틀 쟁기의 기본적인 부품입니다. 즉 오노하라 쟁기는 C그림에서 보듯이 조선계 삼각틀 쟁기의 구조에 중국계 쟁기바닥을 붙여준 전형적인 혼혈형입니다. 중국계 사각틀 쟁기는 한마루와 자부지가 쟁기바닥과 접합되어 사각틀을 구성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외다리바닥있는 쟁기가 가진 정보로부터 카가와현의 6-7세기 역사를 복원해 보겠습니다. 

5세기 말부터 6세기 무렵, 카가와현의 평야부에 조선반도에서 온 도래인이 정착했습니다. 야마토 정권 아래 조선반도로 출병했던 현지 호족들이 초빙한 것이겠죠. 그들은 소와 삼각틀바닥없는 쟁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미 말로 말괭이를 끌게 하던 현지 사람들은 처음 본 쟁기를 '소괭이'라고 불렀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200년 가까이 지난 7세기 후반, 타이카 개신 정부는 반전수수班田収授를 실행하기 위하여 관련 정책으로 중국계 사각틀 쟁기의 실물 모형=정부 모델 쟁기를 각지의 코오리노카미(이후의 군지)에게 보내 보급을 명했습니다. 정부 모델의 긴 쟁기바닥은 보기에도 안정감이 좋을 듯하여, 사람들은 손에 익은 삼각틀바닥없는 쟁기에 쟁기바닥을 붙였다. 혼혈형 외다리바닥있는 쟁기의 탄생입니다. 평야부의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한 헤이안 시대 무렵, 분가해 이주함에 따라 산간부의 개척이 왕성해졌습니다. 도쿠시마현, 에히메현과 접한 산간의 오노하라 마을에는 이 시기에 가지고 들어온 것이겠지요.

B그림의 코토히라쵸琴平町 쟁기도 같은 형태의 외다리바닥있는 쟁기로, 이쪽은 한마루가 철제 볼트인 개량형입니다.

 

그림11 카가와현 외다리바닥있는쟁기

   

 

사이타마현埼玉県과 도치키현今市市의 널판지 볏 부착 삼각틀 쟁기

<그림12A>의 사이타마현 가조시加須市의 쟁기는 전장 281cm인 장대한 몸체로, 구조를 보면 조선계 삼각틀이지만 쟁기날의 뒷면 부근은 길이 54cm의 쟁기바닥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조선계 삼각틀 쟁기에 쟁기바닥을 더한 혼혈형입니다. 또한 경운되는 흙덩이를 왼쪽으로 뒤집는 널판지 볏이 붙어 있는데, 이 목제 볏도 정부 모델 쟁기인 일목一木 볏의 각색으로 조선계 70%, 중국계 30%의 혼혈형입니다.

 

가조시 쟁기는 삼각틀 쟁기로 조선계이지만, 쟁기 몸체는 장대하며 그 원인을 D그림으로 보러 가겠습니다. 조선반도의 삼각틀바닥없는쟁기는 자부지가 서 있어 보습은 급한 각도로 지면에 닿아 있습니다. 이 조선반도 쟁기의 보습은 주조품으로 뒷면은 껍질로 되어 있어, 나무 부분인 자부지를 꽂아 쐐기로 고정하기 때문에 급한 각도로 지면에 닿아도 경운할 수 있습니다. 자부지가 서 있기에 쟁기 몸체는 짧은 쟁기가 됩니다. 짧은몸체 쟁기에 익숙한 도래인은 일본에 와서 보니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주조 보습이 없고, 단조 보습만 손에 넣을 수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단조 보습은 목요공 괭이처럼 나무 부분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끼워넣기 때문에 급한 각도로 지면에 닿으면 떨어져나갑니다. 그래서 얕은 각도로 지면에 닿도록 한 결과, 쟁기 몸체가 길어져 버렸던 것입니다. 긴몸체삼각틀 쟁기는 조선반도에는 없는 모양으로, 도래 제1세대의 노고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림12B>의 도치키현 이마이치시今市市의 쟁기는 조선계 삼각틀 쟁기로 쟁기 몸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몸체가 누워 보습은 얕은 각도로 지면에 닿아 있으며, 도래 당시의 단조 보습에 맞춘 것입니다. 

A의 가조시 쟁기도 B의 이마이치시 쟁기도 현재는 C그림처럼 주조 보습이 붙어 있습니다. 이거슨 14-15세기 무렵에 주조꾼이 농촌을 영업하며 돌아다녀 주조 보습으로 교체된 것으로, 단조 보습의 모양이 남아서 큰 표지가 되었습니다. 중국과 조선반도의 주조 보습에는 큰 목덜미 선이 없습니다.  

 

그림12 사이타마현과 도치키현의 삼각틀바닥있는쟁기

 

 

 

군마현群馬県 다카사키시高崎市의 카이형甲斐型 쟁기

<그림13>의 AB 모두 다카사키시 카미나미에上並榎의 쟁기이고, 어느쪽이든 조선계 삼각틀 쟁기로 정부 모델인 사각틀긴바닥쟁기의 영향은 전혀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일회성인 정부 모델 쟁기의 배포가 끝난 뒤에 도래했기 때문이라 생각되며, 마지막 도래의 파도인 백제, 고구려 멸망에 따라 난민이 가지고 들어왔다고 생각됩니다.

다카사키시의 쟁기는 2대 모두 큼직하고, 키타큐슈의 안아 쥐고 서는 쟁기의 자부지 높이가 100cm 안팎인데 반하여 A쟁기의 자부지 높이는 128cm로 이상한 크기입니다. 사실 이것과 흡사한 쟁기가 C그림처럼 야마나시현에서 많이 보입니다. 유사점은 ①순수 조선계 삼각틀 쟁기이고, ②자부지의 높이가 120-130cm에 이른다는 점, ③성에와 자부지의 교차점의 약간 아래에 짧은 좌우 손잡이가 있는 점, ④자부지의 하부는 귀이개 모양 보습인 점 등으로부터 다카사키 쟁기 AB는 카이국에서 온 이주민이 가지고 들어온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야마나시현에서 이 큼직한 삼각틀 쟁기는 '부부 쟁기'라 부르며, 아내가 소 대신 어깨끈으로 끌고 남편은 자부지를 감싸안듯이 어깨에 걸치고 좌우 손잡이를 쥐고서 쟁기를 조종하면서 앞으로 기운 자세로 넘어질듯이 쟁기를 밀며 쟁기질했습니다. 남편이 자부지를 감싸안기 때문에 자부지는 길고 높아졌습니다. 이로부터 카이국에서의 개척은 당초 소와 말을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말로도 끌게 했지만, 큰 쟁기 몸체는 그대로 20세기까지 계승되었습니다. 

야마나시현에 분포된 중심은 남알프스 산록으로 고마군巨麻郡(고려군高麗郡)이라 불렀던 지역입니다. 고대에 고려라고 하면 고구려로서, 고구려 난민이 소와 말을 구하지 못한 와중에 개발한 것이 야마나시현의 큼직한 부부 쟁기입니다. 전국시대에 반농반무半農半武의 지방 토착 무사는 무장을 따라서 각지를 옮겨다니며 싸웠습니다. 다카사키시의 카이형 쟁기는 그러한 전국시대 무사가 이동한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림13 군마현 다카사키시의 카이형 쟁기

 

 

키타큐슈의 안아 쥐고 서는 쟁기와 그 전파

<그림14>는 안아 쥐고 서는 쟁기라 부르는 키타큐슈계의 쟁기이고, <그림13>의 카이형 쟁기와 똑같이 조선계 삼각틀 쟁기로 정부 모델인 사각형긴바닥쟁기의 영향은 전혀 볼 수 없는,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에 따라 난민이 가지고 왔다고 생각됩니다. A는 나가사키현의 쓰시마에서 사용되던 재래 쟁기로 작은 조선계 삼각틀 쟁기입니다. 이 삼각틀바닥없는쟁기는 후쿠오카 평야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어 '안아 쥐고 서는 쟁기'라 불러 왔습니다. 지리적 위치로 미루어보면, 663년에 멸망한 백제의 난민이 가지고 왔다고 생각됩니다.

메이지 초기의 일본에서 소와 말 쟁기질의 보급율은 서고동저로, 도호쿠 지방에서는 소와 말 쟁기질을 행하지 않고 츄우부中部와 칸토우関東 지방에서도 소와 말 쟁기질의 보급율은 낮았으며, 또 쟁기를 쓰지 않는 습논도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후쿠오카현 독농가 하나시온리林遠里는 현지에서 사용해 왔던 안아 쥐고 서는 쟁기가 깊이갈이에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이를 보급해 근대 일본을 지탱하고자 사설 칸노우샤(勸農社)를 결성, 젊은이를 모아 말 쟁기질 교사를 육성하고 '마른논 말 쟁기질'이란 구호 아래 말 쟁기질 교사를 전구으로 파견해 쟁기질의 보급에 힘썼습니다. 안아 쥐고 서는 쟁기는 쟁기질이 없던 도호쿠 지방이나 보급율이 낮았던 츄우부와 칸토우 지방에서 환영받아 소와 말 쟁기질이 침투해 나아갔습니다. 

도쿄 농업대학에서는 이 시기에 동일본에 퍼졌던 안아 쥐고 서는 쟁기가 수집되어 있습니다. B는 아키타현 유리군由利郡의 것, C는 이바라키현茨城県 미토시水戸市, D는 니이가타현新潟県 사도군佐渡郡의 것입니다. 근대 일본을 짊어지고 각지로 향한 말 쟁기질 교사의 활동 흔적을 수집된 쟁기로 더듬어 볼 수 있다는 것이 도쿄 농대 수집품의 훌륭한 점입니다. 

D의 배경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안아 쥐고 서는 쟁기에는 긴 수평 막대가 좌우로 튀어나와 있고, 좌우의 손을 바꿔 쥐며 흙덩이를 좌우로 뒤집었습니다. 안아 쥐고 서는 쟁기는 미흡하지만 양손용 쟁기였습니다. 또한 안아 쥐고 서는 쟁기는 바닥없는쟁기의 대표처럼 이야기되지만, 짧은바닥 쟁기 유형도 있었던 점을 수집품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림14 키타큐슈의 안아 쥐고 서는 쟁기와 그 전파

 

 

 

근대 짧은바닥쟁기

<그림15>에는 안아 쥐고 서는 쟁기를 대신해 근대 쟁기질의 주역이 된 근대 짧은바닥쟁기를 모아 보겠습니다. 큐슈에서는 고대 이래 바닥없이 안아 쥐고 서는 쟁기 외에 짧은바닥 쟁기 유형의 쟁기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1900년 쿠마모토현 오쓰 스에지로大津末次郎가 짧은바닥 쟁기 유형의 재래 쟁기를 기반으로 D그림 같이 한마루를 철제 볼트로 만들고 나사를 조여 깊이갈이와 얕이갈이의 조절이 가능하도록 하며, 성에와 자부지의 접합부는 철제 접합부로 만들어 나사로 쟁기질 너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근대 짧은바닥 쟁기를 개발, 특허를 받았습니다. 

볼트 한마루의 나사를 조이면 성에 끝의 봇줄걸이가 내려가고, 소와 말이 끌면 성에의 끝은 끌어올려져 그와 연동해 보습이 올라가 얕이갈이하게 된다. 그 반대로 나사를 풀면 깊이갈이하게 됩니다. 철제 접합부의 나사를 움직여 성에의 근원을 중심위치로부터 벗어나게 하면, 성에의 끝이 좌우로 틀어지기 때문에 소와 말이 끌면 보습은 약간 좌우로 벗어나게 되어 쟁기질 너비가 넓어집니다. 

오쓰의 특허는 A유형의 왼쪽 뒤집기 전용 고정형 쟁기였는데, 이듬해에는 나가노현의 마츠야마 하라조松山原造가 지렛대를 움직여 좌우 어느쪽으로도 뒤집을 수 있는 B와 같은 전환형 쟁기의 특허를 받았습니다. 근대 짧은바닥쟁기는 안아 쥐고 서는 쟁기를 대신하는 근대 쟁기가 되어, 다이쇼大正와 쇼와昭和 시기에 서서히 안아 쥐고 서는 쟁기나 재래 쟁기를 대신해 나아갔습니다. 

E의 사진에서 보면, 고정형 쟁기에서는 쟁기꾼이 왼손으로 자부지 상단을 쥐고 오른손으로 비스듬한 손잡이를 아래에서 잡고 들어올리는 듯이 하여 쟁기 몸체를 왼쪽으로 기울이면서 주행해 흙덩이를 왼쪽으로 뒤집어 나아갑니다. 전환형 쟁기에서는 안아 쥐고 서는 쟁기로부터 계승한 수평 손잡이가 있어 쟁기꾼은 지렛대로 볏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자부지 상단과 수평 손잡이를 쥐고서 자부지를 기울여 좌우 어느쪽으로도 뒤집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C는 깊이갈이를 목표로 한 3단 갈이 쟁기. 일반적으로는 2단 갈이 쟁기이지만 이것은 3단으로, 근대 짧은바닥 쟁기의 궁극적인 형태입니다. 

 

그림15 근대 짧은바닥쟁기

 

 

● 개량 재래 쟁기

메이지 말기에 개발되어 다이쇼, 쇼와 시기에 보급된 근대 짧은바닥 쟁기는 재래 쟁기에 비해 작고 회전 반경이 작으며 다소 경운 깊이가 깊어지는 이점이 있는 반면, 안정성에서는 재래 쟁기 특히 사각틀긴바닥쟁기에는 미치지 못하고 맥류의 두둑짓기도 재래 긴바닥쟁기처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없었습니다. 학계에서는 근대 짧은바닥쟁기의 등장으로 재래 쟁기가 일제히 모습을 감추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운기가 출현할 때까지 근대 짧은바닥쟁기와 재래 쟁기를 구별해 사용하던 지역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재래 쟁기에는 근대 짧은바닥쟁기에 없는 장점도 있었기에, 근대 짧은바닥쟁기의 장단을 취하는 형태로 개량된 개량 재래 쟁기가 각지에서 제작되었습니다.

<그림16>의 A는 도야마현에서 제작된 미치즈카三塚 쟁기로, 보습을 앞뒤 반대로 장착하여 볏으로 만든 건 안아 쥐고 서는 쟁기의 아이디어입니다. B는 후쿠이현에서 사용되던 쟁기로, 성에를 굽은성에로 바꾸기만 한 미치즈카 쟁기의 모방 쟁기. 평판이 좋았던 미치즈카 쟁기의 복제 쟁기입니다.

D그림에서는 고삐걸이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호쿠리쿠北陸 지방은 말쟁기 지대로 에도시대부터 말에게 재갈을 물리고 2개의 고삐로 조종했습니다. 고삐가 늘어지면 말의 다리에 걸려 위험하기에 한마루를 꿰는 나무못을 직사각형 널의 고삐걸이로 삼고, 왼쪽 고삐는 구멍을 통과시키고 오른쪽 고삐는 벗어나는 걸 방지하는 갈고리가 달린 가로대로 받치고 있었는데, 귀여운 물고기 모양도 나타났습니다. 물고기 모양은 이로리囲炉裏의 냄비 갈고리에 자주 사용되는 디자인으로, B의 후쿠이 쟁기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C는 다카사키의 개량 재래 쟁기로 수수한 쟁기이지만 판자 볏으로 바꾸어 철제 곡면의 볏을 일으켜세운 점과 2.5m를 넘었던 재래 쟁기의 전장을 1.7m 안파의 크기로 줄인 점이 개량점이겠지요.

이외에도 효고현兵庫県 이타미시伊丹市에는 재래 긴바닥쟁기에 철제 접합부를 붙인 개량 긴바닥쟁기가 있고, 시가현 고토湖東의 좀 작은 가을갈이 쟁기 등 각지에서 개량 쟁기가 제작되어 현지의 경제를 뒷받침했습니다. 

 

그림16 개량 재래 쟁기

 

 

 

8. 민간 도구는 역사자료

지금까지 재래 쟁기와 근대 짧은바닥쟁기, 개량 재래 쟁기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도쿄 농업대학 수집자료의 훌륭함은 전국 각지의 쟁기를 모은 것이기에 도쿄 농업대학 자료만으로도 고대부터 근대까지 일본 각지의 쟁기질 역사, 농업기술사, 나아가서는 지역 고대사나 전국시대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습니다. 

재래 쟁기로부터 지역마다의 개성 있는 고대사를 복원할 수 있었던 건 "민간 도구를 통한 역사학"입니다. 지금까지 일본의 농기구가 각지에서 모양이 다른 건 그 토지의 지형이나 토질에 맞추어 개량을 거듭한 결과라는 "지형, 토질 결정론"이 믿어져 왔습니다. 그것이 실수라는 걸 깨달은 각지의 자료관 수장고를 조사해 역학적으로 불합리한 쟁기를 개량하지도 않고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보고나서입니다. 왜 개량하지 않은 걸까, 그것은 전통적 농촌사회에서는 농기구가 망가지면 동일한 모양으로 갱신한다는 원리가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민간 도구 유전자의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전국적인 재래 쟁기 조사로부터 타이카 개신 정부의 긴바닥쟁기 도입 정책을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타이카 개신 정부는 견당사에게 입수한 쟁기를 바탕으로 중국계 사각틀 정부 모델 쟁기를 만들어 각지의 코오리노카미(이후의 군지)에게 보내서 보급을 도모했습니다. 그 때문에 쟁기질의 처녀지에서는 정부 모델 쟁기가 계승되어 도래인이 조선계 삼각틀 쟁기를 쓰고 있던 지역에서는 혼혈형이 탄생하고, 정책 시행 뒤에 도래한 백제와 고구려 난민이 정착한 곳에서는 정부 모델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조선계 삼각틀 쟁기가 그대로 남았습니다. 민간 도구는 지금까지 유형민속문화재로 취급되어 조부모 시대의 삶을 전하는 민속자료로 여겨져 왔는데, "민간 도구를 통한 역사학"에서 재래 쟁기의 형태로부터 시정촌별 개성 있는 고대사가 복원될 수 있었습니다. 민간 도구는 역사자료입니다. 지역 유산으로서 모두의 손으로 지켜 나아갑시다. 

 

 

 

코우노 미치아키河野通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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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흙이란 어떤 흙일까?'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농민들이나 텃밭에 열심히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질문을 받는 게 있다. "좋은 흙이란 어떤 흙인가요?"이다. 사실 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현재 농작물을 재배하는 토지의 흙을 전제로 한다면, '좋은 흙이란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지 않는 흙이다'라고 답한다. 

 

그럼 그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지 않는 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흙일까? 그건 다음 4가지 조건을 겸비한 흙이라고 생각한다(표1-1).

 

 

표1-1 작물을 재배하는 데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조건 내용
흙의 물리적 성질에 관한 조건  
(1) 경도와 두께 : 작물의 뿌리를 확실히 지탱할 수 있도록 두텁고 단단한 흙이 충분할 것.
(2) 수분 상태 : 적당히 수분을 보유한 데다가 적당히 물빠짐이 좋을 것.
흙의 화학적 성질에 관한 조건  
(3) 산성도 : 흙이 극단적인 산성이나 알칼리성을 띠지 않을 것.
(4) 양분 상태 :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적당히 포함하고 있을 것. 

 

  (1) 작물의 뿌리를 확실히 지탱할 수 있도록 두텁고 단단한 흙이 충분할 것.

  (2) 적당히 수분을 보유한 데다가, 적당히 물빠짐이 좋을 것.

  (3) 흙이 극단적인 산성이나 알칼리성을 띠지 않을 것.

  (4)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적당히 포함하고 있을 것.

 

(1)과 (2)는 흙의 물리적인 성질에 관한 조건이다. 또, (3)과 (4)는 흙의 화학적 성질에 관한 조건이다. 이 조건을 조정하면 작물의 생육이 저해되는 일은 없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질문이 되돌아온다. 예를 들면, "단단하고 검은색을 띤 흙이 좋지 않은가요?"라든지 "지렁이가 많이 있는 흙이 좋은 흙 아닙니까?"라거나 "퇴비를 많이 준 흙이야말로 좋은 흙이죠."라고 이야기한다.

 

 

 

 

2  숙련된 주방장은 보기만 해도 '좋은 흙'이라 하지만...

몇 년 전 봄, 나는 삿포로의 유명 호텔 레스토랑의 숙련된 주방장과 함께 가루눈 스키장으로 유명한 홋카이도 니세코ニセコ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요테이산羊蹄山 기슭에서 감자를 심는 곳이었다. 방송국 리포터가 그 밭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주방장은 그 자리에서 "이 밭에서 캔 감자는 맛있기 마련입니다. 이 시커멓고 부드러운 흙을 보면 알 수 있죠. 숨이 막히는 이 흙의 향기는 삶으면 가루가 푸슬푸슬한 감자를 캘 수 있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 감자를 써서 어떤 요리를 만들까 생각하면 두근두근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림 1-1 수확 중인 니세코의 감자밭

 

확실히 그 밭은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이른바 화산회토, 정확히는 안도솔)으로, 시커멓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꽤 검었다(그림 1-1). 하지만 그 흙을 보기만 하고서 그렇게 간단히 "맛있는 감자를 캔다"고 말할 수 있는지 나에게는 불가사의였다. 40여 년이나 흙을 공부해 온 나는 그 주방장처럼 '거리낌없이" 판단할 수 없었다. 주방장이 너무나도 자신있게 말했기에 리포터도 "그렇군요. 분명 맛있는 감자를 캐겠네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이 "동의해 주세요, 전문가이니까..."라는 표정으로 나의 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곤란해져 "제가 한번 더 여기에 오면 알겠네요."라고 이상한 대답을 했던 걸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방송 감독도 나의 대답에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그건 딱 잘라 말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주방장이나 리포터가 감자의 맛을 결정할 만큼 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 매우 기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기대하듯이 겉보기가 좋은 흙이 감자의 맛이나 생산량을 결정한다는 건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감자가 그밭에서 어느 정도 수확될 수 있으며, 그 감자의 품질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흙의 겉보기와는 다른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비닐포대에 담긴 흙으로는 좋고 나쁨을 알 수 없다

텃밭의 흙 가꾸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일이다. 채소를 열심히 재배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대화의 대상이다. 이분들은 열심히 하기에, 때때로 자기 텃밭의 흙을 비닐포대에 담아서 가지고 오신다. 그 흙을 나에게 보여주며 "이 흙은 좋은 흙입니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도 나에겐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자연 상태에 있는 텃밭에서 떼어낸 흙(이것을 토양물질이라 하고, 자연상태의 흙과 구별한다. 상세한 건 9장 참조)이라 흙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텃밭 애호가는 납득하지 못한다. '전문가'가 왜 흙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는 건지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좋은 흙이란 앞에 기술했듯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흙을 대상으로 하기에,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지 않는 흙이다. 그러므로 표 1-1의 4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흙이다. 이와 같이 고려하면, 그 조건 (1)에 있는 흙의 경도와 두께를 '비닐포대의 흙'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원래 토지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떼어냈기 때문이다.  

 

 

 

4  '검고 부드러운 흙'은 좋은 흙?

개척민을 곤란하게 만든 '검고 부드러운 흙'

 

앞의 주방장 이야기에서도 나왔던 '검고 부드러운 흙'은 확실히 좋은 흙을 떠올리게 한다. 그 대표가 안도솔Andosols, 즉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이다(그림 1-2). 화산회토를 일본어로 쿠로보쿠흙(黒ぼく土)이라 부르게 된 건, 따지고 보면 그 흙 위를 걸으면 파삭파삭 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과 흙의 색이 검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이 '좋은 흙'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라고도 할 수 있는 안도솔은 그 이미지와는 달리 홋카이도의 개척민들은 곤란하게 만든 흙이었다. 개척민에게 이 검은흙과의 싸움이 개척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림 1-2 대표적인 안도솔의 토양 단면. 홋카이도 동부 시베츠쵸標津町 기타시베츠北標津. 사진 왼쪽의 막대의 한 칸은 20cm 간격. 유기물이 쌓인 두텁고 검은 흙의 층이 생겨 있다.

 

안도솔은 작물의 영양분 가운데 하나인 인을 흙에 고정시켜 버리는 성질(인산 흡수계수라고 함)이 강하여, 그걸 모르고 재배하면 인 부족으로 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게다가 이것 역시 작물에 필요한 영양분인 칼륨의 공급력이 약하여 칼륨을 보급하지 않으면 작물이 칼륨 부족이 되어 생육이 나빠진다. 더구나 이 검은흙은 보유하는 물의 양이 많기 때문에 눈이 녹는 시기에 물을 듬뿍 머금게 된다. 물은 따뜻해지기 어렵고 차가워지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물을 듬뿍 함유한 안도솔은 이른봄 지온의 상승이 늦어져 일찍 씨앗을 심을 수 없게 된다. 반대로 흙이 건조하면 이번엔 강풍으로 겉흙이 날아가 버린다(이를 풍식이라 함). 화산회토는 문자 그대로 화산의 폭발로 날아온 물질이 내려와 쌓여서, 그것이 원재료로 생긴 흙이다. 이 때문에 원래부터 바람에 날리기 쉽고, 풍식의 피해를 받기도 쉽다. 이처럼 검고 부드러운 점, 그것이 '좋은 흙'의 증거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5  부식이 많은 흙이 좋은 흙?

부식이란?

유기농업 또는 유기재배란 농법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성 확보와 안심이란 측면에서 확대되어 왔다. 그 유기농업에서는 '비옥한 토양이란 부식이 풍부한 흙이다'(하워드, 요코이横井 외 옮김, 2002a)라고 한다. 이는 19세기 독일에서 식물의 영양분이 '부식=Humus'라고 한 테아Thaer(1752-1828)의 이야기에 근거한다. 테아(아이카와相川 옮김, 2008)에 의하면, '부식은 생명체의 산물이면서 생명체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것 없이 개개의 생명체는 이 지상에서 (그 존재를) 생각할 수 없다. 생명체가 많이 존재하는 만큼 부식이 많이 생산되고, 부식이 많이 생산되는 만큼 생명체의 양분이 많아진다."고 한다. 즉, 부식이야말로 작물의 영양분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유명한 테아의 부식영양설(유기영양설)이다(8장 -1 참조).

 

이 부식이란 것은 흙에 포함된 유기물과 똑같은 의미를 지닌다. 테아의 부식영양설을 유기영양설이라 바꿔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유기농업의 '유기'도 이 유기물의 유기에서 유래한다. 그럼, 유기물이란 무엇인가? 그건 탄소(C)를 함유한 물질의 총칭이다. 따라서 흙에 있는 탄소화합물을 흙의 유기물이라 하고, 부식과 동의어이다. 이 부식과 흙의 검음은 대응한다. 부식의 양이 많은 흙일수록 시커먼색이 된다. 이것은 식물 유체(마른잎 등)도, 퇴비도, 어떠한 유기물이더라도 유기물이 흙에 첨가되어 그것을 미생물 등이 분해하면 첨가된 유기물은 검은색의 유기화합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부식이 많아도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흙

조금 전, 안도솔처럼 검은흙이 반드시 좋은 흙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부식이 풍부한 흙이 좋은 흙이라고 반드시 말할 수 없다"라고 해야 한다. 그 극단적 예로 이탄토泥炭土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림 1-3 대표적인 이탄토의 토양 단면. 홋카이도 중앙부 비바이시. 사진 오른쪽의 막대는 한 칸은 10cm 간격.

 

이탄토는 주로 습지에 분포한다. 물빠짐이 안 좋은 저지에서 항상 축축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식물 유체의 분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남아 퇴적된 흙을 말한다(그림 1-3). 이탄토의 유기물 함량은 적어도 20% 이상으로, 겉모습은 대부분이 유기물인 경우도 많다. 죽, 이탄토는 부식이 매우 풍부하다. 그러나 그 작물 생산력은 낮다. 물빠짐, 산성 개량 등 여러 가지 흙의 개량을 실시하지 않으면 작물의 재배가 어려운 흙이다. 

 

홋카이도의 이와미자와시岩見沢市와 비바이시美唄市에는 너른 이탄토가 분포해 있다. 현재 이 지역은 도내에서도 유수의 벼농사 지대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이탄토를 그대로 논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이탄토 위에 이탄이 아닌 흙을 20~30cm 두께로 깔아서(이를 객토라 함) 만든 흙을 논으로 이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인공의 흙으로 만든 논이라고 해야 한다. 이탄토를 그대로 농지로 이용하기는 어렵다.   

 

 

 

 

6  지렁이가 있으면 좋은 흙?

좋은 흙이란 어떤 흙일지 이야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건 지렁이가 많은 흙이라는 이야기이다. 흙속에서 지렁이가 활동하는 걸 높이 평가해 지렁이가 많은 흙이야말로 건강하고 좋은 흙이란 지적도 있다(로데일, 아카호리赤堀 옮김, 1993, 하워드, 요코이 외 옮김, 2002b, 헤닉, 나카무라 옮김, 2009). 그러나 나는 지렁이가 있기 때문에 좋은 흙이고, 지렁이가 없는 흙은 반드시 나쁜 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 1-1에 나오는 4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면 지렁이가 많이 서식할 가능성이 있기에, 지렁이가 많은 흙이야말로 좋은 흙이란 것은 그러한 조건이 갖추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윈도 주목한 지렁이의 위대한 효과   

물론 지렁이를 중심으로 한 흙속 동물들의 효과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좋은 흙이기 위한 4가지 조건 모두와 관계가 깊다. 예를 들면, 지표면의 낙엽 등이 머지않아 사라지는 데에 지렁이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렁이는 어떠한 이유로 가늘게 부숴진 낙엽 등의 파편을 흙속으로 끌고들어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흙속으로 끌고들어간 낙엽은 지렁이의 먹이가 되어 먹히고 똥으로 배출된다. 또는 흙속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의 유기물로 변화해 간다.

 

그림 1-4 지렁이가 흙을 뒤집는 작용

 

그것만이 아니다. 지렁이는 그러한 흙속의 유기물을 먹이로 먹는 동시에, 흙도 먹어서 자신의 소화관 안을 통과시켜 배설한다. 그리하여 지하의 흙을 혼합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상으로 들어올린다. 즉, 흙을 뒤집는 듯한 작업도 행한다(그림 1-4). 이 결과, 지표면에 지렁이의 똥덩어리(분변토)가 만들어진다(그림 1-5). 이러한 흙의 뒤섞음, 혼합에 의하여 흙속에 틈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흙속으로 공기가 깊숙이 들어가기 쉬워진다. 그와 함께 흙속의 틈에 있는 기체와 공기의 교환이 원활해진다. 흙에 큰 틈이 생기면, 흙의 물빠짐도 좋아진다.

 

그림 1-5 지렁이의 분변토

 

이와 같은 지렁이의 효과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 보고한 것은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이다. 다윈의 두 가지 조사보고에 의하면,ㅏ 지렁이가 만드는 분변토의 양은 연간 1제곱미터당 1.9kg과 4.0kg이었다(다윈, 와타나베渡辺 옮김, 1994, 니이즈마新妻, 스기타杉田, 1996). 이것을 흙의 두께로 환산하면, 각각 2.3mm와 3.6mm에 상당한다.  

 

또, 작물의 양분으로 말하면 분변토에는 인의 양이 늘고, 흙속의 인을 포함한 유기화합물을 분해해 작물에 흡수되기 쉬워지도록 하기 때문에 효소(포스파타아제)의 활성이 높다고 한다(나카무라中村, 1998, 2005). 이외에 지렁이가 생활하며 흙속의 유해한 오염물질을 제거해주는 덕에 작물의 수확량도 늘어나는(나카무라, 19982 2005) 등 좋은 점이 많다.

 

 

지렁이보다 어떤 흙인지가 문제

다만, 이렇게 지적된 효과가 실제 밭 등에서 명확히 나타나는지는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렁이가 어느 정도 숫자가 서식할 필요가 있는지 같은 조건이다. 또한, 지렁이에 의한 흙의 뒤집기 효과에 대해서도 연간 몇 밀리미터이고, 실제로 이 뒤집기 효과를 기대하고 흙을 전혀 갈아엎지 않을 수도 있을까? 물론 지렁이는 흙속에도 분변토를 남기기에 지표면으로 나온 분변토의 양만으로 흙의 뒤집기 효과를 평가하는 건 과소평가일지도 모른다(와타나베, 2003). 

 

지렁이는 분명히 흙에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렁이가 없다는 것만 들어서 그 흙이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렁이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지렁이가 서식할 조건이 흙에 있는지 어떤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  퇴비를 주면 좋은 흙?

퇴비는 '좋은 흙'의 만병통치약인가?

텃밭 애호가인 사란들은 대부분 이구동성으로 "이 밭은 퇴비를 충분히 주었기에 좋은 흙이다."라든지 "퇴비를 넣지 않았기에 흙이 나빠졌다."라고 이야기한다. 농민들도 대개 마찬가지이다. 유기농업에서도 퇴비를 중심으로 이용해 재배하여 작물의 품질도, 안전성도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뒤에 상세히 기술하겠지만(7장 참조), 퇴비는 분명히 표 1-1에 나오는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개선시키거나 유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퇴비는 '좋은 흙'을 만들어가기 위한 만능 자재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엇이든지 퇴비면 된다는 것이 실제로 있는 걸까? 어떤 흙이라도, 어떤 작물이라도 퇴비만 넣어주면 좋은 흙이 되고, 작물도 고품질로 많이 수확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단순하다면 곤란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퇴비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밭에 주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 주는 게 좋을지,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등등 단지 아무 생각없이 퇴비를 주었는지 안 주었는지만으로 흙의 좋고 나쁨을 판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효과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또한 퇴비를 준 효과를 작물의 생육과 수확량에까지 반영시키는 데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예를 들면, 퇴비를 충분히 주고 흙과 잘 섞어서 흙을 부드럽게 하거나 물잡이와 물빠짐 등과 같은 흙의 성질을 좋아지게 했더라도, 그와 같은 흙의 물질적인 성질이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고 있는 경우에만 흙에 퇴비를 줌으로써 작물의 생육이 개선된 결과로 수확량이 증가된다. 원래 부드러운 흙에는 퇴비를 넣어 흙을 부드럽게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그건 흙의 경도가 작물의 생육 저해 요인이 아니었기에 흙을 부드럽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물의 영양분이 풍부히 함유되어 있는 흙에, 영양분 보급을 퇴비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작물의 생육이 좋아진다고 할 수 없다. 그 흙에 작물의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고 있는 요인이 어떤 것이고, 그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 있는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 작물의 생육 저해 요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조사하지 않고 그냥 아무렇게나 퇴비를 주었기 때문에 '좋은 흙'이 된다고 할 수 없다. 퇴비를 충분히 주면 '자동으로' 흙이 좋은 상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현재 눈앞에 있는 흙에 작물의 생육 저해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그 찾아낸 저해 요인을 개선할 수단을 적확히 실천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그러한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흙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돕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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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 Harvesters from advanced.farm

 

 

it’s a misty morning near Salinas, California and the advanced.farm TX harvester—a lightweight, driverless tractor covered in canvas—is picking strawberries. Like a dot-matrix printer moving along a page, the harvester’s robotic hands move back and forth along the beds, scanning for signs of red. When it identifies a ripe berry, it dives down, gently plucks it from the plant, and places it in a crate.

At the same time, a crew of about two dozen farmworkers is also harvesting strawberries just a few hundred feet away, on an adjacent farm. As an energetic song blasts from a parked vehicle, the men and women stoop to pick berries straight into plastic clamshells that they tile, side-by-side, into cardboard trays. Once their trays are full, the workers take them back to one of several sorting tables spread out along the access road (to allow for social distancing). It’s clear by the speed at which they’re walking—and in some cases even running—to drop off each box that these men and women are getting paid by the piece.

I’ve trudged through the muddy, irrigated fields to watch both forms of harvest with Kyle Cobb, advanced.farm’s youthful, clean-cut CEO. The company was the first to mechanically harvest strawberries for commercial sales last year, and had raised just under $10 million by June 2020, including a $7.5 million Series A round in 2019. After building a robot that cleaned solar panels, Cobb and his team dove into agriculture, where they hope to put an end to the notoriously grueling, repetitive work of harvesting strawberries.

If things go as planned, and advanced.farm is able to scale up over the next several years, Cobb says, “You’d see the same crew, but instead of it being this big, you’d see about half the size . . . and they wouldn’t be doing the traditional picking like this. They’d be doing a combination of sorting and packing in a very comfortable ergonomic set up.”

Today, instead of the fleet of three or four harvesters that are typically picking berries, the TX is in the field prototyping, gathering data to be used by the company’s team of engineers at their office three hours north, in Davis. Prototyping is slow, exacting work, and the machine is accompanied by field operations manager Jorge Cava, who carries a tablet and watches patiently as the harvester moves along the rows, learning thousands of iterations of berry, stem, and leaf. “We should get several hundred more hours testing on it,” said Cobb, before it goes back into the field.

Compared to the hustle taking place on the next farm over, it’s a pretty low-key scene—boring even, to the untrained eye. And yet, Cobb, Cava, and others working to automate the harvest have been in the midst of their own hustle over the last few years. Now, the pandemic has ratcheted up the pressure.

For farmers considering investing in the automation, Cobb tells me in the field, he sees the pandemic as one of several factors that will breaks the camel’s back. “It’s the rising cost [of labor], it’s the already-dwindling supply, the aging of the workforce, the hard work. Add in a health pandemic that further limits the supply and complicates your daily logistics, and automated harvest starts to sound really nice,” he said. Hazardous conditions caused by this year’s wildfires may also be a factor, although they haven’t stopped many crews from harvesting this fall.

It’s not just growers who may soon embrace the technology. In California, most of the counties with the highest rates of infections are in the Central Valley, the state’s most productive agricultural region, and home to hundreds of thousands of farmworkers. And as farmworker communities around the country battle a growing number of coronavirus outbreaks, illnesses, and deaths, the discussion of automation across the food production spectrum has grown in the public arena as well. If the people doing the work on farms are getting sick, the logic goes, why not just replace them with machines?

The transition for the companies isn’t going to be fast or easy: Cobb estimates that it will likely take five to 10 years before it’s really complete.

“We’re working as hard as we can,” he said, as he details the many challenges companies like his face in the process to get the machines out in the field, working as fast as human pickers. For a good part of the summer, for instance, the strawberry plant’s leaves grow so large that they essentially block the harvester’s vision from above. And strawberry breeders have so many other priorities, that it could be a while before they start breeding plants that make it easier for the harvesters to do their job.

Of course if advanced.farm—or one of the other companies in its lane—succeeds, the shift won’t be easy for farmworkers either, nor for farm-centric communities such as Salinas, Watsonville, and Oxnard.

The strawberry industry employs about 55,000 people in on-farm jobs on an estimated 38,000 acres in California—making it one of the state’s more labor-intensive crops. And if automation successfully cuts that number in half it could mean the loss of over 27,000 jobs in that slice of the produce sector alone.

Illustration by Justin Limoges.

A Ripe Moment for Automation on Farms

For Sébastien Boyer, the shift toward increased automation in farming is an inevitable one. Boyer is the CEO of Farmwise, a company that launched its first autonomous weeding robots in early 2019, and has grown quickly in the year and a half since then.

FarmWise went from having a small handful of weeding machines in 2019 to 20 of them in 2020. It also scaled out from a startup in a garage in San Francisco to a 700,000-square-foot shop and headquarters in Salinas. And Boyer says he has seen an increase in interest from farms in California and Arizona.

“We see a kind of short-term positive shock in the attractiveness of what we do. But we are also seeing increased discussion around automation,” Boyer told me in his thick French accent. “By and large, what I think is going to happen during the crisis is a faster push for things that makes the overall supply chain less reliant on the uncertainty of manual work being done in the fields.”

Advanced.farm’s Cobb echoed this sentiment. “There are always early adopters, and they have been ahead of this trend for all kinds of reasons,” he said. “But now that second wave of people, the mass adoption . . . I think they’re moving faster. They’ve changed their mindset faster than you otherwise would have expected.”

Emily Reisman is an assistant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Environment and Sustainability at the University of Buffalo and a recent transplant from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As part of a larger effort to document and study the agtech industry with a group of other researchers, including U.C. Santa Cruz’s Julie Guthman, she has been attending agtech events—which have moved on online but not slowed down—since before the pandemic began.

“I think it’s unlikely that COVID will dramatically accelerate the development timelines of these companies, especially for mechanical devices,” said Reisman. “But this moment might allow certain technologies to gain legitimacy and potentially additional financial backing, institutional support, or broader public acceptance.”

Reisman is also concerned that COVID is being used as a way to depoliticize technology that displaces workers. She has spent the last few years studying the almond industry, where automation already allows for near-instant harvest thanks to mechanical tree shakers that can remove an entire tree full of nuts in around a minute. On those farms, the number of people needed per acre is minuscule.

“I found that the crop’s high level of automation is part of what makes it so attractive to financiers looking at land as an investment. Low labor means low risk,” she said. “So, I think automation is attractive not only to farmers or technology companies, but also people who are interested in land as a financial asset.”

Rather than selling their equipment, both Farmwise and advanced.farm contract with farmers to pay for the machines’ services—which allows the companies to send fleets of weeders and harvesters around the area.

“I found that [almonds’] high level of automation is part of what makes it so attractive to financiers looking at land as an investment. Low labor means low risk.”

And with new overtime laws for farmworkers going into effect in 2022, Cobb says the investment in automation is “more of a hedge for future cost inflation rather than a significant cost reduction.”

Indeed, automated harvesting will potentially do away with the limitations of the workday. It’s not typically safe to employ people to work on farms at night—but machines like the TX harvester don’t care about light or temperature, nor do they have circadian rhythms; they can conceivably run for 24 hours if needed.

“It’s filling the gap in two ways. One is just by supplying machines that can pick instead of humans, and two, improving quality of work for the humans who are left so that more people are attracted to the line of work than are today,” said Cobb, who envisions a transformed industry unburdened by the kinds of repetitive, body-ruining work that is so common in today’s fields.

Better Jobs—and Fewer Jobs? 

When I spoke with Farmwise’s Boyer in April, right after the coronavirus hit, he told me his company was in a rare position to be hiring several people as they ramped up their customer base. “We’re paying significantly more than the average wage that fieldworkers make today. And that’s because we’re going to make every one of those workers drastically more productive than if we were asking them to do this work manually,” he said.

Jaime Eltit, Farmwise’s commercial operations manager, says the new, better-paying jobs created by companies like his are an important response to the farm world’s “shrinking and deteriorating labor force.”

“Probably the youngest people that you see out there right now are around my age,” said Eltit, who is in his 30s. “But the generation below them, those kids aren’t going out into the fields. This kind of work is hard; it’s not really desirable. And so there are going to be less people, but [a small number of] more skilled people doing the job of others.” And companies like Farmwise are “replacing the jobs at the bottom,” such as thinning lettuce, weeding, and harvesting, he adds.

In fact, nearly everyone I spoke to in the agtech industry preferred to focus on the “better jobs” aspect of the coming shift. When I asked Cobb about the fact that the future he and others envision could involve fewer jobs, he cautioned me to be careful about that phrase.

“Right now, one of the ways [farms] bring people to bridge the gap is through H-2A visas and immigration,” he said. “My hunch is that that’s always going to be a necessary part of the equation. But I think that we’re going to see less need for that type of solution. But I don’t think [automation] is going to take a bunch of domestic jobs.”

At Andrew and Williamson Fresh Produce, a large, multi-farm grower-shipper operation that works with advanced.farm, district manager Matt Conroy shares this sentiment. He points to automation as a way to fill what he says is a “10­–20 percent gap in the workforce,” but adds that “our goal is never going to be to get rid of people.”

“At the end of the day, certain jobs may fall to automation. The goal is not to have that happen. But there’s always an uncomfortable reality in there.”

A few years back, Andrew and Williamson developed the brand Good Farmsin partnership with Costco and the Equitable Food Initiative, a public-private partnership aimed at improving the lives of farmworkers. At its eight Good Farms locations, the company says it includes all its workers in planning meetings, employs them year-round, and provides benefits, among other things. And in an industry known for anonymous disregard at best, and wage theft and sexual harassment at worst, these efforts stand out.

And yet Conroy admits that, “at the end of the day, certain jobs may fall to automation. The goal is not to have that happen. But there’s always an uncomfortable reality in there. It’s like the photo booth people—that job went away when everybody went digital.”

Advanced.farm is the fourth robotics company Conroy has tried working with, and he likes that Cobb and his team are interested in grower feedback, rather than approaching automation purely as a technical problem. And he hopes some of Good Farms’ workers will be able to train to run the automated harvesters, a previously unheard of opportunity in a field that generally offers no opportunity to advance. “It’s about providing more skills to this person now and helping them be marketable in the future, so they can go outside of the scope of just picking from aisle to aisle,” Conroy told me.

Of course, while learning to operate the machine on the farm is one thing, really getting trained in the intricacies of the machinery would require that a worker and their family could relocate to Davis for several months—and he said finding that person could be difficult.

There has also been an effort to provide a pathway for the children of farmworkers to work in the agtech sector. In 2018, produce giant Taylor Farms invested in two centers, including one in Salinas, where existing workers can learn programming, engineering, and machine operation. And the Western Growers Center for Innovation and Technology—a Salinas agtech incubator—has a partnership with nearby Hartnell community college, where the children of farmworkers have been recruited since 2014 to train for computer science degrees. The idea is to provide a path toward a career in tech without having to leave their families behind.

That promise was one of the things that appealed to Eduardo*, a young man who went through the Hartnell program a few years back. After moving with his four siblings at age 10 from Oaxaca to the U.S. to join his parents, Eduardo (whose name has been changed to protect his identity) spent several years working the fields alongside his family—“cleaning lettuce, cutting onions, stuff like that.” He was good at math and got into the fast-tracked computer science program at Hartnell, but finding a job near his family hasn’t proved possible yet.

His first year out of school, Eduardo took an internship for a large ride-share company, learning it was in San Francisco just a few days before it started. Then, the internship turned into a full-time job, and he chose to stay on to learn what he could. He hoped to find work in agtech, but he wasn’t optimistic.

“A lot of my friends are jobless,” said Eduardo. “They’re still looking for a job a year or two after graduating.

When we spoke last fall, he was eating nearly all his meals in the company cafeteria, living in a surprisingly affordable room with other young tech workers an hour outside of the city, and sending money home to his family—a lifestyle entirely different from most of the other tech workers in San Francisco.

“It’s something that I can connect back to my parents,” he added about the prospect of working in agtech. “My dad doesn’t trust getting into a random person’s car. But if I build something for ag, he would trust it.”

Community Impact

Armando Elenes, a farmworker organizer and secretary treasurer of the United Farmworkers (UFW) is skeptical. “They’ve been talking about bringing robots into the field for over a decade,” he said. “I’ll believe it when I see it.” This year, protecting workers from the impacts of the pandemic—and expanding the union’s base, in part so that they have better access to healthcare—are much more pressing issues, said Elenes.

But Maria Cardenas disagrees. The executive director of Santa Cruz Community Ventures, and the founder of Undocufund Monterey Bay, was also neck-deep in her work to support undocumented farmworkers impacted by the pandemic when we spoke. She sees the move toward automation as inevitable, and potentially destructive. “Oh, it’s coming,” she told me. “I mean if you look at the millions that are being invested in things like identifying the right strawberry, those millions are not going to go to waste. It’s coming!”

In Salinas, as in other agricultural regions of California, Cardenas points to the fact that a whole generation of people have been working seasonal, high-skilled, low-wage jobs in the fields for two to three decades without benefits or any increases in pay. Most domestic farmworkers haven’t had access to much education in the last decade, and in recent years the existing population has been joined by a large number of migrants from Indigenous communities who speak neither Spanish nor English.

“Where do they go when these jobs are taken away? There are some young people, but a lot of them are getting close to retirement age, and they have no savings,” said Cardenas. “The employers in ag haven’t really invested in the workforce, and instead treat them as a piece of machinery in the fields.”

In that sense, it’s not surprising that a system that seeks to constantly replace its machinery with a more efficient model would be doing so with human workers as well. But Cardenas adds that most of the farmworkers she and her staff engage with are too mired in the work it takes to survive right now to track the progress of automation—let alone mount a response.

“[In Salinas,] they’re in households earning less than $50,000 a year living in a community that takes $94,000 to be okay. So, in many ways, their ability to work is subsidized by community programs and rental assistance,” she said. “And also by informal networks. The family takes care of the kids. You rotate. Or somebody is working in lettuce so they bring lettuce home and somebody is working berries and they bring berries home.”

Cardenas sees the value of a response from a union or a community organization, but she hasn’t seen one yet. And while the industry points to the opportunity for better jobs, she’s skeptical about the math, especially because a more efficient harvest won’t likely mean more money for the growers who pay the workers.

“All that does is lower your price per pound, with berries in particular. I don’t think a worker who is now running a machine is going to earn so much more . . . to make up for the lost household wages when three people are let go,” she said.

And yet, like many in the industry, Cardenas believes it’s likely that the pandemic will speed up the adoption of automation technology in the fields.

COVID has already made life difficult for farmworkers in many ways. “You have a political environment that makes it unsafe for workers to feel like they can get tested or get support. You have overcrowded conditions that makes it hard to isolate,” she said. “And poverty wages, which means that they can’t afford to not work—or access health care. All of that combined is a tsunami, quite frankly. And all of that combined in households that are already living in fear.”

Add the demand for produce outside the U.S. and consumer concerns about the stability of the food supply, and the drive to produce will likely take priority over other changes, she says.

“Even if the workers are sick, growers will still tend to want to produce. So, I don’t see the time allotted to change the industry,” Cardenas said. “But it will impact the agriculture communities where these workers are living. And the real strain will be felt by cities, which are facing tremendous deficits, and social safety net programs and nonprofits, which are also facing tremendous deficits.”

Getting Out in Front

Samir Doshi, a Race and Technology Fellow at Stanford University, is also concerned about the potential impacts of automation on Latinx immigrant communities in California and he’s engineering a plan to get out ahead of what could be an enormous wave of change.

Doshi did his doctoral research on developing regenerative economies for coal mining communities in Appalachia, and sees potential parallels with agriculture. When faced with questions around safety of miners, the companies turned to automation rather than creating safer jobs, says Doshi.

When faced with questions around safety of miners, mining companies turned to automation rather than creating safer jobs. 

“It did make mining much more efficient; it saved a number of costs. And you had mining happening at all times of the day. It basically extracted the value of that industry completely for the owners and operators. You saw a huge drop in employment, and for a lot of mining communities, whether it’s in Appalachia, New Mexico, or other areas, there was no alternative economic pathway for a lot of those communities,” said Doshi. “They didn’t get other jobs within the industry, which is what is being promised in agtech. And they did not move up the career ladder.”

Instead, the mining companies, which tended to be based outside the communities where the mining takes place, have all moved their own higher-level employees in to run the machines.

Doshi is concerned about this pattern being replicated within agriculture, where immigrant communities play a larger role. “The consequences aren’t just people being put out of jobs. It’s people being pushed out of their homes, their country, their communities,” he said. “It is definitely possible to have dramatically cascading effects on communities and regions for what automation does.”

He has been tracking the rise of agtech outside the U.S., where it’s being funded by many of the same large foundations that have brought genetic engineering to the developed world. Doshi believes that, globally, investment in agtech is “going to be as pervasive as biotechnology,” using a similar narrative of food security and efficiency.

Doshi has spent time studying healthcare, education, and other industries that have been radically changed by technology, and hopes to bring a range of stakeholders—from industry representative to academic institutions, foundations, investors, and grassroots community organizers—into a single conversation about how to take workers and communities into account while adopting tech solutions in agriculture. The ultimate goal is a set of principles, or a code of conduct that can help guide the industry.

Doshi is looking toward other efforts like UNICEF’s innovation principles and the Digital Impact Alliance, which has created principles for digital developmentthat helped shape investment in the space.

“I’m not trying to be predictive. We’re trying to be considerate and strategic about how to take care of our communities, how to take care of our food systems, and how do we look at sustainability and value across both of those domains over time,” said Doshi, who has also worked as a Senior Scientist at USAID, and for the San Mateo Food System Alliance and California Alliance for Family Farms (CAFF) in recent years. The goal, he says, isn’t to stop technology in its tracks, but to widen the conversation to include workers and smaller farmers who don’t benefit from the same kinds of tech.

“There are many technologies that can genuinely benefit small-scale, medium-scale family farms,” he said. “And if we can even the playing field in terms of the utility and efficacy and equity within these technologies and distribute the value that’s provided so that it’s not just large-scale investment into large scale applications that then [only] benefits industrial farming and agriculture.”

While the pandemic has slowed down Doshi’s process, he hopes to convene digital conversations about what it would take to develop a code of ethics in agtech—and get buy-in from investors and governments, using mechanisms like the Digital Impact Alliance, the World Economic Forum and other convening agencies and coalitions.

 

Farmworkers pick strawberries in 2019. (USDA photo by Lance Cheung)

A Monocrop of Movement 

It’s hard to talk about replacing workers with automation without looking squarely at the very real physical cost of farm labor.

Flavio Carnejo, a family physician who works with strawberry and raspberry pickers in central California’s Pajaro Valley, described it well in a TEDxFruitvale presentation in 2011, in which he lists the types of pain, swelling, and spasms that occur in the worker’s wrists, shoulders, and backs, as well as longer-term effects, like compression in the sciatic nerve, degenerative joint disease, and arthritis, that farmworkers endure years before most other people do.

“Strawberries are picked stooped over, and our bodies are just not designed to do that for so long. You don’t have to be a physical therapist to realize there’s going to be a tremendous amount of damage that’s going to happen to the physical body,” he said. “You touch the back of some farmworkers and they feel like they have rods running up their backs—even years later.”

But it’s not clear that replacing people on the land is the best—or only—way to avoid these problems. And it’s hard not to compare the environmental challenges that come up in agricultural monocrops with the monocrop of movement we see in today’s produce fields. While science points to a diversity of crops as fundamentally better for the environment—it means fewer pests, healthier soil, and cleaner water, for instance—it’s also clear that a diversity of tasks and movement has benefits the human body and brain.

“There’s a lack of acknowledgment that the repetitiveness of the motion, which causes physical injuries and then allows for robotic interventions, is really symptomatic of the plantation structure of current agricultural practices,” said Emily Reisman. “Everyone acknowledges that this model is problematic ecologically and socially. And yet somehow we have no choice but to use the plantation to overcome it.”

If the industry weren’t trying to replicate what has been done in factories and other industrial settings on farms, she adds, they may find themselves asking, “what would it take to make economically viable agricultural work that fosters more diversity, or is more intellectually and creatively fulfilling? What would it take to make farm work a pursuit that enriches every life it touches?”

“We know that so many people are desperate for some kind of physical connection to the Earth—not only for their own health, but their psychological well-being, and a sense of place and purpose,” she adds.

Meanwhile, Eduardo, the son of farmworkers, is holding out hope that he’ll get to help make Salinas a place where he and his peers in tech can pursue their own sense of purpose. And if automation becomes the norm on Central Valley farms, it won’t be all that different than the changes that drove his parents to the U.S. in the first place.

“Immigrants—we don’t do one thing,” he said. “Farm labor is obviously a huge thing we do. But there are a lot of immigrants that work in restaurants and lot of different parts of the world. And we might just have to ada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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Чёрный хлеб.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검은 빛깔의 빵을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러시아나 북유럽, 동유럽, 그리고 독일 북부 지방 같은 경우 겨울이 너무 추워서 -그렇다고 한국처럼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와는 다를 테지만- 다른 유럽 지역과 달리 밀 농사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바로 호밀 농사, 그리고 그로 만든 빵이 검은 빛깔의 빵이다.

 

호밀로 만든 이 흑빵의 경우 현미와 비슷한 특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흰쌀은 입에서 사르르르 녹고 부드럽게 씹히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면, 쓿지 않은 쌀인 현미는 섬유질 등이 많아 좀 거칠고 뻑뻑한 식감인 반면 흰쌀이 갖지 못한 여러 양분을 공급할 수 있단 특성이 있지 않은가. 밀과 호밀의 차이도 그와 비슷하다고 한다. 밀은 부드러운 식감의 고운 빵을 만들 수 있는 반면, 호밀은 거칠거칠한 식감의 검은 빵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최근 유전공학을 이용한 육종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음과 같은 소식도 들려온다. 최첨단기술인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내한성이 강한 밀을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학기술의 힘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지. 또 한편으로는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위적 행위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무엇이 되었든 참 재미난 일이 아닐 수 없네.

 

 

https://www.abc.net.au/news/rural/2020-06-24/gene-editing-technology-to-create-frost-tolerant-wheat/1238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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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미생물은 식물이 질병에 저항하도록 돕는 일 말고도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오른쪽의 두 화분은 서로 다른 이로운 균류가 들어 있고, 가장 왼쪽의 화분은 아무 균류도 없다. 

 

 

식물은 질병이 발생하면 자가격리를 할 수 없지만,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이로운 토양 미생물이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A&M AgriLife의 과학자들은 옥수수가 병원균을 방어하는 데 이로운 균류가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밝혔다.

 

그 결과가 The Plant Cell 1월호에 발표되었다.  연구를 주도한 것은 텍사스 A&M 대학 농생명과학의 식물병리학 및 미생물학 박사 Michael Kolomiets 씨이다. 연구비는 미국 농무부 국립 식량농업원(National Institute for Food and Agriculture)에서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식물 면역의 신비한 측면을 밝히고 더 생산적인 곡식 작물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신중히 작물을 선발, 육종하면 수확량과 내성, 질병 저항성이 높아져 전 세계의 작물이 크게 개량된다. 하지만 Kolomiets 씨는 오늘날 유전자 선발만으로는 작물의 생산성을 크게 개선시키기 힘들다고 한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다음 전략으로 여겨지는 건 우리가 '갈색 혁명'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토양에 서식하는 이로운 미생물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라고 한다. 

 

 

 

토양 미생물은 '침투성 저항성'을 유발한다

 

토양 미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식물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식물이 질병과 싸우면 성장이 둔화된다. 하지만 식물의 뿌리에 이로운 균류가 있으면 정상적으로 성장하면서 질병과 맞설 수 있다. 

 

 

페트리에 배양된 토양 균류 트리코데르마.

 

 

이들 토양 미생물은 식물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 토양 미생물이 존재하면 식물은 광범위한 병원균으로부터 면역력을 높이는 "유도된 침투성 저항성(Induced systemic resistance)"이라 부르는 걸 받는다.

 

Kolomiets 씨는 "병원균에 저항성을 가진 작물을 설계할 때, 우린 보통 각각의 특정한 균주나 병원균 집단에 대한 저항성을 식별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유도된 침투성 저항성은 다양한 병원균에 효과적이기에 훨씬 좋은 전략이죠."

 

이러한 이유로 식물과 미생물의 상승 효과를 이해하면 작물의 건강과 수확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미생물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재스몬산이라 부르는 식물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Kolomiets 씨에게 그 그림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호르몬은 방어력을 높이는 반면 성장을 늦춘다. 이 때문에 식물은 식물의 조직에 이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면 성장에 불리해지기에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재스몬산을 생산한다.

 

그는 식물이 생존하는 동안 뿌리에 상주하는 이로운 균류가 식물이 늘 재스몬산을 생산하게 하는데, "균류가 어떻게 식물의 성장도 촉진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죠."라고 한다. 

 

재스몬산의 화학 구조

 

수액에 관한 모든 것

 

균류가 있든 없든, 옥수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뿌리에 트리코데르마균이 있는 옥수수에서 수액을 채취했다. 그 다음 연구진은 이 "강력한" 수액을 트리코데르마균과 접촉하지 않은 옥수수에 주입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발견된 두 가지 이상의 옥수수 품종으로 이 실험을 반복했다. 첫번째 품종은 트리코데르마균이 없어도 자연적으로 더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두번째 품종은 면역력이 약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이전에 발견된 두 가지 트리코데르마균의 돌연변이로 실험을 반복했다. 한 돌연변이는 옥수수의 면역력을 향상시키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야생형 조상보다 더 높은 수준의 면역력을 유도했다.

 

면역력이 강한 식물에서 채취한 수액을 면역력이 정상 또는 약한 식물에 주입한 모든 사례에서 수액은 백신과 유사하게 작용해 면역력이 약한 식물이 질병에 저항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면역력이 약한 식물의 수액이 향상된 식물에 주입되면 면역력이 약해졌다.

 

 

부분의 합과 다른 물질

 

다음으로, 연구진은 각각의 실험에서 식물 내의 완전한 대사 산물들을 분석했다. 최종 분석에서, 두 가지 화합물이 트리코데르마균의 효과를 해명했다. 12-OPDA라는 한 화합물은 재스몬산과 친숙한 구성요소이다. 그러나 재스몬산과 달리 이 화합물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듯하다. 

 

12-OPDA의 화학 구조

 

또한, 분석 결과 트리코르데마균은 식물이 12-OPDA를 생산하도록 장려하고 12-OPDA를 활용하며 재스몬산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화학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Kolomiets 씨는 "사람들은 이러한 다단계의 경로를 단일한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간 과정이 마지막 결과만큼 중요하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라고 한다. 그 결과는 더 튼튼한 식물을 육종하려는 식물 육종가들이 이러한 중간 과정이 변경된 옥수수 품종을 구할 수 있단 것을 시사한다.

 

 

 

옥수수와 미생물이 함께 더 잘 작용할 수 있는가? 

 

연구진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현재 이용되는 트리코르데마균보다 훨씬 더 유용한 자연적 변형을 찾는 일이다. Kolomiets 씨는 "자연에는 광범위한 다양성이 있으며, 우린 그 다양성을 이용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또한 Kolomiets 씨는 연구진이 "이러한 이로운 미생물과 더 잘 상호작용하는 옥수수 품종을 찾을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우리가 그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만 안다면, 미생물에게 더 나은 옥수수를 생산하고 옥수수에게는 더 나은 미생물을 생산할 수 있어서 현장에 더 건강한 옥수수를 내놓게 됩니다."

 

 

https://phys.org/news/2020-04-soil-microbes-resist-diseas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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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9년의 마지막 기고입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하다가, 오늘은 ‘농사’와 ‘작물’을 짚어본 뒤 글을 마칠까 합니다.

농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뒤 한 관련 강연에서 농사의 농農이란 글자를 풀어보면 ‘별(辰)의 노래(曲)’이고, 농부는 그러한 별의 노래를 듣고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창 농사에 대한 열의로 불타오르고 있던 때인지라 그 이야기에 속된 말로 뿅 갔지요.

농사란 별의 노래를 듣는 일이라 믿으며 흙을 어루만진 지 어언 몇 년,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별의 노래를 듣는 일은 너무 낭만적이고 고상한데, 인간은 왜 이 고역과도 같은 일을 시지프스처럼 계속 되풀이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생기자마자 당장 한자사전을 뒤져보았습니다.

농農 자가 노래 곡曲과 별 진辰으로 형성되어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별의 노래라고 풀이한 게 너무 1차원적인 해석이었던 겁니다. 한 글자씩 더 따지고 들어가보면 이렇습니다. 曲은 노래라는 뜻 이외에 구부러져 있다는 뜻이 으뜸입니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작은 변화가 있는 일이란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갑골문에서는 자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즉, 인위적인 것이 전혀 없는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여 구획 등을 만들며 변화를 일으킨 모습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림 출처 한자로드 신공윤>



이때, 이렇게 자연에 구획을 정하고 나누며 변화를 일으키는 도구가 바로 辰입니다. 이 글자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하나는 조개가 발을 내민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농기구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 합니다. 갑골문을 보면 과연 그렇게 생겼습니다. 농사를 아는 사람의 눈에는 따비나 보습이 달린 쟁기처럼 보일 겁니다.




<그림 출처 한자로드 신공윤>



자, 곡과 진의 기원과 뜻을 알고난 뒤 農이란 글자를 다시 봅시다. 이 글자가 과연 별의 노래를 뜻할까요? 농부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존재가 맞습니다. 자연과 맞닿아, 자연 속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그대로 놔두며 보고 즐기기만 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가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본인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잘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연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게 본인에게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오래오래 잘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글자의 의미로만 본다면, 農이란 자연 안에서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의지를 행사하는 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별의 노래를 듣는 일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작물作物이란 글자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습니다. 작물은 식물植物은 식물이지만 자연의 일반적인 식물과는 다릅니다. ‘짓다, 만들다’라는 뜻을 지닌 作이란 글자에서 드러나듯이, 여기에도 이미 인간의 의도와 목적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지난 기고에서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식물에게 그를 실현하는 과정이 바로 육종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작물은 자연 속의 여러 식물과는 그 성질이 많이 달라집니다. 야생의 식물 같은 경우에는 땅속에서 씨앗으로 몇 년 동안이나 잠들어 있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만 조성되면 싹이 틉니다. 하지만 작물은 그렇지 못하죠. 또, 자연의 식물은 작물과 달리 빛과 양분,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하여 씨를 맺습니다. 즉, 작물이란 단어에는 이미 인간의 손을 탔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자연의 식물로 남아 있었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걸 채집 등을 통해 식용으로 활용했겠지요.

 
농사와 작물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오랜 옛날부터 해오던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 말기 정조의 권농윤음과 그에 답하는 정약용 선생의 대답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정조는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지 각계각층에서 의견을 개진하라는 명을 내리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대체로 농사짓는 방법은 천시天時에 따르고, 지리地利를 분별하고, 사람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낳은 것은 하늘이고, 기르는 것은 땅이고,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천·지·인의 도道가 합쳐진 다음이어야 온갖 농사일이 제대로 되는 것이다.”

 
이에 정약용 선생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대저 농사는 세상의 큰 근본입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는 인화人和가 있은 뒤에야 힘을 합하여 낳고 기르고 성장시키게 되고, 드디어 원기元氣가 유행하여 다 함께 육성됩니다. 별이 운행하는 도수의 구분과 밭두둑과 도랑을 파는 구별, 편안하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것과 권장하고 책임지우는 방법은 대개 농사일을 부지런히 힘쓰게 하기 위한 것으로 도인稻人(벼 전문가)이란 관직과 권농관勸農官이란 관직을 설치하게 된 까닭입니다. 농기구를 선택하고 곡식 종류를 분별하며, 씨를 뿌리고 거두는 것을 도와 부지런하도록 권하며, 곡식과 비단을 징수하여 게으른 사람을 징계하는 것은 융성하던 농사를 감독하여 흥기시키기 위한 요순 시대의 정치였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 속에서 하늘의 때(날씨, 기후 등)와 땅의 이로움(토질, 땅심, 지형 등) 말고도 사람의 힘과 화합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하늘과 땅이란 자연에 순응하고 잘 분별하는 일에 더하여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해 그 힘을 다해야 농사가 잘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아무 때나, 아무 데에나 작물의 씨앗을 휙 던져놓고 무언가 자라면 뜯어먹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행위는 농사가 아닙니다. 하늘의 때를 잘 살피고, 땅의 이로움을 잘 분별하면서 서로 함께 힘을 다하여 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 일, 그것이 바로 농사입니다. 그리고 이는 도시농부들도 잊지 말고 새겨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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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토종 벼를 보전하기 위한 운동을 참고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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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밀 소비자로서, 국수와 만두, 빵 및 여러 반죽을 만드는 데 밀을 이용한다. 하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다.

밀은 신석기 시대가 끝날 무렵인 약 4600년 전 중국 북부 지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연구에 의하면그 당시에는 맛이 별로 없었다. 초기에 밀은 기아를 막기 위해 재배한 작물로서, 요리의 기쁨보단 절망의 작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중국 북부의 최초 농민들은 주로 조를 재배했다. 가뭄에 강한 이 작은 씨앗의 곡물은 1만15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해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며, 미국에선 새의 모이로 이용되었다. 역사 기록과 초기 요리법에 기반하여, 연구자들은 수천 년 뒤인 당나라(618-907년) 시대에 밀이 조를 대체하여 이 지역의 주요 작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 밀의 장점은 명백하다. 요리의 다양성 말고도, 밀은 더 빨리 자라며 조보다 꾸준히 더 많은 수확량을 올린다. 하지만 고대의 농민들은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역사 기록에서 보면, 적어도 당나라 때까지 밀은 일반적으로 조와 똑같은 방식인 죽으로 소비되었다. 그 곡물은 찌거나 통밀로 조리되어 거칠고 입맛에 안 맞는 요리로 만들어졌다. 여러 초기의 저술가들이 밀죽은 "야만인과 농민을 위한" 음식이라고 언급했는데, 아마 극단적인 시기에만 소비되었을 것이다. 


중국 북부의 농민들은 왜 밀을 재배하기 시작했을까? 

그 답을 추적하기 위하여, 나는 2014년 박사 학위논문을 쓰면서 중국 북부의 여러 지역에서 이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을 무렵의 여러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고고학자는 발굴현장에서 곡물의 유물을 찾아 이를 추론했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소비할 수 있었는지만을 밝혀냈다. 최근 연구자들은 이를 해결하는 더 직접적인 방법을 알아냈다.인간 유골의 동위원소를 조사하는 것이다. (동위원소는 탄소처럼 원자량이 약간 다른 요소이다. 어떤 동위원소는 방사성이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붕괴되지만, 다른 동위원소는 안정적이다.) 뼈부터 치아의 발견되는 모든 탄소와 질소의 여러 안정된 동위원소의 비율은 고대인의 식단에 대한  강력한 정보를 전달한다.  

조와 밀 같은 다양한 식물은 서로 다른 화학 경로를 이용해 자라기에, 토양에서 독특한 비율의 안정적인 탄소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차이점은 이른바 C3와 C4 식물로 구별된다.) 우리가 먹는 것이기에, 그것들의 특정한 비율의 탄소가 인간의 유골에 통합되어 몇 세기가 지난 뒤에도 검파될 수 있다.

 특히 조는 중국 북부에서 재배된 유일한 주요 C4 작물이라서, 사람들이 주로 조를 먹다가 C3 작물인 밀 같은 다른 걸로 주식을 바꾸면 상대적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발표된 보고서들을 조사하여 나는 약 9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 중반부터 서기 220년 동한 왕조가 망한 뒤까지 약 1200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했다. 장소는 북서부인 간쑤성부터 동부인 산둥성에 이르는 현대의 8개의 성에 흩어져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이 거대한 데이터 세트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이들 광대한 연구 지역에 걸쳐 있는 집단이 모두 동시에 독점적이던 조 기반의 식단에서 더 혼합된 식단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이야기이다. 이처럼 광대한 지리적 구역에서 요리법이 갑자기, 그리고 거의 동시에 바뀌려면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갈망했다는 것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 영상은 고대 세계의 가장 중요한 작물화된 곡식이 7000년에서 3500년 전 어떤 경로로 확산되었는지 보여준다. Javier Ventura/Washington University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약 4200년 전 발생했던 완신세 사건 3이라 부르는 주요한 기후변화이다. 당시 대륙들의 기후는 춥고 건조해졌다. 예를 들어 지중해 동부와 서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강우량이 1/3에서 절반으로 감소하여 사해의 수위가 45m 감소했다. 이러한 "대가뭄"이 전 세계 작물 생산에 혼란을 야기해 메소포타미아부터 인더스 계곡까지 정치적 격변을 불러왔고, 중국의 중앙 평원에서는 신석기 문화가 붕괴되었다. 

이에 더해, 신석기 말기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시기였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작물 수확량이 변동됨에 따라, 중국 북부의 신석기 농민들은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라 가정하는 건 합리적이다.

밀은 실제로는 조보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에 역사의 건조한 시기에는 좋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밀은 조와 다른 계절에 교대로 파종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밀은 조를 수확한 뒤에 파종할 수있다. 그해에 조 농사가 망해도 농민들은 아직 구황을 위해 밀을 재배할 수 있었다. 이것이 중국 북부의 사람들이 밀을 재배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는 많은 교훈이 있다. 기후변화는 극단적 날씨부터 해안선 변화까지 항상 예기치 않은 사회의 변화를 불러왔다. 이 사례에서, 중국 북부에서 일어난 완신세 사건 3의 여파는 결국 맛이었다. 오늘날 중국 북부의 사람들은 국수와 만두, 빵 등을 즐긴다. 하지만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늘 그런 건 아니다. 

단 하나의 작물에만 주로 의존하는 대규모 단작은 늘 끔찍한 발상이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을 생각해보라. 19세기 중반 감자의 치명적 역병이 발생해, 감자에만 의존하던 이 나라에서 약 100만 명이 사망했다. 



1840년대 감자 기근 시기의 아일랜드처럼 먹을거리 공급 문제는 기아와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British Library/Flickr


그러나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과 세계 여러 지역의 많은 대규모 농장들은 그들이 의존하는 작물의 숫자가 위험할 정도로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식물 종 -아마 수십에서 수백만 종- 을 식용할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약 200종만 재배되며 단 3가지(옥수수, 밀, 벼)가 인류의 열량 대부분을 구성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100년 전에 재배되던 작물의 75%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조를 포함한 토종 작물을 되살려 지역의 농업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농민들은 더 다양한 농업 체계로 나아가고자 했으며, 이것이 파괴적이었던 사건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었다. 고고학과 역사 자료에 의하면, 밀과 벼, 콩, 귀리, 메밀 및 보리도 재배했는데 밀이 더 선호되었다. 

한 가지 완벽한 작물은 없다. 다양성을 높이는 일이 기후가 요동치는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열쇠이다. 우리는 여전히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한편, 실용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장래의 먹을거리 스트레스를 막기 위하여, 더 많은 농민들이 편안한곳을 벗어나 요리의 기반을 확장해 갈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https://www.sapiens.org/archaeology/chinese-far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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