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는 생각이 담겨 있다.

영어로 된 자료를 볼 때마다 한번씩 마주치는 단어가 있다. 바로 agricultural extension service이다. 단어만 놓고 보면, 농업의+연장+서비스 인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한번씩 찾아보는데, 그럴 때마다 한국의 사회와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agricultural extension service를 한국어로는 농촌지도(農村指導) 또는 농업지도라고 풀어놓고 있다. 그러니까 농민은 지도의 대상으로서, 무언가를 가르치고 깨우치게 해야 할 존재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의 계몽사상이 그대로 담겨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옮기면 더 적합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고민하다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것이 농업 지원 서비스이다. 이 단어도 쏙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와 "지원"이 갖는 의미의 차이에서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누굴 가르치고 지도하는지 모르겠다.


아, 그런 단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근로자이다. 무슨 뼈 빠지게 일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이런 말이 다 있는가? 이번 정부에서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꾼다고 발표는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일반적으로는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고 한다. 이 말이 바뀌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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