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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볍씨의 싹틈에서부터 시작하여 누런 이삭이 고개 숙일때까지 일생을 걸으면서 스스로 자연환경에 순응하여 다음 자손을 만들기 위해 많은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벼가 어려서부터 몸자람을 하는 동안에는 이삭을 많이 만들기 위한 준비로 곁가지를 많이 내는 새끼치기를 계속하다가 다음대를 만들기 위한 생리적 변화를 맞게 되면 스스로 새끼치기를 멈추고 생장점에 어린이삭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어린이삭이 분화하는 시기를 경계로하여 그 이전을 영양생장기(營養生長期)라고 부르고 그 이후를 생식생장기(生殖生長期)라고 부른다. 벼는 바로 이 영양생장기간과 생식생장기간에 따라 그 일생의 길이가 결정된다. 벼가 어린이삭을 분화하는 시기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한달후인 이삭이 패는 시기에 따라서 벼 품종별로 생육기간의 장단을 파악하게 된다. 벼는 품종에 따라서 일생의 길이가 100일이 채 못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200일이 넘는 것도 있으며 그 중간에 다양하게 분포한다.

  벼의 생식생장기의 길이는 품종에 따라 거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벼 일생의 길이는 주로 영양생장기의 길이에 의해 좌우된다. 즉 벼의 생식생장기간은 대체로 어린 이삭이 분화되는 시기에서 이삭 팰때까지 약 30일간, 이삭이 패서 개화수정이 이루어져 벼알이 완전히 영글때까지 품종에 따라서 약 45~50일간이 된다.

  벼의 본 고향은 열대․아열대지역이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생육이 왕성하며 고위도 지역으로 점차 재배가 확산되면서 스스로 재배환경에 순응하여 후대를 생산하고자 낮 길이가 짧아지는 조건에서 영양생장에서 생식생장으로의 전환이 촉진되는 단일식물(短日植物)의 특성을 획득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개 낮의 길이가 12시간 이하가 되었을 때 그 낮길이에 감응하여 어린 이삭을 분화하게 되는데, 단일에 감응하기 쉬운 품종은 낮길이가 10시간, 밤길이가 14시간인 단일조건에서는 출수(出穗)가 촉진되지만, 반대로 낮길이가 14시간, 밤길이가 10시간인 장일조건에서는 출수가 지연되는 특징을 나타내게 된다. 품종에 따라서는 이러한 낮길이의 변화에 매우 둔감한 것이 있다.

  이와 같이 출수의 조만성(早晩性)은 품종의 단일감응성 정도에 따라 재배환경



이 바뀌게 되면 언제나 바뀌게 되며 재배지역에 따라서 품종의 조만성이 완전히 뒤 바뀌게 되기도 한다.

  식물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지혜를 지니고 있다. 겨울동안에 추위에 웅크리고 있다가 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은 대개 낮길이가 길어지면 꽃눈 분화가 촉진되는 특성을 나타내는 반면, 봄에 싹이 터서 여름내 자란다음 가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은 대개 낮길이가 짧아지면 꽃눈 분화가 촉진되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일장(日長)에 따라 생장점에서 생식생장으로 전환하는 꽃눈을 분화시키는 성질을 식물의 광주성(光周性)이라고 하며 이에 따라 장일식물(長日植物)과 단일식물로 구분하게 된다.

  벼가 낮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감지하여 어린 이삭을 분화시키는 것은, 벼가 낮길이가 긴 기간동안 태양에너지를 받아 잎이 왕성하게 광합성 작용을 하여 스스로 몸집을 키우면서 충분한 영양생장을 해오다가,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게 되면 벼 잎에서 이를 감지하는 색소인 파이토크롬(phytochrome)이 그 자극을 생장점으로 보내 이제 후대를 생산할 준비를 갖출 때가 되었음을 알림으로써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바로 낮동안에 이루어지는 광합성과 밤동안에 호흡을 통해서 광합성산물을 저장형태로 바꾸는 일사이의 균형 변화로부터 차대생산 준비를 자극하는 호르몬의 생성촉진을 유발시킴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벼가 아무리 꽃눈분화 촉진에 알맞는 단일조건하에 둔다하더라도 스스로 이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싹이 튼 다음 최소한의 영양생장을 하여야 하며 이를 기본영양생장성(基本營養生長性)이라고 한다. 기본영양생장이 이루어진 후 벼가 단일에 의해 어린이삭 분화가 촉진되고 장일에 의해 어린이삭 분화가 늦어지는 성질을 감광성(減光性)이라고 하며, 품종에 따라 단일에 의해 촉진되는 정도가 큰 것을 감광성이 예민하다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둔하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영양성과 감광성에 따라 품종의 출수생태형을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룰 수가 있는데, ① 기본영양생장기간 짧고 감광성이 둔하여 일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생육기간이 짧은 유형과 ② 기본영양생장기간은 짧으나 감광성이 예민하여 일장에 따라 출수가 크게 좌우되는 유형과 ③ 기본영양생장기간이 길고 감광성이 둔하여 어린이삭 분화가 일장에 좌우되지 않지만 생육기간이 긴 유형이다. 우리나라 북부산간지나 중국만주지방,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나 도후쿠(東北)지역, 아열대의 고산지대 등에 심겨지는 품종들이 첫째 유형에 속한다. 또한 우리



나라 남부지방이나 일본 서남부의 만생종들이 둘째 유형에 속하며, 연중 기온이 높고 일장이 짧은 열대․아열대 동남아시아지역에 심겨지는 대부분의 품종들은 셋째 유형에 속한다.

  벼는 호온성(好溫性)작물이기 때문에 알맞은 생육온도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출수가 늦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나 일본 북부지방에 심겨지는 올벼들은 온도가 높아지면 어린이삭 분화가 촉진되어 출수까지 일수가 짧아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를 특히 감온성(減溫性)이라고 한다. 그러나 벼는 원래 호온성 작물로서 저온에서는 출수가 지연되고 고온에서는 출수가 촉진되는 것이 본래의 특성이기 때문에 이를 굳이 감온성이라 이름하여 출수특성의 한 인자로 나타낼 필요가 있는가 생각되어 진다. 왜냐하면 열대지방이나 온대 남부지역에 심겨지는 저온에 의해 생육지연이 심한 품종들이 감온성이 강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벼 품종을 동남아시아 열대 지역에 재배하고자 할 경우 남부지방에 심겨지는 늦벼품종은 감광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단일조건인 이 지역에서는 제대로 영양생장도 하지 못한 채 출수해 버리기 때문에 부적합하다. 출수생태형 면에서 보면 감광성이 둔하면서 고온조건에서도 비교적 충분한 영양생장을 하는 올벼를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 심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70~’80년대에 우리쌀 자급생산의 주역을 담당하였던 통일형 품종들이 적절한 기본영양성과 둔한 감광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재배에 가장 적당하다.

  고온․단일인 동남아 열대지역에서 우리나라의 늦벼가 올벼보다 출수가 빨라진다는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출수에 따른 이러한 올벼와 늦벼의 구분은 어디까지나 어느 특정 재배환경하에서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출처 http://goo.gl/wNE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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