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안산에서 농사지으며 '귀농통문'이란 계간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기라고 합니다.

얼마 전 귀 출판사에서 나온 "논 - 밥 한 그릇의 시원"이란 책을 구입해서 보았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농사에 관한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내용 가운데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한 것이 있어 여쭈어보려고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먼저 22쪽의 사진 설명에 "언 땅을 뚫고 보리싹이 올라온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보리는 10월 중순에 심어 겨울이 오기 전에 싹이 나야 죽지 않습니다.

땅이 얼어 있는데 싹이 나오는 식물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보리는 겨울이 오기 전, 땅이 얼기 전에 뿌리를 내리고 싹이 나야 죽지 않습니다.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특별한 보리 품종이 따로 있는 것인지요...

 

다음은 79쪽의 사진 설명입니다.

"탈곡기의 깊은 바퀴자국이 길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양으로 보아  탈곡기의 바퀴자국이라 하기 보다는, 보리를 심으려고 일부러 골을 탄 모습처럼 보입니다.

또한 "흙갈퀴를 든 아낙이 힘겹게 뭉친 북데기를 펴고 있다"고 하는데, 보리를 심기 전후로 뭉친 흙덩이를 부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96쪽 가장 아랫줄에 "'이랴'는 오른쪽으로" 가라는 말이라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전국 어디를 가나 '이랴'는 앞으로 가라는 소리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오른쪽으로 가라고 할 때는 '어뎌뎌뎌'라는 부리는 소리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느 지역에서 그와 같은 부리는 소리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건 건의사항입니다만, 112쪽 중간에 "논매기와 추수"라는 말이 나오는데, 글 전체의 흐름으로 보면 추수보다는 가을걷이란 표현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116쪽에 "뜬 모"라고 띄어쓰기를 하셨는데, "뜬 모"는 뜬모로 붙여쓰는 것이 맞습니다. 모를 낼 때 제대로 땅에 꽂지 못해 이후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해 죽는 모를 말합니다.

 

그리고 117쪽에 "우리나라는 본디 물이 있는 논에 직접 볍씨를 뿌리는 담수직파가 가장 일반화된 재배법이었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어디서 인용하시거나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올해 건답직파를 실험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하여 많은 도움이 될 듯하여 그렇습니다.

 

157쪽에 "통일벼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기까지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공무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하지만 통일벼는 엄밀히 말해 실패한 품종입니다.

통일벼와 관련하여 정부와 공무원들의 강압적인 자세 때문에 오히려 농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통일벼가 아닌 벼를 심으면 못자리에 들어가 마구 짓밟아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 결과 우리의 다양한 토종벼가 사라지는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통일벼는 인디카 계통의 벼를 바탕으로 육종한 품종이라 냉해에 약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못자리를 할 때 날이 좀 춥거나 하면 제대로 모자 자라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 번은 냉해로 인해 싹 다 죽은 적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리하여 정부에서도 통일벼를 전국에 보급하는 건 힘들겠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품종을 다시 육종하여 장려품종을 만든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녹색혁명이란 엄청난(?) 과제를 완수하는 데 통일벼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땅에서 보릿고개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오히려 폐해가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148쪽 사진 설명에 "배고픔과 서민의 음식이었던.......찾아서 먹는다. 청산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있는 보리는 우리가 흔히 먹는 보리쌀을 만드는 품종이 아니라 맥주보리입니다.

보리는 보리이지만 밥으로 먹는 보리가 아니기에 설명과 맞지 않는다 싶어서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정도입니다.

그럼 늘 좋은 책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애쓰십시오.

이만 줄이겠습니다.

728x90

+ Recent posts