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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박광래 선생님께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

옛날에 수도물 사태가 일어났을 때, 신길동에 사는 어느 부모가 불안감 때문에 아이의 분유를 지하수를 이용해 타서 먹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서 청색증이 일어나 큰일이 났단다. 다행히 잘 치료하여 아무 이상은 없었지만, 그것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 발견된 최초의 청색증 환자라고 한다. 본인이 그걸 연구해서 학위를 받았다고 하니 명백한 사실이겠다.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보니 1993년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

아무튼 흥미로운 점은, 이미 1960년대에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청색증 환자가 많이 보고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료를 그렇게 많이 쓰는 한국에서는 90년대에 최초로, 특히나 동아시아권에서도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박광래 선생님은 이를 밭농사 중심의 농업환경과 논농사 중심의 농업환경에서 오는 차이로 본다. 즉, 밭농사와 달리 논농사는 논이라는 습지 환경이 질산염 같은 걸 여과하는 등 수질을 자연적으로 정화하는 공간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논의 다원적 가치를 주장하게 되었단다. 

이런 좋은 효과를 아무리 이야기해 보았자 사람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십상이다. 그걸 경제적 가치가 얼마라든지, 막상 사라지고 난 뒤에 발생하는 피해 등이 눈에 보여야 정말 중요한 것이었구나 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뱀다리... 혹시 같은 조건이면 찰벼가 메벼보다 숙기가 더 빠른 편이 확실합니까? 그렇다면 왜 그런 건지 아는 분 있습니까? 궁금합니다. 유전자원센터에 계시던 이석영 선생님께 문의하니, 본인 생각으로는 아밀로펙틴 전분의 합성 과정이 더 복잡하기에 찰벼가 더 숙기가 느릴 것 같다고 하시던데...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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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질소 비료의 사용, 또는 축산 분뇨 등으로 토양에 지나치게 투입된 암모니아 성분이 미생물에 의해 질산으로 전환되면 토양이 산성화된다. 그런데 이렇게 과다한 토양 속의 암모니아가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로 바뀌면서 대기로 방출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산업형 농업이 지구의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작동 방식 가운데 하나가 규명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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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이번에 새로운 연구에서 Marie Dacke 씨는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떠올라 방향을 찾는 데 쓸모가 없어지면 쇠똥구리들이 바람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니까 쇠똥구리는 두 가지 종류의 신호를 해석할 수 있는데, 주변 조건에 따라 하나를 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https://www.pnas.org/content/early/2019/06/18/1904308116


쇠똥구리의 뇌는 참깨 한 알만 하다고 하는데, 길을 찾아 나아가는 기술은 나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지난번에도 고백했듯이, 나는 쇠똥구리들이 참 좋다.


그러니까 <쇠똥구리는 은하수를 따라 걷는다>라는 책도 있으니, 읽읍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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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맛을 버섯처럼 만드는 멕시코 균류의 별미



아즈텍의 농민들은 검푸른 포자가 옥수수를 뒤덮었을 때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했다. 그건 병원성 균류인 Ustilago maydis에 옥수수가 감염된 위틀라코체huitlacoche인데,  버섯 같은 풍미를 내고 훌륭한 케사디아 소가 된다. 

위틀라코체의 의미가 논쟁이 되었는데, 그 이름은 아즈텍어인 나후아틀Nahuatl에서 유래하며 “잠자고 있는 이상 성장물(혹)”으로 번역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 균류가 옥수수자루 주변에서 자라며 그 성장을 방해하여 옥수수를  “수면 상태”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민들은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옥수수 깜부기(corn smut)라고 한다. .

기술적으로는 식물의 질병이지만, 옥수수 깜부기는 멕시코 요리에서 소중한 재료이며 감염된옥수수 낟알은 보통의 낟알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둥글납작하고 검푸른 혹병은 옥수수의 풍미 대부분을 간직하며 발달할 뿐만 아니라, 뚜렷하게 균류가 지닌 견과의 맛과 버섯의 향이 난다. 

요리에 응용하는 법은 다양하다. 훈연한 맛과 흙의 향은 치즈의 지방과 초리조 같은 고기에 잘어울린다. 양파, 에파조테epazote(고수 같은 허브), 고추와 함께 간단히 소테sautéed만들 수 있고, 완성된 새카만 혼합물은 타코스부터 타말레와 오물렛까지 모든 걸 풍부하게 만든다.  가장 흔하게는  녹인 치즈와 함께 케사디아에 넣어 살사를 얹는다. 위틀라코체 케사디아는 길거리 음식점, 식당, 지역의 시장 등의 철판에 놓여 멕시코 전역에서 이용된다.  

최근 멕시코인의 이주와 미식에 대한 수요(일부 메뉴에서는 "멕시코 송로버섯"이라 설명해 영리하게 상표를 변경함) 덕분에 위틀라코체는 국내외로 널리 보급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원하는 별미로서의 지위는 아즈텍 요리의 독창성에 대한 증거이다. 그들의 주식 작물에 대한 천벌도 뜻밖의 이득이 되었다. 








https://www.atlasobscura.com/foods/huitlacoche-corn-me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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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토양침식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해도 잘 체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걸 돈으로 환산해 이야기하면 그나마 조심해야겠단 생각은 하게 된다.

토양침식에 관한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토양침식으로 발생하는 연간 경제적 손실이 8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인에게 말할 때에는 한화로 환산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무려 9조 2504억 원에 이른다.

한국도 토양침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 조금만 농사나 흙에 관심이 있어도 쉽게 알 수 있다. 곳곳에서 폭우로 패여 있는 땅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실제로도 한국은 토양침식이 심한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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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서울에서도 어스름한 밤이 되려 하면 동네 야산에서 박쥐가 나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서울 변두리이긴 했지만, 난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한다.

 

국립생태원에서 2016년 2월부터 10달 동안 삼척·문경·안성·함평·제주 지역에서 집박쥐, 긴날개박쥐 등 곤충을 먹는 박쥐 4종을 대상으로 ‘식충성 박쥐의 생태연구’를 수행한 결과, 몸무게 7~9g의 집박쥐가 매일 밤 1~3g 정도의 해충을 먹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박쥐의 여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주거지에선 인간의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해충을 방제하고, 농경지에선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방제하는 그들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난 아직도 푸르스름한 하늘을 날아다니던 박쥐가 그립다.

 

https://news.v.daum.net/v/20190621060110289?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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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 갔을 때이다. 

군에서 무슨 상하수도 정비를 한다면서 수로까지 싹 현대화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알다시피 수로의 현대화란 콘크리트로 수로를 발라버리는 일을 가리킨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역에 예산군 쪽에서 황새 복원사업으로 풀어준 황새들이 머물며 먹이활동을 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로가 이렇게 콘크리트로 정비되면,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선 관리가 수월해져 좋을지 몰라도 황새 같은 조류의 입장에선 유용한 공간이 사라지는 셈이니 괴로워질 것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한 지역 주민(이 분은 황새 복원센터의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 중이었음)은 어설프게 무얼 복원한다면서 동물만 괴롭게 하지 말고 그럴 거면 아예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복원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게 무어냐는 말이었다. 


황새의 사례에서도 그렇지만, 기타 여러 동물의 야생 복원 사업이 많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들과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머릿속의 당위성 말고,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서식지와 먹이활동 공간 등을 양보하거나 그를 위해 인간의 영역을 조정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너희를 복원해 줄 테니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구조에 너희의 생활방식을 맞추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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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산림 파괴로 인해 농업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정도라고. 박정희 정부가 산림 녹화에 열을 올렸던 이유가 여기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 시절이라 가능했던 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일이긴 하다.




북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서, 유럽 쪽의 산림 복원 관련한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혼농임업 등에 관한 자료집도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최근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가장 먼저 요구한 것도 산림청과 함께 산림을 회복시키는 과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도 어서 산림 녹화에 성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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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는 그 모양 때문에 시계꽃이라 부르는 식물이 사는데, 이들은 잎에서 청산글리코시드와 시아노히드린 같은 강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한단다. 그런데 그걸 이기고 먹는 초식성 곤충이 있었으니...





바로 얼룩말나비라고 하는 나비의 애벌레이다. 이들은 침에 중화 효소가 함유되어 시계꽃의 잎과 줄기를 아무리 먹어도 괜찮고, 심지어 그 독성을 몸에 저장해 혹시라도 새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한단다.





그런데, 둘의 공방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시계꽃은 이 나비가 자신의 식물체에 알을 낳는 걸 최대한 막고자, 그 알을 모방한 노란 돌기 등을 생성한단다. 그뿐만 아니라 그 근처에 작은 꿀샘을 발달시켜 개미와 말벌 등을 불러모아 공격하게 한다고. 정말 재미난 장군 멍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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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을 통해 식물의 잎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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