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에 소재한 귀농운동본부의 실습 논. 여기만 총 600평이다. 이 정도만 해도 까마득하지 않은가? 사람들이 주르륵 늘어서서 그렇게 보이지, 기계로 하면 금방이다.




어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보(3000평)-단보(300평)-무보(30평)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면적 개념으로, 일본이 서양의 면적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단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섬지기-마지기-되지기가 있었다고 넘어가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지기의 경우 1말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넓이로 지역마다 다르며, 특히 기름진 농지일수록 작물 사이의 간격을 드물게 심고 척박할수록 간격을 배게 심는다는 이야기까지 곁들였다.


실제로 논의 경우 150~300평을 1마지기라 하고, 밭은 100~400평까지를 1마지라고 본다. 지역의 토질과 비옥도, 경사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넓이가 달라지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동네라도 어디는 1마지기에 150평인 반면, 어디는 200평인 사례도 있으니 말 다했다. 이렇게 마지기의 평수가 들쭉날쭉하니 정량화, 계측화가 필요한 현대적 토지 개념에서는 죽을 맛인 것이다. 그래서 일제가 조선에 들어오자마자 부리나케 토지조사사업을 벌였을 것이다. 그래야 근대적 개념의 토지 소유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고로 민족문화대백과에서 마지기에 대한 정의에는 다음의 내용이 나온다.


‘마지기당’의 면적은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논의 경우 전국적으로 한 마지기가 80평·100평·120평·130평·150평·160평·180평·200평·220평·230평·250평·300평 등 12개 유형이 있으며, 이 중 200평을 한 마지기로 적용하는 지역이 전국의 75% 가량이고 150평을 한 마지기로 쓰고 있는 곳은 17%, 나머지 10개 유형은 불과 8%였다. 따라서, 우리 나라 논의 한 마지기당 면적은 200평이 표준이며 주로 평야부에서 많이 쓰고 있고, 200평 이외의 규모는 산간부나 도서지방에서 사용되고 있다.

밭의 마지기당 평수는 전국적으로 30평·40평·50평·60평·70평·75평·80평·100평·120평·150평·200평·230평·250평·300평·400평 등 15개 유형이 있으나 이 중 200평 한 마지기를 사용하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43%이며, 100평 한 마지기가 24%, 500평을 쓰고 있는 지역이 9%, 300평을 쓰고 있는 지역이 8%, 기타 11개 유형이 16%의 지역에서 잡다하게 사용되고 있다.

밭에서도 논에서와 같이 200평 이외의 면적 규모를 사용하고 있는 지역은 주로 밭면적 비율이 높은 산간지대나 도서지역이다. 따라서 밭에서도 한 마지기당 사용 빈도가 높은 규모는 200평 규모이나 그 사용 빈도는 43%로서 논의 75%보다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겨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기름진 농지일수록 마지기의 평수가 더 넓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강원도의 평수가 전라도의 평수보다 더 넓은 것인가? 왜지? 왜일까?


그것 때문에 4시간 넘게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렸다.


그 결과, 나의 마지기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처음부터 오류는 농민들의 실제 농사관행과 나의 고정관념의 충돌 때문에 생겼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농민들은 보통 땅이 기름지면 작물의 간격을 드물게 심고, 척박하면 배게 심는 관행이 있다. 그러니까 마지기는 1말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넓이로서, 기름진 곳일수록 넓이가 더 넓고 척박한 곳일수록 더 좁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고정관념은 기름진 곳의 마지기는 더 작고, 오히려 척박한 곳이 더 넓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마지기라는 개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 이외의 사람들도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인데, 강원도의 마지기 평수가 호남보다 더 넓으리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 지역 안에서도 농지가 처한 조건에 따라서 마지기의 넓이가 달라진다. 그런데 경기도는 몇 평, 강원도는 몇 평, 전라도 몇 평 하는 식으로만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고정관념이 깨지게 된 결정적 요인은 "평야의 마지기가 산간 지역의 마지기보다 넓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기름진 농지=더 작은 평수의 마지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다들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투입량이 아닌 산출량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일이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기름지기에 땅이 작아도 많이 생산할 수 있고, 그것이 곧 편리와 효율성이란 관념 말이다.


아직까지도 헷갈리긴 하고 더 자세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긴 한데, 중요한 것은 '마지기'가 "1말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넓이"를 가리키는 것이지 더 적은 농지로 더 많은 수확을 올리는 넓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뱀다리; 이에 대한 의문으로 <임원경제지> 번역팀의 홈페이지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내용이 아주 좋으니 읽어보시길 바란다. 아래 링크를 걸어두었다. 


http://www.imwon.net/?mid=freeboard&comment_srl=5042&category=0&sort_index=readed_count&order_type=desc&page=9&listStyle=list&document_srl=6378




마지막으로 임원경제지 연구소의 정명현 소장이 일러주시길, 

건 땅의 마지기가 더 적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수확량을 기주느로 보기 때문일 것 같네요. 수확량 기준은 조선 정부에서 쓴 '결부제'에서 사용한 방식입니다. 마지기는 파종량 기준이므로, 건 땅이 더 넓어야겠죠. 참고로 실록에는 논에는 '마지기'가, 밭에는 '~일갈이'로 구별해서 표현했습니다. 논밭에 모두 쓴 경우는 민간에서 서서히 쓰다가 요즘은 모두 쓰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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