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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림.

 

일본을 오가며 보았던 건축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여 빌렸는데,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좀 더 대중적인 책이 있으면 좋겠다.

 

책에서 본 내용 중 재미난 것들.

 

1) 고구려 승려 담징이 벽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호류사 금당의 모습.

 

2) 일본의 도시 계획.

 

3) 교토의 옛 모습. 니조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음.

 

4) 일본의 전통가옥. 폭설이 자주 내리고 담배와 양잠을 하는 곳에선 지붕의 모양이 합장을 하는 듯한 구조임.

 

5) 1822년 지어진 농가. 2층에서는 양잠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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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젠지南禅寺, 한국말로 남선사. 가면서는 뭐 그저 그런 절이겠지 했다. 도착해서는 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일본도 이런 규모의 절이 있구나. 아기자기함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구나.'


그도 그럴 것이 이 절은 일본에서 최초로 천황의 칙령에 의해 세워진 절이라고 한다. 그렇구나 웅장한 건물을 통하여 자신의 권세와 안녕을 기원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의 속성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미카도, 한국말로 삼문三門이라고 하는 건물이 떡 하니 그 위용도 당당히 서 있다. 


삼문에도 올라갈 수 있는데,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이곳 일본은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돈을 낸다. 모두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려고 그러는 목적으로 걷는 것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입구에서만 입장료를 내면 안에서 맘껏 다닐 수 있는 데에 익숙해진 나에게 너무 짠돌이 같았다고나 할까. 신발을 벗고 비닐봉지에 담아서 올라간다. 나가면서 비닐봉지는 반납.




삼문에 오르면 이러한 교토의 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 이 맛에 돈을 내고 오르지.



더욱 멋진 건 난젠지의 단풍. 마침 일본도 단풍놀이철이었던 것일까? 가는 곳마다 사람이 북적거린다. 늘 이렇지는 않겠지? 내가 너무 철을 잘 맞춰서 왔던 것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것이야... 라며 위안을.




이쪽을 보아도, 저쪽을 보아도 단풍, 단풍, 단풍! 너무 아름답다.



경치가 너무 멋져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내려갔다. 



1895년 불이 나서 타버린 걸 1909년 재건했다는 법당. 



법당 앞에는 이렇게 커다란 무쇠 향로가 놓여 있고,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합장을 하며 안녕을 기원한다. 재미난 건 향 연기를 손으로 자신의 몸에 닿게 하는 행위다. 우린 그냥 향만 피우고 합장하면 끝인데 재밌었다. 



비와코 호수의 물을 교토 시내로 흐르게 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했다는 수로. 1차 수로는 1890년에, 2차 수로는 1912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벽돌로 쌓아올린 수로가 난젠지 경내를 지나고 있었다. 여기를 참고(http://goo.gl/N8ulm).



그 독특한 양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 머리 위로 나도 한장 찍느라 이런 구도밖에... 제길.



수로를 흐르는 물은 생각보다 더럽다. 물비린내도 심하고 꾸릿꾸릿한 냄새가 풍긴다. 제대로 유수를 시키지 않는 걸까?



일본의 전통 기와지붕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양식을 보여준다.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저 구조,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걸 다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비가 오는 걸 피하는 것과 상관이 있을런지...



한국인은 절에 가며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무언가를 바라듯이, 일본인은 절에 가면 운세를 뽑아 이렇게 달아매달면서 무언가를 기원한다. 인간은 절대자에게 기대고 기원하며 사는 존재일런지.




지붕의 양식이 참으로 화려하다. 역시 천황의 명으로 지은 절다운 것인가. 



일본의 유적지를 다니면서 참으로 궁금했던 건, 도대체 왜 풀이 자라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난젠지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관리인이 풀을 하나하나 이 잡듯이 뽑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일본인의 힘이 아닐까? 




난젠지를 나와 버스 정거장을 찾아 걷다가 만난 철로. 안산에 있는 협궤열차의 철로도 좁은데 이건 더 좁은 것 같다. 어디서 어디까지 무엇을 위해서 다니던 열차였을까? 안산 협궤열차는 소금을 싣고 인천에서 수원을 거쳐 여주까지 가던 철로라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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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도착해 은각사를 구경하고 철학자의 길로 나섰다. 

교토대학교의 철학과 교수가 이 길을 산책로로 이용하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마 칸트를 동경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가보니까 조그마한 개울을 중심으로 나 있는 동네 길이더라. 개천 주변으로 나무들이 자라는데, 그것이 바로 벚나무. 그러니까 이 길은 봄에 와야 미친듯이 아름다울 것이다. 난 11월에 갔으니 화려함은 없었으나, 소박하니 좋더라.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다. 줄을 서서 걸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다. 무슨 철학자의 길이냐. 여기서 어떻게 사색을 하면서 걸을 수가 있단 말인가! 


또 길 옆으로는 가게 들이 너무 많다. 조용히 사색에 빠져 걷기보다는 정신이 팔린다. 늘 보던 사람은 무심히 지나갈 수 있겠지만, 처음 간 사람은 저게 뭐지 이건 뭐지 하지 않을까. 




마침 점심시간이라 길고양이들을 위해 밥을 주는 때였는가 보다. 가는 길목 곳곳에 고양이들이 점심밥을 먹고 있었다.



어떤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낮잠을 즐기고 있기도 하고...



길 중간에 만난 거리의 화가.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인물화도 그리는지 물어볼 걸 하는 후회가 지나오고 나니까 든다. 



일본의 민가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 얼마전 여주에 갔다가 여주에서도 이 나무가 자라는 걸 확인했다. 주로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지장보살의 나라다. 어디를 가나 곳곳에 지장보살이 놓여 있다. 그러면서 조선의 장승을 다 베어버리고 뽑아냈지. 참 나쁜놈들이다.





길가에서 만난 미국자리공. 우리 동네에도 있는 풀을 이곳에서도 만나니 반갑더군.



11월 말의 일본은 막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는 무렵이다. 역시나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 



일본에선 풀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관리를 잘한다는 뜻일 텐데, 난 좀 너무 인간적인 냄새가 나서 싫더라. 풀도 적당히 있고 그래야 자연스러운 맛이 나지. 풀의 식생도 궁금했단 말이다. 한국과 비슷한 종류의 풀이 꽤 보인다.



어느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불러보았지만 와서 슬쩍 냄새만 맡더니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이놈, 이 조심스러운 놈.



산책길에 똥을 잘 치우라는 광고문은 곳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우리 동네에 널린 개똥이 일본에는 없다. 그런 거 하나는 참 잘 지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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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 앞의 한 가게에서 교토 특산품인 절임 음식(츠케모노)를 팔고 있었다.

한국인에게 다양한 김치와 짠지 종류가 있다면, 일본인에게는 다양한 츠케모노가 있다. 소금에 절이는 것에서부터 미소에 절이는 것까지 아주 다양하다. 만드는 방법이나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니 넘어가고, 그 가게에서 어떤 것들을 보았는지 살펴보자.




먼저 무 절임이다. 일본의 무는 길쭉한 것과 동그란 것 크게 두 가지가 있는 듯하다. 길쭉한 무는 다꽝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건 길어도 너무 길더라. 품종이 그래서 그렇겠지만, 똑같은 무를 한국에서 심는다면 일본만큼 길쭉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과 한국의 흙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화산 지형이라 흙도 화산흙이다. 그런 흙은 제주도에 가서 보면 알겠지만 시커멓고 물이 잘 빠지며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지역적으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지 않을까? 무가 길쭉하게 잘 자라는 것은...


아래 사진은 그렇게 길쭉한 무 절임에 참깨를 넣은 것이다. 




아래의 무 절임은 무를 갈갈이 찢어 놓았다. 어떤 기계로 했는지 몰라도 참 신기하다. 무슨 붓이나 빗자루 같이 보인다.




이러한 교토 특유의 절임을 '교우츠케모노'라고 한다. 교토의 절임이란 뜻이다. 



이건 벚꽃으로 절임을 만든 것 같다. 벚꽃으로 절임을 하다니! 매화꽃을 따서 말렸다가 차로 마시는 건 봤어도 이런 건 또 처음이다. 




건강식품이란 것을 강조하려고 그랬을까? 한국과 마찬가지로 합성보존료, 합성착향료,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무를 조각조각 내서 해조류와 함께 절였다.




이런 종류도 있다. 이런 건 라면 같은 거 먹을 때 함께 먹으면 딱 좋겠구만. 한국의 동치미와 또 어떻게 다른지 먹어보지는 못해서 아쉽다. 사진만 찍지 말고 시식도 해볼 것을!




이건 관광객을 위해 간식으로 파는 절임이다. 차가운 오이. 고온다습한 일본의 여름에 더위를 식히기에 좋겠다.




아래는 유자 쌀겨절임. 오오오, 그래서 비싸구만! 




무를 얇게 썰어서 절인 것.




이건 자세히 보지 않아 뭔지 모르겠는데, 무인지 뭔지... 아무튼 약간 빨갛게 절인 것이 특색이다. 그래서 '해'라는 말을 붙인 듯하다.




이건 유명하다. 가지절임. 일본인들은 가지를 참 좋아한다. 가지에도 더위를 식혀주는 효과가 있는 걸까?




이건 동그란 무를 빨갛게 절인 것이다.




오늘의 특가품! 배추 절임과 교토 특유의 절임. 艾이라고 하는데, 유럽에서 들여와 교토의 미부라는 곳에서 처음 재배했다고 한다. 국화과라고 하는데 도저히 어떤 맛일지 상상이 안 된다. 




마지막 절임류. 





아무튼 이러한 절임이 발달하는 건 채소의 경우 오랫동안 보관하며 먹기가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그걸 두고두고 즐기려면 소금이나 쌀겨, 된장 등에 박아서 절여 놓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썩어문드러져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쌀밥을 먹는 지역의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절임 음식은 매우 중요한 반찬이었다. 그래서 벼농사 지역에서 절임 음식이 발달한다. 바닷가라면 젓갈 종류가 발달하고, 내륙이라면 채소와 같은 것들, 산간이라면 산에서 나는 것들로 절임을 하여 밥과 곁들여서 먹는 것이다. 자연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달한 것이 음식문화가 아닐까 한다. 언제 교토의 절임 음식문화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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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갔더니 이상한 간판의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여성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곳인 "요지야"가 바로 그곳이다. 무엇보다 간판의 그림이 가장 특이한데, 교토의 여성을 상징한 것이라나 뭐라나...


몇 군데에서 봤는데, 일단 은각사점...



다음은 금각사점... 




이외에도 곳곳에 있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여기로... http://goo.gl/Z26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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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는 긴가쿠지로 알려진 이 절은, 원래 이름은 지쇼우지慈照寺라고 한다. 禪으로 유명한 임제 선사를 잇는 임제종 상국사파相国寺派의 사원이다. 이곳에는 무로마치室町 시대의 후기에 번성한 히가시야마東山 문화를 대표하는 건축과 정원이 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일본인들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바글바글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오사카에서 가는 방법은 한국의 철도공사와 같은 JR 기차를 이용하거나 1호선 천안 급행 전철과 같은 한큐阪急 급행을 타면 된다. 우메다역梅田驛과 가와라마치역河原町駅을 오가는 전철이니 앉아서 가기 좋다. 문제는 여기까지 찾아가는 길이다. 대부분 난바역이나 혼마치역 근처의 숙소에서 우메다역까지 이동하는데, 지하철을 타는 구간을 짧아도 내려서 한큐우메다역까지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낯선 외국에서, 그것도 어디가 어딘지 종잡을 수 없는 지하통로에서 뱅글뱅글 돌다보면 가기도 전에 지쳐 포기해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이틀 동안 몇 번을 오간 끝에 이제는 좀 감이 온다. 하지만 첫날의 그 당혹스러움이란... 몇 번을 지하에서 헤맨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은 개미와 같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지하통로는 개미굴과 같다." 



아침부터 교토행을 택하면 이런 출근인파와 마주쳐야 한다. 무슨 군대처럼 발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노라니, 사회는 전쟁터이고 직장인은 그곳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여행자는 이러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남의 삶을 관찰할 수 있다는 데에 큰 재미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가와라마치역까지 한 45분. 여기서 내려 6번 출구로 나가 바로 버스를 타면 된다. 지하철 통로에 버스노선 안내도가 아주 잘 되어 있으니 먼저 참고하면 좋다. 



몇 번 출구에서 어디로 가는 몇 번 버스를 탈 수 있는지 아주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버스정류장에도 안내가 잘 되어 있으니 글자만 읽을 줄 알면 된다.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대중교통 안내체계가 아주 잘 되어 있어 일본어 회화를 못해도 누구나 다닐 수 있다. 버스에서도 이번 역은 어디인지 내릴 곳은 어디인지 안내 전광판이 달려 있다. 말로만 설명하면 어렵겠지만, 그 전광판만 봐도 된다. 


6번 출구로 나와 203번을 타고 "긴가쿠지 앞"까지 가서 내리면 된다. 난 중간에 딴짓을 하느라 방송을 놓쳐 몇 정거장 전에 내려 동네를 좀 거닐었다.


동네를 거닐며 만난 개천. 이 때문에 교토의 첫인상은 '물이 많은 도시'였다. 실제로 다니는 내내 물과 만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물이라면 농사짓고 살기 좋았겠다. 여름철 장마와 태풍은 어떤지 알 수가 없지만...



버스 정거장 2~3개쯤은 걸어서 20~30분이면 오갈 수 있는 가뿐한 거리다. 요즘은 그 정도 거리도 잘 걸어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엄청 멀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은각사까지 동네 골목으로 해서 이동해 도착!



이국적인 풍경은 설레임을 안겨준다. 똑같은 가게라도 한국에서 보는 것과 외국에서 보는 건 느낌이 달라진다. 그러나 경계할 것이 있으니, 그때의 그 설레임 때문에 자국의 문화를 우습게 여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 오래 살다가 온 사람은 그럴 위험이 적으나, 어설프게 다녀온 사람들이 꼭 그런 오류에 빠지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미국 몇 달 다녀온 뒤에 미국은 이래서 참 좋고 그런데 한국은 이래서 안 된다느니 하는 말을 하더라.



은각사 입구. 주변으로 가게 등이 있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유명한 유적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이러저러한 물건을 파는 모습과 같다. 그런데 일본은 그것이 조금 더 깔끔하게 잘 정리된 느낌이랄까.



표를 끊는 곳까지 몇 분 정도 살짝 걸어서 올라가면 은각사에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한다. 



은각사 경내 안내도. 2010년 어느 분의 여행기를 보면 이 안내판이 아닌 구식 안내판의 모습을 볼 수 있다(http://goo.gl/pAS7H). 돈 벌어서 계속 수리복원 등을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안내판도 그렇게 바뀌었나 보다. 알뜰한 일본인. 쓸데없는 데 예산낭비를 안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비싼 입장료로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 ㅡㅡ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잘 다듬어진 동백나무 벽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이 정도 크기의 동백나무 벽은 제주도나 가야지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방풍림으로 동백나무를 심은 곳이 꽤 있다. 그곳에 가도 참 아름답다.





경내로 들어가면 몇몇 포인트가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은각銀閣. 말처럼 은빛으로 번쩍이기 때문에 은각인지 어떤지 알 수는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전하는 속설에는 원래 은박을 입히려고 했으나 재정이 부족하여 그렇게 안 했다느니, 은박을 입혔는데 그것이 떨어진 것이라느니 하는 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7년 정밀조사 결과 원래부터 은박이 입혀지지는 않았고 검은 옻칠만 되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니 은각은 은빛으로 빛나는 건물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금각사는 확실히 금박으로 입혀졌던데, 그냥 그에 대한 상대적인 이름으로 은각사란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특유의 정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은각사 경내의 정원과 연못 안의 북두석. 북두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중요한 별인데 이 연못 안의 돌에 북두석이라 이름을 붙인 건 어인 연유일까? 아무튼 일본인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이름을 붙이는 걸 보면 특유의 섬세함이 잘 드러난다. 중국은 커다란 바위를 가져다 놓고 꾸민다지. 



한창 단풍철이라 그런지 소풍을 온 아이들부터 단풍놀이를 온 어른들에 나 같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래도 벚꽃놀이할 때보다는 적은 편이겠지? 벚꽃이 필 때 오면 인파에 휩쓸려 다닐 것 같다. 아무튼 붉은 단풍 덕에 정원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이것이 은각사의 핵심인 은각의 전체 모습. 2층의 흰 창이 있는 부분을 검게 옻칠해 놓았다. 이것이 원래 모습이라고 밝혀져 그렇게 복원한 것이다.


경내에 마련되어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찻집이 딸려 있는데, 그곳에서 차를 주문하면 이 안에 들어가 은각의 옛 모습이 어떠했는지 복원해 놓은 걸 볼 수 있다. 옻칠만 시커멓게 해놓은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사찰처럼 단청까지 칠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절을 다니며 단청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몇 군데에선 봤는데.



은각사 인근의 골목길을 걷다가 발견한 한 가정집에 옻칠을 해놓은 2층 건물을 발견. 주인을 만나 어찌된 연유인지 묻고 싶었으나 속으로만 삼키고 지나갔다. 아무튼 재밌다.




은각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조그마한 신사가 하나 나온다. 일본은 신의 나라이다. 어디에나 도처에 신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기리는 신사 등을 지어 그들을 모신다. 왜 그럴까? 자연재해와 전쟁 때문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원래부터 불안한 존재다. 내부적으로도 그런데 외부적으로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들이 잦아진다면 더욱더 외부의 절대적 존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싶어진다. 그것이 일본을 신의 나라로 만든 원인은 아닐까.



이곳의 신이 관장하는 일도 참 깨알 같다.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에서부터 목조건물이 많은 탓에 화재를 막아주는 일까지 몇몇 주요한 일을 담당한다. 이 신이 모든 걸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또 신마다 전문으로 담당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 그래서 기술자, 장인들이 많았을까?



다음으로는 모래 정원이다. 이건 마치 만다라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 보인다. 티벳불교에서는 종교적 의미를 지닌 만다라라는 그림을 아주 정성들여 돌가루와 모래 등과 같은 재료로 몇 달간 고생하며 그린 다음 그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 밀어버리는 의식이 있다. 이곳 은각사 안의 모래정원은 그를 본따 만든 것으로 禪 문화를 상징하는 것 같다. 


이걸 매일 아침마다 다시 다듬는지, 아니면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모양이 망가질 때까지 그대로 놔두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옛날에는 이걸 선 수행의 하나로 행하였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로만 쓰이는 마당이니 예전처럼 활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향월대라고 하여 모래를 봉긋하게 쌓아올린 대가 하나 있는데, 왜 하필 '달'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금각사에 대응한 은각사, 둘은 음과 양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금각사가 양을, 은각사가 음을 상징하여 음의 극인 달을 바라본다는 향월대가 이곳에 있는 건 아닐까? 지나친 확장 해석일지도 모른다.  





은각사의 세 번째 볼거리는 동구당東求堂(일본명: 도우구도우)이라 불리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1486년에 지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은각 쪽에 지어졌다고 한다. 아무튼 이곳은 일본 건축사에서 다실의 원류로 꼽힐 만큼 훌륭한 건물이다.  


다들 물에 비친 동구당 건물의 모습에 반할 때, 난 물에 반사된 햇빛이 비친 동구당 건물이 더 눈에 들어왔다. 방 안에 앉아 있으면 그 물빛이 더 아름답게 보였을 테지.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일본의 역사유적은 모두 막혀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것이 한국보다 훨씬 심하다. 그래서 가끔은 여기도 들어가지 못하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하는 억울함까지 든다. 세계문화유산 때문에 그러하겠지. 창덕궁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다음부터 그랬다. 세계문화유산 따위!



동구당의 물그림자라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다. 우주를 반영한 듯한 일본 정원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란!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풍경. 이래서 은각사를 오는구나. 




은각사의 네 번째 볼거리는 작은 폭포. 이름을 세월천洗月이라 한다. 향월대가 달을 바라보는 대라면, 이곳은 달을 씻는 샘이다. 모두 달과 관계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폭포라고 했지만 웅장한 규모는 아니고 그저 작은 물줄기가 주르륵 떨어지는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일본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엿보인다는 사실. 가만히 앉아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수행이 되었을 것이다. 선불교가 일본에 들어와 일본문화에 정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이 다시 서양에 알려지면서 서양인들이 일본문화에 뿅 간 것이고. 


그저 그런 물줄기로만 볼 수도 있지만, 이 안에 놓인 아름다움이란...



세월천의 물이 고이는 곳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동전이 가득 쌓여 있다. 마음을 닦으랬더니 염원을 쌓는다. 인간이 그렇다. 




은각사의 다섯 번째 볼거리는 동산에 올라 바라보는 교토시의 모습이다. 늘 지상에서만 생활하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가 없다. 높은 산이나 건물, 비행기 등에 올라 내려다볼 때만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그 안에 사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옛날에는 높은 산이 숭상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 안에 깃든 신령은 인간의 외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그 산에 들어감으로써 만나게 되는 자기 자신일 것이다. 


은각의 모습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교토의 모습. 야트막한 산에 집들이 다닥다닥 있는 모습에 '여기랑 한국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은각사, 아니 일본을 여행하며 만난 정원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는 바로 이끼였다. 어째서 일본의 흙에선 풀이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것인가! 어찌 이끼만 멋진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나중에 난젠지라는 곳에서 알았다.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으로 풀을 하나씩 뽑아버렸던 것이다. 

요즘 한국의 공원이나 학교, 유적지 등에서 풀을 관리하는 방법은 그냥 제초제를 치는 것이다. 그것이 가격도 싸게 먹히고, 관리하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그런데 일본은, 풀을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뽑으며 이끼를 보호했던 것이다. 은각사 전체를 아우르는 볼거리의 핵심은 바로 이 이끼에 있다! 


일본 정원 문화의 핵심은 이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이끼 외에 다른 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보라, 이 모습을! 어디에 풀이 있단 말인가. 




은각사 전체를 둘러보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들어가서 중요한 건물들만 쓱 훑고 나오면 30분 이내. 한곳에서 찬찬히 감상하며 거닌다면 1시간에서 2시간 사이 정도 걸릴 듯하다. 아니면 하루종일 은각사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는 여행자라면 은각사 경내에 마련되어 있는 찻집에서 주구장창 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참 좋겠더라.

경내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마련되어 있다. 들어가서 한번 둘러보며 재밌다. 그중에서도 난 "순간을 살다"라는 제목으로 팔리는 아래의 DVD인지에 눈길이 갔다. 무슨 선승이 이렇게 토실토실한지. 뭐, 선승이라 하면 마르고 눈빛이 형형하며 고행을 일삼듯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고정관념이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날 미혹에 빠뜨린 향 피우는 도구. 이걸 사려면 이에 어울리는 향도 사야 하고, 이거 하나의 가격이 몇 만원인데 이걸 가져와서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고... 그냥 선승처럼 단칼에 물욕을 베어버렸다. 




교토에는 절과 신사가 수천 개라고 한다. 그만큼 하루에 여기를 다 둘러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시간을 들여 찬찬히 돌아봐야 할 곳이 바로 교토. 마치 한국의 경주랄까? 정확히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경주보다 규모가 더 큰 것 같다. 일본인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곳을 외국에서 온 내가 천천히 곱씹으며 다 둘러보는 건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계속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마당에 더더욱 힘든 일이다. 오사카에 숙소가 있다면, 가와라마치역에서 우메다역까지 돌아가는 전철 시간은 아래와 같다.



가와라마치역에서 우메다역으로 돌아오는 평일의 전철 시간표. 빨간색 네모와 원에 들어간 시간이 우메다역까지 가는 급행 전철이다. 밤 10시 11분이 급행 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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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토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어간 한 사찰인 레이칸지(靈鑑寺). 

한국 여행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곳인 듯하다.

이곳은 천황의 딸이 여승이 되면서 지어진 곳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유래는 확실히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튼 이곳에서 여러 종류의 동백꽃을 만날 수 있었다. 

동백꽃이 이제 막 봉오리가 생기며 피려고 하는 단계였던지라 절에서 찍어 놓은 사진을 아이폰으로 찍어왔다.

그것만 감상해도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동백꽃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놓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런 깨알 같은 일본인! 


그럼 아래의 사진들을 보라, 모두 50여 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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