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값 안 들지, 맛 좋지, 값 좋지, 토종보다 좋은게 있남”

전통농업에서 배우자(36)-영양, 청송





흙살림 전통농업위원회 구술취재팀은 경북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에서 농사짓고 있는 이유복 선생님과 경북 영양군 일월면 칠성리의 김일락 선생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이유복 선생님은 모두 1만5,000평 밭 가운데 5,000평에 귀족서리태라는 토종 콩을 2년째 심으셨다고 합니다. 이 콩은 맛이나 수확량에서 모두 뛰어난 품종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십니다. 김일락 선생님 댁에서는 칠성초(붕어초)라는 토종 고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껍질이 두껍고 색이 고우며 맛이 으뜸인 고추라고 합니다. 


지난 2005년 7월 강원도 평창을 시작으로 전국에 걸쳐 토종을 지키고 계신 분들을 발굴하는 구술취재가 드디어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귀족서리태(청송 이유복 선생님)




- 귀족서리태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귀족서리태는 모든 것이 특별합니다. 보통 서리태와 달리 알이 굵고 납작한 편입니다. 중요한 특징은 하얀 점이 있다는 겁니다. 옛날 어른들께서도 하얀 점이 있는 콩을 맛있다고 했습니다. 이 콩도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아, 한 번 맛보면 다른 콩은 못 먹습니다. 그만큼 이 콩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부를 해도 맛있고, 장을 만들어도 맛있고, 저는 일 년 열두 달 이 콩을 넣어 밥을 지어 먹습니다. 밥을 해서 한 입 넣으면, 입안에 구수하면서 단맛이 확 퍼집니다.
그리고 특히 귀족서리태는 익어도 탈립이 거의 안 됩니다. 노루나 산돼지가 문대면 모를까, 그냥 떨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리태치고는 수확량이 엄청나다는 겁니다. 저도 30년 넘게 농사지으며 좋다는 콩은 다 구해서 심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수지가 맞지 않아 포기하려다가 농민신문에서 이 콩을 보았습니다. 전화해서 강원도 어디에서 구해다 지금 2년째 심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앞으로는 수확량이 떨어져서 토종이 다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 기르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 보통은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심습니다. 이곳은 그런데,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니 그거에 따라 심어야겠지요. 이번에는 다른 농사일로 바빠서 조금 늦었습니다. 저는 하우스에서 포트 한 구멍에 2알씩 넣어 모종을 키웁니다. 그럼 손가락만큼 커서 본잎이 4잎 정도일 때 옮겨 심는데, 올해는 늦어서 꽤 큰 다음 심었습니다. 모종을 내지 않으면 비둘기 때문에 하나도 건질 수 없습니다.
이 밭은 6월 28일에 심은 것인데, 심으면서도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심어도 이렇게 잘 됐습니다. 제가 보니 숙기가 다른 것보다 한 보름 빠릅니다. 그래서 후작에도 가능하단 것이지요. 감자나 옥수수를 심어서 거둔 다음 이걸 심어도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심는 간격은 어떻게 합니까?
= 두둑은 관리기로 짓는데, 너무 높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덩치가 커서 메주콩보다 더 벌리고, 한 구멍에 두 개씩 해서 엇갈려 심습니다.
이 자리는 지난해 고추를 심었던 곳이라 거름이 많아 따로 거름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고추와 콩을 번갈아 심습니다.


그림 콩을 베고 난 자리를 손으로 잼

 

- 서리태는 덩굴이 무성하던데 순지르기는 언제 하시나요?
= 콩을 늦게 심으면 순을 치면 안 됩니다. 특히 올해는 콩이 자랄 때 이틀 건너 한 번씩 비가 왔습니다. 그래서 꽃이 달려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았으니까, 손대지 않았습니다. 이 콩은 암만 놔둬도 이쯤 크고는 더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덩굴도 지지 않습니다. 만약 제때 심어 순을 치더라도 많이 치면 안 됩니다. 한 1/3 정도만 쳐야 합니다. 무성하지 않으면 아예 치지 말거나, 넘어지지 않을 정도만 쳐주는 게 좋습니다.


- 5,000평이면 수확량이 얼마나 나오나요?
= 올해는 농사일이 바빠서 잎이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야 하는데 좀 늦었습니다. 또 노린재 방제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보통 1,000평에 100~150㎏쯤 수확합니다. 이렇게 다수확 품종이라, 노린재 같은 피해를 어느 정도 입어도 다른 콩보다는 수확이 많습니다.
탈곡은 그냥 탈곡기로 거둡니다. 종자로 쓸 것도 따로 도리깨로 떨거나 하지 않고, 그냥 이걸 그대로 씁니다. 그래도 발아율이 떨어진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저는 올해는 소독도 하지 않고 그냥 심었습니다.
콩은 낫으로 베어 습기를 막으려고 밑에 비닐을 깔고 낟가리를 쌓습니다. 처음에 단을 묶을 때 반씩 엇갈려 묶은 다음, 그냥 막 쌓아 놓습니다. 그리고 위에 갑바 하나만 덮어두면, 그대로 뒀다가 아무 때나 떨고 싶을 때 떨면 됩니다.





칠성초(영양 김일락 선생님)




- 아직도 칠성초를 기르신다고 하던데요?
= 여기에서는 칠성초를 붕어초라고도 하고, 배불래기라고도 합니다. 이 고추는 가죽이 두껍고, 근량도 많이 납니다. 또 고춧가루를 내서 김치를 하면 시간이 지나도 색이 하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 키가 많이 큽니다. 지금 40년째 심고 있는데, 옛날에는 그리 안 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키가 커요. 병에 약한 편이라 죽어 버리면 손해가 커서 많이는 못합니다. 또 어수리 나물도 많이 하고, 다른 농사일도 바빠 고추에만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많이 하지는 못하고 1,000평쯤 짓습니다.


- 40년이라면 원래 칠성초가 이곳에서 계속 심던 것인가요?
= 친정에서도 하긴 했는데, 잘은 몰라도 충청도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원래 칠성초가 이렇게 크진 않았습니다. 시커멓게 좀 뭉툭하고 두툼한 편이었어요. 이 고장에는 수비초를 심었는데, 그것과 함께 심다 보니 둘이 조금씩 섞였습니다. 인물 좋은 걸 골라서 계속 심다 보니까 이렇게 인물이 좋아졌습니다.
수비초는 맛은 좋은데, 길고 쭈글쭈글한 게 인물이 별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물 좋은 것만 찾다 보니, 집에서 먹을 것만 조금하다가 이제는 말았습니다.


- 칠성초의 특성이나 주의할 점은 어떤 건가요?
= 이 고추는 물빠짐이 중요해서 배얄진 곳에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키가 커서 줄도 4~5번 쳐줘야 합니다. 수비초만큼 큽니다. 동네에 어떤 분은 하우스에 이 고추를 키우면서 위에 오이망 같은 걸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주는 보통 4포기에 하나씩 꽂습니다. 키가 별로 안 크면 5포기에 하나를 꽂을 때도 있습니다.
또 봄에 비가 자주 오면 수북하게 잘 자라 키가 별로 안 크는데, 가물면 메아리가 많이 빠지면서 자꾸 키가 큽니다. 곁순이 나도 다른 농사일이 바쁘니까 칠 여유도 없어요.
고추가 달리기 시작하면 한 번 따서 이제 없지 싶은데, 조금 지나면 또 늘어져라 달립니다. 그렇게 잘하면 800평에 1200~1300근 정도 합니다. 따는 건 1년에 보통 5번쯤 땁니다. 다른 새로운 품종은 첫물에 30개 정도 따는데, 이건 첫물에 4~5개 땁니다. 위로 키가 크려고 힘을 쓰다 보니 밑에 것이 빠져버리는 것 같아요.
수확한 고추는 맛이 좋고 해서 팔 때 다른 것보다 값이 더 낫습니다. 꼭지 부분은 매워 못 먹을 정도인데, 전체적으로는 단맛이 납니다. 샛거리(풋고추)를 찍어 먹으면 엄청 맛있습니다. 물김치를 담그면 벌겋게 불어 나와 벌건 게 퉁퉁하니 보기가 참 좋습니다.
양건은 잘되는 편인데, 양건하려면 일주일 동안은 음지에 뒀다가 말려야 합니다. 그런데 딸 때 일이 바쁘니까 까만 거 말고 벌건 것까지 따서 희나리가 옵니다.
종자 값 안 들지, 맛을 아는 사람들이 맛있다고 찾지, 값 좋지 여러모로 괜찮습니다. 옛날에는 일본으로도 많이 갔습니다.


<정리 : 김석기(흙살림 전통농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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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배.

전날 집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차도 오래 타야 하고, 거기에 배까지 타야 하니 ...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이라도 사서 붙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타 보니 별 거 아니었다.  

한 40분쯤 걸리는데다가 파도도 심하지 않아 정말 편안하게 건너갔다.

이거 섬 같지도 않잖아. 다음에는 제주도나 울릉도 아니면 일본까지 도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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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완도항을 보았다.

항구를 보면 늘 이런 곳에 생길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완도항도 꼭 그런 느낌이다.

사진을 찍는데 안철환 선생님이 오셔서 그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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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외양간거름. 그대로 퍼담아서 가져왔으면 좋겠다. 

석종욱 선생님께서 깔짚으로는 산의 유기물 다음으로 좋다고 하신 갈대를 쓴다.

거름 문제 때문인지 소를 키우는 곳이 참 많다.

경운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까지 도맡아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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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뒷간.

차마 문까지 열어보지는 않았다.

이동범 선생님 말씀대로 정말 부춧돌 뒷간일까?

문의 반대편에는 재와 버무린 똥이 쌓여 있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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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완식 박사님께서 토종을 얻어오신 청산도의 아주머니. 성함까지 알려주셨는데 까먹었다.

이 집에서 까만 강낭콩, 까만 동부, 녹두, 벼, 홍화 등을 얻고, 내 주머니에도 조금씩 챙겼다. 

이걸로 늘리고 늘려서 먹어보고 괜찮으면 또 심어야지.

여기서 얻어 마신 송화주와 홍화주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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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부엌. 상서마을은 90가구가 살다가 이제는 30가구로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군데군데 빈집이 많이 보였다. 이 집도 빈집이다.

그런데 이 마을의 부엌은 그리 깊지 않다. 겨울에도 따뜻한 남쪽이라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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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을 성심성의껏 이끌며 설명해주신 청산도 상서마을 청년회장님. 지금은 마늘을 설명하시는 모습.

전날 밤의 피로가 쌓여 모두들 피곤하신 듯 ... 일정이 빡빡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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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논의 논두렁. 거의 직각으로 돌을 쌓았다.

참말 입이 떡 벌어질 뿐이다.

이 섬의 사람들 옛날에는 성벽을 쌓는 데 부역을 나가야 하지는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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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의 주아柱芽. 기둥에서 나오는 싹이란다.

꼭 엄마 옆구리 뚫고 나왔다는 싯달타 같다.

마늘쫑으로 올라오는 놈은 보았어도, 이런 놈은 또 처음이다.

이놈을 갖다 심으면 하나의 통마늘이 되고, 그걸 또 심으면 쪽쪽이 갈라진단다.

참 많은 걸 배운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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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논의 핵심은 바로 배수로다.

사진은 동굴이나 무덤이 아닌 배수로를 쌓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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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논의 배수로 모습. 위에 보이는 사진의 입구로 조금 기어들어가서 찍었다.

꼭 아궁이에서 바라본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구들장논인가 보구나.

얕은 겉흙 밑으로는 모두 돌. 물이라도 많이 빠르게 들이치면 그나마 있는 흙도 쓸려 내려갈 판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이런 구들장논이란다.

먹고 사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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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농의 한영미 선생님. 혼자 보리밭을 즐기시는 모습을 찰칵.

앞으로도 우리 씨앗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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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하시는 청산도 어머니들.

찍지 말라고 하실 줄 알고, 그 소리 하시기 전에 얼른 찍었다.

덕분에 괜찮은 사진이 나왔다. 주소를 알면 보내드리면 좋겠구만.

사람들 나온 사진 뽑아서 "상서마을 청년회장 앞"으로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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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옆에서 본 애벌레. 너희는 자라서 무엇이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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